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기태는 어찌하여 S급이 되지 못하셨나.
Naks아발란체 2015-02-14 0
"기달려 주세요, 김요원님!"
거칠게 복도를 걷는 남자에게 그 말은 들리지 않았다. 오로지 받았던 내용만이 중요했다.
'... 김기태 요원의 S급 심사 결과 몇몇 부분에서 부적합한 면모가 보여 ... 기각한다.'
남자는 생각헀다. 부족한 것 따윈 없다.
같은 A급 중에서 전공을 따지자면 자신보다 더 많은 전공을 세운 요원은 없다.
아니, 그 어중이 떠중이들 가운데에서 자신보다 더 뛰어난 요우너은 없다.
그 누구도 자신처럼 단 한명의 사상자도 없이 작전을 끝마치고 특경대와의 합동 작전을 매끄럽게 이끈 요원은 없었다.
주변의 녀석들을 보아도 자신의 밑에 있는 녀석들보다 못한 녀석들이 한가득이었다.
계속해서 걸어가던 남자는 어느 문에 이르렀다. 문 옆의 팻말에는 아주 익숙한 이름이 적혀져 있었다.
'S급 요원의 자격이 없다니 그게 무슨 소립니까!"
"기태, 일단 앉지."
창문에서 들어오는 햇빛이 만든 그림자에 가려져서 눈 앞에 있는 자신의 심사위원의 얼굴에서 유일하게 보이는 것은 반투명으로 빛나는 그의 안경 뿐이었다.
"자네의 힘은 이미 S급이라고 보아도 될 정도야. 하지만 그 심성이 문제야."
"심...성?"
남자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는 드라마를 싫어했다. '능력'이 아닌 사람의 '심성'이라는 이름하에 그들이 행하는 낙하산 행위를 보면서 말도 안되는 코미디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 코미디가 지금의 자신에게 현실이 되어있다.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마! 심성이라니? 요원에게 필요한 것은 강력한 위상력과 적재적소에 밑의 부하들을 배치할 수 있는 통찰, 그리고 상황을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야!"
흥분한 남자는 순간 숨을 들이마셨다. 그제서야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볼 수 있었다.
앉아있던 의자는 산산히 부서져 바닥에 나뒹굴었다. 벽의 책장은 바닥에 쓰러졌고 널부러진 책들의 끄트머리에서는 연기가 피어올랐다.
"제...제가 너무 흥분한 것 같습니다. 통보를 받아들이겠습니다, 국장님. 이만 나가.. 아니 실례하겠습니다."
남자는 황급히 방을 나섰다. 처음의 기백은 온데간데 없이 승냥이 앞의 토끼처럼 그는 몸을 파르르 떨면서 밖으로 나갔다.
'충격이 너무 컸나보군.'
방에 유일하게 남은 남자는 이 일은 묻어두리고 했다. 그가 아는 김기태라면 이것보다 더 심하게 날뛸거라고 생각했지만 다행히도 충격요법의 효과가 약간은 나타났다고 믿기로 했다.
방에서 뛰쳐나간 남자는 장서고로 향했다. 그가 찾은 것은 '위상력상실증'에 대한 모든 정보였다.
'트..틀림없어. 난 끝장났어! 이젠 끝났다고 **!'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그의 옆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끝
추가
'기태, 자네가 S급 요원이 되지 못한 이유는 간단하네. 자네는 욕을 못해. 순식간에 조직을 위태롭게 하여 모든 것을 클로즈시키는 능력. 그게 바로 S급 요원의 자질이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