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스x단간론파) 희망과 절망의 클로저 43화
검은코트의사내 2018-08-18 0
이건 몸싸움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어색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하이드 씨가 짧은시간안에 급하게 식물원으로 올라갔다는 건데 급하게 올라간 이유라면 범인은 흑막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흑막 녀석은 그 정보가 거짓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동기는 없다는 얘기가 된다.
"그리고 애초에 온도를 왜 올렸을까? 그걸 조작한 인물은 누구일까? 사건 당시에 모두 방 안에 있었어. 세하가 지키고 있었으니까 그건 알 수 있는 일이야."
"하지만 이세하씨가 충분히 죽일 수도 있지 않았어요?"
슬비의 말에 바이올렛 아가씨가 의문을 던졌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세하는 게임 밖에 모르는 무신경한 녀석이라 사람 죽일 배짱은 없어요. 그리고 세하가 범인이었다면 온도를 왜 올렸을까요?"
조금 거슬리는 말이긴 하지만 그렇게 믿어주니 다행이다. 아니, 온도를 올리는 게 이번 사건과 뭔가 관련이라도 있는 건가? 나는 원래 과학을 못하는 편이라서 사람을 죽인 뒤에 온도를 올리는 짓은 안한다. 무슨 일이 일어날 지도 모르는데 내가 뭐하러 하겠는가? 슬비는 우리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시신이 방치된 장소에서 온도가 올라가게 되면 영향을 미치는 게 있어요. 알리바이도 만들어낼 수 있고, 용의선상에서 제외할 수 있으니까요. 물론 하이드 씨가 범인과 협조를 했다면 말이 되겠죠."
"그게 무슨 소리야? 범인과 협조를 했다니?"
"세하야. 하이드씨가 나간게 밤 11시 50분 쯤이라고 했지?"
"어. 그 다음에 바로 살해되었고 말이야."
내 말에 슬비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녀는 PDA를 꺼내 사건조사파일을 열람하면서 말했다.
"범인이 온도를 올린 이유는 바로 사망추정시간을 숨기기 위해서였어."
"뭐라고!?"
"검은 날개. 당신도 알고 있을 거야. 시신이 있는 장소에서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진다면 사망추정시각이 어긋나버린다는 사실을 말이야."
뭐야? 그런 거였어? 저 자식이 우리에게 거짓 정보를 넘겨줬다는 얘기다. 나는 왜 그랬냐고 따졌지만 슬비가 나를 말리면서 고개를 저으면서 거짓정보가 아니라고 말해주었다. 지금 저 녀석 편을 드는 건가?
"세하야. 원래 사망추정시각이라는 건 시신의 상태를 보고 결정하는 거야. 과학적인 원리로 하는 거니까 어긋날 수도 있는 게 당연해. 중요한 건, 세하 네가 범인이 아니라는 거야. 너는 과학에는 담을 쌓은 녀석이니까 이러한 사실을 잘 몰랐을 거 아니야."
"어... 그래."
내가 과학을 못한다는 건 잘 아네. 다른 사람들이 전부 PDA를 보면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걸 본 더스트는 슬비에게 질문을 한다.
"그래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 시간은 몇 시인데?"
"아마, 새벽일 겁니다. 새벽 1시에서 2시 정도겠죠. 하이드 씨는 그 때 범인에게 살해당했습니다. 하지만 그 때 전부 숙소 안에 있었어요. 그렇다면 온도를 올리는 게 가능한 사람은 그 사람 뿐입니다."
"하이드 씨, 본인이라는 얘기인가?"
티나가 묻자 슬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하이드 씨가 살해당한 뒤에 스스로 온도를 올렸다고? 왜 그런 짓을 할 필요가 있었던 걸까? 그건 말이 되지 않는다. 가만, 그 행동은 마치 누군가의 범행을 숨겨주고 위한 것이다. 나는 무심코 그 사람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슬비는 이제야 알게 되었냐면서 입꼬리를 살짝 올리는 게 보였다.
"왜 저를 보는 거죠? 이세하 씨?"
"그렇군요. 하이드 씨의 품 안에서 수건이 발견된 것, 그리고 피가 묻은 장갑, 아마도 하이드 씨는 칼에 찔린 뒤에 수건으로 감싸서 피가 바닥에 흐르는 걸 막았을 겁니다. 그리고 그 피가 묻은 장갑은 범인이 사용했던 거겠죠. 하이드 씨는 그걸 숨긴 겁니다. 그리고 하이드 씨가 필사적으로 증거를 숨기려고 할 정도로 범행을 저지른 인물, 그건 한 사람밖에 없습니다. 바이올렛 아가씨."
"뭐... 뭐라고요? 제가 그랬다는 건가요? 말 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세요! 제가 왜 제 집사를 죽이겠어요? 하이드 씨는 오랜 세월동안 나를 모신 집사라고요. 그런 훌륭한 사람을 왜 제가 죽여야된다는 거죠?"
바이올렛 아가씨가 항변했다. 솔직히 믿을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확신했다. 그녀가 범인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하이드 씨의 행동, 모든 증거가 그녀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었다. 하이드 씨가 사라진 뒤에 바이올렛 아가씨는 방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으니 말이다.
"그건 바이올렛 아가씨의 DVD와 관련된 거겠죠. 안 그러십니까? 바이올렛 아가씨 외에는 하이드 씨가 사건을 조작할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온도를 올린 것도 하이드 씨고, 범인이 쓴 장갑도 품에 넣어서 숨긴 것도, 전부 설명이 됩니다."
"거짓말하지 마요! 왜 제가 그런 짓을 할 필요가 있는 거죠? 하이드 씨가 신뢰하는 건 이세하씨! 당신도 있잖아요. 당신도 범행을 저지를 수도 있는데..."
"세하가 범인이 아니라는 건 이미 증명했습니다. 온도를 올리는 것, 세하는 절대로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아가씨는 당시에 숨을 헐떡이지 않고 오신 모양이군요. 그 말은 도중에 하이드 씨를 만나서 그의 왼쪽 가슴에 칼을 꽂고 돌아온 거니까요. 그리고 하이드 씨는 그대로 4층으로 와서 쓰러졌고, 아가씨는 방으로 들어가서 휴식을 취한 거죠. 안 그렇습니까?"
슬비의 말에 그녀는 표정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티나와 더스트도 그녀가 범인이라는 걸 확신했는지 그녀를 무섭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자 바이올렛 아가씨는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고 해도 이미 투표를 통해 그녀가 지목을 받을 게 뻔했으니 말이다.
"바이올렛 아가씨, DVD에서 뭘 본겁니까? 이제 알려주세요. 아가씨가 집사를 죽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지 않습니까?"
일단 대충 짐작이 되고 있었다. 아마 하이드 씨는 자기가 살해당할 거라고 생각하고 미리 선수를 친 거라고 생각했겠지만 그 녀석은 처음부터 하이드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고 했다. 혹시 이것도 저 녀석이 노렸던 걸까?
"이세하 씨, 당신은 한석봉 씨와 친한 친구사이죠?"
"네. 그렇습니다."
"실은 그 영상에서 한석봉씨가 인체실험을 당하면서 괴로워하는 걸 보았어요. 그 분을 빨리 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하이드는 이렇게 말했죠. 자기는 이제 흑막에게 표적이 되었다면서 나더러 죽이라고 했어요. 설마 오랫동안 함께 지낸 집사를 주인이 죽인다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할 거라고 말이죠. 그리고 사건도 철저하게 은폐했어요."
"그럼 사건을 조작한 건 전부 하이드 씨가 했다는 겁니까?"
"네. 그래요."
그렇군. 이건 하이드 씨의 의도로 벌어진 사건이었다. 자기가 흑막에게 살해당할 것을 예측하고 미리 선수를 치려고 했다. 어떻게 해서든 그녀만은 이곳에서 탈출시켜서 한석봉을 구하게 하려고 했던 모양이다. 그럼 그 돈 다발도 이해가 된다. 한석봉을 인체실험하는 자들을 돈으로 매수해서 그만두게 하려던 **였던 모양이다.
"제가 잘했다고는 하지 않아요. 여러분들을 죽일 뻔 했으니까요. 이제 와서 변명할 생각은 없어요."
그녀는 마지막으로 미소를 지어보였다. 어서 끝내달라는 건가? 나는 그 녀석을 보았다. 하이드 씨를 처음부터 죽일 생각이 없었으면서 그렇게 만들었던 장본인 검은 날개를 말이다.
"네 녀석이 의도한 거냐? 하이드 씨를 그렇게 행동하게 유도했던 거냐고?"
"응?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개는 주인의 말을 들어야 된다. 이건 벌쳐스에서도 나온 말이잖아. 뭐가 그리 이상하다는 거지? 하이드는 자신의 개 역할에 충실히 했어. 단지 그것 뿐이야."
"웃기지 마! 네가 하이드 씨를 가지고 놀지만 않았다고 그렇게 되지는 않았어. 얼굴도 드러내지 않고 뒤에서 숨어서 뒤꽁무니만 빼는 주제에 말만 그렇게 하는 군."
녀석의 입가에 미소가 흐르는 게 보였다. 나는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하지만 녀석은 여전히 웃는 얼굴을 보이고 있었고, 투표시간이라면서 말을 돌리고 있었다.
"자, 투표를 시작하도록 하죠."
"아직 안 끝났어!! 일단 너에 대해서 말해줄까? 너는 벌쳐스 처리부대를 증오하고 있어. 그리고 목소리를 숨기는 걸 보면 우리가 아는 사람일테지. 위상력을 없앤 건, 네가 민간인이라는 거 아니야? 시환 아저씨도 없앤 걸 보면 너는 틀림없이 벌쳐스 사람이야!! 알아들어!?"
내 말에 녀석의 입이 다물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진정하고 투표 시간이라고 말했다. 아가씨에게는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우리도 하고 싶어서 하는 투표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투표결과는 바이올렛 아가씨로 결정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미소를 지으면서 내게 말했다.
"이세하 씨. 고마워요. 제 대신 화를 내주어서요. 제가 당신에 대해 좀 더 빨리 알았다면, 어떻게 되었을 지 잘 모르겠네요. 후훗."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처형장으로 끌려갔다. 배경을 보니 중세시대에서 벌인 화형식 같았다. 주변에는 마녀라고 선동하는 수 많은 검은 코트의 사내들이 보였다. 그리고 한 남자가 그녀의 발 밑에 있는 짚에 불을 붙이고 있었고, 불이 새빨갛게 타오르면서 그녀를 덮쳤다.
To Be Continued......
남은 생존자 5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