09. 내가 사랑에 빠질 정도로 아름다운 네 모습을 기억하고 있으니까

설현은바이올렛 2018-08-2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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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하는 클로저를 관뒀다. 그리고 저녁이 되어 슬비를 찾아갔다.

"슬비야." 세하
"세하.." 슬비

어색하다. 그녀의 집까지 무작정 들어가서 키스한 건 지금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일인데. 그 기억이 세하가 슬비를 어색하게 만들었다.

"그만 뒀다매? 왜? 어머니처럼 훌륭한 클로저가 되겠다고 그랬잖아?" 슬비
"나한테는 무리였던 거 같아. 그보다도.." 세하

세하는 퇴직금으로 구매한 목걸이를 건넸다.

"왜 나한테?" 슬비
"그게 뭐랄까.. 이제 만나기 힘들 테니까." 세하

슬비는 비싸 보이는 목걸이를 돌려주었다.

"이런 거 받을 이유 없어 내겐." 슬비

이럴 줄 알았다. 이런 여자애였다 이슬비는.

"그럼 버릴 거야." 세하
"유리한테 주면 되잖아." 슬비
"걔를 위해서 산 게 아니야." 세하
"너..." 슬비

슬비는 목소리를 높였다. 순수하게 분노했다.

"최악이야." 슬비

그렇게 말하고선 건물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세하는 오늘부로 폐허로 갈 것이다. 이 목걸이를 줄 기회는 지금뿐이다. 잡을까? 잡아야 하나? 또 거절당하면? 에라 모르겠다.
세하는 달렸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직전에 가까스로 도착할 수 있었다.

"나.. 너를 좋아하는 거 같아." 세하
"그렇게 쉽게 말하지 마." 슬비
"쉬운 말이 아니야. 두 번이나 죽었으니까.." 세하
"무슨.." 슬비

세하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문이 닫히고, 둘만 남게 되었다.
에쁜 목걸이를 예쁜 슬비의 목에 걸어주었다. 슬비의 새하얀 목에 아주 잘 어울렸다.

"고마워 받아줘서." 세하
"난 혼란스러워, 갑자기 네가 그만두는 것도. 갑자기 날 좋아한다고 하는 것도.." 슬비
"나한테는 갑자기가 아니야. 내가 사랑에 빠질 정도로 아름다운 네 모습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으니까." 세하

슬비는 내리고 세하는 남았다. 이걸로 됐다. 최악으로 거절당하진 않았다. 마음을 전달했다. 이거면 된 거다. 평타치다.




2
폐허에서 살게 된 세하는 바로 후회했다. 불편한 게 너무나 많았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고, 수돗물은 나오지만 먹지 못하는 녹물에, 식사 배급은 양이 너무나 부족했다. 부족한데도..

"손대지 마! 우선 우리한테 관리 감독을 받아야 해." 깡패

깡패 세력이 배급을 자기들 *대로 관리하고 있었다. 그걸 막아야할 공무원은 얼마간의 돈을 받더니 그냥 식량만 내려놓고 휑하니 가버렸다. 이런 쓰레기 같은..
반은 자기들이 차지하고 나머지 반은 자신들이 부려먹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 나누어졌다. 정말 죽지 않을 소량의 음식들만 고아들과 환자들과 노인들에게 주어졌다.
그런 귀중한 음식을 아이가 나한테 줬던 거였구나.. 이세하는 앞으로 나섰다.

"넌 뭐야? 처음 보는 얼굴인데?" 깡패
"클로저 형아다! 와아~" 아이들
"뭐 클로저라고? 왜 이런 곳에.." 깡패

퍽!
세하가 휘두른 블레이드에 깡패는 머리가 가격당해 땅에 처박혔다.
그 위세에 다른 깡패들은 행동도 못하고 눈만 꿈뻑거렸다.

"공평하게 나눠." 세하

세하의 명령에도 깡패들은 그동안 잘나갔던 자존심 때문에 바로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죽여야 하는 건가.. 세하가 다시 무기를 휘두르려고 할 때,
텁! 세하의 팔을 잡는 사람이 있었다. 나타였다.

"너.." 세하
"네 기분은 알겠는데." 나타

나타는 발을 걸어 세하를 넘어뜨렸다.
쿵! 하고 세하는 엉덩방아를 찌었다.

"....?" 세하
"거기서 머리 좀 식혀." 나타
"나.. 나타 우릴 구해주러 왔구나." 깡패

나타는 험악하게 인상을 썼다.

"개소리하지 말고 보급 물자 공평하게 나눠." 나타
"에에? 무슨 말이야.. 우리가 관리하기로 한 건데." 깡패
"불법이잖아? 클로저한테 걸렸으니까 쥐도 새도 모르게 죽기 싫으면 시키는대로 하라구." 나타
"진짜 클로저라고?" 깡패

깡패들은 헐레벌떡 보급 물자를 공평하게 사람들에게 나누었다.

나타는 세하에게 손을 내밀어 일으켜주었다.

"네가 왜 여깄냐? 제복도 안 입고.." 나타
"그게 좀.. 얘기하면 긴데." 세하

둘은 컵라면을 하나씩 뜯었다.
세하는 아이들을 도시 안으로 들여보내달라고 청원했던 일, 무시하고 넘겼던 총리, 클로저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것 그래서 이렇게 폐허에서 살기로 한 것 등을 얘기했다.

"하... 뭐랄까 사서 고생을 하는 타입이군." 나타
"근데 왜 말렸어? 저 깡패들 혼내주는 거." 세하
"진짜 사람을 죽일 것 같았으니까 말이지." 나타

세하는 진심이었다.

"안 되는 건가." 세하

나타는 라면을 먹다 말고 얼어붙었다.

"이 형씨.. 의외로 화끈하네. 범생이처럼 보였는데." 나타
"악인이잖아. 네말대로 도시에선 폐허에 관심도 없어. 죽든 말든 신경도 안 쓸 걸." 세하
"틀린 말은 아닌데.." 나타

나타는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고민했다.

"처음에 말이지. 원래 도시가 쑥대밭이 되고 사람들이 나누어졌을 때. 형씨는 처음부터 새 도시에 살았지?" 나타
"응.. 그렇지." 세하
"나는 처음부터 폐허였어. 아니.. 차원전쟁이 시작되기 전부터 가난했어. 고아였거든. 보육원장은 아이들을 학대하는 걸 좋아하는 **성욕자였지." 나타

세하의 표정이 굳었다.

"여튼 처음에 물자가 들어왔을 때 싸움이 일어났어. 누가 적게 갖냐 많이 갖냐. 누군 아프니까 더 가지고. 누구는 아이들이 많아서. 누구는 뭐 때문에.. 매일 싸웠지. 살인까지 일어났어." 나타
"그런.. 경찰은?" 세하
"경찰이 이런 위험한 곳에 출동이나 하겠어? 차원종이랑 마주치면 그냥 뒤지는 건데. 여기서 살 땐 본 적도 없어." 나타

그래서 힘이 센 깡패들이 관리하게 된 건가.

"누가 권력을 갖든 마찬가지야.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거든. 깡패들이 없어져도 누군가 새로 깡패가 될 뿐이지." 나타
"그래서 납둬야 한다?" 세하
"괜히 형씨 손을 더럽힐 이유가 없다는 거지. 여기서 정의를 찾지 마, 형씨가 살던 도시랑은 다르거든." 나타

식사를 다한 나타는 일어났다.

"일단은 나도 할 일이 있으니까 말야. 누구처럼 백수가 아니라서." 나타
"무슨 일을 하는 건데?" 세하
"그건 업무상 비밀이야. 사실 나도 잘 몰라. 시키는 것만 하는 건데.. 좀 이상하거든." 나타

나타는 손을 바이바이 흔들고 떠났다.
세하는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 이상으로 이곳은 너무나 열악했다. 뭐부터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2024-10-24 23:20:18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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