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나타가 사냥터지기팀인 소설 #10
Respiratory 2018-04-10 2
“아! 나타 돌아왔군요? 정찰 수고하셨어요.”
비행정에 돌아오니 관리요원인 재리가 친근하게 말을 걸었다.
“몸 상태는 괜찮나요? 스캐닝 결과는 이상이 없었지만…. 진찰이나 약이 필요하시면 관리요원인 저한테 말씀하세요.”
“하, 난 약 같은 거 필요 없거든? 약은 오히려 네가 복용해야 할 것 같은데? 얼굴색이 말이 아니라고?”
재리의 말에 나타는 코웃음을 치며 그의 얼굴색을 지적하며 맞받아쳤다.
“이, 이 얼굴색은 타고 난 거라고요….”
“그럼 어릴 때부터 잘 치료했어야지…. 죽을병을 그냥 내버려 두면 쓰나?”
“그런 심각한 상황일 리 없잖아요! 그만 놀리시고 임무에 집중해 주세요.”
계속되는 놀림에 결국 재리가 소리를 높이자 그제야 나타도 어깨를 으쓱이며 본론으로 돌아왔다.
“그래, 임무라…. 그냥 저 섬에 차원종들을 소탕하면 되는 간단한 건 아니겠지?”
“후…. 이제야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겠네요. 정말이지 볼프한테서 나쁜 것만 배웠다니까요….”
여기 없는 누군가에게 불평하며 재리는 설명을 이어나갔다.
“말씀하신 대로 이번 임무는 단순히 차원종의 소탕만이 아니라 이 이차원 지형에 대한 탐색도 포함되어 있어요. 20여 시간 전에 대서양 한복판에서 갑작스러운 위상변곡률의 이상이 감지된 직후 이곳이 이차원 지형이 나타났죠. 여러분의 목적은 섬의 정체와 섬이 출현한 원인을 조사하는 거예요. 그게 여러분, 사냥터지기 팀의 이번 임무 내용이죠. 섬으로 올 때 오퍼레이터가 전부 브리핑한 내용인데…. 기억하시죠?”
“뭐…. 대강 기억하고 있어.”
“대강이라도 기억한다니 다행이네요…. 볼프는 잔다고 하나도 못 들었을 테니까요…. 어쨌든 작전 내용에 대해서 더 궁금한 게 있으면 이번에 새로 취임한 오퍼레이터인 앨리스 양에게 물어봐요. 저기 있는…. 미니 휠에 말을 걸면 돼요. 저는 방금 당신이 정찰하면서 얻은 데이터를 토대로 섬의 상태를 조사해 보겠어요. 그럼 계속 수고해 주세요, 나타. 너무 무리하진 마시고요.”
“남 걱정하지 말고 네 몸이나 잘 챙겨. 그럼….”
재리와 대화를 마친 나타는 재리가 알려준 방향으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새하얀 비행물체가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나타가 다가가자 그 물체의 아랫부분이 열리면서 스크린 화면이 나타나더니 거기에 처음 보는 여성의 모습이 떠올랐다.
“반갑습니다, 요원님. 이번 작전부터 여러분 사냥터지기 팀의 오퍼레이터를 맡게 된, 앨리스 와이즈맨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여성의 인사에 바로 대답하지 않고 나타는 찬찬히 여성을 관찰했다.
스크린 너머의 모습이긴 하지만 제법 아름다운 여성이라 나타는 생각했다.
특이한 보라색 머리카락을 세 갈래로 땋아 늘어뜨렸으며 눈동자는 머리카락보다 더 특이한 녹안이었다.
제법 기가 세 보였지만 선해 보이는 인상이 들었다.
이어서 화면에 가려지긴 했지만 가느다란 팔과 함께 화면 너머로도 존재감을 과시하는 가슴이 다음으로 눈에 띄었다.
“인사치레는 됐어. 그것보다 메리…. 그 망할 여자는 결국 관뒀나? 속이 다 시원하네.”
“생각대로 사이가 좋지 않았나 보네요. 인수인계에서 요원님 욕을 엄청 하더라니….”
나타의 말에 어이없어하며 앨리스가 말을 이었다.
“미리 충고하는데, 이거 더럽고 힘든 일이라고? 버텨낼 수 있겠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는 보기보다 강합니다. 마지막까지 여러분 1분대를 책임지고 오퍼레이팅하겠습니다.”
자신의 경고에 다부진 표정으로 답한 앨리스를 보며 나타는 속으로 저번 오퍼레이터보단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하며 다음 질문을 생각해냈다.
“우리는 그렇다 치고. 꼬맹이들, 2분대는 어떻게 되는 거지?”
“2분대의 아이들이 걱정되나 보군요. 하지만 너무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2분대는 지금 섬의 다른 쪽을 조사 중입니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구역을요. 그들은 지금 여러분 1분대가 탑승 중인 비행체, <휠 오브 포츈>의 자매기인 <리버스 휠>을 거점으로 삼고 있습니다.”
속으로 2분대를 걱정하던 나타였지만 그녀의 말을 듣고는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속으로 안도했다.
“추가로 이번 작전에서는 여러분 1분대가 2분대의 작전활동에 개입할 수 없어요. 그게 상부의 뜻입니다. 상부는 이번 작전을 좋은 기회로 보고 있습니다. 그 아이들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알아볼 좋은 기회로요. 여러분 1분대가 얼마나 성실하게 2분대를 지도해 왔는지 상부는 이번 기회를 통해 그 결과를 확인하고 싶어 하십니다.”
하지만 이어진 그녀의 말에 인상을 찌푸렸다.
“어이, 설마 그 녀석들에게 위험한 일을 시키려는 건 아니겠지?”
“걱정하지 마세요. 그럴 일은 없을 테니까. 그들이 ‘아이’라는 사실은 저희도 분명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하! 인지하고 있으면 뭐해. 유니온이 그런 이유로 봐주진 않을 텐데?”
“유니온에 대한 불신감이 상당한 분이군요. 전임자의 말대로요.”
“그 망할 여자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짜증 나니까. 그리고 난 유니온을 좋게 볼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서 말이야….”
“...요원님이 왜 그렇게 유니온을 믿지 못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오퍼레이터인 이상 2분대 아이들에게 위험한 임무가 가지 않게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하죠. 이 정도면 되겠죠? 그러니 요원님은 자신의 임무에 집중해 주십시오. 그럼 곧바로 임무를 하달해 드리겠습니다, 요원님.”
앨리스의 대답에 나타는 혀를 차면서 뒤로 한걸음 물러났다.
유니온은 믿을 수 없지만, 눈앞의 여성은 믿어볼 만하리라 생각하며 나타는 앨리스가 전달해주는 임무의 내용을 귀담아들었다.
“저는 지금 본부에서 소형 비행체인 <미니 휠>을 이용해 원격으로 지령을 하달하고 있습니다. <휠 오브 포츌>에 있는 1분대와 <리버스 휠>에 있는 2분대 모두에게 말이죠. 양측의 상황은 저희가 모두 통제 중입니다. 문제가 생기면 바로 전달해 드릴게요. 그러니 안심하고 탐색에 전념해 주시기 바랍니다. 현재까지 우리가 섬에 대해 알고 있는 건, 그 섬이 이차원에서 넘어온 지형이란 것과 섬에 소수의 차원종이 존재한다는 사실뿐입니다. 좀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아울러 섬의 차원종들도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되죠. 계속 출동해서 정찰을 진행해 주시기 바랍니다.”
“하…. 알았다고, 아까 전 싸움으론 부족하기도 하니….”
한숨을 내쉬며 나타는 다시 비행정의 출구를 향해 터덜터덜 걸어갔다.
열린 문을 통해 뛰어내린 나타는 위상력을 이용해 땅에 닿기 직전 낙하속도를 감소시켜 아무런 문제 없이 땅에 착지했다.
곧이어 침입자를 눈치챈 차원종들이 하나둘 나타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후…. 이번엔 좀 써는 맛이 있는 녀석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한숨을 내쉬며 이를 마주한 나타는 애검을 장비하며 차원종들을 향해 돌진했다.
.
.
.
“아, 돌아오셨어요?”
한참을 날뛰다 돌아온 나타를 반겨준 건 재리였다.
“당신 덕분에 섬의 데이터를 좀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었어요. 이제 곧 1차 분석의 결과가 나올 거예요. 결과가 나오면 당신도 같이 보시죠.”
“벌써? 병약한 몸으로 너무 무리한 거 아니야? 잔병치레 때문에 오늘내일하는 주제에….”
“안 그렇거든요?! 앓고 있는 지병 같은 거 전혀 없는데 대체 왜 그런 농담을 하는 게예요!”
“하지만 그렇게 일만 하다간 진짜로 병 걸린다?”
“으으…. 그건 그러네요.”
나타의 놀림에 일일이 반응해 주며 재리는 한숨을 내쉰다.
“찝찝한 이야기는 이쯤 하죠. 분석 결과가 나온 것 같네요. 한번 확인해 보도록 하죠.”
코트 주머니에서 커다란 단말기를 꺼내든 재리는 익숙한 손동작으로 단말기를 조작해 방금 전달된 결과 보고서를 화면에 띄웠다.
“...이거…. 뭔가 이상하네요. 아주 이상해요.”
결과를 확인한 재리는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뭐가 그렇게 이상한데? 이차원에서 온 섬이니까, 좀 이상해도 놀랄 일은 아니잖아?”
“아뇨, 그런 의미가 아니에요. 이건…. 이상하지 않아서 이상해요.”
“...지금 나랑 농담 따먹기 하잔 거야?”
재리의 대답에 알 수 없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는 나타.
그런 나타를 향해 재리는 보고서를 보여주며 설명했다.
“이 섬은 이차원 지형치고는, 지나칠 정도로 우리 차원의 지형과 흡사한 환경을 가지고 있어요. 애초에 섬을 구성하는 토양 대부분이 우리 차원의 토양이에요. 이차원의 그것이 아니라요. 서식 중인 식물들도 우리 차원의 식물들인 것 같고요. 우리 차원에서 약탈한 씨앗으로 재배를 시킨 모양이네요.”
설명을 듣자 나타도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고는 보고서를 찬찬히 훑어보았다.
확실히 보고서에 나온 정보만 본다면 차원종의 존재와 중력을 무시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이건 지구상의 많고 많은 무인도 중 하나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차원종들은 왜 이렇게까지 우리 차원의 그것과 유사한 섬을 만든 걸까요?”
“그 괴물들 머릿속을 우리가 어떻게 아냐? 그보다 이제 조사 결과도 나왔으니 다시 성으로 돌아가는 건가?”
“겨우 1차 조사 결과가 나왔을 뿐이에요. 죄송하지만 좀 더 일을 해주셔야겠어요. 나가서 다른 섬을 좀 더 탐색해 주세요. 부디 조심하시고요.”
재리의 말에 긍정의 제스처를 취한 나타나는 돌아서서 다시 한번 섬을 향해 뛰어내리려 했다.
그 순간
“? 펜리르?”
자신의 애검이 작게 진동하는 것을 느낀 나타는 허릿춤에 장비해둔 검을 뽑아 들었다.“
자루에 박힌 보석이 작게 점멸하며 검날은 약하지만 확실하게 떨리고 있었다.
“흠…. 뭔가 감지한 거라도 있는 거냐?”
나타의 말에 반응하듯 한번 강하게 점멸한 펜리르의 도신에서부터 가느다란 불길이 흘러나왔다.
그 불길은 떠다니는 여러 개의 섬 중의 한 곳으로 흘러가다 공중으로 흩어져 사라졌다.
“...저 섬에 뭔가 있다는 건가? 좋아, 다음 탐색은 저기로 할까?”
사나운 미소를 띠며 크게 도약한 나타는 바로 전에 불길이 향하던 점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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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즐감하셨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