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스x단간론파) 희망과 절망의 클로저 26화
검은코트의사내 2018-07-05 1
알람을 맞춘 뒤에 나는 곧바로 잠이 들기로 했다. 쳇, 세 시간 동안 불침번이라니, 그것도 테인이를 지키기 위해서 하는 일이었다. 테인이는 순수한 마음을 가진 탓에 살인범들에게 쉽게 타겟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물론 테인이는 잘 때 문단속을 하기로 했었다. 웬만하면 문을 절대 열어주지 말라고 당부했으니 걱정할 필요도 없을 거 같았다.
하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테인이를 지키는 데는 나도 찬성했으니 이제와서 뭐라고 따질 수는 없었다. 일단 오늘 하룻밤은 제대로 넘어가길 바라면서 잠이 들었다.
* * *
잠시 후에 초인종이 울렸다. 그리고 알람소리도 동시에 울린다. 벌써 교대시간이 되었다. 잠이 덜 깬 채로 나와서 문을 열고 복도로 나가자 슬비가 내게 말했다.
"아직까지는 아무런 이상은 없어. 그럼 잘 부탁해."
"응."
슬비는 그렇게 말하고 방으로 돌아갔다. 이제 내가 근무를 서는 시간이 되었다. 새벽 1시부터 4시까지가 근무라니, 이거 참, 내일은 낮잠이나 자야될 거 같았다. 낮잠 자도 규정위반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잘 알고 있으니 말이다. 사실은 아침에 일어나지 않아도 되는 일이었는데 말이지.
하지만 너무 오래 자는 것도 건강에 안 좋다고 했으니 어쩔 수 없을 거 같다. 일단 테인이의 방문 앞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리고 나는 계속 근무를 서고 있었는데 주변에 기척이 느껴졌다. 위상력은 없어도 기척은 감지할 수 있었기에 바로 숨어있는 사람 나와보라고 말했다.
그러자 더스트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말했다.
"후후후, 세하야. 여기서 뭐하는 거야? 혹시 살인 하는 거야?"
"아... 아니야. 나는 불침번을 서는... 아앗!?"
이런, 검은양 팀 이외에는 다른사람들에게 비밀이었는데 나도 모르게 더스트에게 털어놓게 되었다. 슬비가 알면 또 잔소리 늘어놓겠지. 그러자 더스트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불침번이 뭐야?"
"아... 그게 말이지. 별 거 아니야. 그냥 수상한 사람이 있나 감시하는 거야."
"흐응, 나는 세하가 제일 수상해보이는 걸?"
으윽, **, 불침번을 모르는 더스트 입장에서 그렇게 말하니 내가 할 말이 없다. 확실히 그 말이 맞긴 하다. 내가 좀 수상해보이기도 하지. 문 앞에 딱 버티고 서있으면 꼭 살인을 계획하려는 사람 처럼 보이니 말이다. 불침번 서는 게 우리 검은양 팀 뿐이라고 하니 다른 사람들은 검은양 팀이 수상하게 여길 수도 있었다.
"그런데 넌 뭐하러 나온 거야? 너야 말로 살인을 저지르려고 그러는 거 아니야?"
나는 더스트를 경계했다. 애쉬도 그런 짓을 했는데 더스트도 분명히 저지를 거 같았다. 그러자 더스트는 삐졌다는 듯이 양볼을 부풀어오르면서 말했다.
"나는 그런 재미없는 짓은 안해. 누구를 죽여봤자 어차피 찾아낼 거잖아. 나는 살인 트릭이라던가 이런 건 잘 모른다고. 애쉬 녀석이 그나마 나보다 더 많이 알았어. 하지만 난 아니거든."
"그게 사실이라고 내가 믿을 거 같아?"
"흐응, 이거 너무한데, 미래의 남편이 될 사람이 부인을 의심하면 안 되잖아."
"누가 네 남편이라는 거야? 멋대로 단정짓지 말아줄래?"
이상한 사람들이 왜이리 많은 거야? 그것도 차원종도 포함되고 말이다. 하나같이 제멋대로 군다니까, 여자들은 못말릴 정도였다. 더스트는 내 반응을 보면서 웃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오호호호, 반응이 너무 귀여워. 이세하, 역시 넌 재미있는 애라니까. 내가 이렇게 기운 차릴 수 있는 건 바로 네 덕분이야."
"뭐라고?"
"남동생 애쉬가 그 사내에게 쉽게 죽임을 당했어. 그리고 나도 얼마 안 있어서 그 사내의 손에 죽는 게 아닌가 하고 불안해했지. 하지만 세하 너를 생각하니까 마음이 놓이더라고. 이걸 인간의 말로 사랑의 힘이라고 하던가? 후후훗."
어디서 이상한 걸 배워야지고 이러는 지 모르겠다. 소름이 끼쳐버릴 거 같은 말투다. 이런 제멋대로인 차원종의 모습에 이제는 진저리가 난다. 칼바크 턱스와 싸웠을 때도 자기 멋대로 우리를 가지고 놀더니 우리가 칼바크를 잡는 데 도움을 주었고, 아스타로트를 상대할 때도 도움을 주었던 녀석이었다.
애쉬와 더스트는 그 때만 해도 우리에게 있어서 강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검은코트의 사내의 힘 앞에서 나약해진 채로 당해버렸다. 위상력을 차단하는 초커, 그리고 그들보다 더한 살인마의 진정한 모습이었다. 나는 더스트에게 물었다.
"더스트, 혹시 괜찮다면 DVD내용이 뭔지 알려줄 수 있어?"
"아앙, **, 내 비밀을 보려는 거야?"
"싫으면 말고."
**한 표정을 지으면서 좋아하는 걸 보자 나는 무시하듯이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굳이 말하고 싶지 않으면 말 하지 않아도 되는 중요한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테인이는 아직 밖으로 나오지도 않았다. 내가 할 일은 어디까지나 테인이를 보호하는 것이다. 더스트가 갑자기 날 공격할 수도 있으니 그녀에 대한 경계도 늦추지 않았다.
더스트의 목에도 초커가 달려 있으니 함부로 자신의 힘을 쓸 수는 없을 것이다. 분명히 말하자면 말이다. 더스트 녀석은 대체 무슨 꿍꿍이인지는 몰라도 일단은 살인을 저지를 사람은 아니다. 왜냐하면 더스트는 차원종이기 때문이다. 살인을 하려고 해도 증거가 있다면 반드시 들통난다는 것은 당연히 알고 있을 테니 말이다.
"흐응, 세하야. 나를 받아들이지는 않으려는 모양이구나."
"이만 들어가지 그래? 방 안으로 말이야. 나는 너를 믿지 않는 편이거든."
"후훗, 탁월한 선택이야. 여기서는 아무도 믿어서는 안 되는 거지. 그렇게 나와야 내가 찜한 남자잖아. 오호호호!"
이 녀석, 너무 즐기는 거 아닌가? 그리고 더스트는 방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내게 이렇게 말한다.
"설마 너희 검은양 팀을 믿는 건 아니겠지? 특히나 이슬비를 믿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미래의 남편을 위해서 내가 특별히 충고하는 거니까 말이야. 그 여자애는 2층 여자 화장실에 매일 같이 왔다갔다 거리는 거 같더라고. 그럼 난 말했으니까 들어간다."
더스트가 이 말을 마치고 들어갔다. 2층 여자화장실이라고? 거기가 뭐 어쨌다는 거지? 날이 밝으면 슬비에게 물어봐야될 거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시계를 본 채로 계속해서 불침번 근무를 섰다.
* * *
새벽 4시, 나는 제이 아저씨의 방으로 가서 초인종을 누르자 아저씨는 하품을 하면서 나왔다. 그리고 교대시간이라고 말하면서 더스트가 이상한 소리를 한 것까지 말했다.
"더스트가 그런 소리를 했다고?"
"네. 아저씨, 혹시 아는 거 있어요?"
"글쎄. 대장이 2층 화장실에 자주 간다는 얘기는 나도 처음들어보거든."
제이 아저씨도 모르는 얘기였다. 일단 나는 그렇게 알고 교대를 한 뒤에 내 방으로 돌아왔다. 정말로 힘든 불침번 근무였다. 나는 이 근무를 이제 더는 서지 않을 생각이다. 세 시간 근무라니, 너무 피곤해 미칠 거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곧바로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그대로 침대 위에 엎어져서 잠이들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