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스x단간론파) 희망과 절망의 클로저 10화

검은코트의사내 2018-06-08 1

슬비가 가리킨 사람은 옷이 유일하게 자주색으로 빛나는 모습을 보인 애쉬였다. 그러자 모두가 놀라워하고 있었다. 애쉬는 입꼬리를 올리면서 슬비를 보며 말했다.


"어어... 슬비야.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왜 그런 짓을 저질렀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리고 옷이 자주색으로 빛난다고 해서 내가 범인이 되는 거와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지?"


애쉬와 말에 슬비는 입꼬리를 올리면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뿌린 약은 '다이페닐 아민' 범죄감식 방법인 초연 반응으로 쓰이는 약물이야. 총을 쏘게 되면 화약의 폭발로 이산화질소가 발생하게 되지. 그리고 그 이산화질소는 피부나 옷에 적시게 돼. 그런 상태에서 다이페닐 아민을 작용시키면 자주색이 나오게 되어있어. 이게 결정적인 증거야."


그녀의 설명에 모두가 납득했다는 듯이 애쉬를 쳐다보았다. 애쉬는 물론 더스트도 놀라고 있었다. 그런 범죄감식 방법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것도 양호실에 있었던 화합물이었다. 세하는 애쉬를 노려보면서 말했다.


"너, 정말로 유리를 죽인거야? 대체 왜 그랬어?"

"아... 아... 왜들 그러는 거야? 그 약이 정말로 다이페닐 아민이라는 법도 없잖아. 가짜 약일 수도 있다고 볼 수 있잖아. 아까 BTA약을 수면제로 바꾸듯이 말이야."


애쉬가 양 손을 어깨 위로 으쓱 올리면서 말했지만 세하는 그에게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말했다.


"아직 증거가 남아있어. 애쉬, 네 방에 있는 공구세트가 사용된 흔적이 있는지 확인해도 될까?"


공구세트라는 말에 애쉬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현관문 손잡이가 드라이버로 나사가 빠진 채 망가져있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세하의 말이 끝나자 제이는 안경을 끌어올린 뒤에 애쉬를 보면서 말했다.


"그 공구세트에 사용된 흔적이 있다면 어디에 사용되었는지도 말해봐라."

"공구세트? 그거 호기심으로 잠시 뜯어보긴 했어. 그게 뭐 어쨌다는 거지?"


애쉬는 동요하지 않고 그의 말에 반박한다. 그러자 슬비는 입꼬리를 올리면서 애쉬에게 말한다.


"포기하지 않을 생각인가 보네. 좋아. 그럼 이것도 발뺌할 수 있을까? 내가 1층 주변을 샅샅이 **봤어. 하지만 어디에도 찾을 수 없는 물건이 있었어. 그건 바로 세하의 몸에 뿌린 수혈팩이지. 내 생각이 맞다면 애쉬, 너의 방에서 사용하고 난 수혈팩이 어딘가에 있을 거야."

"수... 수혈팩이라고?"


애쉬가 이번에는 뭐라고 반발해야될 지 몰라 우물쭈물 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그를 노려보고 있자 애쉬는 입꼬리를 올리면서 호탕하게 웃고 있었다.


"크하하하하하핫! 역시 대단해. 슬비 너에게는 못당하겠어. 역시 내가 점찍은 여자다워. 그래... 내가 그랬어."


애쉬가 인정하자 세하는 인상을 쓰면서 애쉬에게 달려와 그의 멱살을 잡고 들어올렸다. 그의 눈빛은 당장이라도 애쉬를 죽여버릴 거 같은 살기가 어린 눈빛이었다.


*  *  *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유리를 죽여놓고 저렇게 뻔뻔하게 웃는 모습이 말이다. 차원종 간부니까 그러고도 남는다. 나는 애쉬의 멱살을 잡고 들어올린다. 하지만 녀석은 동요하지 않고 그대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너에게서 분노가 느껴져. 이세하. 나는 너의 그런 점이 아주 좋아."

"맞아. 나도 말이야. 오호호호. 그 정도는 되어야지. 내가 좋아했던 점도 바로 그거였어. 우리같은 간부를 증오하는 눈빛으로 보는 것을 말이야."


더스트가 뭐라고 말하든 말든 나는 관심없다. 확실히 나는 애쉬를 이 자리에서 목을 ** 죽일 생각도 있지만 슬비가 내 팔을 잡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죽일 때가 아니라는 건가? 일단 심호흡을 한번 한 뒤에 애쉬를 놔준 다음에 물었다.


"대체 왜 그랬어? 왜 유리를 죽인 거냐고?"

"당연히 여기서 나가기 위해서지. 나는 이름없는 군단의 참모장으로써 여길 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있거든. 너희는 몰라도 돼. 그래서 누군가를 죽일 상대를 찾고 있었다. 찾아보니까 의외로 쉬운 표적이 있었더라고. 바로 서유리였어. 착해빠진 녀석은 쉽게 함정에 걸리는 법이지. 그래서 계획을 세우고 행동한 거야. 크크크큭. 초연 반응인지 뭔지 그것만 알았으면 완전 범죄가 될 수 있었는데 말이야. 아쉽군. 아쉬워."

"너 이자식이!!"


애쉬의 멱살을 또 잡아서 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애쉬는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호탕하게 웃기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런 뻔뻔한 모습에 우리 모두 경악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 분위기를 깨는 사람의 말 한마디에 우리는 전부 한 곳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보아하니 결론이 난 거 같은데 타임 오버입니다. 슬슬 끝내야되지 않겠습니까?"


사내의 말대로였다. 지금은 학급재판을 끝내야되는 시간이다. 범인은 애쉬, 그렇게 확신했다. 투표시간이 되자 우리 자리 위에서 버튼 하나가 나온다. 투표할 사람의 이름을 적은 뒤에 입력버튼을 터치하는 원리로 되어있었다.  그래. 약병들은 애쉬가 유리를 살해한 뒤에 처리한 것이다. 그렇게 결론이 나왔다.


"자, 투표를 발표하겠습니다. 과반수 이상의 투표를 받은 검정은 애쉬입니다. 이어서 진범을 발표하겠습니다. 애쉬입니다."

"그게 뭐 어쨌다는 거지? 날 처형하기라도 할 텐가? 큭큭큭... 미안하지만 너희 인간따위에게 죽을 내가 아니야. 너희 인간전사들 중에 강하다고 알려진 알파퀸 서지수도 날 죽이지 못했어. 우리는 베고, 찌르고, 태워버려도, 죽지 않고 늘어날 뿐이다."


애쉬는 자신이 죽지 않을 거라고 확신한 모양이다. 하긴 우리 엄마도 못 죽였다고 할 정도였으니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검은코트의 남자는 애쉬를 죽일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두 사람을 이곳에 잡아들인 장본인인데 당연하지 않겠는가?


"하하하하. 어리석구나. 인간이여. 나를 죽이는 건 불가능해. 왜냐하면 불사신이거든. 처형? 얼마든지 해보시지. 10번이든 1000번이든 계속해봐라. 우리는 늘어날 뿐이니까 말이야."
"맞아. 애쉬. 어차피 저런 녀석도 인간일 게 뻔하잖아. 우리 이름없는 군단이라면 이런 건 절대 못했을 거야."


더스트도 한 몫 거들면서 말했다. 하지만 검은코트의 사내는 호탕하게 웃고 있었다.


"다 지껄이셨습니까? 그럼 처형을 시작하도록 하죠."


사내의 차가운 눈빛과 동시에 그의 왕좌 앞에서 원형 버튼이 눌러졌다. 그러자 애쉬의 자리에서 쇠사슬이 그의 몸을 휘감았고, 애쉬의 등 뒤 쪽에서 올가미가 날아와 그의 목을 채우더니 빠르게 끌고가는 게 보였다. 애쉬는 뭘 할 거냐고 물으면서 웃고 있었지만 잠시 후에 주사기 네개가 나타나자 뭔가 불안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뭐... 뭐냐 이건? 커헉! 이... 이게 대체 뭐야?"

"왜 그래? 애쉬!?"


애쉬가 갑자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이자 더스트가 놀라면서 애쉬에게 달려가려고 했지만 그녀의 앞에 쇠창살이 내려졌다. 안으로 접근못하게 하려는 의도로 설치된 거 같았다. 그리고 애쉬는 몸의 색이 점점 보랏빛으로 창백해지더니 피를 입밖으로 토하고 있는 게 보였다.


"크으윽... 이건 대체..."


애쉬가 뭐라고 말하기 전에 검은코트의 사내 5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나같이 전부 소총으로 무장하고 있는 상황, 그리고 그 상태에서 연발사격을 하고 있자, 애쉬는 비명을 내면서 괴로워하고 있었다. 피가 사방에 퍼지는 게 보였다. 더스트는 애쉬가 벌집이 된 채로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 경악하고 있었다.


"마... 말도 안 돼."


잠시 후에 애쉬의 시신이 추욱 늘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피부가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더스트는 뒷걸음질을 하면서 몸을 떨고 있었다. 알파퀸 서지수에게도 죽지 않았던 자신과 똑같은 존재인 애쉬가 저렇게 죽어버린 모습을 두눈으로 보고 믿기지 않는 듯 했다.


그럴 수밖에, 우리 모두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검은코트의 사내는 애쉬와 더스트도 죽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무서운 녀석이었다. 저 녀석을 화나게 했다가는 우리 모두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저럴 수가..."


슬비도 경악한 건 마찬가지였다. 전체적으로 경악한 분위기 속에서 사내는 와인한잔을 비운 뒤에 더스트를 보면서 말했다.


"한 가지 충고해주도록 하죠. 불사신이라고 해서 죽지 않는다고 말하셨는데 거기에 대한 제 대답을 해드리겠습니다. 더스트, 똑똑히 들어라. 이 세상에 불사신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완벽이라는 존재는 없어. 그 완벽이라고 말하는 것 어딘가에 반드시 빈틈이 있는 법이다. 그 조그마한 빈틈을 찾아내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깨뜨릴 수가 있으니 말이지."


사내의 차가운 말투에 더스트는 몸을 떨고 있었다. 검은코트의 사내는 더스트가 공포에 질린 모습을 보며 흐뭇해하고 있었다. 슬비가 나서서 사내에게 묻는다.


"당신은 혹시 애쉬를 처음부터 범인으로 지목하길 바랬던 거 아니야? 차원종 간부에게 절망을 주기 위해서 말이야. 약병에 대해서도, 쪽지에 대해서 말한 당신의 언행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

"글쎄, 어떨까? 상상은 자유에 맡기도록 하죠. 아무튼 간에 여기 계신 모든 이들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겠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검정을 잘 찾아주셨습니다. 목숨을 건지셨네요. 그럼 다음을 기대하도록 하죠. 크크크큭."


사내는 아래로 꺼졌다. 그가 사라지자 더스트는 땅에 주저앉으면서 얼굴이 새파래진 채였다. 절대 죽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었는데 죽어버렸으니 그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흥. 이제 다 끝났군. 난 여기서 나가도록 하지."


나타가 먼저 자리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다른 늑대개 팀들도 여기서 벗어났다. 김시환씨도 말 없이 벗어났고, 여기에는 검은양 팀만 남게 되었다.


"동생... 괜찮아? 우리도 이만 가서 쉬는 게 어때?"


제이 아저씨가 말했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여기에 좀 더 있겠다고 하자, 제이 아저씨는 테인이와 같이 먼저가겠다고 말하고 자리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우리 세 사람만이 남았다. 나는 더스트가 왠지 불쌍해보였다. 하나밖에 없는 남매를 잃었으니 당연한 거지. 가족을 잃은 슬픔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세하. 혹시나 말하는 거지만 저 차원종을 상대로 위로같은 건 하지마. 더스트는 지금도 우리의 적이니까 말이야."

"알고 있어. 하지만 지금은 아니잖아."

"애쉬가 저지른 일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 더스트도 그럴 수 있어. 왠만하면 상관하지 마."


슬비는 이렇게 말하고 먼저 가버렸다. 그리고 이곳에는 나와 더스트, 단 둘이 남게 되었다. 녀석은 한 동안 얼굴이 새파래진 채로 슬퍼하고 있었다. 그리고 두려워하고 있는 게 보였다.


"거짓말... 거짓말이지?"

"더스트. 괜찮아?"

"내가... 여기서 죽을 수도 있다고? 싫어... 싫단 말이야!! 나는 복수를 해야된다고!!"


그녀가 외치는 소리에 순간 움찔했다. 혼잣말로 저러는 거지만 대체 무슨 사정이 있는 걸까? 더스트에게 묻고 싶었지만 그녀는 한 동안 비명을 내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에 진정하면서 나를 쳐다본다.


"이세하..."

"괜찮은 거야? 더스트."

"너... 아직도 안 갔어?"

"그래. 더스트. 한 가지만 말해줘. 대체 검은코트의 사내와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여기에 어떻게 해서 잡혀왔는지 말해줄 수 있어?"


내가 묻자 더스트는 잠시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두눈을 잠시 감았다가 뜸과 동시에 고개를 끄덕인다.


"좋아. 너에게 알려줄게. 어차피 이렇게 된 이상, 숨길 게 뭐가 있겠어? 그 검은날개라는 녀석, 우리가 상대했던 녀석과는 달랐어. 너희 엄마 알파퀸 서지수나 다른 인간 전사들이 가지고 있던 힘이 아닌 새로운 힘이었어. 우리는 그 새로운 힘에 당한 거야."

"위상력이 아닌 다른 힘이라고?"

"그래. 그 남자는 우리를 압도할 만한 수준이었어. 설마 죽일 수 있을 거라는 생각까지는 못했지만 말이야."


더스트가 이를 뿌득 갈면서 말했다. 거짓말은 아닌 듯 했다. 하지만 믿을 수가 없었다. 위상력도 아닌 다른 미지의 힘을 가진 사내라니 말이다. 나는 더스트에게 일단 손을 내밀면서 말했다.


"여기서 빠져나갈 때까지 임시적으로 동맹을 할 수 있을까?"

"어머... 지금 날 꼬시는 거야?"

"이게 어딜봐서 꼬시는 거야!?"

"꺄핫! 농담이야. 이세하... 역시 넌 너무 착해. 이래서 내가 좋아한다니까."

"뭐?"

"네가 하는 행동은 전부 지켜보고 있었어. 구로역에서 신강고, 그리고 G타워 옥상에서 요원들과 이야기하는 것까지 전부 다 말이야."


네가 무슨 스토커냐? 순간적으로 불쾌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대로 적으로 삼는 것 보다는 아군으로 삼는 게 낫다고 나는 보고 있었다. 물론 더스트가 살인을 저지를 지도 모르기에 완전히 믿지는 않을 것이지만 말이다.


한 가지는 알았다. 여기서는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다만... 최대한 적을 만들지 않게 하기 위해 인간들끼리 친밀도를 쌓는 게 좋다고 생각이 들었다. 게임에서도 그랬듯이 말이다.


To Be Continued......


남은 생존자 12명.

2024-10-24 23:19:41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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