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팩, 잊혀진 어금니 (26)

벨리에나 2018-03-31 0

 유니온 총본부 최상층.


 드넓은 유니온의 최상층. 양 옆으로 많은 방이 존재하지만 복도 끝에 다다를 경우 이질적인 문이 존재한다. 바로 총장의 방이었다. 대서양을 건너 날아온 맥스와 서지수는 옥상을 통해 최상층으로 내려왔다. 두 사람에게는 무엇보다 익숙한 복도였다. 누군가는 창립 때부터, 누군가는 클로저를 시작했을 때부터, 이 공간을 오갔다.


 "교관님."


 이질적인 문 앞에서 서지수가 말을 걸었다. 맥스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답했다.


 "왜 그러지?"

 "믿을게요."

 "...... 고맙다."


 서지수가 문을 열어주었다. 안쪽에 있던 창문을 통해 빛이 쏟아졌다. 맥스는 덤덤하게 방으로 들어가 주변을 살폈다. 이질적인 문과 다르게 방 안은 넓은 것을 빼곤 평범했다. 다양한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각종 기계장치가 부착된 사무용 책상, 책상 주변으로 펼쳐진 원형 카펫. 맥스는 의자에 앉은 채 뒤돌아있는 사내를 발견했다. 과거의 모습과 비추어 보았을 때 늙고, 주름이 많은 목. 그럼에도 알아볼 수 있었다. 문을 닫고 들어온 서지수는 유니온 총장에게 인사했다.


 "총장님. 전(前) 울프팩 팀 교관 맥스를 데려왔습니다."


 맥스는 총장이 부르지 않았음에도 그의 사무용 책상으로 다가갔다. 맥스의 발걸음에 따라 총장도 의자를 돌려 맥스를 마주 보았다. 침묵이 흘렀다. 두 사내는 서로를 바라보기만 했다. 이렇게 서로의 얼굴을 마주본 것이 얼마만일까. 맥스를 올려다보던 총장은 이내 미소를 지었다.


 "자네는 늙지 않았군."

 "그래. 계속해서 지수의 클론만 만드는 걸 보니, 나의 클론은 만들 수 없나보군."

 "당연하지. 자네 피를 활용하려고 해도, 자네의 클론은 만들 수 없어. 어떠한 재료로 육체를 만들어도 말이야."


 클론이라는 말에 서지수는 눈을 찌푸렸다. 그녀는 총장에게 자신의 클론에 대한 것도 따지려고 했었다. 맥스는 그녀에게 기다리라고 한 다음 말을 이었다.


 "날 왜 찾은 거지, 총장? 슈타인에게 들었다. 날 그렇게까지 죽이려고 했다던데, 이제 와선 날 만나겠다고?"


 총장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맥스보단 작았지만 그도 나이에 비해 허리가 굽지 않았다. 책상을 돌아서, 맥스의 앞에서 멈췄다.


 "맥스. 우린 같은 뜻을 가지고 있었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원반의 위치를 말해라. 우린 인류를 구원할 수 있어."

 "넌 인류를 구원할 수 없다. 나라고 그런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난 인류에게 사죄할 수 있다. 날 회유할 생각하지 마라, 총장. 이미 넌 선을 넘었다."

 "선이라...... ."

 

 총장이 웃고 있다.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다. 단순한 미소였다.


 맥스의 몸이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서지수는 주위의 위상력이 불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방 전체가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위상력을 파악하던 서지수는 그 정체를 파악하고 깜짝 놀랐다. 그와 동시에 몸이 돌처럼 굳어졌다.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었지만 그녀는 자신의 입으로 맥스에게 외쳤다.


 "교관님!"


 맥스의 몸이 방 중앙까지 떠올랐다. 그는 억지로 벌려지는 팔을 다시 가슴 쪽으로 모아봤지만 역부족이었다. 내 힘이...... 부족하다고? 맥스는 자신이 낼 수 있는 위상력을 방출하기 시작했다. 방 안에 퍼져있는 위상력과 동일한 불안정한 위상력이 그의 몸에서 흘러나왔다. 맥스와 마찬가지로 주위의 위상력에 몸이 묶인 서지수는 고통스럽게 외쳤다.


 "교관님! 안 돼요! 힘을 사용하시면 안 된다고요!"

 

 서지수의 외침은 맥스에게 닿지 않았다. 닿을 수 없었다. 맥스는 자신의 힘에 몸이 삼켜지면서 점점 빛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맥스의 힘을 알아내기 위해 그의 힘을 조금씩 나누어 사냥터지기 팀 2분대 아이들에게 주입하거나, 혹은 그의 혈액을 사용하기도 했다. 총장의 말대로 그의 클론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그의 혈액이나 위상력도 뽑았다고 해서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방법이 있다. 맥스가 직접 주는 것. 유일하게 맥스가 허락하여 육체가 '소마'라는 액체와 결합된 사냥터지기 팀의 소마. 이를 참고해 탄생한 것이 바로 서지수의 클론 크림슨퀸. 비록 서지수에게 사라지긴 했지만 맥스의 혈액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총장이 맥스를 붙잡기 위해 만들었던 공간. 맥스의 위상력에 반응하여 특정 공간을 압축하는 것인데, 이 공간을 더욱 활용하기 위해서는 맥스 본인이 방출하는 힘이 필요했다. 그리고 지금, 총장이 원하는대로 공간의 능력이 무한대로 증가하였다.


 어느새 공간의 압축이 멈췄다. 세 사람이 존재하던 공간은 어느새 하얀색 공간으로 바뀌었다. 서지수는 믿을 수 없었다. 그토록 강인한 육체를 가지고 있던 맥스가, 자신의 눈 앞에서 쓰러진 채 붕괴하고 있었다. 그의 기계의수와 의족은 이미 가루가 되어 있었다. 손가락 끝, 발, 머리카락의 일부가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 서지수는 자신의 몸이 원래대로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온전하지 않은 몸으로 위상력을 폭발적으로 방출하여 자신의 건블레이드를 뽑아들었다.


 "총장!"


 서지수는 달려들지 못했다. 맥스와 총장의 사이에 떠오른 원형 물체, 서지수가 알고 있던 것이었다.


 과거, 맥스가 힘을 얻어 그의 동료를 모두를 죽였더라도, 그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버리려고 했을 때도, 그가 살아남아 지금까지 살아올 동안, 원반은 항상 그를 선택하고 있었다. 데이비드가 자신을 강탈했을 때도, 원반은 맥스를 선택하고 있었다.


 "참으로 아름답지 않나."


 총장은 자신의 눈 앞에서 빛나고 있는 원반을 보며 감탄했다.


 "제 주인을 따르는 어떠한 개도 이처럼 충성스럽지 않을 거야. 주인이 죽기 직전, 공간을 강제로 이동시키면서 압축을 멈췄지. 현재 우리가 서있는 공간은 원반이 만들어 낸,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공간일 것이다. 후후후, 어찌나 급했으면 세 명을 모두 데려온 걸까. 뭐, 상관 없겠지."


 총장이 원반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일렁이는 빛. 서지수는 건블레이드의 총구를 겨누며 경고했다.


 "그만둬. 당장 모든 걸 멈춰."

 "날 쏘려는 건가, 서지수?"

 "예전부터 쏘고 싶었어. 당신 주변에 있는 요원들 때문에 그럴 수 없었지. 하지만 이 공간이라면, 난 당신을 쏘겠어."

 "잘 보라고. 나와, 원반과, 맥스를."


 서지수는 총장의 말을 듣고 세 존재를 번갈아 보았다. 새하얀 공간 때문에 보이지 않았던 희미한 실이 세 존재에게 연결되어 있었다.


 "...... 이 실은?"

 "나도 원반의 연구원이었다는 걸 알고 있겠지."
 "교관께 들었지."

 "나도 원반의 힘을 얻은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다만 남들처럼 겉으로 드러낼 수 없었지. 너희 클로저와 같은 위상능력자는 아니지만, 원반의 힘이 몸 속 깊숙한 곳에 있던 것은 사실이다."


 총장은 자신의 몸과 연결된 원반의 실을 움켜쥐고 당겨보았다. 쓰러져 있던 맥스의 몸이 꿈틀거렸다. 총장은 흡족한 표정으로 다시 서지수를 보았다.


 "나를 쏘는 건, 곧 맥스를 쏘는 것이다. 현재 맥스는 원반과 연결되어 육체를 복구하고 있지만 동시에 나와 연결되어 있기도 하지. 그러니 가만히 있으라고, 서지수 요원. 자네는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으니, 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


 총장의 몸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맥스에게 흘러가던 원반의 힘이 그에게도 흘러가기 시작한 것이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 서지수는 그렇게 생각을 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결국 건블레이드의 총구를 내리고, 그녀 자신의 고개까지 떨어뜨렸다.



 검은양 팀은 선우란 요원을 통해 구로역으로 가고 있었다. 헥사부사에는 여러 명이 탈 수 없기 때문에 나머지 인원은 벌쳐스가 제공한 탈것을 타고 헥사부사를 따라갔다. 구로역으로 다가갈수록 점점 차원종이 나타나 그들의 길을 막았다. 검은양 팀은 길을 억지로 뚫거나, 힘으로 밀어붙이기도 했다.


 끼이이이익!


 선우란은 질주를 멈추고 헥사부사를 세웠다. 체구가 작아 두 명이 함께 타고 있던 이슬비와 미스틸은 그녀에게 무슨 일인지 물어보았다.


 "무슨 일이죠?"
 "우, 우욱, 뭐, 뭐예요?"


 선우란은 눈쌀을 찌푸리며 앞을 가리켰다.


 "막혔어...... . 다른 길은 차원종이 너무 많고......  여기는 막혔어...... ."


 선우란이 멈춘 지역은 대림역 부근. 이곳은 다른 곳들보다 많은 건물들이 무너져 수많은 잔해가 있었다. 그들은 알지 못했지만, 그 잔해를 뚫는다면 피난민과 늑대개 팀을 만날 수 있다. 먼저 도착한 이슬비와 미스틸은 헥사부사에서 내려 무기를 들었다.


 "난...... 사람들을 데려올게...... 열심히 뚫어...... ."


 헥사부사에 시동이 걸리고, 광기 넘치는 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


 남은 두 사람은 잔해를 어떻게 치울지 고민하다가 이슬비는 자신의 기술을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연속 결전기: 버스 폭격, 지하철 직격


 땅이 울리면서 잔해들이 크게 요동쳤다. 이슬비의 몸이 떠오르면서 동시에 여러 대의 버스와 지하철이 잔해들 사이에서 떠올랐다. 그녀는 그것들을 이용해 잔해들을 몰아쳤다.


 콰과과과광!


 잔해들이 급속도로 부서져 나갔지만 이슬비의 힘 또한 급격하게 빠졌다. 이슬비는 공중에서 내려오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미스틸은 자신이 할 일이 무엇인지 이슬비에게 말했다. 이슬비는 미스틸의 능력을 생각해보다가 건물을 무너뜨릴 때 사용하는 기폭 장치를 떠올렸다.


 "오래 지속되는 마창 장판을 여러 곳에 설치해. 가능하다면 내 기술과 연계될 수 있도록 오래 지속되는 걸로 하는 게 좋겠어. 내가 결전기를 통해 잔해들을 들썩이게 하면 그때 한꺼번에 터뜨려. 혹시 모르니 발할라를 사용하면 좋겠지."
 "네, 누나!"



 구로역.


 티나는 램스키퍼를 둘러싼 공생체가 어느 정도 정리된 것을 확인하고 몸을 식히기 위해 냉장고 문을 열었다. 차가운 냉기가 몸을 뒤덮으며 티나의 몸을 빠르게 식혔다.


 삐빅.


 신체의 레이더가 반응했다. 이질적인 물체나 존재가 다가올 경우 반응하도록 설정한 레이더였다. 티나는 레이더를 확인한 후, 서쪽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비행체. 생김새는 원형에 가까웠다. 티나는 그것과 유사한 비행체를 본 적이 있다. 바로 속초에서 봤던 사냥터지기 팀의 비행체 휠 오브 포츈. 다만 지금 보이는 것은 휠 오브 포츈보다 약간 작았다. 리버스 휠은 티나와 램스키퍼 위쪽을 지나갔다. 티나는 허수 공간을 통해 건물을 넘으면서 리버스 휠을 쫓아갔다.


 리버스 휠은 얼마 가지 않아 잔해 위에서 멈췄다. 그곳에서는 두 명의 소녀와 뻐꾸기와 유사하게 둥둥 떠다니는 미니휠이 걸어나왔다. 두 소녀를 맞이한 것은 늑대개 팀의 레비아와 바이올렛이었다.


 "그쪽, 두 분은 누구시죠?"


 한창 잔해를 부수던 두 사람 앞에 처음 보는 소녀들이 나타나 두 사람은 경계했다. 바이올렛은 먼저 앞장 서서 소녀들을 막았다. 미니휠이 천천히 다가와 바이올렛의 경계를 풀도록 했다.


 "늑대개 팀의 바이올렛 요원님. 예전에 속초에서 만났던 걸로 기억합니다. 전 사냥터지기 팀의 오퍼레이터 앨리스입니다. 이 두 사람은 사냥터지기 팀의 요원입니다. 상황이 위급하다 들어 지원 왔습니다."

 "아, 그러시군요. 마침 잘 오셨습니다. 손이 필요했거든요."


 바이올렛은 미니휠 뒤에 있던 두 소녀를 보았다. 커다란 방패를 들고 있던 루나는 부담 없이 바이올렛에게 다가왔지만, 톤파를 들고 있던 소마는 바이올렛에게, 정확하게 말하자면 레비아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사전에 늑대개 팀에 대해 조사를 했던 앨리스는 여전히 설득되지 않는 소마를 보며 바이올렛에게 말했다.


 "아, 죄송합니다. 소마 요원 같은 경우에는 좀 떨어져서 작전을 진행해야할 것 같습니다. 저쪽의...... 레비아 씨 때문입니다."


 눈치가 빠른 바이올렛은 레비아가 여기 있는 사람들과 다른 점을 눈치 챘다. 차원종. 레비아는 차원종이다. 그리고 소마의 역겹다는 표정을 보면서 소마가 차원종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렇군요. 그거라면 차차 알아가면 되겠죠. 잘 부탁드려요, 사냥터지기 팀. 전 바이올렛이라고 합니다."


 바이올렛은 루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루나는 방패를 등에 걸고 바이올렛과 손을 마주 잡았다.


 "자, 잘 부탁해요. 루나 아이기스입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약간의 목례를 한 다음, 뒤쪽에 빠져있던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루나는 레비아에게, 바이올렛은 소마에게. 루나는 레비아와 별다른 이상 없이 인사했지만, 소마는 바이올렛의 인사를 쉽게 받지 않았다.


 "차원종과 같은 팀을 이루고 있다니, 놀랍네요."

 "무리일 것도 없죠. 우리를 도와주려고 하고, 무엇보다 레비아 씨는 악한 사람이 아니니까요."

 "차원종이죠. 사람이 아니라."

 "...... 소마 씨라고 했나요? 같은 사냥터지기 팀이라길래 괜찮은 분들인 줄 알았는데, 조금 무례하시군요. 저분은 제 동료예요."

 "차원종인 동료죠. 그리고 제가 무례하다고 보는 게 더 이상할 걸요? 사람들은 차원종을 반길까요, 같은 사람을 반길까요."

 "자신을 도와주는 자라면 무리 없이 반기겠죠."


 바이올렛은 무표정한 표정으로 팔짱을 끼며 소마에게 밀리지 않았다. 소마 또한 자신의 의견을 절대 굽히지 않았다. 두 사람 간의 대화가 끝날 것 같지 않자 한 사람이 나섰다.


 "저, 저기요...... 제가 한 가지 말씀드려도 될까요?"

 

 레비아였다. 바이올렛은 레비아에게 뒤로 물러나라고 말했지만 레비아는 오히려 바이올렛에게 뒤로 물러나 달라고 말했다. 바이올렛은 레비아가 무리하지 말라고 조언해주면서 빠져주었다.


 "안녕하세요, 소마 님. 저는 레비아라고 해요. 말씀하신대로 차원종이죠."

 "잘 아네."

 "네, 대답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한 가지만 여쭤봐도 될까요?"

 "질문에 따라서 다르겠지."

 "저는 차원종이지만, 제 동료 분들과 함께 차원종을 없애요. 그럴 때마다 저는 제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곤 해요. 차원종이 차원종을 없애는 게 맞을까. 내가 이런다고 사람들이 날 알아봐줄까. 내가 과연 이러는 게 맞을까...... . 소마 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쓸데없는 고민이야. 넌 그냥 이상한 거야. 차원종이니까."

 "그렇군요. 전 그럼 이상한 차원종이니까, 소마 님과도 친해질 수 있을까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

 

 소마는 순수한 미소를 짓고 있는 레비아를 보았다. 아무리 봐도 사람과 다를 게 없다. 머리의 뿔, 부적. 그런 것들이 눈에 거슬린다 해도 레비아의 모습은 사람이었다. 문득 소마는 자신의 머리를 갸우뚱거렸다. 나는 왜 이렇게 차원종을 혐오하는 걸까? 발등닦이 빅터나, 눈 앞의 레비아 같은 존재들도 있는데 어째서 이렇게 차원종이 싫은 거지? 소마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말했다.


 "일단...... 나에게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줘. 네가 사람을 잘 알고 있다면 적응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거야."

 "네, 물론이죠. 잘 부탁드려요, 소마 님!"


 레비아는 일부러 손을 내밀지 않았다. 소마를 무리하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소마도 레비아가 손을 내밀지 않은 것에 신경쓰지 않고, 루나와 함께 다른 쪽 잔해들로 걸어갔다. 그리고 미니휠도 두 사람을 따라갔다.


 '소마, 차원종을 없애야해. 그들은 인류를 위협하는 존재들이야. 그들과 협력하는 이들도 없애야해.'


 소마의 발걸음이 점점 느려졌다. 누구였더라. 나에게 그런 말을 해준 사람. 뭔가 익숙하면서도 무서워. 알고 싶지 않아. 나는 왜 그런 사람을 알고 있는 거지?


 "어, 어라? 미니휠의......연, 연...... 연결이, 약해집니다......  루나...... 요원님? 소, 소마 요원님......? 들리세요?"

 "앨리스? 왜 그러세요? 앨리스?"


 루나는 미니휠을 쥐고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루나가 멈추자 소마는 늑대개 팀을 향해 몸을 돌린 채 멈춰있었다. 그녀는 계속해서 혼란을 느끼고 있었다. 그때, 잡음이 심하던 미니휠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아, 들리나요, 루나 요원?"

 "네, 들려요. 앨......리스? 근데, 앨리스가 맞나요......?"

 

 미니휠의 머리는 소마를 향했다. 소마는 미니휠로부터 점점 도망치고 있었다. 듣고 싶지 않았다. 그 목소리를, 자신을 억누르던 그 목소리를, 소마 자기 자신을 버리게 만드는 그 목소리를.


 "소마 요원. 오랜만이죠? 이젠 어엿하게 클로저가 된 모양이네요. 이 엄, 아니 오퍼레이터는 정말 기쁘네요. 그럼, 이제 제 명령에 따를까요?"


 소마가 발을 멈췄다. 미니휠은 그녀에게 다가가 마치 얼굴을 들이밀듯 떠올랐다. 소마의 눈동자가 사라졌다. 루나는 소마의 상태가 이상한 걸 깨닫고 미니휠에게 말했다.


 "저, 저기 앨리스는 어디 간거죠? 당신은 대체 누구...... ."


 미니휠은 루나를 무시했다.


 "소마. 우선 근처에 차원종부터 정리할까요? 마침 저쪽에 있군요. 보기 좋게 방심하고 있는게 일격에 죽이기 좋겠어요. 준비 됐죠?"


 소마는 자신의 몸 주변에 불을 붙였다. 그녀의 몸이 타오르듯 불길이 솟구쳤다. 루나는 소마에게서 떨어졌다. 그녀는 자신이 실수한 것을 깨달았다. 소마 앞에서 방패를 세운다면 그녀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할 수 없었다. 루나는 소마를 공격할 수 없었다. 결국 소마의 몸에는 완전한 불꽃이 뒤덮였다.


 "소마, 작전을 수행합니다."

 "소마, 멈춰!"



 결전기" 브라흐마스트라



 레비아와 바이올렛은 늦지 않게 소마의 공격을 눈치챘다. 그녀들에겐 엄청난 불길이 달려들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은 바이올렛이었다. 그녀는 피할 수 없다는 걸 눈치 채고 자신의 몸을 초월로 보호했으나, 옆에 있던 레비아는 보호할 수 없었다. 결국 바이올렛은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초광권



 거대한 두 힘이 맞부딪히자 구로역에는 굉음과 진동이 울려퍼졌다.

2024-10-24 23:19:07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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