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팩, 잊혀진 어금니 (25) 외전- 울프팩, 결성 전. (소소한 말말)
벨리에나 2018-03-25 1
1995년, 차원 전쟁 발발 7년 전.
"어...... 그쪽이 새롭게 파견 온 요원입니까?"
심한 부상으로 침상에 누워있던 현장 지휘관이 몸을 일으키며 유니온에서 파견 나온 요원을 맞이했다. 요원은 회색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넘기고 있었고 깔끔하게 하얀 요원복을 차려입고 있었다. 그는 소매를 걷으며 현재 상황에 대해 물어보았다.
"예, 슈타인이라고 합니다. 이곳 칠레 남부에 열린 차원 균열은 다른 것들과는 다르다는데,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말 그대로입니다. 이곳은 다른 차원 균열과는 다르게 A급 이상의 차원종만 등장합니다. 억제기가 망가지면서 그런 것 같기도 한데, 이렇게까지 심한 건 처음 봅니다."
"걱정 마십시오. 3시간 이내로 칠레는 안전해질 겁니다. 하지만 민간인이 다칠 수 있으니 서둘러 대피 작업을 부탁드립니다. 지휘관님의 상태가 좋지 않다면 제가...... ."
"내가 하지."
막사로 들어오는 검은 요원복의 사내 맥스. 지휘관은 아픈 몸에도 병사들과 함께 맥스를 향해 경례를 했다. 슈타인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맥스를 반겼다. 한 사람에게만 환영 받지 못한 맥스. 이유는 늘 같았기 때문에 그는 빠른 속도로 슈타인 말했다.
"지금 네가 향할 남쪽을 제외한 주변의 마을에 거주하던 민간인은 모두 대피시켰다. 너와 함께 가서 난 민간인을, 넌 차원종을 상대하도록."
"...... 말만 그렇게 하시고 항상 뭐든 자신이 해결하지 않습니까? 민간인 구출은 제가 할 테니 선배님은 여기서 기다리십시오."
"정말이다. 이번엔 정말 구출만 할 거다. 너 정도의 실력을 가진 녀석이 이런 일도 해결하지 못한다면 어쩌겠나?"
"알겠습니다. 먼저 갈 테니 알아서 따라오십시오."
슈타인은 화를 내듯이 막사를 나섰다. 두 사람의 관계에 다른 요원들은 눈치가 보여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오로지 맥스만이 싱글벙글 웃었다. 그는 다른 요원들에게 쉬어 라는 말을 꺼낸 뒤 빠른 속도로 슈타인에게 달려갔다.
유니온은 슈타인의 능력을 높게 사 이 시대 최고의 클로저라 불리는 맥스의 협력자로 2인조 울프 팀을 짜게 되었다. 슈타인은 이를 거부했다. 사제 관계이기 전, 자신의 은인인 맥스와 같은 관계, 혹은 그와 비슷한 자리까지 올라가는 게 탐탁지 않았다. 물론, 객관적인 시선으로 슈타인의 능력을 봤을 때, 정신적인 측면만은 맥스에게 다가갈 수 있던 유일한 자였다. 사실 유니온이 맥스를 견제하기 위해 슈타인을 붙였다곤 하나, 두 사람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은 유니온의 실수였다.
슈타인은 건물 잔해에 앉아 한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아카데미의 졸업 때 맥스와 함께 찍었던 사진이다. 당시 조기 졸업이었던 슈타인은 맥스와 단둘이 해맑게 웃으면서 사진을 찍었다. 슈타인은 고개를 저으며 요원복 안쪽으로 사진을 넣었다.
"너희도 정도껏 나와 줬으면 좋겠는데."
파리지옥. 달콤한 향을 풍겨 적을 유인한다. 슈타인은 맥스의 영역이라는 기술을 배껴서 자신에게 특화된 기술로 바꿨다. 반경 300미터 내로 슈타인의 눈에만 보이는 원형 진을 깔아둔다. 이곳에 발을 들인, 혹은 미처 피하지 못해 발을 들이고 있던 차원종은 모두 달콤한 향기가 나는 슈타인을 향해 다가간다. 파리지옥처럼 대상을 물어뜯진 않지만 이곳에서 자신을 향해 걷고 있는 차원종의 육체는 점점 마비되고, 정신은 슈타인의 소유로 바뀐다. 무의식적으로 걸어오던 차원종의 발걸음이 멈추고, 멈추고, 멈추고를 반복하면서 이미 반경 300미터의 원형 진에는 차원종으로 꽉 차 있었다. 물론 하늘을 날아다니는 차원종은 날갯짓을 하지 못해 땅으로 떨어졌다.
슈타인은 하얀 실 두 줄을 쥐고 있었다. 실의 연결을 쭉 따라 가보면 원형 진 안에 있는 모든 차원종의 머리에 연결되어 있었다. 그 시작과 끝이 모두 슈타인의 손에 있었다. 두 줄을 검지와 중지 사이에 넣고, 가위처럼 잘랐다.
콰과과과곽!
대포의 심지처럼 머릿속에 들어있는 실만 정확하게 터지며 모든 차원종의 머리가 깨졌다. 내부에서 터진 것이기 때문에 바깥으로 가는 피해는 없었다. 대신 쓰러지면서 코와 눈, 입, 귀에서 흘러나온 피가 바닥을 덮었다. 슈타인은 손을 탁탁 털고 다시 하늘을 보았다.
거대한 차원 균열. 유독 이 칠레에 발생한 차원 균열이 거대해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슈타인은 궁금했다. 지역 때문인가? 혹은 무언가의 영향을 받고 있는 건가?
툭.
슈타인의 어깨에 올라온 커다란 손. 근처에 남아있던 사람들을 모두 대피시키고 차원종은 온전히 슈타인에게 맡겼던 맥스였다. 슈타인은 인사를 꾸벅했다.
"왜 이곳에 나타난 차원 균열만 거대한지 알겠나?"
"아뇨. 모르겠습니다. 선배님은 아십니까?"
"근본 때문이다. 자, 보거라. 내 눈을 빌려줄 테니. 차원 균열의 근본을 봐봐."
맥스는 슈타인에게 자신의 눈으로 향하는 정신만을 공유했다. 다른 길은 철저하게 막혀있다. 슈타인은 내심 아깝다는 생각을 하며 맥스의 눈을 빌려보았다.
하늘, 그것보다 좀 더 먼 하늘. 한없이 넓어보이던 바다에도 끝이 있었다. 점점 얼어붙는 바다. 그리고 대륙과도 같은 땅을 가지게 된, 남극. 남극 상공에 떠있는 차원 균열을 발견하자 슈타인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남극에 떠있는 차원 균열은 살아있는 것처럼 모양이 변화하면서, 꿈틀거렸다. 마구잡이로 차원종을 뿜어내던 것도 아니다. 한눈에 봐도 막강한 생김새를 가진 차원종, 자신이 상대하던 A급 정도가 아니었다.
슈타인은 눈을 깜빡이면서 연결을 끊고 질문했다.
"저게 대체 뭡니까?"
"최초의 차원 균열이지. 저놈이 모든 차원 균열의 원흉이다. 내 힘으로도 완전히 닫는 것이 불가능하지. 적응하는 사람처럼 한 번 공격을 받으면 몸을 변화시켜 공격에 대응해. 지금까지 저걸 부수기 위해 일곱 차례나 파견 갔었지. 저것도 많이 줄인 거다. 원래는 저것의 세 배 가량 컸다."
"세, 세 배 말입니까?"
"그래. 저건 내 공격을 수십 번이나 맞았다. 적응이라도 됐는지 마지막에 왔을 때는 내 공격을 튕겨내더군. 그나마 최근에 크기를 줄인 덕에 균열이 많이 줄어든 것 같았지만...... 이상해. 이곳에 나타난 차원 균열은 남극의 차원 균열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닌, 독자적인 무언가가 열어버린 것 같다."
"...... 혹시, 이럴 가능성도 있지 않습니까? 차원 균열을 열 수 있는 차원종이 모여서 단번에 커다란 균열을 만든다면...... ."
"전쟁이겠지. 지금 몰려오는 차원종만으로도 클로저들은 버겁다. 만약 그런 식으로 쳐들어온다면 우리 측에선 전쟁일 것이다."
맥스는 슈타인의 어깨에서 손을 떨어뜨리며 어깨를 돌렸다. 마흔이 되었어도 아직도 맥스의 힘에 다가갈 만한 인재는 없다. 슈타인은 그런 맥스를 걱정했다. 전쟁이 발생한다면 분명 맥스가 전면에 나서서 모든 적을 상대하게 될 것이다. 현재 세계가 믿는 것은 유니온, 차원종을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을 가지고 있는 단체. 그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맥스. 무리하는게 아닌가 싶었다. 이렇게까지 무리해서 사람들을 지키려는 이유가 그에게 있는 건가...... . 오히려 영웅 대접을 받으며 살아도 모자라지 않은 사람인데...... .
"저기, 선배님. 한 가지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음? 뭐지?"
"차라리 전문적으로 차원종을 대응하는 팀을 만드는 게 어떻습니까? 초기엔 다섯 팀 정도, 효과를 본다면 점점 늘려나가는 것이지요. 요즘 새롭게 능력에 눈을 뜨는 아이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런 아이들을 모집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어린 나이부터 세상을 겪게 하라는 건가?"
"저도 그랬으니까요. 우리 같은 사람이 고생하지 않는다면, 후에 더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습니다. 선배님이 절 구해주신 것처럼 저도 누군가를 지키겠습니다."
슈타인. 천재적인 두뇌를 가져 세상에 주목을 받던 평범한 사람. 그러나 위상력에 눈을 뜨게 되며 자신이 아끼던 친구나 가족을 다치게 했고, 결국 주변과 가족으로부터 괴물이라는 소리를 듣게 된 불운의 클로저. 가족과 함께 살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 노력했으나 그의 노력이 산산히 무너졌다.
방황하며, 떠돌며, 건드려선 안 되는 약에 관심을 가져 자살까지 생각했었다. 그러던 도중 자신의 힘에 눈독을 들인 반인류적인 단체에 들어가서 힘을 과시했다. 그는 약에 의해 정신이 나간 상태였고, 힘을 마음껏 사용했다. 그리고 그 소식은 어느 단체의 귀에 들어가고 말았다. 어느 날, 평소처럼 약탈을 하던 슈타인과 반인류적 단체는 맥스를 만났다. 적대 관계로 말이다.
맥스는 슈타인이 속해있던 단체를 모두 박살낸 다음 부상 당한 슈타인과 대면했다. 슈타인은 맥스의 힘을 가볍게 여겨 그의 정신을 삼키려고 들었다. 당연하게도, 맥스가 그 힘을 역이용하여 슈타인의 정신을 지배했다.
슈타인의 정신을 보고 난 후, 맥스는 무릎을 꿇고 있는 슈타인에게 다가갔다. 남에게 정신을 보여주게 되면서 자신도 그 기억을 보게 되었다. 괴물이 되고 싶지 않았다. 가족과 함께 살고 싶었다. 자신 곁의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평범하게 살아가고 싶었다. 눈물을 흘리는 슈타인. 맥스는 한쪽 무릎을 굽히며 슈타인과 얼굴을 마주보았다.
"슈타인."
"...... 예."
"너의 행동이 옳다고 하지 않겠다. 넌 이런 단체에 몸을 담고 인류를 위협했다. 감정에 휘말렸지. 괴로움에 못이겨 좌절할 수 있다. 그래, 사람이니까. 그 부분은 이해하겠다. 하지만 좌절 후에 네가 벌인 짓은 뭐지? 극복할 의지도 없었지 않나?"
"...... 제가, 제가 뭘 할 수 있겠습니까? 제 인생은 이미 망가졌습니다. 이 힘을 얻고 나서부터, 모두에게 버려졌습니다. 저는...... 더 이상 저를 설득하지 마십시오."
"설득이라니? 너에게 권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게 안 된다면 널 협박해서라도 인류를 위해 힘쓰게 할 것이다. 내가 주는 첫 번째 기회이자, 마지막 기회다. 너와 같은 고통을 받는 아이들을 구할 생각이 있는가?"
맥스는 일어서면서 손을 내밀었다. 슈타인은 절망 가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는 자신의 눈 앞에 다가온 거대한 모습이 마치 아버지처럼 보였다. 슈타인은, 자기에게 다가온 가족의 손을 놓치지 않았다.
2000년. 차원 전쟁 발발 2년 전.
슈타인의 권유로 생겨난 차원계 대응 팀들과 그 중 가장 강력하다고 소문난 울프팩 팀의 교관이 된 맥스. 그는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후배를 양성하고 있는데, 그 중 교관 활동에 두각을 보이던 클로저는 이미 다른 팀의 교관으로 보내 성장하고 있다. 칠레 사건 이후 슈타인도 차원계 대응 팀을 위해 맥스와 떨어졌는데, 그 이후로 제대로 된 소식을 듣지 못했다.
"교관님."
유니온 총본부 안에 있는 자신의 방에서 신입 울프팩 팀으로 적합한 클로저를 찾던 맥스. 여러 차례 맥스를 불렀으나 그가 반응하지 않아 서지수는 직접 방으로 들어왔다. 서지수는 한숨을 쉬며 큰 소리로 맥스를 불렀다.
"교관님!"
"듣고 있다. 무슨 일이지?"
서지수는 자신에게 눈길을 향하지 않고 대답하는 맥스에게 항의하려다가 한숨을 쉬며 자신이 온 목적에 대해 말했다.
"지금 뭐하세요? 할 일 없으시면 훈련 좀 도와주세요. 베로니카는 저랑 다르게 육체파가 아니라 상대하는 게 미안하다고요."
"후배 녀석한테 부탁해봐. 그 녀석이라면 충분히 네 상대는 될 테니까."
"그 사람은 최근 좋은 제자를 만났다면서 바쁘다고 했어요. 교관님, 요즘 너무 나태해지신 거 아녜요?"
맥스는 서지수에게 자신이 보던 문서를 던지듯이 넘겼다. 평범한 종이 뭉치여서 떨어질 게 뻔했지만 맥스는 단단한 물체가 날아가듯 서지수에게 날려 보냈다. 서지수는 문서를 낚아채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뭐죠?"
"울프팩 팀의 후보들. 능력이 괜찮다면 어리고, 노련하다 싶으면 감당하지 못할 것 같다. 너희의 의견도 물어볼 생각이었다. 한 번 보거라."
서지수는 문서를 펄럭이며 빠르게 넘겼다. 그녀의 관점은 맥스와 비슷했기 때문에 문서를 금방 넘길 것 같았다. 눈을 감고 있던 맥스는 서지수가 자신을 향해 문서를 던지지 않자 실눈을 뜨며 서지수를 보았다. 서지수는 한 클로저의 기록을 유심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맥스도 궁금하여 서지수에게 다가갔다.
"누굴 보고 있는 거지?"
"어, 이 클로저 말인데요. 나이가 어려서 그렇지 능력은 굉장한데요?"
바가지 머리에 가까운 백발의 클로저. 앳된 소년의 모습이 맥스의 눈을 찌푸리게 했으나 서지수가 말한대로 그의 능력만큼은 현재 울프팩 팀의 화력에 뒤지지 않는다. 맥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서를 가져갔다.
"좋다. 훈련장에서 대기하고 있도록. 서류를 제출하고 가겠다."
"어, 정말요? 고마워요, 교관님! 아, 저번처럼 한 번에 끝내지 마세요? 며칠 동안 얼마나 아팠는데요?"
"알겠다, 알겠어."
서지수가 신나는 발걸음으로 맥스의 방을 나서고, 맥스는 상부에 울프팩 팀의 새로운 멤버에 관한 내용을 제출하기 위해 책상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맥스 요원님."
익숙한 목소리에 맥스는 가벼운 미소부터 떠올랐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현장에서 뛰는 클로저를 상징하는 하얀 요원복을 입고 있지만, 지금은 관리요원을 뜻하는 회색 양복을 차려입고 있는 슈타인. 머리까지 올백으로 넘겨버려 자신의 모습을 완전히 바꿨다. 이젠 선배라고 부르는 게 어색할 정도로 슈타인은 이 자리에서 크게 성장했다.
"슈타인. 요새 바쁘다고 하더니, 관리요원직을 공부하고 있었나?"
"관리요원직은 예전에 땄습니다. 다만 울프팩 팀을 관리하기 위해 좀 고생했죠."
"...... 잠깐, 뭐?"
슈타인은 크게 미소 지으며 자신이 가져온 한 장의 서류를 보여줬다.
"울프팩 팀 교관 맥스. 전 오늘부로 울프팩 팀의 고위 관리직을 맡게 된 슈타인입니다."
맥스는 슈타인에게 다가가 자랑스럽다는 듯 껴안아주며 등을 두드려줬다.
"고생했어, 고생했다, 슈타인. 넌 내가 뽑아주는 걸 원치 않은 모양이군."
"예, 그렇습니다."
"됐어, 고위 관리요원 정도면 나랑 편하게 말해도 돼."
맥스는 슈타인을 놔주고 그의 양 어깨를 툭툭 털어주었다. 맥스가 예상보다 슈타인은 더욱 훌륭하게 성장해주었다. 맥스는 슈타인이 이후로 더욱 크게 성장할 것 같았다. 슈타인은 맥스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럼, 잘 부탁...... 하네. 맥스."
"잘 부탁한다. 나의 친구 슈타인."
그리고, 현재.
베를린지부 재건을 위해 자신의 능력을 아낌없이 발휘하고 있던 슈타인 덕분에 베를린지부는 빠른 속도로 예전 모습을 되찾았다. 이번에는 외부인이 안쪽으로 침입하더라도 일격에 부서질 일이 없도록 기초 방벽을 강화시켰다.
복구를 마친 슈타인은 비밀리에 조작한 공간에 머물고 있던 그레모리를 불러냈다. 더스트 때문에 자신의 연구실에서 도망쳐 나와 클로저들에게 도움을 청했던 그레모리. 더스트를 없애진 못했지만 의외의 차원종이 더스트를 붙잡아주고 있어 그레모리는 자신의 연구실로 돌아갈 수 있었다. 공간에서 뛰어내리며 특유의 숨소리를 내뱉던 그레모리는 허리를 바짝 피며 슈타인에게 감사인사를 했다.
"흣쨔. 고마워, 슈타인! 덕분에 인간들의 약점에 대해 더 알아가는 것 같아. 나중에 인터넷에 글을 올릴 테니 잘 보라고? 이히히힛!"
"언제든지 와라. 길은 연결시켜 뒀으니까. 너 같은 초 천재라면 길을 사용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겠지?"
"나, 날 무시하는 거야! 당연히 들어올 때 입구를 기폭시키고 와야지!"
"틀렸다. 전체 길을 부셔야지. 그리고 넌 길이 모두 부서지기 전에 도망쳐야 하고."
그레모리는 조금 놀란 표정으로 도망칠 경로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리곤 다시 당당하게 말했다.
"좋아, 그럼 통로를 넓게 해줘! 곰곰이를 타고 올 테니까!"
슈타인은 피식 웃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에게 차원 균열을 열 수 있는 힘은 없지만, 그레모리가 왔던 길을 배껴서 복구시킬 힘은 있었다. 그레모리는 연구실로 돌아가기 전, 뒤돌아 슈타인에게 질문했다.
"저기, 슈타인.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말해줘."
"무슨 질문인데?"
"만약 맥스가 인간의 적이 되고, 넌 클로저의 입장에서 사람들을 지키겠다면, 맥스와 싸울 생각이 있어?"
슈타인은 과거의 자신을 떠올렸다. 좌절에 빠져 좋지 않은 선택만을 반복해 결국 국제적인 범죄자의 길까지 걸었던 슈타인. 그런 자신을 구해준 건 맥스였다. 자신의 길을 꾸짖어주면서 올바른 길로 인도해주었다. 지금, 많은 것을 알게 된 슈타인이 생각해볼때, 맥스는 자신이 저질렀던 짓을 반복하려는 슈타인의 모습에 자신이 보였던 건 아닐까.
최근까지 맥스가 가지고 있던 남극에서의 기억은 모두 슈타인이 만들었던 기억이다. 그렇다면 슈타인을 구해줬을 때부터, 울프팩 팀을 최종 작전 때 구해줬던 때까지, 그는 자신이 전범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말이다. 맥스는 죄책감에 무릎 꿇지 않았다. 사람들을 구하려고 했다. 그러나 자신이 만들어낸 가짜 기억으로 오히려 맥스와 주변 사람들을 오해하게 만든 건 아닐까.
'...... 넌, 넌 나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건가?'
'네가 클로저로 만든 모든 사람들을 대변해, 그렇다.'
슈타인은 처음으로 자신이 했던 행동에 대해 후회했다. 자신이 기억을 조작하는 바람에 맥스의 행동이 답답해진 것 아닌가. 총장 때문이었다곤 했지만...... 그건 맥스를 위한 행동이 아니었다. 만약 맥스가 올바른 기억을 지닌 채 깨어났더라면 현재는 크게 바뀌었을 것이다.
"맥스가 나를 올바른 길로 인도해줬던 것처럼, 나도 그를 올바른 길로 인도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인간의 적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레모리가 떠나고, 슈타인은 기지로 돌아가기 위해 길을 걷던 중 한 사람을 떠올리며 웃었다.
"김재리에게 최면을 알려준 것도 나였지...... . 나도 늙었군."
*소소한 말말*
어제 올렸어야했지만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급하게 클로저스를 들어가 서클원들을 만났습니다. 죄송합니다.
다들 아실 겁니다. 나딕의 대처는 미흡하다 못해 처참했고, 유저를 떠나게 했습니다.
저는 뒤늦게라도 유저들의 의견을 듣는 경우를 대비해 남아있을 생각입니다만 많은 분들은 실망하여 떠나시더군요.
아직 1년도 되지 않은 유저긴 하지만 애정만큼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이대로 손 놓고 보기엔 유저 입장에서 너무 아쉽습니다.
늦었고, 기대하지도 않지만,
다만 원하는 게 있다면, 클로저스라는 게임이 ㅁㄱ을 껴안은 채 망하진 않았으면 합니다.
다음 편은 본래의 스토리로 돌아와, 늑대개 팀과 사냥터지기 팀 2분대의 만남, 그리고 유니온 총장과 맥스의 만남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