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forcement 시즌 3 (9) Specialist
소드쉽 2018-05-19 0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
지금은 외곽의 한인밀집 지역이 워낙 발달한 탓에 입지가 좁아지고 있지만 그래도 나성특별시라고 불리기까지하는 곳이다.
이곳에 어느 한 남자가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사람들에게 물어서, 표지판을 보면서, 머리 속에는 오로지 한 가지 목표만이 자리 잡혔다.
그리고 그 목표에 도착했을 때…
‘좀 더 일찍 와야 했어.’
낡고 허름한 집의 문을 두드렸다.
“현지 씨. 나야.”
집 안의 여자는 순간 굳어 있다가 문을 열어 주었다.
“왜… 오신 거죠?”
좀 더 구체적으로 물을 수 있는 어구를 붙이지 않고 물었다.
“아들을 만났어.”
자신을 만나러 온 대수를 외면하는 얼굴의 눈은 크게 떠지고 온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리고 안에 있던 감정이 터져 나오듯 울고, 울부짖었다.
대수는 현지가 말을 이어가지 못할 것 같아서 방을 둘러보았다.
누가 마구 긁어놓은 듯한 흔적과 공부를 위해 쓴 종이가 있는 책상과 지금은 비어있는 책장들.
그리고 문에는 육중한 자물쇠를 달아놓을 수 있도록 개조된 흔적이 보였다.
책장들은 마치 아무리 있어도 모자란 듯 많았으면서도 옷장은 너무도 빈약하고 작았다.
부엌도 살펴 보았는데 학교에서나 볼 법한 급식판이 보였다.
그리고 식단을 적어 놓는 듯한 조그만 화이트 보드도 보였다.
달력은 이미 지난 거지만 거기엔 빼곡한 스케줄들이 적혀 있었다.
그러나 대수는 화를 낼 수 없었다.
그리고 겨우 울음이 잦아 든 듯한 현지에게 다가갔다.
“난 화를 내거나, 책망하려고 온 거 아냐. 나도, 당신을 진작 찾아가야 했었지만… 겁쟁이였지.”
진정시켜가면서 의자에 앉혀 놓았다.
“하지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 해줘. 도대체… 대산이가 어떻게 차원종이랑 융합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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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쳐**다.
아무리 공부해도 따라 잡지 못할 것 같은 녀석에게 큰 맘 먹고 거한 상처를 입힌 것이 들통나고 말았다.
머리 속에는 그저 죽기 싫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집에 끌려가고 다음에 벌어질 일은 죽는 것보다 더 할 것이다.
평상시보다 더한 매질이라던가, 이번엔 아예 일주일 동안 물과 건빵 한 조각만 먹게 한다던가, 머리 속에 다 우겨넣지 못하면 역시 끔찍한 결과로 이어지는 책들이라던가……
왜 이런 걸 해야 되냐 물으면 네 인생이 끔찍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고… 기억에도 없는 아빠처럼 한심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고… 전부 널 위해서라고…… 그리고 또 매질이 날아 온다.
소용없는 걸 알면서도 죄송하다고, 잘못했다고 비는 것도 진작에 신물이 난 지 오래다.
이제 그 괴물한텐 어떤 짓도 소용이 없다.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는 말 안 했지만 기어이 처분해 버린 사진을 슬쩍해서 봐도 한국인 인 것 같다.
그래서 난 택시 운전수한테는 눈물로 사정하고… 길을 가던 사람한테 묻고 또 물으면서 도망쳤다.
이곳은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고, 시끄러우며, 비행기를 탈 수 있다.
오래전부터 생각하고 계획했다.
언젠가 한국으로 가서 아빠를 만나고 싶었다.
하지만…
“Sorry, man. There is not enough money to pay.”
여기까지 오는 데, 먹을 것에 돈을 너무 썻다.
과자하나라도 허락 없이 입에 넣으면 토하라고 하니 바깥 음식엔 그동안 엄두도 못낸 결과다.
어떻게 좀 안 되냐고 악을 쓰다 결국 경비원들에게 끌려가 버렸다.
그리고 그 와중에 더욱 봐서는 안 되는 괴물이 여기까지 쫓아왔다.
이젠 다 끝이라고 생각했을 때, 긴급 대피 방송이 터지고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난생 처음 보는 생물들이 공항에 난입해오고 공항이 무너졌다.
그리고 난……
“……”
비명도 지를 수도 없이 몸이 엉망진창이었고 피를 흘리고 있었다.
잔해에 깔린 것도 모자라 뼈가 부러진 것 같았고 왼쪽 가슴을 비롯한 몸 여기저기에 철심이 박혀 버렸다.
그리고 가장 최악인건…
“대산아, 괜찮니? 엄마야!!! 엄마라고!!!”
“그냥…… 죽여. 날 죽여.”
그때 내 머릿속에 빛나고 따뜻한 물이 촉촉이 적셔갔다.
고통으로 가득 찬 몸에 순식간에 온기가 퍼졌다.
“이 아이의 기억엔 너로 인해 고통 받은 기억밖에 없다. 잊지 않은 기억에도, 묻힌 기억에도, 고통뿐이다.”
괴물은 놀랄 새도 없이 그 따뜻한 물에 얼굴이 감싸져갔고 딱히 몸부림치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그 물들이 거두어지고 난 처음으로 그 괴물의 눈물을 보았다.
그리고 눈물을 보이게 한 차원종은 마치 빛과 물로 만든 듯한 액체의 보석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움과 기품을 겸비한 여왕의 모습이었다.
“인간의 어미여, 나에겐 시간이 없다. 그들이 곧 쫓아올 것이다. 난 씨앗을 몰래 감추고 함께 동행해줄 아이가 필요하다.”
“아이를… 살릴 수 있나요?”
“같은 어미로써 너의 아이와 나의 아이를 살릴 거래를 택한 것으로 알겠다.”
여왕의 손바닥을 위로 하며 손을 무언가를 오게 하려는 듯 오므리며 하늘을 향해 팔을 뻗자 거대하고 빛나는 물의 보석이 나오고 여왕은 빛을 잃었다.
그리고 그 물은 나를 감싸고 여왕은 최후의 힘을 짜내는 듯 힘겹게 잔해들을 모으면서 말했다.
“나는 시간이 없어 너의 자질을 ** 못했으나… 부디 나의 딸을 사랑하고 아껴다오. 그리고 긴 시간동안 몸을 완전히 복구시키고 융합시켜 세상에 나왔을 때, 부디 너의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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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산은 상자 더미들 속에서 겨우 깨어났다.
참 묘하게도 그때 당시의 꿈을 꾼 대산은 트럭이 멈춘 것을 느끼고 트럭너머에서 들리는 소리를 집중했다.
그리고 상자더미에서 나와서 슬그머니 문을 열자 기름냄새가 코를 찔렀다.
문을 조금씩 더 열어서 틈을 보아 주유소를 빠져나가고 도로를 걸어서 갔다.
거하게 사고를 친 덕분에 독일 전 지역의 경계가 대폭 강화 되었다.
검문소는 기본이고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은 이용할 꿈도 못 꾸게 되었으며 최근 훔쳐들은 뉴스에 의하면 클로저 한 팀이 투입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주로 하수도나 강 같은 물이 있는 곳과 사람들이 잘 안 다니는 산골짜기(사실 위상오염지역)를 위주로 다니고 때로는 잠시 주차하고 있는 트럭에 몰래 타거나 열쇠를 슬쩍해서 오토바이를 훔쳐서 달아났다.
그렇게 한 달 동안 정말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다가 마침내 함부르크에 도착했다.
똑바로 함부르크로 직진 했다가 자신의 목적이 발각 될 까봐 일부러 시간을 끌면서도 대산의 마음은 엄청 타들어갔었다.
‘하지만 이젠 그것도 끝이야. 스몰디… 너에겐 정말 도움만 받는구나.’
전에 진골석과 싸운 끝에 서로를 찔렀고 그 피가 묻었을 때, 스몰디의 영상 기억들이 모조리 전송되었다.
물론 진골석의 경우에야 영문을 알 수 없는 영상에 지나지 않았지만 수년간 땅속에 같이 묻힌 대산의 경우는 너무나 귀한 정보의 덩어리였다.
‘옥상에서 보니까 꽤 복구 된 것 같던데? 이 정도 복구 속도면 맨하탄이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 올지도 모르겠어.’
‘요즘은 그저 커피들고 퀸즈 버러 다리나 보면서 홀짝이는게 전부 다 보니 심신이 **짝이 되는 것 같아. 당장이라도 게임 센터로 곧장 직행하고 싶어.’
‘곧 있으면 휴일이니까 참아. 난 철도 공원에 가서 OOO이랑 데이트 하려고 해.’
‘클로저 기념관은 복구 안 해주나?’
‘베스킨 라빈스, 독일식 소세지 가게, 중국집… 넌 순 먹는 이야기만 있냐?’
‘여기 밥이 나쁘진 않지만 바깥 음식도 먹어야지?’
‘저번 휴일에 OOO옷가게 너랑 같이 갔었잖아. 그때 그 옷 살걸 그랬나?’
‘유니온 간부들 말이야. 왜 이곳에 돈을 그렇게 쏟아 주는지 모르겠어. 연구 내용도 그렇고… 가끔 좀 무서운 생각이 든단 말이야.’
가벼운 대화들 사이에 정보가 돌아다니는 법이다.
하지만 뉴욕의 맨하탄인 것만 파악해서야 구체적인 장소파악은 힘들었다.
그래서 한번은 힘겹게 마을 도서관으로 잠입해서 인터넷으로 장소들을 검색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나올만한 지역을 외워 두었고 이젠 배를 몰래 타기만 하면 되었지만 어떤 배가 뉴욕으로 가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그런 배들은 죄다 호화여객선일 텐데 미국에 벌어진 ‘뉴욕사태’ 때문에 그런 배들은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모든 공항에 클로저들이 쫙 깔려 있었고 경계가 살벌해서 남은 방법은 화물선 중에 뉴욕으로 가는 배가 있는지 희망을 가져 보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몰래 숨어 다녀야 할 입장에서 정보를 얻는 건 하늘에 별따기나 마찬가지였다.
수십 미터마다 자기 얼굴이 그려진 현상수배서가 있는 경우엔 더욱 더…
‘***, 일단 화물선과 관련된 건물이 어디에 있는지라도 파악 한다면…’
대산은 공원의 벤치에 주저앉아서 한 숨을 쉬었다.
알스터 호수에 비치는 달밤은 피로와 함께 긴장을 풀어 주었다.
근처에 사람도 안 다니고 소리도 없다보니 혼자서 이 야경을…
‘사람이 없을 리가 없잖아?’
명색이 관광도시로 소문난 이곳에 사람이 없다는 건 어불성설에 가까웠다.
정신을 차리고 후딱 벤치에서 일어나자마자 무언가가 날아오는 것을 감지한 대산은 재빨리 옆으로 몸을 날려 피했다.
“한 달 동안 잘도 도망 다녔겠다?”
저 멀리, 약간 마르고 청발의 소년이 되돌아오는 쿠크리 나이프를 잡으면서 말했다.
“그만큼 너한텐 기대가 크기도 하지만 말이야.”
말을 들을 새도 없이 얼른 반대 방향으로 사이킥 무브를 시전해서 튀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날아온 4장의 카드에 그만 호수에 빠지고 말았다.
그리고 마녀처럼 지팡이에 앉아서 공중을 날고 있는 여자아이가 대충 위치를 잡아서는 불꽃 덩어리를 날려버렸다.
‘이런 망할!!!!’
폭발한 뒤 호수에 소용돌이가 발생하였고 대산은 거기에 휩쓸렸다.
다시 한 순간 적으로 위상력을 실어서 겨우 소용돌이에서 빠져 나가 땅으로 나왔지만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몸을 앞으로 굴려서 자기 머리를 노린 총알이 바닥에 박힌 것을 보고 식은 땀을 흘렸다.
‘저격수? 클로저 녀석들은 주로 냉병기를 다룬다고 하지 않았나?’
더 깊이 생각할 수 없게 만들기 위해선지 저격총의 피격 지점이 점점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본 대산은 숲 쪽으로 도망쳐서 나무에 기대었다.
그러고나서야 대산은 이상하게 생각했다.
자기 머리를 노려야 할 저격총이 마치 자신을 쫓아가려고 하는 듯 피격 지점을 왜 그 모양으로 낸 걸까?
그 해답은 또 앞으로 구르고 나서 동시에 날아든 대검이 자기가 기댄 나무를 세로로 쪼갠 것을 보고 알았다.
대검을 휘두른 여자는 온 몸에 진분홍의 투기를 두르고 있었고 대산은 그 옆에 누군가의 낌새가 있는 것을 느꼈다.
“환장하겠네.”
총 6명.
하는 수법을 보건데 이들은 진짜 전문가들이었다.
대산은 깨달았다.
이들이 뉴스에서 말한 자신을 추적하기 위한 늑대들이란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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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저스가 점점 좋은 변화들을 보여주고 있지만 왜 진작에 이러지 않았는지 모르겠군요.
오늘도 제 소설을 봐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