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나는 클로저스가 좋다, 하지만...

버스비는1200원입니다 2018-02-28 1

나딕의 하도 ㅈ같은 븅1신 짓거리를 보다가 그냥 갑자기 생각이 나서 써봅니다

(당연하겠지만 이 글은 100% 본인의 망상으로 이루어진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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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적부터 게임이 무척이나 좋았다. 직접 게임을 하며 즐기는 것은 물론이고, 그저 게임을 하면서 즐기는 것뿐만이 아니라 직접 게임을 만들어보고 운영해보고 싶다고도 생각했다.

그 중에서도 나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던 게임이 있었다. 그 게임은 바로 '클로저스'라는 게임이었다. 플레이도 재밌었고, 무엇보다 세계관, 스토리,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보는 캐릭터가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었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을지언정 이 게임은 나에게 있어서 그 어떤 게임보다 특별한 게임이었다.

그리고 결심하였다. 나는 이 게임을 단순히 즐기는 입장에서 그치지 않고 직접 이 게임을 만든 회사인 '나딕게임즈'에 들어가서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 클로저스라는 게임을 더욱 좋은 게임으로 만들어보자고.

결심을 하고 2년이라는 시간동안 나는 내 목표를 위해, 클로저스를 플레이하는 것조차도 뒤로 미루며 계속 노력하였다. 노력을 하면 좋은 결과가 따라온다는 말이 사실이었는지, 결국 나는 올해 나딕게임즈에 입사하게 되었다.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기쁨이 밀려왔다. 나에게 둘도 없이 특별한 게임 클로저스, 그리고 그 클로저스를 나, 그리고 나처럼 게임을 좋아하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더 좋은 게임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방방 뛰기까지 하였다.

하지만, 그 기대는 잘못된 것이었다는 사실을 이때의 나는 모르고 있었다.


"다음에 낼 코스튬은 뭘로 할까?"


이게 나의 첫 출근날, 그리고 첫 회의에서 처음으로 듣게 된 말이었다. 이때까지는 아무런 신경도 안 쓰고 있었다. 클로저스에게 있어서 코스튬이란 상당히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였으니까. 하지만 조금씩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회의의 내용은 코스튬, 아이템 패키지 등등, 정작 중요한 게임 플레이에 대한 논제는 나오지 않고 있었다. 나쁜식으로 말하자면 그저 돈벌이에만 관련된 논제만이 나오고 있었다.

뭐라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갓 입사한 말단이었던 내게 말할 기회는 조금도 주어지지 않았다. 나는 그저 조용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나의 첫 출근날에 있었던 첫 회의는 이런 식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첫 출근이라서 긴장을 했기 때문에 그저 내가 이상하게 받아들였을 뿐인 걸까? 그래, 나딕게임즈에 들어가겠다는 목표를 위해 그때까지만 잠시 클로저스를 접었으니 현재 클로저스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 하고 있었던 탓일 거다. 그럼 생각이 난 김에 집에 가면 오랜만에 클로저스를 켜봐야겠다.

잔뜩 기대하며 오랜만에 다시 시작하게 된 클로저스에 접속했으나, 내게 돌아온 것은 당혹감, 그리고 큰 실망감이었다. 내가 접었을 때보다 클로저스의 상황은 무척이나 심각하였다. 밸런스는 조금도 맞질 않은 게 신분제를 떠오르게 할 만큼 극과 극으로 나뉘어져 있었고, 크고 작은 버그들이 판을 치며 그 중에서는 내가 2년 전에 클로저스를 할 때 있었던 버그가 지금까지도 남아 있었다. 게다가 최적화도 제대로 되어있질 않아 2~3시간 정도를 접속하고 있으면 갑자기 렉이 걸리고 텍스처가 하얗게 변해버리지를 않나...

그야말로 개판 5분 전이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 일단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홈페이지의 공지사항 목록으로 들어가봤다. 게임 내의 문제가 이렇게 심각하다면 분명히 수정한다는 글이 몇 개는 있을...


"... 없어."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리 찾아보아도 밸런스, 버그, 최적화, 그 어떤 것과도 관련된 내용이 보이질 않았다. 보이는 것은 그저 코스튬 관련, 캐시 신상품 등... 회의에서 질리도록 들었던 '돈벌이에 관련된 것'들밖에 없었다.

아니, 지금 게임의 상황이 이렇게나 심각한데 고칠 생각은커녕 돈을 벌겠다는 궁리밖에 하지 않는다고? 이러면 게임이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다.


"... 건의게시판?"


그러던 와중에 눈에 들어온 것은 커뮤니티 목록의 '건의게시판'이라는 것이었다. 내가 클로저스를 접고 있는 동안 새로 생긴 게시판인 듯하였다. 그보다는 '건의'라는 단어를 보고 이 게시판은 유저들이 운영진에게 게임에 대한 건의를 하는 게시판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리고 당장 이 건의게시판으로 들어가봤다. 하지만...


[시X 램누수 안 고치냐?]

[밸런스를 좀 맞추라고ㅡㅡ]

[이럴거면 건게를 대체 왜 만든거냐?]


확실히 건의글이 보이기는 했으나, 절반 정도는 운영진에 대한 불만을 토해내는 글들이 상당수 보였다. 특히 그 중에서도 [건의를 **도 않을거면 건게는 왜 만들었느냐]라는 식의 글들이 가장 눈에 띄었다. 건의게시판에 건의를 올려도 운영진이 그 건의를 거들떠도 ** 않는다고? 솔직히 나는 이것만 보고 '아직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건의사항 검토 결과 안내라는 것을 보고 그 말이 사실임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건의사항 검토 결과 안내글에는 쓸데없는 것들이나 당연히 패치해야 하는 것들, 심지어는 운영진이 자신들의 입으로 하겠다고 말한 것을 유저의 건의를 받아들인 것처럼 포장한 것도 있었다.

충격 그 자체였다. 이대로 가다가는 내게 있어서 특별한 이 클로저스라는 게임이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놔둘 수는 없었다. 아니, 놔두고 싶지 않았다.



다음날

비록 갓 입사한 말단 사원에 불과하여 뭐라고 해도 소용이 없다고 한들, 나는 크게 용기를 내고 현재 클로저스의 총괄PD를 맡고 있는 현문수PD를 찾아뵜다.

현문수PD는 처음에는 맘 편히 할 얘기를 해보라며 가볍게 미소를 지으셨다. 이에 한결 긴장이 풀린 나는 차근차근 현재 클로저스의 문제점과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제시하였다. 그런데, 어째선지 내 얘기가 길어질수록 점점 현문수PD는 정색을 하고 있었다. 곧 나의 얘기가 끝나고 현문수PD가 내게 말하였다.


"하고 싶은 말이 뭔지는 잘 알겠는데,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니까 괜찮아. 알아서 할테니 가봐."

"네?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니..."

"신입 사원이라 아직 잘 모르나본데, 밸런스라던지 버그라던지 최적화, 그런 건 나중에 생각해도 될 문제야."


나는 계속 설득을 시도해봤다. 하지만, 현문수PD는 내 말을 전혀 들어주지 않았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오히려 나중에 생각해도 될 별 거 아닌 문제라고 선을 그으며, 그런 걸 생각할 시간에 어떻게 하면 돈을 더 잘 벌리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을 하라면서 내치듯이 나를 복도로 내보냈다.


"... 뭐야, 이게..."


나는 이런 소리나 들을려고 이 회사에 들어온 게 아니다. 이런 실망감과 좌절감, 그리고 분노를 느끼기 위해서 노력을 한 게 아니란 말이다. 하지만 내가 뭐라고 해봤자 말단 신입사원의 말이랍시고 제대로 들어주지조차 않는다. 그렇다면... 내가 이 회사에 들어온 이유는 대체 뭐냔 말인가. 내가 지금까지 노력한 것들은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여, 신입. 거기서 뭐해?"

"... 선배님."


그때, 나보다 먼저 이 회사에 들어왔던 선배가 친근하게 손짓으로 인사를 하시며 내게 다가오셨다. 이 선배는 첫 출근날부터 내게 다가와 잘 대해주셔서 벌써부터 사이가 가까워진 선배님이었다.

선배님은 내 표정을 보고는 무슨 일이라도 있었냐며 고민이 있다면 털어놔보라고 하셨다. 나는 조금 망설이다가 결국 털어놓기로 하였다. 나는 선배님과 함께 회사의 옥상으로 올라가 자판기에서 뽑은 음료수를 한번씩 마셔가면서 얘기를 해나갔다. 현재 클로저스의 상황이 무척이나 심각하며, 그럼에도 총괄 PD인 현문수PD는 그걸 개선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내 고민을 들은 선배님은 조용히 음료수를 한 모금 들이키신 다음 내게 말씀하셨다.


"뭐, 그건 어쩔 수 없어. 그게 바로 현실이라는 거지. 우리 같은 아랫물들은 그저 조용히 따를 수밖에 없다는 거야."

"하지만...!"

"무슨 소리를 해도 소용이 없다고 했었지? 그럼 잘 알 거 아니야? 뭐라고 한들 윗물들이 저런 태도를 유지하는 이상은 바뀌지 않는다고."

"......"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선배님의 말씀은 맞았다. 나나 선배님 같은 아랫사람들이 뭐라고 해본들 윗사람들이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한다면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간단히 비유해서 말하자면 현문수PD와 같은 윗사람들은 왕족, 그리고 나나 선배님 같은 아랫사람들은 평민, 이런 차이였다.


"... 선배님, 제가 이 회사에 들어오게 된 계기가 뭐였는지 아세요?"

"뭔데?"

"제게 있어서 클로저스라는 게임이 무척이나 좋고 특별한 게임이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클로저스를 만든 이 회사에 들어오고 싶다고 목표를 세우게 된 거죠. 그런데... 이런 상태라니... 솔직히 말하면 너무 실망스럽고 화가 납니다. 내가 이럴려고 이 회사에 들어왔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 기분 잘 알지. 나도 너와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었거든. 그래도 그런 얘기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하지 마. 괜히 네 입장만 더 곤란해질테니까."

"네..."

"자, 그럼 기분전환도 할겸, 퇴근하고 너 시간 남지?"

"네, 그렇기는 한데..."

"퇴근하고 같이 술이나 한 잔 땡기러 가자고. 오늘은 내가 쏜다!"

"... 감사합니다, 선배님."


만약 선배님이 현문수PD 대신 총괄 PD의 자리에 있었더라면 조금은 달라졌을까? 뭐, 그런 상상을 해본들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나로써는 그저 이러한 현실을 수긍할 수밖에 없는 입장, 그렇지만... 정말 이래도 괜찮은 걸까.




현문수PD를 찾아가 얘기한 날로부터 4일 후, 기어이 일이 터트리고 말았다.

회의 시간, 논제는 물론 이전에 있었던 회의 때와 마찬가지로 돈벌이에 관련된 것들 뿐. 그 외의 논제는 나오지 않고 있었다. 이런 회의를 그저 지켜만 봐야 한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 몸은 그걸 받아들이지 못 하고 말았다.


"저기..."


입사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말단 사원이 끼어들자 회의를 진행하고 있던 현문수PD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은 심기가 불편한 눈초리로 나를 째려보았다. 그래도 나는 물러서지 않고 말하였다.


"게임 밸런스, 버그, 최적화 등, 그런 쪽으로도 논의를 해보시는 게 어떤가 생각합니다. 게임을 정상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신입, 너는 잘 모르는 모양인데 게임이라는 건 돈만 벌리면 어떻게든 잘 유지되는 법이라고. 그런 사소한 문제는 일일이 신경 쓸 필요 없어."

"!..."


이 말을 들은 순간, 조금씩 밑에서부터 머리 끝까지 화가 치밀어오르기 시작하였다. 지금 이 사람들은 게임을 그저 단순한 돈벌이, 그리고 그 게임을 이용하는 유저들을 돈벌이에 필요한 돈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걸로만 생각하고 있다. 나는 그 사실을 결코 흘려넘길 수 없었고, 결국 마음 속에 담아두고 있던 말을 토해내기 시작하였다.


"돈만 잘 벌리면 문제가 없다고요? 그럼 다른 사업을 하시지 왜 굳이 게임 산업에 발을 들이신 겁니까? 그리고 유저들은 무슨 우리 회사가 기르는 가축이라도 된답니까? 뭔짓을 해도 유저들이 알아서 돈을 갖다바칠테니 상관없다는 식으로 말씀하시다니... 그게 정상적인 머리로 할 수 있는 생각입니까?"

"뭐...?!"

"야, 그만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지는 알고 있어...?!"


선배가 뒤에서 작은 목소리로 나를 말리시려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그 소리를 완전히 무시하고 담아두었던 모든 생각들을 계속해서 토해냈다.


"지금 게임의 상황이 어떤지는 제대로 알기나 하십니까? 밸런스는 완전히 붕괴된 지 오래고, 버그는 오픈 초기에 있었던 버그 중 몇몇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으며, 최적화는 제대로 되어있지도 않아서 2, 3시간 정도를 접속해있으면 렉이 걸리기 시작하고 텍스처는 하얗게 변해버리기까지 해서 게임을 오래 하려면 재접속을 하는 것은 필수적이고요. 그리고 건의게시판에서 유저들이 이 모든 문제에 대해서 계속 불만과 함께 개선을 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는데 도대체 뭡니까? 그 되도않는 건의사항 검토 결과는? 이런데도 게임이 제대로 유지가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까?"

"아무것도 모르면 가만히 있어!"

"... 아무것도 모르는 게 어느 쪽인지조차도 모르다니, 됐습니다. 그만 얘기하죠..."


더 이상 얘기할 필요도 없었다. 내가 하는 모든 말들은 이들에게 있어서 그저 칠판에 쇠를 긁는 소리처럼 귀에 거슬리기만 하는 소리에 불과했으니까. 그저 돈벌이에만 관심이 있는 이 회사는 내게 있어서 앞길을 찾을 수 없는, 막다른 절벽으로밖에 안 보이게 되었다. 결국 내가 지금껏 가지고 있었던 의지, 그리고 지금껏 열심히 해왔던 노력, 그리고 입사하게 되어 품기 시작했던 기대감, 그 모든 것들은 한순간에 박살이 나고 말았다.

결국 나는 다음날 바로 자진 퇴사를 하게 되었다. 말단 사원인 주제에 회의에서 그런 소리를 했으니 좋지 않은 처분을 받게 될 것이 분명했고, 무엇보다도 내가 더 이상 그 회사에 다니고 싶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회사에 계속 남아있어봤자 그저 의미없이 시간만을 헛되이 보내게 될 뿐이라는 사실이 명백했으니까...


"... 그냥 다른 게임 회사나 알아보자..."


그렇게 나는 나딕게임즈를... 누구보다 애정을 가지고 있던 클로저스를 떠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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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챙겨라 나딕...



2024-10-24 23:18:48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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