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팩, 잊혀진 어금니 (22)

벨리에나 2018-03-12 0

 베를린지부가 습격 당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 슈타인과 서지수는 거리에서 벌이던 말다툼을 멈추고 베를린지부로 향했다. 맥스가 있는 베를린지부가 습격 당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지만 멀리서 봐도 과하게 느껴지는 검은 연기가 두 사람에게 진실을 알려주었다.


 서지수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베를린지부는 외부의 보호막이 워낙 견고해 아무리 강력한 적이라도 보호막을 부수는데 시간이 걸린다. 그 시간 동안 지원을 요청, 혹은 자신들끼리 처리한다. 그렇다고 내부가 허술한 건 아니다. 외부가 방어를 담당한 보호막을 가졌다면 내부는 침입자를 박살낼 수많은 위상병기가 존재한다. 베를린지부는 유니온 총본부 다음 가는 방어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곳이다.


 땅이 뒤틀리면서 싱크홀이라고 믿어도 될만큼 거대한 구멍이 십수 개나 생성되었다. 베를린지부 입구부터 고성 마당까지, 조금이라도 발을 들였다간 모두 무너질 것 같았다. 그런 구멍들 중심에서 우뚝하게 서있는 두 여인이 있었다. 두 명 모두 서지수를 닮았는데 한 사람은 눈동자가 노란색, 다른 한 사람은 눈동자가 붉은색이었다. 노란색 눈동자를 가지고 있던 흑지수의 뒤에는 큰 부상을 입은 모습의 볼프강이 있었다. 그나마 움직임은 가능해보였던 루나,소마, 빅터는 볼프강을 보호하고 있었다.


 "흑지수!"


 서지수는 큰 소리로 외쳤다. 주변 건물이 불타면서 무너져내렸기 때문에 목소리가 쉽게 묻혔기 때문이다. 의문의 서지수와 대치하고 있던 흑지수는 진짜 서지수에게 눈길만 주고 다시 눈 앞의 적에게 집중했다. 슈타인은 흑지수 앞에 있는 여인을 보고 깜짝 놀랐다.


 "클론? 유니온이 또 다시 네 클론을 만들었다는 건가?

 "네, 그런 것 같네요. 그것보다 저 클론은 위험해요. 교관의 힘이 느껴져요."


 슈타인은 본부가 불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맥스의 힘이 느껴지는 것은 오로지 저 클론 뿐 그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서지수는 건블레이드를 뽑으면서 말했다.


 "국장님, 아니 선배. 교관을 만나는 건 뒤로 미루고, 일단 이 상황부터 처리하죠. 제가 이쪽, 선배가 저쪽. 어때요?"

 "성만 부수지 마라. 그곳 지하에 사람들을 보낼 텐데 네가 부수면 대피 장소가 드러난다."

 "어...... 노력해보죠."

 "믿겠다"


 슈타인은 다른 길로 빠져나가 빠른 속도로 본부를 향해 달려갔다. 서지수는 건블레이드를 어깨에 툭툭 치다가 크게 도약하면서 두 클론에게 다가갔다. 가까이 가보니 흑지수는 이미 지친 상태였다. 그녀의 앞에 있던 클론의 힘은 예상보다 강력했다. 첫 공격을 허용하면서 부상을 입은 흑지수였다. 자신이 오기 전부터 싸우고 있던 사냥터지기 팀을 지키기 위해 흑지수는 쓰러질 수 없었다.


 서지수는 구멍들을 빙 돌아 흑지수 옆에 도착했다. 주변에 자신과 닮은 두 사람이 있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한 명은 눈동자 색이라도 다르지만 한 명은 자신과 똑같이 입으면 못 알아볼 정도다.


 "넌 뭐라고 부르지?"


 서지수는 눈 앞의 클론에게 말했다. 흑지수에 이어 또 다시 누군가에게 조종 당하는 클론. 붉은 눈을 가진 클론은 진짜 서지수를 유심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퀸, 크림슨퀸. 넌 알파퀸 서지수?"

 "그래. 여기의 흑지수나, 너의 본체야. 우선 미안해. 네가 태어난 건 내 의지가 아니었어. 조사를 위해 가져간 내 피나, 힘에 의해 탄생한 거야."

 "그리고 난 교관의 힘도 가지고 있어."


 서지수는 크림슨퀸의 말에 흠칫거렸다. 크림슨퀸은 자신의 몸 주위에 붉은 위상력을 맴돌게 했다. 불길한 기운이 피부로 느껴지며 건드렸다간 사방으로 터질 것 같았다.


 "총장께서 내게 말씀해주셨어. 맥스를 잡아오고, 나약한 사냥터지기 팀을 교육시키라고. 우선 하나는 처리했지."


 크림슨퀸은 부상을 당해 구석에 몰려있던 사냥터지기 팀을 가리켰다. 그녀의 움직임에 따라 핏빛 위상력은 일렁거렸다. 불씨 마냥 자신의 근처를 지나가는 위상력을 느끼던 서지수는 흑지수에게 말했다.


 "무슨 능력인지 말해줄 수 있겠어?"

 "저 자는 이름대로 피를 이용해. 부상을 급속도로 지혈하지 않는 이상 혈액을 빼앗겨."

 "아, 고마워."


 흑지수는 허리를 피면서 자신의 건블레이드를 들었다. 서지수는 그녀에게 빠지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녀는 흑지수의 의지를 존중해주었다. 그녀가 사냥터지기 팀을 지키고 싶으니, 자신과 함께 지키게 해주는 것이다. 그래도 한 마디는 빼먹을 수 없었다.


 "서로에게 방해는 하지 말자고."

 "당연하지."


 두 지수는, 퀸은 서로의 건블레이드를 한 명의 퀸에게 겨눴다. 크림슨퀸은 자신의 핏빛 위상력을 증폭시켜 자신의 후방을 가득 채웠다. 붉은 비늘을 가진 뱀이 똬리를 틀며 역삼각형의 머리를 적을 향해 고정시켰다. 크림슨퀸 스스로의 모습도 변화했다. 하얗고 검은 요원복이 찢겨지면서 붉은 갑옷으로 변화했다. 흑지수의 오메가퀸 상태와는 또 다른 모습이다. 오메가퀸의 갑옷은 덜 생성된 불안정한 모습이었다면 크림슨퀸의 갑옷은 그녀의 체형을 그대로 나타내는 아름답고도 황홀한 전신갑옷이었다. 그녀는 자기 자신을 뱀처럼 만들었다.


 흑지수는 막대한 위상력을 뿜어내는 크림슨퀸의 모습에 불안했다. 크림슨퀸의 힘만큼은 서지수와 맞먹을 정도였다. 흑지수는 서지수를 슬쩍 바라보았다.


 웃고 있었다.


 슬픈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싸움이 벌어질 상황이지만 서지수는 위상력을 거두고 있었다. 크림슨퀸도 서지수가 아무런 힘을 내지 않는 것을 깨닫고 그녀에게 물어왔다.


 "뭐하는 거야? 당장 죽고 싶다는 거야?"

 "흑지수의 경우 내가 살리고 싶었어. 구해야만 했지. 너도 구해내고 싶은데...... ."


 주변이 검게 물들었다. 별처럼 반짝이는 구체가 서지수 근처에 떠돌았다. 그녀는 밤하늘을 만들어냈다.


 핏빛 위상력이 맴돌던 주변은 어느새 서지수가 만들어낸 밤하늘의 공간이 채웠다. 발전된 세상이 하늘의 별을 가렸다지만 그녀는 가려진 별을 안타까워하며 자신만의 밤하늘을 만들어냈다.


 전쟁 때 만들었던 밤하늘은 끝없이 펼쳐져 어느새 우주가 되었다.


 별들은 은하가 되었다. 소용돌이, 순수한 빛, 형형색색의 다양한 은하, 별이 우주를 채우고 있다. 크림슨퀸이 서지수의 힘에 가깝다지만 서지수의 경험은 세월이 흘러도 따라잡을 수 없다.


 "노력해볼게. 조절할 수 있다면 말이야."



 검은양 팀과 늑대개 팀은 램스키퍼를 타고 서울에 도착했다. 김가면은 회사에 사장이 프로그래밍한 알고리즘이 완성됐을 시기라며 강남에 램스키퍼를 정착시켰다. 바로 화이트팽의 블랙 박스를 해석할 알고리즘이었다. 급박한 상황이긴 했지만 김유정은 자신이 내뱉었던 말을 지키기 위해, 유니온 상부를 책임지게 만들겠다는 말을 지키기 위해 벌쳐스에 부탁했다. 램스키퍼에서 내린 각 팀과 여러 사람들은 처참히 강남을 보았다. 익숙해지면 안 되지만 익숙해졌다. 그들은 멀쩡한 강남보다 무너진 강남이 평범해보였다.


 김유정과 검은양 팀이 김가면과 함께 벌쳐스로 간 사이 트레이너와 늑대개 팀, 그리고 베로니카와 오세린은 남아있던 차원종을 정리했다. 트레이너는 아직 남아있는 차원 균열이 있는지 베로니카에게 말해보았다.


 "음, 큰 건 다 닫혔을 텐데. 잠시만 기다려."


 베로니카는 천리안을 떴다. 강남을 중심으로 그녀의 천리안은 원형으로 퍼져나갔다. 별 문제가 보이지 않던 그녀의 눈에 이질적인 감각이 들었다. 그녀의 눈에 보인 곳은 가산디지털단지 근처. 그녀가 서지수를 데리러 강남에 도착했을 때 보았던 가산디지털단지는 박살난 상태였다. 그런데 지금 그녀의 눈에 보인 가산디지털단지는 건물 하나 무너진 것 없이 깨끗한 상태였다. 베로니카는 트레이너에게 두 장면을 비교해서 보여주었다.


 "음, 확실히 이상하군. 서울 근처에 멀쩡한 곳은 없다고 들었는데."

 "내가 생각하기엔 누군가가 가산디지털단지 근처에 막을 친 것 같아. 누군가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말이지. 아마 더스트가 아닐까? 세하와 더스트가 만나기로 한 것도 구로역이었잖아? 가산디지털단지에서 구로역은 그렇게 멀지도 않고 말이야."

 "굳이 엮일 필요는 없겠지. 우리는 여기서 대기한다."

 "잠깐만, 트레이너. 구로역에 난민들이 있어. 그리고 익숙한 사람도 있는데."

 "난민? 그럼 설마...... ."

 "김시환. 그가 구로역에 있어. 난민들을 대피시키려고 했나봐."


 트레이너는 김유정에게 연락을 취했다. 난민들을 구출해 돌아오겠다고 말이다. 김유정은 자신들도 곧 합류하겠다며 부탁한다고 말했다. 트레이너는 램스키퍼에서 헥사부사를 끌고 내려오는 선우란을 발견했다. 선우란은 반쯤 감은 눈을 비비적거리며 말했다.


 "검은양 팀은...... 걱정 마세요...... . 제가 데려올게요...... ."

 "부탁하네. 늑대개 팀, 출동이다."


 

 구로역에 도착한 늑대개 팀은 트레이너의 뻐꾸기와 함께 구로역으로 내려왔다. 그동안 차원종을 억제하고 있던 구로역은 억제 장치가 파괴되면서 더해진 차원종 때문에 더욱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지형까지 바뀔 정도였다. 그곳에서 늑대개 팀을 기다리고 있던 사람은 김시환이었다.


 "아, 늑대개 팀 여러분. 이렇게 보니 더 반갑네요. 어서 오세요."


 뻐꾸기를 통해 트레이너가 대답했다.


 "상황이 어떤지 설명해줄 수 있겠나?"

 "네. 지금 구로역에 있는 차원종은 소수에 불과해요. 문제는 가산디지털단지죠. 그곳에 두 차원종이 있어요. 더스트, 그리고 아자젤까지."

 "...... 지금 뭐라했나?"
 "아자젤은 지휘만 하고 있어요. 그의 지휘를 받는 차원종이 더스트의 차원종을 상대하고 있는데 더스트가 고전하고 있는 모양이에요. 더스트가 밀리는 방향이 하필 난민들이 피난가던 방향이더군요."

 "자네의 의견을 묻고 싶군. 어떻게 해야겠나?"
 "앞뒤로 더스트를 치는 건 좋지 않은 방법이죠. 잘못하다간 두 차원종의 협공을 맞을 테니까요. 우리쪽에 피해가 없고 난민이 무사히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더스트가 아자젤측의 차원종을 치고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거죠."

 "그건 안 된다. 차원종을 도왔다간 유니온이 우리를 어떻게 여길지 모른다. 아직 그들에겐 정예요원이 있다. 우선 구로역으로 다가오는 차원종부터 상대해야겠군."


 뻐꾸기는 늑대개 팀에게 다가갔다.


 "티나는 구로역에 있는 난민들에게 접근하는 모든 차원종을 저격하도록. 가능하다면 주변 동료들이 보일 때 지원사격까지. 나타와 하피는 가산디지털단지역과 구로역 사이로 가서 상황 파악 겸 차원종의 수를 줄이고 와라. 다만 더스트에게 들키지 않게 그들의 후미를 잘 노리도록. 그리고 바이올렛과 레비아. 구로역에서 강남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선로는 가산디지털단지를 제외하곤 모두 건물의 잔해로 막혀있다. 다만 이곳의 길을 뚫는다면 2호선 선로를 이용해 탈출할 수 있을 것이다. 나와 함께 이곳으로 가서 건물의 잔해를...... ."


 뻐꾸기의 신호가 끊겼다. 바이올렛은 하이드에게 수리를 요청했으나 하이드는 하늘을 가리켰다. 램스키퍼는 공생체의 습격을 받던 중이었다. 티나는 빠른 속도로 역 옥상으로 올라가 램스키퍼 주위에 달라붙은 공생체를 저격했다. 나타는 잠시 당황해 우왕좌왕했지만 하피가 그의 길을 바로잡아주었다.


 "뭐, 뭐야? 왜 거기 있는 거야? 꼰대가 위험...... ."

 "우린 이쪽으로 가야하는데요?"

 "그, 그래? 잠시 꼰대를 걱정한 내가 이상한 거겠지?"

 "어머, 나타 씨. 이젠 걱정까지...... ."

 "조용히 해, 이 여자야!"


 바이올렛은 레비아에게 출동을 권유하려고 했다. 레비아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우울한 표정이었다. 램스키퍼에서 내리면서 그녀는 자신의 동족과도 같은 드라군 타입을 봤었다. 그들은 우두머리를 잃어 더스트에게 지배 당한 상태였다. 바이올렛은 레비아의 어깨 위에 손을 얹었다.


 "레비아 씨."

 "저분들을 구할 수 있을까요......? 그때 구하지 못한 분들을...... ."

 "레비아 씨. 절 보세요."


 레비아는 울먹였다.


 "또 다시, 전 또 다시 저분들을...... ."

 "해방시켜주는 거죠."

 "...... 네?"

 "용을 잃은 용족은, 지금의 저들은 오히려 자신들을 해방시켜주길 원할 거예요. 맘바 또한 그랬을 거예요. 자신의 동족이 적에게 지배 당하는 걸 지켜보기만 할까요? 그들을 도울 수 있는 행동이라면 돕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해요."


 바이올렛은 레비아에게 손을 내밀었다.


 "가요. 정 힘들다면 제가 앞장 설까요?"

 "...... 아뇨. 같이, 같이 가요!"




 개학 때문에 정신이 없군요 마지막 십대이다 보니 후회 없이 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상상하는 캐릭터가 추가되면 스토리가 어떻게 바뀔까, 혹은 시즌3를 예상해보고 있긴 한데


 뭔가 풀리는 것 같으면서도 애매하군요 헣


 부족한 점은 늘 많을 테지만 열심히 노력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2024-10-24 23:18:57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