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흑신후나 2018-05-07 1
브금입니다. 같이 들으면서 읽어주세요 :https://youtu.be/MfZ4bKDP1O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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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우리 엄마는 무엇이든지 가능할 것만 같았던 ‘슈퍼 히어로’였다. 엄마는 강했고, 쾌활했으며, 내가 골치를 썩고 있었던 문제를 능수능란하게 해결해줄 수 있는 만능인이었다. 언제나 엄마는 나의 머리를 쓰다듬고 가슴 깊숙이 안으며 내 귀에 들릴 만큼 작게 말하곤 했다. ‘엄마는 세하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라고. 달콤한 향기와 함께 햇살처럼 빛나는 따뜻함을 느꼈다. 나는 이런 엄마가 너무나 좋았다.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서면서 나는 내 또래 친구들보다 무엇인가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남들 보다 더 빨리 달리거나 남들이 할 수 없는 이상한 힘을 내곤 했다. 아이들은 나를 인외의 시선으로 쳐다보았고, 몇몇은 경멸의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친구들은 나를 쳐다보기도 하고 나를 괴롭히기도 했다. 나를 그들의 울타리 속에 끼워주지 않았다. 나는 항상 주위를 맴돌았고 자연스레 외로워졌다. 그런 기분이 들 때 마다 나는 그러한 사실과 기분을 엄마에게 말하곤 했다. 그 때 마다 엄마는 어릴 적 내게 하던 것과 같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고서는 나를 꼭 껴안아 주었다. 나는 이런 이야기를 할 때 마다, 그리고 엄마가 나를 안아줄 때 마다 엄마의 어깨가 조금씩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나는 엄마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그 뒤 나는 학교를 그만두고 아카데미에 다니게 되었다. 그 때서야 나는 ‘위상력’이라는 것을 알았고 내가 친구들과 다르다는 것을 인지했다.
아카데미에서 중학시절을 보낸 나는 사회에 대해서 냉소적이 되었다. 아카데미에서도 나는 꽤나 좋은 성적을 냈기 때문이었다. 남들과는 다른 능력을 얻었지만 그 사람들 속에서도 나는 우월한 존재였던 모양이었다. 그 때문이었는지 다른 사람들은 나를 배척했다. 항상 다른 사람들에게 나는 ‘혈통빨’, ‘부모 잘 만난 덕’으로 치부되었고 내 노력은 그 어느 것도 인정받지 못했다. 철저히 나는 엄마의 존재 속에서 가려졌다. 그 그림자 속에서 나는 엄마가 점점 미워졌다. 엄마가 잘못한건 전혀 없었지만 엄마가 괜스레 원망스러웠다. 그래서 그런지 엄마에게 짜증도 자주 냈다. 엄마는 나의 짜증을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웃고, 쾌활하게 대답했다. 그럴 때 마다, 그런 미소를 보여줄 때 마다 나는 엄마가 미웠다.
고등학교에 들어서고서 나는 학교와 더불어 유소년 클로저 팀인 ‘검은양’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것도 엄마의 소개에 의해서 들어간다는 소식을 듣고서 난 들어가지 않으려했다. 그런데도 엄마는 웃으며 나에게 이야기했다. ‘세하 너는 엄청나니까 잘 할 수 있어 다른 사람들도 너를 적극 추천하던걸?’ 호탕하게 웃으며 내 등을 때리는 엄마를 보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건 내 능력이 아니라 엄마 때문이라고요! 엄마는 항상 그랬잖아요!”
그 날 나와 엄마는 격한 말다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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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세하...이세하!”
“응? 어..어어...”
귓전에서 때리는 소리에 나는 화들짝 놀란다. 과거의 기억들로 바뀐 세상이 눈앞에서 사라진다. 다급히 귀에 꽂혀진 이어폰의 소리를 낮춘다. 아마도 무의식적으로 높였나보다.
“도대체 뭐 한다고 이렇게 정신이 팔린 거야?”
“아..미안해..”
이어폰에서 카랑카랑한 소리가 들려온다. 슬비다.
“아무튼! 정말! 또 게임하다가 못 들은 거지?”
“야..난 그 정도로 게임중독은 아니라고.”
“어머? 그런 게임 중독자 아니었어?”
“게임을 많이 하긴 하지만 현실과 게임을 혼동하지 않잖아?”
“과연 그럴까?”
“..뭐..뭐야? 그 의미심장한 대답은.”
“별★빛★에★잠★겨★....”
“그만해.”
여자만 아니었어도 한 대 치는 거였는데. 이어폰 속에서 작게 쿡쿡거리며 웃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마 화가 많이 난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어찌되었든, 빨리 복귀해. 내일은 중요한 날이기도 하니까.”
“응? 내일 무슨 날이야?”
“알아 맞춰봐. 내일이 무슨 날인지.”
“흐음........”
아무리 생각해도 갈피를 잡지 못하자 슬비는 한숨을 쉬며 나에게 말했다.
“이세하. 이번이 몇 월이지?”
“5월.”
“그리고 오늘이 몇 일 이지?”
“7일이잖아.”
“이만큼 줬으면 그냥 알아채라 좀.”
삑. 통신이 꺼진다. 복귀하면서 곰곰이 생각해본다. 오늘은 5월 7일, 내일은......... 내일은...... 문득, 걷다 텔레비전의 달력이 비친다. 내일은...그러니까...
어버이날.
“자 그럼 이번 결과보고도 마쳤으니, 빨리 정리하도록 하자.”
“유정누나 수고하셨습니다.”
머리에서 울리는 그 단어가 나를 복잡하게 한다. 어버이날이라, 언제부터 그런 날을 챙기지 않았더라?
이리저리 계속되는 물음에 발걸음은 계속해서 늦는다. 결국 해가 지고 나서야 집에 들어왔다. ‘다녀왔습니다.’ 말해보았지만 아무도 받아주는 이 하나 없었다. 주방에서도, 큰 방에서도, 침실에서도 찾아보았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도.
울컥하는 마음에 씻지도 않고 엄마를 기다렸다. 저녁의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갔다. 어느덧 시간은 자정을 넘기는 시점이었다.
“엄마 왔다~!”
도어락이 잠시 울리더니 술에 진탕 취한 엄마가 들어왔다.
“아들~ 엄마 기다렸어?”
“빨리 씻어. 지금이 몇 시야?”
“미안해~ 그치마안~ 딱 한잔만 더어~ 마신다는게에~ 늦어버렸지 뭐야? 우리 세하 화났어?”
“당연하지!”
조금 더 나간다는 것이 소리치는 것이 되어버렸다.
“엄마는 나를 걱정하기는 하는 거야? 아니, 나를 생각하기는 해?”
“아니..세하야..”
“항상 그래왔잖아! 엄마는 나를 생각하지 않았어. 내가 항상 엄마 그림자에 숨겨져서 누구하나 관심주지 않고 있을 때에도 엄마는 항상 웃기만 웃었잖아!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내가 무얼 고민하고 실망하고, 실패하고, 슬퍼하고! 그런 거에 엄마는 슬퍼해주기라도 했어?
항상 할 수 있다면서 웃기만하고!“
왜 그런 걸까? 나 자신도 알지 못한다. 이렇게 감정 상할 일이었던가? 이렇게 심하게 말할 거였나? 생각은 따라가고 있지만 행동은, 말은 전혀 생각을 따라가지 못했다.
“엄마는.. 엄마는 나를...............”
이런 말 하면 엄마가 상처 입을 텐데.
“사랑하긴 해?”
철썩. 돌아온 것은 큰 소리와 함께 찾아온 아픔이었다. 정신이 들고, 앞을 바라본다. 엄마는 눈이 동그랗게 커져있었다. 거친 호흡과 함께 흰 색으로 단정히 묶은 머리카락이 헝클어졌다. 얼굴은 붉게 물들어져 귀까지 벌겋게 물들었다.
하아..하아.. 하는 거칠어진 숨소리만이 정적을 가득 메웠다. 엄마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 나를 보았다.
“세하..야..괜찮..”
반사적으로 집을 뛰쳐나왔다. 뒤에서는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크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한참을 뛰어서 나는 우리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공원에 도착했다. 아직도 맞은 곳이 얼얼하다. 마음도 마찬가지였다.
엄마의 그런 모습은 처음 보았다. 그렇게 흐트러진 엄마도 처음**만 그렇게 화가 난 엄마도 처음이었다. 나무나 이질적인 모습이었다.
‘난 왜 그렇게 엄마에게 화를 내었던가?’
그 물음이 들었지만 나는 답을 찾지 못한 채 결국 날이 밝았다. 공원에서 뜬 눈으로 밤을 보냈다. 지금은 피곤함보다는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렇게 한숨을 쉬던 나는 저 어디선가 익숙한 인영이 드리우는 것을 느꼈다.
분홍머리의 파란 눈동자의 아기자기한 소녀는 손에 꽃다발을 쥐고 있었다.
“뭐 하는 거야 이슬비.”
“너한테 줄 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여기서 도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거야?”
“그냥..뭐.. 이것저것?”
한숨을 쉬며 나에게서 떨어지는 슬비. 이윽고 나는 곱게 차려입은 슬비의 모습을 보았다. 보통 때에는 잘 차려입지 않는 슬비이지만 차려입은 모습이 궁금증을 자아냈다.
“어디 가는 거야?”
“어?..응..뭐...그냥.”
“나도 같이 가고 싶어.”
왜 이런 말이 나왔을까? 하지만 나도 이유를 몰랐다. 단지 왠지 모르게 나의 답을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
“안 돼?”
“...따라와.”
나의 무책임한 말에도 슬비는 나를 흔쾌히 데리고 걸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이름도 없는 작은 분향소였다. 그 곳에 들어가니 많은 통들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라면 사람들일 것이고 많은 사자(死者)라면 사자일 것이다. 슬비는 그 곳에서 자신의 키 높이에 있는 곳에 꽃을 놓았다.
“누구셔..?”
“우리 부모님.”
아. 하고 탄식이 나왔다. 슬비는 챙겨줄 가족이 없었다. 챙겨주고 싶어도 챙겨 줄 수 없는 처지였다.
“난 부모님께서 두 분 다 돌아가셔서 잘 해 드리고 싶어도 잘 해 드리지 못해. 그래서 이렇게 어버이날에 꽃이라도 드리고 있어.”
자조하듯 말하는 슬비였다. 잠시나마 낯빛이 어두워지다 금방 돌아왔다. 슬비는 나를 보며 말했다.
“너도 부모님 돌아가시기 전에 잘 해 드려. 그 분 너를 엄청 걱정하실 거야.”
“글세. 나를 걱정하실까?”
“분명히 걱정하실 거야. 분명히.”
슬비는 작지만 단호히 말했다. 그녀의 눈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그런데 나는? 나는 무엇인가. 나는 무엇이 그런 단호함에 다가갈 수 없는가? 나는 왜 엄마에게 화가 난 것일까? 아직도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럴까.......?”
잘 이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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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읏!”
기합을 넣으며 적들을 벤다. 적들은 쓰러지며 먼지로 변한다. 많은 적들을 쓰러뜨린 것 같지만 적들은 산더미 같았다.
왜 이렇게 상황이 이상하게 꼬였지? 기억을 더듬어 살펴보았다.
슬비와 분향소에서 나온 직후 유정누나에게 긴급히 연락이 왔다. 연락을 받고 출동한 곳은 신서울에서 떨어진 외각 분지이다.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길목이라서 다행이었지만 차원문이 바로 앞에서 열리는 바람에 어마어마한 차원종들이 튀어나왔다. 그런 탓인지 우리가 안간힘을 다해서 저지했지만 차츰차츰 밀렸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나를 제외한 팀원들이 부상까지 당했다.
“이..세하..”
“가만히 있어 상처 벌어져.”
“너 혼자서 싸우기는 힘들어..내가....같이”
“괜찮아 지원이나 불러줘. 버티고 있을게. 아저씨 부탁합니다.”
“..알았어.”
울부짖는 슬비가 멀어지고 나는 차원종들과 대치했다.
‘뭐야. 이거 죽으러 가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나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그 결과....
“쿨럭...”
난 궁지에 몰렸다. 복부에 관통당한 것이 너무나 큰 요인이었다. 일어서고 싶었지만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피가 물처럼 쏟아져 나의 몸을 흩뿌린다. 모든 것이 끝이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8일이었지? 어버이날......인가..“
엄마가 생각났다. 엄마에게 심하게 폭언한 뒤로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 아마도 걱정할 것 같았다.
“결국...쿨럭..답을 얻지는 못했네.”
나는 솟구쳐 오는 차원종의 무리들을 보고 눈을 감았다.
아플 것이라는 나의 예상과는 반대로 아프지 않았다. 아니 맞지 않았다가 정답일 것이다.
슬그머니 눈을 떠보니 그곳에는....
“엄...마..?”
엄마가 서 있었다.
엄마는 나를 보았다. 얼굴이 눈물로 얼룩져 있었다. 처음 보는 엄마의 눈물이었다.
“세하야!”
엄마는 나를 보고 껴안았다. 나를 세게 껴안아 숨이 막혔지만 편안했다.
“엄마가 미안해...엄마가 잘못했어. 네가 그렇게 생각하는지 몰랐단다.”
엄마가 껴안는 것을 풀고 나를 본다. 눈물이 계속해서 흘렀다.
“그래도 엄마는 세하 너를 사랑한단다. 단 1도 너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어.”
계속해서 눈물을 흘리는 엄마였다.
‘그래... 그런 거였구나.’
드디어 깨달았다. 내가 왜 엄마에게 화가 났는지를.
“엄마. 쿨럭...난 엄마를 보면 화가 났어요.”
흠칫 떨리는 엄마였다.
“어릴 때는 엄마에게 가려져서 내 노력도..쿨럭.. 잊혀졌거든요.”
“그래..엄마가 미안해..그러니까..”
“그렇지만 지금 나는 엄마가 너무 불쌍해서 화가 난 것 같다고 생각해요....”
엄마는 나를 쳐다본다.
“항상 엄마는 웃고...쿨럭...있었잖아요... 엄마가 힘든 거 다 알고 있었는데...쿨럭.. 항상 바보같이 밝은....컥...소리만..하고 헉.....헉.. 항상 웃기만 하고..흑......나도 엄마 힘든 거 흐윽..흐윽.. 다 아는데.... 엄마는 괜찮다고만 하니까..너무....불쌍해서..흐윽..허억... 그랬던 것 같아요. 흐흑흑...”
숨도 가빠지고 울음도 나오니 말이 섞여서 이상해진다. 하지만 잘 전달 된 듯 같았다.
“죄송해요..쿨럭..그게 나 때문에 그런 줄 흐흑..알고..화도 나고..그래서...엄마에게 심하게 한 것..허억,,허억 같아서.. 너무 미안해서...너무 나만 생각한 것 같아서..으흑”
엄마는 나를 보며 손으로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리고 다시 나를 부드럽게 안아주었다.
“괜찮아...엄마는..세하가...괜찮으면..엄마도 괜찮아..그러니..까..울지마... 엄마는..세하를 위해서라면.....뭐든지 할 수 있어......”
울먹거리며 말하는 엄마였다. 아아..다행이다. 엄마...다행이야..
“엄마..”
“왜.. 그래.. 우리 아들?”
“사랑해.”
“그래 엄마도 사랑해.”
툭. 힘이 부친 손이 나도 모르게 떨어진다. 의식이 멀어져 떨어진다.
“아들..? 아들..?”
일순간 나는 멀어지는 의식 속에서 엄마의 향기와 햇살의 따뜻함을 느꼈다. 그 옛날 엄마가 해 준 것처럼 안겨서, 나는 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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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흑신후나입니다. 아마 여러분들은 저의 존재를 잊고 있으셨을 겁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내일이 어버이날이기도 하고 시간도 좀 남아돌아서 써 봅니다.
긴 글 , 쓸 데 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또 감사드립니다.
오타나 지적질은 환영합니다.
다시한번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