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of Striker-이세하 Ep-CUBE Prolouge
Sehaia 2018-03-31 2
“타인에게서 삶의 이유를 구하는 자는 약하다. 혼자서 일어설 수 없으니까.”
......
“거짓된 이유를 근거로 자신을 속이는 자 또한 약하다. 누구보다 그것이 거짓이란 걸 자신이 알고 있으니까.”
......
“하고 싶은 게 없는 자는 약하다. 힘을 길러야 할 이유를 얻지 못하니까.”
......
“그리고 그 누구보다도 약한 건, 눈앞에 있는 현실에서 눈을 감는 자다. 그들은 더 이상 나아갈 방법이 없으니까.”
......
“그러니까, 넌 약하다.”
디지털화 된 음성 파일을 재생하는 것처럼 아무 감정도 없이, 바닥에 나자빠진 내 손에 칼을 꽂아 넣은 채로, 녀석은, 아니, ‘나’는 나지막하게 읊조렸다.
“네놈은 무엇 하나 하고 싶은 것도, 싸워야 할 이유도, 진심어린 마음조차도 없다. 그런 네놈은, 네놈이 여태까지 싸워온 그 어떤 적보다도, 심지어는 밥을 달라고 어미에게 보채는 아기보다도, 약하다.”
끼긱 하고 돌린 그 칼끝은 손을 깊숙이,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 별다른 저항도 없이 내 손의 감각을 먹어치우는 칼은 그대로 내 가슴을 비집고 찔러오는 것 같았다. 아프다는 의미가 아니다. 텅 비어버린 듯한 공허감은 내게 그 어떤 것도 쥐어주지 않았다. 단지, 빈 구멍 속 공기를 향해 칼을 찌르듯 아무 의미도 없는 것만 같았다.
덧붙이자면, 딱히 아무런 변명거리도 떠오르지도 않았다.
멍하니 손끝을 바라보는 내 입에서 내가 필사적으로 짜내보려고 했던 말조차도,
“하지만, 의미 없는걸.”
안개처럼 사라지겠지.
바깥이라면 달랐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 마음이 거짓 없이 투영되는 이 공간 안에서 만큼은,
누가 만들었는지도 모를 이 저주받을 큐브 속에서는,
그 누구도 자신에게 거짓말을 할 수 없다.
“마음까지 꺾인 건가. 이 이상 한심한 꼬락서니를 보이는 것도 슬슬 그만둬라.”
그러니 여기에, 언젠가, 그 언젠가 얼굴을 들기도 힘들 정도로의 부끄러움 속에서 참회록을 남긴다. 눈물로 회한을 늘어놓기 위함이 아니다. 지금 내 눈앞에서 흉흉한 검은 기운을 내뿜는 검은 갑주에게 내 이성을 내어주기 위함도 아니다.
단지, 다시 한 번 일어서기 위함이다.
“어차피 처음부터 시시했고, 시시할 이야기다. 이쯤에서 끝내는 게 너와 나를 위한 것일 테지.”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들은 거짓 하나 없는, 요 몇 달간 클로저로서 활동하며 내가 느껴온 것이자, 내 가장 깊은 치부이자,
분명, 틀림없는, 나의 가장 큰 자랑거리일 것이다.
“누구 마음대로.”
챙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