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8월 24일
설현은바이올렛 2018-08-24 0
https://novel.naver.com/challenge/detail.nhn?novelId=753669&volumeNo=3
1
종로에 나타난 차원종은 트룹 다섯 기였다. 트룹으로 명명된 이 차원종은 인간의 3배가 넘는 덩치에 도끼류 무기를 사용하는 괴물이다. 굳이 무기가 아니라 단순한 폭력만으로도 인간을 죽이기에 충분할 거 같지만..
세하와 유리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도착한 클로저 몇몇이 시체가 되어있었다.
"우와아악!" 트룹에게 목이 잡힌 클로저
트룹은 사정없이 잡힌 인간의 머리통을 주먹을 쥐어 으깨버렸다. 그 흉폭한 모습에 세하는 겁을 먹었다.
전투 경험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이전에도 트룹을 몇 마린가 죽인 적이 있다. 이기지 못할 적은 아니다. 적은 지능이 부족하다. 충분히 머리를 굴려서 싸우면 이길 수 있다..
그렇게 다짐을 해도 다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던 사이에 여자 하나가 트룹의 발에 짓밟혀 압사했다. 사인은 허리 부분이 완전히 뭉개져 폐가 기능을 못하는 것 같다.
"세하야, 지시를!" 검을 빼드는 유리
"..망가자."
"응? 뭐라고?" 세하를 보는 유리
"도망가자고." 죽은 눈의 세하
세하는 전의를 상실했다. 어찌어찌 저 트룹 5기.. 1마리 죽었으니 4기를 처치한다고 한들 뭐가 달라지지?
차원종은 계속해서 인간을 사냥할 테고 클로저는 고기방패가 되어 소모될 뿐이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지?
"...아직 싸워**도 않았잖아." 유리
"이기든 지든 똑같아." 세하
"그게 무슨.." 유리
크르르-!
더는 대화를 나눌 시간이 없었다. 크룹 한 마리가 둘의 존재를 눈치 채고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2
세하는 뒷걸음질 쳤다. 유리에게 같이 도주하자고 제의했으나 거절당했다. 만약 죽는다고 해도 그것은 유리의 책임이지 내 책임은 없다.
합리화를 하고 나서 도망갔다. 뒤도 안 돌아보고 마구 내달렸다. 숨이 턱끝까지 차 더는 못 달릴 만큼.
"허억... 허억..." 양손으로 양 무릎을 잡는 세하
패배자다. 공포에 질린 패배자. 호감있는 여자를 버리고 죽게 내버려둔 패배자.
양심의 소리가 세하를 짓누른다. 그래서 항변한다.
그래서?
그래서 뭐 어쩌라고?
내가 잘못이야? 아니, 이 세상이 잘못이야!!!
처들어온 차원종이 잘못이고!! 못 막아낸 어른들이 잘못이고!! 어린애들 모아다가 싸우라고 시키는 것도 잘못이야!!!
"으아아아아!!" 세하는 포효했다.
문득 올려다본 하늘은 푸르렀다. 서유리가 죽었을지도 모르는데 하늘의 아름다운 광경에 잠시 넋을 잃었다.
'다시 돌아가야겠어.' 요즘 여러가지로 우울해서 멘탈이 잠깐 나가버렸다. 아직 늦지 않았어. 달리면은 어떻게든 될 거야.
타다다다닥!
도망칠 때와 마찬가지로 전력으로 달렸다. 두 번째 전력질주라서 처음보다 더 힘들었다. 하지만 가야 한다. 후회할 일을 만들면 안 되기 때문에.
도착해선 칼부터 빼들었다. 아군은 몇이나 남았지? 유리는 어딨지? 어느 놈부터 처치해야...
'사고가 정지했다.'
보이는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세하는 손에 든 건 블레이드를 놓쳐버렸다. 다시 주우려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서유리가 죽었다. 아니, '서유리는 토막 나 있었다.' 아니, 토막난 게 죽은 거랑 같은 말인 거지..? 그런 거지..?
세하는 울 것 같은 얼굴로 저벅저벅 다가갔다. 서유리의 부분부분 시체는.. 트룹이 파티를 벌이듯 나눠먹고 있었다.
"야이이이 **..!" 세하는 분노하여 달려들었다가,
퍽!
트룹의 주먹질 한방에 얼굴이 뭉개져 땅에 처박혔다. 의식이 몽롱하다.
일어나야 한다. 서유리를 구해야 한다. 근데 잠깐, 이미 죽었잖아..? 이미..
흐려져가는 시야로 세하는 보았다, 그녀의 목이 사탕처럼 트룹의 입에 넣어지는 것을..
멍하니 볼 수밖에 없었다. 그 시야 각도 상태로 그로기가 되어 쓰러져 있었기 때문에.
몸에 감각이 없다. 처박힐 때 어딘가 잘못됐던 거 같다. 몸을 움직이는데 아주 중요한 기관이 다쳤다던가..
"아아.. 아아아..." 세하는 신음했다.
눈물이 줄줄 흘렀다. 그녀를 지키지 못했다. 내 자신도 지키지 못했다. 모두 다 내 잘못이다..
식사를 마친 트룹들이 세하에게로 하나둘 걸어온다. 거대한 육체만큼이나 식사량도 많은 거냐.
아마 트룹들은 디저트 정도로 세하를 여기고 있을 것이다. 혀를 날름거리면서 마치 웃는 듯한 트룹들의 기괴한 표정에서 그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지금 잡아먹힌다.' 그러나 세하는 저항할 능력도 체력도 의지도 이미 전부 잃은 상태였다.
아아... **... 나 아직 동정인데....
그러나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 법이다.
너는 내게 첫사랑이다, fin.
3
"우와악..!!"
세하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자신의 양손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리고 바로 자신의 얼굴을 더듬거리며 만졌다.
사, 사.. 살아 있는 거지? 지금 숨 쉬고 있는 거 맞지?
거울에 다가가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멀쩡했다. 장애는 커녕 상처 하나 보이지 않았다. 구조..? 그 상황에서?
그러다가 알람이 울렸다.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찾아 확인하자 날짜는.. 8월 24일 그리고 오전 7시.
"아침으로 돌아왔어..?" 세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