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스x단간론파) 희망과 절망의 클로저 32화
검은코트의사내 2018-07-21 0
"코드 78이라고? 그게 대체 뭐야?"
진범이 사용한 트릭이라는 게 바로 코드 78이라고 했다. 다른 사람들도 갑자기 영문을 모르는 소리에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 그러자 슬비가 알아듣기 쉽게 설명을 했다.
"한마디로 테인이를 리모컨으로 조종했다는 얘기야. 그 리모컨이 작동하는 원리가 바로 코드 78이라는 거야."
그게 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잠깐만, 테인이가 누군가에게 조종당했다고? 그런 말은 처음들었다. 그러고 보니 테인이의 DVD에도 그 녀석 자신의 모습이 드러났지. 할아버지의 명령으로 말이다. 그렇다면 그 할아버지가 테인이의 리모컨과 관련이 있다는 소리인 거 같았다.
"사람이 리모컨으로 움직이는 로봇인가요? 그런 황당한 소리는 처음 들어보네요."
바이올렛 아가씨가 말한다. 당연히 허황된 소리니까 안 믿겠지.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안 믿는 눈치였다. 시환 아저씨 혼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 했는지 미소를 짓고 있었다.
"큭큭, 아무래도 그 말이 사실인 거 같군요. 미스틸 테인 요원님은 분명 독일에서 왔다고 했죠?"
"네. 시환아저씨."
"독일에는 강한 위상력이 포함된 생명과학기술로 만들어진 인공생명체를 만들어냈다는 정보가 있어요. 그리고 그 생물학 병기들은 대부분 미성년자들이더군요. 아무래도 미스틸 테인 요원도 그들 중 하나였던 거 같네요."
"네? 그게 사실이에요?"
시환아저씨의 말에 우리는 또 다시 놀랐다. 그러자 엉터리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헀던 나머지 사람들도 시환 아저씨의 말을 믿는 분위기였다. 시환 아저씨는 벌쳐스 사원 중에서도 정보수집에 뛰어난 사람이었으니까 늑대개 팀도 신뢰하는 듯 했다. 슬비는 시환 아저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가만, 그렇다면 슬비도 테인이의 정체가 뭔지 알고 있었다는 걸까?
물어보고 싶었지만 일단 사건의 진범을 찾는 게 우선이었다. 조용히 슬비의 말을 경청한다.
"전에 검은날개가 제안했던 보물찾기를 하던 중, 진범에게 맞아서 죽을 뻔 했었어요. 그리고 그 보물은 바로 리모컨이었어요. 미술실에 있었죠. 그리고 그 리모컨에 사용법이 적혀져 있었어요. 그걸 보고 테인이가 위험하다는 걸 알았죠."
테인이를 지키자고 한 이유가 그건가? 아니, 그건 아닐 것이다. 테인이가 순수한 성격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될 확률이 높아서 지키자고 한 거 뿐이었다. 녀석이 말한 보물은 또 다른 동기부여였다. 그 리모컨에 대한 존재를 모르는 한 아무도 밝힐 수 없었던 일이었다.
"슬비야. 혹시 그 진범의 얼굴을 본 거야?"
"맞아. 날 죽이려는 사람은 바로 저 사람이야."
슬비가 가리킨 사람은 아까부터 땀을 흘리면서 얼굴이 창백해진 하피였다. 설마 슬비가 깨어날 거라고는 생각도 못한 모양이었다. 슬비는 진범이 하피라고 지목했다. 아무래도 발뺌을 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바이올렛과 티나는 하피를 보면서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피 씨, 설마 당신이 그런 거에요?"
"그럴 리가 없다. 설마 당신이 범인이었다니..."
"반박을 안하는 걸 보면 이미 다 알고 있는 모양이죠. 당신은 아직 그 리모컨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하피는 조용히 리모컨을 꺼냈다. 이미 변명해봤자 소용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하피는 그래도 조금은 나은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곤 했었다. 나를 놀리는 걸 보면 장난기가 좀 있는 사람이라고 보았는데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잠깐 동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제이 아저씨와 테인이의 살인 현장에서 제 3자가 저질렀다는 것을 이미 내가 밝혀냈었다.
"하피 씨는 저를 처음에 죽이려고 했겠죠. 본래의 목표는 아마 저였을 거에요. 하지만 세하가 저를 지켜주는 바람에 뜻대로 되지 않았죠. 그래서 테인이와 제이 씨를 죽인 거 아닌가요? 제법 그럴 듯하게 꾸미긴 했지만 사건의 흔적을 생각도 못했어요. 그렇지 않나요? 하피 씨."
슬비가 지적하자 하피는 리모컨을 땅에 던져버렸다. 그렇다. 모든 건 하피가 조종했던 것이었다. 이제야 나도 알 수 있었다. 하피 씨는 테인이를 조종해서 제이를 자신의 방으로 불러낸 다음에 뒤통수를 가격해서 제이 아저씨를 기절시키게 한 다음, 준비한 커다란 얼음을 받친 채로 제이 아저씨의 목에 밧줄로 매달았던 것이다. 그리고 다음에 테인이의 창으로 자해하게 만들었던 것, 이게 바로 사건의 전말이었다.
슬비가 말하고자 하는 건 그거였다. 그렇군. 양호실에 있을 때 그 기척도 하피 씨가 낸 거였다. 슬비를 죽이려고 했지만 내가 그녀를 밤새도록 지킨 탓에 실행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내가 아무래도 알파퀸의 아들이라는 걸 알고 차마 습격하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어라? 잠깐만, 그런데 나 때문이라는 걸 슬비가 어떻게 알고 있지? 나는 양호실에서 슬비를 간호하는 동안에 그녀가 깨어난 것을 한번도 ** 못했는데 말이다.
"저기, 슬비야. 너 혹시 진작부터 일어나 있었던 거야?"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해줄게. 아무튼 하피 씨, 이미 증거가 다 나왔으니 더 이상 발뺌할 수 없을 거에요. 리모컨도 사용 기록이 남으니까요. 이제 와서 부숴봤자 소용없어요."
"저기, 하피씨. 정말입니까? 당신이 테인이와 제이 아저씨를 죽인 겁니까?"
나는 하피 씨에게 묻자 그녀는 표정이 일그러지면서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나 때문에 계획 대로 안 되어서 화가 좀 난 모양이다.
"입 다무세요! 이세하, 당신만 아니었다면... 내 계획대로 될 수 있었어요. 이 모든 게 당신 때문이라는 거에요. 저 귀여운 여자를 당신이 발견하지 않았다면 모든 게 다 잘 되었을 텐데 말이죠. 저 여자를 구해낸 것도 모자라서 양호실에서 밤새도록 지켜주기까지 하다니, 대체 이유가 뭐죠? 왜 그렇게까지 했던 거에요?"
"당연한 질문을 하시네요. 동료니까요. 그거 말고 더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까!? 하피 씨, 당신은 저에게 그런 말을 할 자격 없습니다. 오히려 입을 다물어야 될 사람은 당신이에요!! 오로지 나가고 싶다는 이유 만으로 제이 아저씨와 테인이를 죽인 살인마야!"
나는 그녀에게 검지로 손기락질을 하면서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이를 뿌득 갈면서 나를 노려보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면서 감정을 통제하듯이 얼굴 표정이 풀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다시 전에 그 장난끼 있는 표정으로 말이다.
"사실은, 이슬비 요원 말고도 당신을 제거해야되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이세하 요원."
"하피씨, 당신은 DVD에서 뭘 봅니까? 하피 씨도 살인을 저지를 만한 이유가 있는 거죠? 대체 거기서 뭘 보신 거에요? 알려주세요."
"어머, 여자의 비밀을 파헤치려는 남자는 매력이 없는 법이랍니다."
하피 씨는 알려주려고 하지 않았다. 어차피 처형 당한 이후에 보려고 했다. 하지만 하피 씨는 자신의 품에서 DVD를 꺼내 양 손으로 쥐면서 산산조각 냈다.
"무... 무슨 짓을..."
"제 과거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는 없죠. 어른에겐, 어른의 사정이라는 게 있는 법이에요. 이세하 요원."
"하피 씨, 분명히 당신도 괴로워할 만한 일이 있는 거죠? 소중한 사람이 비참하게 죽었다거나 그런 과거 아닌가요?"
"후후훗. 제 걱정을 하는 건가요? 증오하실 줄 알았는데 왜 그렇게 슬픈 눈으로 보는지 모르겠네요."
두 사람을 죽인 건 미웠다. 하지만 그녀도 그녀 나름대로 사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타가 그랬듯이 말이다. 실은 나도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지만 참아내고 있는 게 고작이었다. 분명히 그녀도 소중한 사람을 잃는 모습을 보았을 지도 모른다. 아니면 다른 방향으로 충격적인 내용이었거나.
"저는 어디까지나 이용만 당했을 뿐이죠. 이세하 요원, 그리고 여러분 모두에게 할 말이 있어요. 실은 저기 있는 검은날개, 또는 검은코트의 사내의 정체에 관한 거에요."
"응? 나말이야?"
검은 코트의 사내가 빈둥거리다가 갑자기 일어났다. 모두의 시선이 사내에게로 향했고, 하피는 슬비와 나를 번갈아보면서 말했다.
"실은 이슬비 요원을 죽이려고 한 것은, 명령 때문이었어요. 저 사람이 시킨 일이었죠. 그리고 저 사람을 직접 만났습니다."
"뭐라고요!?"
"어라? 하피, 당신 지금 무슨 소리를 하려는 거야?"
검은 코트의 사내는 갑자기 무표정으로 굳고 있었다. 그러자 하피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을 이었다.
"실은 저분은 시환 씨가 알아낸 Project 계획을 주도한 검은 날개가 아니에요. CKT부대의 메리 도미레인도 아니죠."
"뭐라고요?"
우리 모두는 그녀의 말에 경악했다. 저 남자가 검은 날개가 아니라니, 엄청난 정보였다. 그리고 하피 씨는 이어서 흑막의 정체를 말하려는 순간, 그녀의 이마에 조그마한 구멍이 나면서 발포하는 소리가 났다. 소리난 방향을 보니 사내가 한 손으로 권총 한자루를 꺼낸 채 그대로 사격자세를 보이면서 폼을 잡고 있었다.
"너... 너..."
"아, 정말이지 짜증나는 여자네. 기껏 나갈 기회를 주었더니, 그렇게 망쳐놓고 날 팔아먹으려고 하다니 말이야."
검은코트의 사내가 처음으로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하피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이마에 권총을 맞은 채로 말이다. 그녀의 머리아래로 붉은 피가 번지고 있었고, 모두가 그 모습을 보고 경악하고 있었다.
"이럴수가... 왜 그 자리에서 죽인 거죠? 아직 투표도 안했잖아요!!"
"어차피 죽을 거잖아요. 이미 검정은 정해졌는데 여러분들이 누구를 투표할 지는 밝혀진 상황에서 쓸데없이 절차를 진행할 필요는 없죠."
바이올렛이 따졌지만 사내는 권총을 코트안에 있는 허리춤에 넣으면서 답했다.
"훗, 아무래도 당신 정체가 밝혀지는 게 두려웠나**?"
"큭큭큭, 글쎄요. 전 그저, 하피에게 기회를 주려고 했을 뿐이에요. 기회를 날려버린 대가는 죽음 뿐, 단지 그것입니다. 그럼 이만 학급재판을 종료합니다."
사내는 그렇게 말하고 바닥 아래로 꺼졌다. 분명히 하피는 그 녀석을 만났다. 로봇이 아닌 본래 흑막을 말이다. 도대체 그 흑막의 정체가 뭐지? 궁금해 미칠 거 같았다. 하피의 DVD도 부서져서 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두 사람의 원수가 죽은 모습에 별로 개운하지도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이 충격이 가득한 곳에서 하나 둘 씩 말 없이 퇴장하고 있었고, 나도 그들의 뒤를 따라서 밖으로 나갔다.
To Be Continued......
남은 생존자 7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