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차원의 말말말

비랄 2018-03-04 0

본디 '이 세상'은 무분별했다. 지금에 와서는 당연한 유무의 구분따윈 본디 시공간을 논하기 이전부터 존재할 수가 없으며, 분명 '실제로도' 그랬다.


그러나 그것에 '누군가'가 오만하게도 잣대를 두게 된다면, 또한 그렇게 어떤 의미로든 '인식'을 확립한다는 모순을 들이민다면..


우리의 세상은 '지금' 성립할 수 있다.
 
다만 그렇게 '태초'는 반드시 '혼돈'하다는 전제는...


…언젠가 '당연하다'며 잊혀져 있었다.



-"…지금 우리가 알고, 논하는 모든 이야기를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어느 하나로 직결한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아느냐?" 


-"아뇨. 저로서는 짐작조차 가지 않습니다. 위대하신 '용'이시여.."


-"…'혼돈'이다. 그 어떤 구분조차 논할 수 없는, 모든 것의 시작(개벽)이자 끝(종언)이며, 유(有)의 전(全)이자 무(無). 말하자면 세상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지."


-"그렇.. 습니까..? 저로서는 용께서 말씀하시는 그것을 도저히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만.."


-"됐다. 너의 그 반응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이건 결국 당연한 순리. 절대적인 진리이니 말이다. 만약 이것에 한낮 존재가 답을 갈구한다면 그건 이 세상에서 결코 존재를 유지하지 못할 어리석은 자이거나 단지 이 세상을 거부하기만 하는 오만한 자일 뿐. 설령 군단의 정점에 서서 용이라 불리는 나도, 신이라 불리는 다른 군단의 장들도 그에 한해서는 여타의 것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지극히 당연한 것... 이로군요."


-"그래. 허나... 과연 이 세상이 꼭 '그것 뿐'이라고 단정할 수 있겠느냐?"


-"네..?"



본래. 존재함의 모든 것은 그 의미를 '증명'하기 위한 행위가 필요없다. 왜냐하면 이미 그럴 수 있도록 당연한 절대. '개념'이 만연하여 이 세상을 정립시켜주니까.


그런데 여기서, 이 진리라고 치부할 당연한 이것에 딱 하나의 의문을 제시할 수가 있다. 정말이지 의문치고는 답으로 어떤 증명도 불가능하고, 애당초 질문의 발상조차도 헛소리로 치부하기에는 딱 좋을 이야기이며, 그렇기에 실로 아무런 의미도 없을 대답만이 나올 뿐인 것이지만...


-'개념'은 '무엇'인가?


여기서 '무엇'이란, 그야말로 온갖 것. 추상적인 것을 포함한 모든 전제. 쉽게 말해서 '근원'이 무엇인가를 묻는다.


물론 이건 완전무결. 우리로는 결점따윈 찾아 볼 수 없음에도 이제와서 '왜?', '어떻게?', '어째서?' 라며. 실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게 묻는 것이지만, 결국 언제나 그랬듯이.. 우리가 여기서 도달할 진리라는 걸 말한다면, '그냥 그렇다'이다. 여기에 이유따윈 있을 수가 없으며, 있을 리도 없다. 우리로서는 그냥 당연하다고 밖에 말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확실히 그게 맞다. '지금'은.



-"'붉은 용'을 아느냐?"


-"네. 태초에 존재하셨다는... 지금으로서는 우리 군단의 전신을 만드시고, 그 육신을 우리의 영지로 만드셨다는 위대하신 '용신'이시지 않습니까? 비록 이야기로만 들었을 뿐인 존재시지만.."


-"음. 그렇다. 그리고 네가 아는 그 이야기를 모를 자는 우리 땅에는 없겠지. 헌데 말이다.. 그분을 포함하신, 다른 군단의 전신되시는 '신'들께서도 각자의 이야기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신기하게도 전부 그분과 '같은 죽음'을 맡이하셨다더구나."


-"…같은..?"


-"그래. 그 신들께서는 전부 '자신이 세상이 되는'... 그 하나의 결과 만큼은 어느 군단의 기록에서도 동일하게 남아있었다. …여기서 무언가 느껴지는 것이 없느냐?"
 
-"아, 아뇨... 저로서는 전혀 모르겠습니다 용이시여.. 사실 그런 이야기는 누구나가 다 알지만, 결국 그걸 따져보면 그냥 전부 그런 것이 아닙니까? 신화와 전설로서 이미 지나간, 단순한 세상사의 운명을 표현했을 '이야기'. 아무리 잘해봐야 그런 것밖에 느껴지지 않습니다."


-"흐하하하하하하...!! 그래. 확실히 그건 전부 이야기. 너도 나도.. 분명 그렇다고 생각하고, 그렇게만 알고 있음에는 마찬가지... 였을게다."


-".....?"



본디 모든 '존재'의 원류는 완벽한 무(無). 거기서 무언가가 시작하는 데에는 무슨 이유따윈 없으며, 무슨 이치따위도 없다. 단지 유의하게 되는, 우리가 아는 존재함이 인식되며 단정지어지는 것이 전부이며, 분명 그것이 이 세상의 전부인 '결과'이다.

 

그리고 이미 우리가 그렇게 존재하고 있기에.. 필시 이런 걸 논한다는 것 자체는 무의미하다. 완벽한 낭비. 유무의 구별도 필요없는 이 세상에서 그 어떤 것도 되지 않는... 그러나 그런 만큼 결코 답이 없기에, 누군가가 답을 나름대로 정하거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의 반복만은 이어진다.


이른바 '혼돈'이라는... 연쇄의 띠에서.


 
-"나도 예전에는 그랬단다. 그건 단지 이야기라고. 말해봤자 이제는 우리에게 말뿐인, 필요 없어 잊어도 되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런데, 아무래도 그게 아니었던 거 같더구나."


-"…네? 그게 무슨.."


-"…인간들이다."


-"…인간? 그 찬탈자 놈들 말입니까? 대체 그것들이 뭐가...?"


-"듣자하니 그들에게도 그들만의 이야기가 존재한다고 하더구나. 세상의 시작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가 말이다. 실로 이상한 일이 아니더냐?"


-"이상한.. 겁니까? 결국 이야기란 누군가 상상을 해냐가기에 말로 나오는 것이고, 그것들도 우리와 같이 사고하며 살아가는 존재. 딱히 불가능한 일도 아닐 거 같습니다만..."


-"아니. 아니란다 '검은 뱀'아. 필시 이건 누가봐도 이상한 일일 수밖에 없단다. 왜 그들에게도 우리와 같이 '아야기'가 만들어졌을 수 있었는지, 왜 우리가 그들과 같은 인식선상에서 서로를 알아갈 수 있는지.. 이 모든게 사실 전부 이상할 수밖에 없단다."


-"…으음.. 용께서 말하시는 의중을 저로서는 전혀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그래..? 그럼 이걸 들으면서 짐작을 해보거라. 그 귀찮은 폭풍의 년놈들이 나에게 들려줬던 것이다만.... 인간들의 이야기에도 '용'이. 이 나와 같은 '용'이, 우리 이야기에 '용신'과 비슷하게 존재한다고 하더구나. 게다가 그것만이 아니다. 이상하리만치 당연하게도 그것들의 세상에도 하늘이 있고, 땅이 있으며, 삶이 있고, 죽음이 있단다. 정말이지 너무나도.. '같아'."


-"아니.. 그야 애당초 그렇지 않으면..."


-"'불가능'. 이번에 한해서다만, 한번 그런 것따윈 배제하고 생각을 좀 해보거라. 왜 우리와 인간들은 이렇게 공통되는지. 그것을 네 나름대로 파고들지 않으면 내가 네게 이 이상 알려줄 수 있는 것은 없단다."


-"…어..... 네..... 알겠습니다. 용이시여."



아마 그 누구도 알 수 있겠지만, 원래 모든 이야기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그것은 우리가 사는, 우리가 이미 아는 세상의 것들에 한해서 정의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이 세상 모든 것들의 원류를 거슬러 올라간다면 필시 초월적인 것. 단지 더 위의 것만을 말하거나, 아예 의인화와 같은 이미 있는 것을 단정하는 영역에만 국한되고 만다.


여기서 만약 그외에 다른 것을 논한다면 완전히 무의미. 없음의 무. 구태여 말해도 결론따윈 낼 수 없는 혼돈 뿐이다. 그리고 아마 그런 이유로 우리들의 이야기는 억지로라도 어느 하나의 원류를 두게되어 있다.



-""혼돈함에서 유(신)가 시작되며, 유(신)는 곧 존재이니라.""



원초는 그렇기에 논해진다. 세상은 필시 그렇게 의미를 가지기에 어떻게던 거기서 개벽되며, 펼쳐지고, 이윽고 끝의 망상에서 발버둥치기 위해 무한해진다. 세상을 가르는 것은 단지 잣대. 우리가 이미 인식하고, 정의한 진리. 이미 단정짓고 말았던 지고의 영역.


그리고 신화의 신이란.. 필시 그것의 하나이리라.


.
.
.


*




태고의 시절. 스스로가 존재함히신 지고한(위대한) 어머니(아버지)이신 가이아(카오스)께서는 도대체가 알 수 없는 언제에(이윽고) 세상(자식들, 또는 신, 또는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만드셨다.


그분들의 세상은 때를 알 수 없게 범람하거나 잘라내지고, 이윽고 지금의 모습. 빛과 어둠. 하늘과 땅. 삶과 죽음의 순환. 선과 악의 것으로만 정립되어졌으며..


거기서. 필시 우리가 아는 이야기(신화)가 시작되었다.


"빛(힘)은 땅(존재)을 비추며, 하늘(법. 또는 신)은 세상에 길(개념)을 자아내기 시작한다. 그것은 어둠(미지, 끝)으로부터의 구원이며, 삶(희로에락)의 시작이자 결국 죽음(유한)을 망각하는 유일한 대화생(大化生)의 선(악)이니라. 필시 그건 우리에게 있어서는 업이며, 덕으로서 이어지리니.."


"그렇게 사탄(업)은 우리의 아래에 군림하고, 신(덕)께선 우리의 위에서 보살피신다."


"사탄이라함. 그것은 곧 범해지는 이 세상 모든 원죄의 악이며, 폭력과 공포의 대화생이며, 영원불멸의 지옥을 의미한다."


"신께서는 우리에게 있어 곧 사랑이오, 구원이오, 믿음이오, 절대의 천국을 우리에게 내리시는 법이니라."


"허나 사탄과 신은 단지 그 모든 것을 서로 맞대는 싸움을 시작하는 것을 필연으로 여기며...."



-""그것은 이른바 유(有)의 성전(토론)이다.""



"용신(사탄)께선 혼돈(신)에게 물었다. 왜 존재(세상)이 있느냐고. 왜 한없이 덧없을 그것을 두려고하며, 왜 그렇게만 되느냐고."


"신(혼돈)은 말하시니, 그것이 곧 자신(의미)이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거기에는 애당초 그 무엇도 상관 없다. 너도 나도. 단지 그뿐이니라."


"허나 용신(사탄)은 결코 그걸 용납할 수 없었다. 곧 그에게는 모든 마(신에게 피조된 모든 것)들을 결집시킬 수 있는 악(저항)이 만발했으며, 혼돈(신)에게 있던 것은 단지 선한 것(만들어내는 모든 것)의 결집으로서 단지 응수하기 시작했다." 


-"결국 묵시록의 붉은 용(사탄)은 신(사도)의 의해 떨어졌다."


-"결국 용신(사탄)께선 혼돈(신)을 막지 못하셨다."


"패한 사탄(용신)은 결국 자신의 지옥(세상)마저 빼앗겨 처참하게 떨어지며, 굴욕스럽게 내던져지며, 자신의 죄(저항)의 뉘우침을 원한 신(혼돈)에게 영원한 고통으로서 말미암아 세상의 뒷편(망각)으로 추방당했다."


"허나 용신(사탄)께선 자신의 사도(버려진 피조물들)과 같이 추방되어, 오만한 혼돈(신)이 스스로조차 잊은 무(0)에 도달하고 말았으나... 그분에게 있어서는 이곳이야말로 낙원. 그분 스스로가 신으로서 군림하고, 자신의 사도들과 함께 새로이 '신이 없는, 신이 바라지 않던 세상'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한 곳이었으니.."


-"신(저항자)들은 주저하지 않고 허무에 몸을 내던지며 자신들이 마지막까지 품었던 이상(세상)을 실천시키셨다. 그것은 곧 우리에게 있어서 빛과 어둠, 하늘과 땅, 삶과 죽음의 나선, 선과 악의 이유가 되었으며... 이윽고 우리 자신이 되었다."


-"그런 우리들의 의의는 그렇기에 결국 하나이다. 이 자유로운 땅(희생)을 단지 즐기며, 저 요란스런 하늘(이상)을 언제나 바라보며 잃지 않는 것. 그것만이 우리에게 주어진 유일한 절대이며, 그렇기에 우리는 지금까지 각자 살아올 수 있던 것이다." 


-"허나. 가증스럽게도 지금. 그런 우리들은 대체 어떻게 되었는가?"


-"결코 잃지 말아야할 것(자유)의 소실."


-"결코 이해하지 말아야할 것(적)의 이해."


-"""그리고...."""



"""""결코 행해서는 안되는 것(죄)를 행하게 됀다!"""""



"듣거라! 우리들은 악이다! 결국 무엇에게도 이해를 거부당하며, 그럼에도 실로 오만하게도 그것을 시도할 뿐인 악이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있어서 선함이란 또 무엇이냐! 그런 악함마저 찬탈해가는 저 천사라는 것들의 자손들이냐!?"


"이제 이 무의미한 연쇄를 잊고 싶다. 우리들은 이미 '무명'. 놈들에게 추방당해, 의미를 잃고, 단지 이 구석에서 숨을 죽이며 마지막 존재함만을 이어갈 뿐이던 한낮 하찮은 자들이다."


"…허나 결국에 와서는 그것마저 용납되지 않는다면... 이제는 이 '용'의 이름아래에, 그 위대하신 용신의 마지막 말씀을 내가 대신 전하노라."


 
-"우리의 것(위상력)을 잃지 마라."



"오만한 찬탈자. 무한을 혼돈(신)에게서 이어받은 날개달린 돼지(천사)들. 그것들에게 과분한 사랑을 받아 주제마저, 마지막 도리마저 망각한 것들에게 진격한다!"


"이 지옥의 틈을 열어라! 놈들이 흩뿌린 도화선에 우리는 이 유황불을 붙여줄 것이다!"


"그리하면 재가 되며, 먼지가 되도록 불태우는 이 지옥을..."

 
"…내(용)가 그것(인간)들에게 이끌겠노라."


.
.
.
.



기원후(신화 이후) 세기 서력 2002년. 세계에는 지옥이 되었다.


인간이 원망하기 시작했던 신은 인간을 떠났다.


신은 인간에게 분명 변덕스러운 가치를 두었으나,


인간은 결국 그런 신의 곁을 떠나기를 원했다.


신은 그것을 세상으로서 하여금 들어줬다.


기억되는 천국(신)과 잊혀진 지옥(악마)도 있는, '비교'를 '의미'로 두며 영원히 돌고 도는 곳.
    
그런 세상으로 신과 인간의 사이는 마지막을 장식했던 것이다.


다만 인간이 그때 지옥을 잊어버린 것이 화근이었는지,


아니면 신이 인간에게 자신이 잊혀뒀던 지옥을 다시 선사한 것인지.


그건 지금에 와서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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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야. 아마 이 폐기물이 뭔지 이해할 사람도 얼마 없을 거야. 내가봐도 그렇거든.(메모장에 이리저리 흩어놨던 거 짜집기해서 올림)  뭐, 볼 사람이 있겠냐만...

2024-10-24 23:18:51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