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팩, 잊혀진 어금니 (36) (完)
벨리에나 2018-05-08 2
한 달 뒤, 감찰국 상공.
"준비 됐어, 레비아?"
"자, 잘 모르겠어요. 너무 갑작스러워서...... ."
"괜찮아, 괜찮아. 사람은 누구나 익숙해지는 거야."
소마는 자신의 머리를 검지로 두드리며 미소를 지었다.
"아직 차원종을 혐오하는 버릇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이젠 무턱대고 판단하지 않아. 헤헤."
레비아는 소마의 미소에 함께 웃어주었다. 그때 나타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야! 거기 둘! 빨리 준비 안해? 날 기다리게 하지 말라고...... 아아악!"
"비켜봐, 나타."
휠 오브 포츈의 요원 전송 장치 앞에서 어슬렁거리던 나타는 볼프강에게 머리를 한 대 맞았다. 나타는 버럭 화를 내며 볼프강을 바라보았다가 트레이너마저 뒤통수를 때리는 바람에 그는 전송 장치 앞에서 물러났다.
"고맙군, 볼프강. 슈타인 지부장님께서 만들어주신 신형 램스키퍼에 약간의 문제가 발생하여 너희를 부를 수밖에 없었다."
"걱정마십시오. 저희도 출동하기 직전이었습니다."
휠 오브 포츈에 볼프강과 소마, 그리고 앨리스가 조종하는 예거가 있는 것을 확인한 트레이너는 다른 사냥터지기 요원들을 찾았다.
"나머지 둘은 검은양 팀을 도우러 간 모양이군."
"셋입니다."
"음? 맥스 선배님은...... ."
"아아, 소식이 늦었나봅니다. 맥스 선배님은 사냥터지기 팀에서 물러나며 그 아이를 앉혔습니다. 검은양 팀에는 루나와 미스틱, 그리고 그 아이, 재리가 관리 요원으로 도우러 갔습니다."
트레이너는 레비아와 소마가 어울리는 모습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레비아, 소마. 너희 둘이 먼저 출동한다. 정면을 뚫도록."
트레이너의 명령을 보다 못한 예거가 다가와 추가로 정보를 전달했다.
"적들은 강력한 방어포를 앞세워 감찰국 직원들을 억압하고 있습니다. 적의 우두머리는 총장과 내통하고 있던 감찰국 국장 및 몇몇 고위 요원입니다. 장미숙 요원님이 몇몇 감찰 요원들을 이끌고 싸우고 있지만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장미숙 요원님이 정면을 상대하고 있으니 두 분은 건물의 우측부터 치고 들어가 앞뒤에서 공동으로 방어 세력을 상대하면 됩니다."
소마와 레비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전송 장치 안으로 들어갔다. 예거를 못마땅하게 바라보던 트레이너는 예거가 다른 늑대개 대원들에게도 명령을 내리는 것을 보고 헛기침을 했다.
"티나 대원님은 늘 해주시던 것처럼 감찰국 바깥으로 나가는 적 세력을 저격해주시면 됩니다. 이제 좌측을 뚫을 대원님이 필요한데...... 하피 대원님과 바이올렛 대원님이 가주시면 되겠습니다."
"이, 이봐! 나는! 난 뭐하라고?"
"음? 나타 대원님이 좌측을 뚫고 싶은 겁니까? 좋습니다. 그럼 바이올렛 대원님과 위치를 바꿔주시면 되겠습니다. 이제 정면을 뚫는 조는 트레이너 대장님과 볼프강 요원님, 저와 바이올렛 대원님이겠군요."
"아냐! 안 바꿔도 돼! 내가 정면을 뚫을 테니까!"
"좋습니다, 나타 대원님. 하피 대원님과 바이올렛 대원님은 전송 장치로 가주시고, 나타 대원님은 대기해주십시오."
예거는 트레이너의 눈을 피하며 다른 일을 찾는 시늉을 했다. 트레이너는 너털 웃음을 보이며 볼프강의 등을 한 번 두드렸다.
"준비하도록. 정면은 생각 이상으로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음, 대장님께서 같이 가시는데...... 아, 아닙니다."
강원도.
신서울지부는 베를린지부와 마찬가지로 총본부의 산하가 아닌 독립된 단체가 되었다. 유니온이라는 위치는 유지하나, 총본부의 아래에서 명령을 받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신서울 지부장 김유정은 베를린 지부장 슈타인과 함께 총본부의 부패를 알리며 그들의 실태를 밝혔고, 감찰국의 수색이 시작되었다.
그러던 와중 감찰국 국장이 총장과 내통하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는 저항하기 시작했고, 감찰국의 직원 몇몇과 장미숙 요원이 발이 묶이고 말았다. 신서울과 강원도의 복구를 진행하던 김유정은 늑대개 팀과 몇몇 사냥터지기 팀에서 감찰국 사건을 부탁하였다. 나머지 사냥터지기 팀이 강원도에 도착하자 김유정은 그들에게 빠르게 명령했다.
"잘 와주셨어요. 우선 죄송하지만 당장 현장으로 가주셔야겠어요. 산맥에 남아있던 차원종이 시민들을 습격하고 있어요. 우리도 요원을 파견한 상태긴 하지만 그 숫자가 많아요. 미스틱 요원은 현장 경험이 많으시니 그곳에서 제이 요원과 함께 아이들을 이끌어주세요."
"예, 걱정 마세요."
"그리고 두 분은...... ."
김유정 뒤에 숨어있던 미스틸이 나타나 루나와 아이를 데리고 달려가기 시작했다.
"잘 따라오세요!"
"자, 잠깐만!"
"...... 천천히 가."
김유정은 김재리와 함께 세 아이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삐빅, 삑.
김유정의 통신 장비가 울렸다. 감찰국 현장에 있던 김가면이 걸어온 연락이었다. 김유정은 빠르게 연락을 받았다.
"네, 김유정 지부장입니다."
"아, 지부장님. 좋은 소식입니다. 도윤이 녀석이 빅터와 함께 감찰국 내부에 있었나봅니다. 지금 연락이 닿았습니다."
"정말인가요?"
"예. 지금 방어포를 해킹하는데 성공했답니다. 지금 검은양 팀까지 와주시면 될 것 같은데, 가능하십니까?"
"아직 한창 작전 중입니다. 요원들을 뺄 수 없을 것 같은데...... ."
통신 장비에서 김가면의 목소리와 함께 다른 목소리도 나왔다.
"곤란해보이네.
"서지수 요원님! 베로니카 요원님과 함께 계신가요?"
"응. 세린이라는 아이도 있어. 걱정 마. 우리가 감찰국으로 갈 테니까. 그쪽 상황은 어때?"
"막 사냥터지기 팀이 도착한 상황이에요. 이제 산맥 진압 작전에 들어갔고요."
"좋아, 김가면. 통신은 이쪽으로 돌려. 김유정 지부장도 집중해야하니까."
"예, 요원님!"
통신이 끊어졌다. 신서울에서는 김시환과 선우란이 난민들과 함께 복구에 들어가고 있었다. 고장난 신형 램스키퍼를 지키고 있던 쇼그도 그들을 돕는 상태다. 바쁘게 돌아가는 상황. 이제 남은 것은 총장의 체포와 새로운 유니온을 만드는 것. 혼자서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만약 그녀가 혼자였다면 어깨가 무겁다못해 부서졌을 것이다.
김재리는 앞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거의 동시에 김유정의 뒤에서 나타난 특경대 대장 송은이가 우렁차게 외쳤다.
"가실까요, 지부장님?"
"지부장님! 특경대는 출동 준비를 마쳤습니다!"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다.
'기억해라. 데이비드는 반역자로 불리지만, 우리는 혁명으로 세상에 기억될 것이다."
슈타인의 조언이었다. 김유정은 두 눈을 부릅 뜨며 자신의 권총을 들었다.
베를린지부.
"몸은 어때?"
"그럭저럭. 한 달 동안 무리해서 그런지 복구됐던 가슴이 다시 뚫릴 뻔했다."
흑지수는 등받이에 기대어 편하게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베를린지부에 있던 슈타인의 사무실은 이제 지부장 실이라고 불린다. 슈타인이 지부장의 자리에 오르자 베를린지부는 급속도로 변화했다. 그는 베를린지부에서 멀리 떨어져있던 관리국 건물을 가져와 하나의 거대한 건물로 통합했다. 얼핏 보기엔 총본부와 크기는 비슷해보인다. 또한 인체 실험 때문에 감찰국으로 잡혀간 연구원들이 돌아온다면 그가 계획하고 있던 실험을 시작할 것이다.
"나도 감찰국에 보냈으면 금방 해결될 텐데, 왜 보내지 않은 거야?"
"맥스가 자네를 찾았다."
"음? 맥스가? 그 사람 자숙하고 있던 거 아냐?"
"그래. 그는 전범이긴 하지만 이용당하고, 실험당한 증거와, 그 외에 전범들이 워낙 악질이었기 때문에 베를린지부에서 관리에 들어가는 걸로 눈 감아주기로 했지. 사냥터지기 팀에서 물러나겠다는 것에 훈련 교관을 맡으라고 했지만 여전히 답을 주지 않았네. 그러다가 자네를 부른 거야."
"...... 지금 어디 있는데?"
슈타인은 오른쪽 벽을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공간을 이동할 수 있는 검은 포탈이 열렸다. 자리에서 일어난 흑지수는 거리낌 없이 포탈을 향해 걸어갔다. 흑지수가 포탈로 들어가자 포탈은 스스로 닫혔다. 슈타인은 맥스가 흑지수를 찾으면서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전쟁이 일어날 것이다. 2차 차원 전쟁. 앞선 전쟁과 다른 점은 저번처럼 총사령관이 죽는다고 끝날 전쟁이 아니다. 우리에겐 한 명이라도 뛰어난 경험자가 필요하다.'
슈타인은 어느새 자신이 활동할 때 입고 있던 하얀 요원복을 입고 있었다. 크게 불편한 부분은 없었다. 오히려 정장을 입고 다니던 때가 훨씬 불편했다. 그는 자신의 회색 머리를 뒤로 바짝 넘기며 말했다.
"나도 현장 체질이었군."
흑지수는 자신이 서있는 공간이 어떤 곳인지 파악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해변이 보이는 절벽. 자신의 뒤로는 끝없는 초원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절벽에는 맥스가 걸터 앉아있었다. 흑지수는 맥스의 왼편으로 다가갔다. 돌아온 맥스의 왼팔과 왼다리. 흑지수는 신기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물어볼 틈이 아니었다.
"얼마든지 물어봐도 된다. 이곳의 시간은 느리니까."
"....... 남의 생각은 함부로 읽지 말아줬으면 하는데."
"미안하군. 하지만 여긴 내 머릿속이다. 내가 펼치는 영역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지. 이곳에 들어온 이상 어떤 사람도 자신의 생각을 밝힐 수밖에 없다."
"뭐, 좋아. 하지만 읽은 생각을 바깥으로 꺼내지 말아줘. 난 대화를 하고 싶어."
"알겠다. 내가 널 찾은 이유는 전쟁이 발생하기 전, 너와의 호흡을 다시 맞춰보고 싶기 때문이다."
흑지수는 대답이 없었다. 그녀는 숨을 내뱉으며 맥스 옆에 앉았다.
"왜 하필 나야?"
"울프팩 팀은 이미 자신들의 자리를 찾은 상태다. 슈타인도 현장에 나서긴 하겠지만 주로 사냥터지기 팀을 관리할 것이다. 무엇보다 넌 나와 한 번 활동한 적이 있다. 시작이 좋았다는 말이지."
"....... 내가 준비해야하는 게 있어?"
맥스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 흑지수에게 손을 내밀었다.
"걱정 마라. 내가 직접 널 훈련시킬 테니."
차원 세계.
기다란 통로, 양옆에 서있던 수많은 데스워커, 더스트는 데스워커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나아가기 시작했다.
군단장의 묘. 시체가 없더라도 군단장의 묘는 존재한다. 인간 세계의 묘지와는 확연하게 다르다. 말라 비틀어진 나무가 이리저리 뒹굴고 있다. 가뭄이 온 것처럼 메마른 땅과 이질적으로 튀어나와있는 다수의 묘. 그 중 여덟 개의 묘에는 죽은 군단장과 그들의 이명이 적힌 묘비가 있었다. 묘비가 커다랄수록 군단장의 업적을 기린다. 더스트는 아직 채워지지 않은 마지막 묘, 아홉 번째의 묘에 도착했다.
"오셨습니까, 군단장이시어."
"묘지기. 너에게 오면 특별한 걸 받을 수 있다던데. 그게 뭐지?"
묘지기는 검은 망토를 뒤집어 쓰고 있어 겉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목소리는 여성의 것이었고, 덩치는 인간 형태의 더스트보다 컸다. 묘지기는 부서질 것처럼 얇은 손가락으로 표현했다.
"물론입니다. 군단장인 그대는 이제 다른 군단장들처럼 이명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명 정도는 이미 많은데...... ."
비어있던 아홉 번째 묘에서 희미한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묘지기는 빠르게 움직이며 그 빛을 손으로 움켜쥐었다. 묘지기가 손에 움켜쥔 빛에 숨을 불어넣자 빛은 하나의 옥으로 바뀌었다. 더스트는 옥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게...... 뭐지?"
"왕의 아홉 번째 왕자께서 남기신 유품입니다. 다른 군단장들도 비슷한 옥을 받으셨지만, 이 옥은 조금 특이합니다. 이명은 있지만 이름은 없습니다."
묘지기는 더스트에게 옥을 넘겨주며 추가로 설명했다.
"배반이라는 이명이 있지만 정작 왕자의 이름은 전해지지 않습니다. 자신의 아비를 배반하여 죽이고, 자기 자신은 다른 형제들의 손에 죽었으니까요. 그대는 정반대의 경우로군요. 모든 군단장을 없애고, 자신만이 남았습니다."
더스트의 원반과 배반의 옥이 공명하기 시작했다. 그 물체는 서로의 빛을 뿜어내며 마치 끌어당기는 모습을 보였다. 더스트는 빛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꺄, 꺄아아아악!"
묘지기는 무릎을 꿇으며 경배했다.
"배반. 그것이 그대의 이명이자, 삶을 나타냅니다."
안녕하세요, 에탄입니다.
우선 부족한 실력에도 재미있게 봐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예전에도 말했던 것처럼 맥스라는 오밸 캐릭터를 클로저스 세계관에 넣어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가 얼뗠결에 시즌 3와 연관지어 시즌 3를 예상하는 스토리로 흘러가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중간중간 어색한 부분이 있었지만 이렇게 마무리를 짓게 되었네요. 개인적으로 산으로 흘러가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후의 이야기는 2차 차원 전쟁의 전조와 결전 등을 적어볼 생각이었습니다만 이번처럼 급조한 스토리가 아닌, 확실하게 준비를 하여 적어볼 생각입니다. 아마도 6월 쯤에 시즌3를 플레이 해보고 적지 않을까 싶네요. 아마도 미스틱이라는 캐릭터의 이름이나 기술 정도만 바뀌지, 다른 건 크게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럼, 다음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