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비아]CLOSERS-ARMAGEDDON-비하인드 프롤로그.
CodeW2 2018-04-06 1
대한민국 신서울. 폐허가 된 강남 시가지.
-G타워 옥상.
2020년 7월 25일. -10 : 29 P.m__
어둠이 내린 강남 시가지.
차원재난의 상처가 채 가시지 않은 강남 거리는 움푹 패인 구멍과 균열이 가득한 도로들, 타다가 남은 차량들과 인파의 잔재, 그리고 인기척 없는 침묵만이 감돌고 있었다. 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건물 파편, 사람들이 급하게 버리고 간 쓰레기, 급하게 버리고 간듯 아직 포장을 채 뜯지도 않은 채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상품들. 그것들을 공허하게 밝히고 있는 거리의 불빛. 마치 강남은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인해 도시의 화려함만 남고 사람의 생기와 온기가 사라진 유령도시 같은 분위기를 한껏 내뿜고 있었다.
그렇게 변해버린 강남 시가지를 한 빌딩 위에서 가만히 내려다 보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불곰을 연상 시키는 우락부락한 팔뚝과 어깨, 그리고 큰 몸집을 가지고 있는 그는 다소 유치해 보이는 검은 동물 복면을 쓰고 어둠과는 대조되는 환한 조명을 머리위로 받으며 팔짱을 낀 채 강남 시가지를 내려다 보고있었다. 남자는 고개를 숙이고 있어 얼굴에 그림자가 져 있었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그의 표정은 별로 좋아보이지 않았다.
그런 남자 옆으로, 다른 남자가 걸어왔다. 복면을 쓴 남자보다는 덩치가 조금 작지만, 만만치 않게 우락부락한 남자였다. 검고 짧은 머리칼을 가진 그 남자는, 머리칼에 가려진 한쪽 얼굴에 흉터를 가지고 있었으며 날카롭고 깊은 푸른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회색조의 편한 양복을 입은 그는, 바지주머니에 양 손을 넣고는 천천히 복면을 쓴 남자 옆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 플레인 게이트의 폭주를 막으셨군. 잘해 주셨소."
잠시 숨을 돌린 그는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우리쪽 대원들도 아스타로트 웨폰, 맘바를 처리한 모양이오. 곧 귀환하겠지."
그리고 그는 그대로 복면을 쓴 남자 옆에서 강남 시가지를 내려다보며 약간의 감격이 깃든 말투로 말했다.
"이걸로 우리는 홍시영 씨의 계획을, 그리고 공포의 시대가 도래하는 걸 막은 것이오."
그러나 그와는 다르게, 복면을 쓴 남자는 약간의 불편한 기색으로 헛기침을 뱉었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검은 머리칼의 남자는 복면을 쓴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째 표정이 안좋으시군. 무슨 일이라도 있었소?"
잠시동안, 복면의 남자는 침묵했다.
"...트레이너 씨. 아니, 트레이너."
남자는 조심스럽고 침착한 목소리로,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경영진들에게서 연락이 왔어. 현시간 부로, 내가 벌처스 사의 사장 자리에 오르게 되었네."
"..취임 축하드리오. 사장님."
잠시 축하하는 말을 건네고, 트레이너는 조용히 복면의 남자의 이야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사장으로서 내리는, 첫 번째 지시이네.
벌처스는, 이제부터 처리부대를 소유하지 않을 걸세. 즉, 해고라는 이야기네."
의외의 이야기에 트레이너는 잠시 침묵했다.
"...꽤나 갑작스럽군. 그럼 처리부대의 부대원들은 어떻게 되는 거요?"
그는 약간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하지만, 침착함을 유지한 채 계속 복면 남자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복면의 남자는 여전히 침착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대부분은 유니온이 다시 관리하기로 했지.
자네들, 늑대개 팀을 '제외' 하고는 말이야...
현재, 각국의 정부들과 유니온이, 자네들 늑대개 팀에게 수배령을 내린 상태네."
수배령. 그 말을 듣는 순간, 트레이너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 그는 곧바로 잔뜩 경직된채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복면의 사내를 획 돌아보며, 다소 격양된 말투로 대답했다.
"....뭐라고 하셨소? 지금?"
그런 그를 바라보며, 복면의 남자는 차분히 말을 이어갔다.
"... 수배령이 내려졌다고 했네.
이번 사태로, 똑같이 치부가 드러난 유니온과 각국 정부들이 손을 잡은 거야.
한때 알력 다툼을 하던 그들이, 이제 서로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한편이 된 거지."
복면의 사내는 팔짱을 낀 채 말을 이어갔다.
"그 덕분에, 벌처스도 유지될 수 있게 되었어. 비록, 예전같은 힘은 가지지 못하겠지만 말이네.
다만, 손을 잡은 유니온과 각국 정부는, 이번 사태를 은폐하려 하고 있네.
그 일환으로, 이번 계획을 폭로하고 저지해낸 자네들을 제거하려 하고 있는거지."
그 말을 들은 트레이너는 무거운 한숨이 섞인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으음....."
그런 그를 보며, 복면의 사내는 다시금 천천히 말을 이어 나갔다.
"이미 정부 소속의 요원들이 이곳을 다녀갔네. 그리고 사태의 목격자 중 하나인 오세린 씨와, 케롤리엘 씨의 기억을 소거했네."
"...기억을... 소거했단 말이오?"
"내가 플레인 게이트의 폭주를 막고 돌아왔을 땐, 이미 소거가 끝난 뒤였어.
그래도 그녀들은 기억 소거를 끝나겠지만, 늑대개 팀은 아니네.
즉, 유니온과 각국 정부들은 자네들의 목숨을 노리고 있네. 내 힘으로는, 자네들을 도망치게 하는 게 한계야..."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사실이 미안하고 또 슬퍼하듯, 복면의 사내의 목소리가 약간 침울해 져 있었다.
하지만 곧 그는 다시 차분함을 되찾고, 트레이너에게 말했다.
"자, 그러니 어서 도망치게...!"
".....흐음...."
잠시동안 복면을 쓴 남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트레이너는, 가만히 침묵하고 있었다.
"후... 후후후후...."
그는 잠시 실신한 것처럼, 고개를 하늘로 올리고 크게 웃기 시작했다.
"후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
그것을 보고 놀랐는지, 복면의 남자는 놀란 듯한 의아함과 놀란 표정으로 트레이너를 바라보았다.
"트... 트레이너..."
한참동안 그렇게 크게 웃던 트레이너는, 복면의 남자가 부르자 웃음을 거두고 한 손으로 자신의 눈을 감싼 뒤 다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아, 이거 실례했소. 너무 웃겨서 말이오.
홍시영 씨가 했던 말중에, 옳은 말도 하나 있었군. 사람이 착한 일을 하면, 바보가 된다는 말 말이오.
그래. 이것이, 개가 아니라... 늑대를 선택한 대가로군..!"
잠시동안 그런 그를 바라보던 복면의 남자는, 그에게 물었다.
"..이제부터 어쩔 생각인가?"
"..물론 도망칠 거요. 늑대답게, 사냥꾼을 피해 도망다닐 것이오. 그리고 언젠가는....."
그는 말끝을 흐렸다. 그럼과 동시에, 중압감과 함께 한기가 주변 공기를 가라앉게 만들었다. 복면의 남자는 트레이너의 말을 되물었다.
"언젠가는...?"
자신에게 질문하는 복면의 남자를 바라보며, 트레이너는 자신의 목에 있는 개목걸이 같은 목걸이를 잡아보였다. 그의 손에 핏줄과 힘줄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에게 날아온 질문에 대해 의미심장하고도 깊은 한 마디로 답했다.
"지친 사냥꾼의 목덜미를.... 물어뜯을 것이오.....!"
마치 선언과도 같은 한 마디에, 차디찬 강남의 밤바람이 우우 소리를 내면서 지나쳤다. 그가 그 말을 남긴지 얼마되지 않아, 그 자리에는 차디찬 바람만이 돌아다닐 뿐이었다.
"....그 때부터 우리의 고난은 시작되었죠.
뻔히 속을 것을 알면서도, 이용당할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유니온과 세계를 다시 구했어요.
저는 제 팀을 따라서 열려서는 안되는 문을 막았고, 그렇게 두 세계를 지켜냈어요.
하지만 제게 돌아온건 끝없는 증오와 배신 뿐이었죠.
그래요.
저는, 그리고 제 팀은 또다시 배신당한 거에요.
하지만, 세 번 실수를 반복하진 않을 겁니다.
언젠가, 당신들의 위선과 거짓, 그리고 악행에 대해 억만겁의 철퇴를 내릴 거에요...
하나도 남김없이... 제 앞에 무릎 꿇게 될겁니다.
그리하여.... 죄값을 치르게 될 거에요....
반드시...이 원한을 되갚아 드리죠."
....
"인간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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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R M A G E D D O N -
-T H E B E H I N D P R O L O G 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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