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3](Remake) (2부 2화) - 이세희의 훈련일기 (2)

버스비는1200원입니다 2018-02-2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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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우리집 앞마당에 어딘가로 통하는 웜홀을 만드셨다. 엄마와 같은 염동력자가 만드는 '공간과 공간 사이를 잇는 웜홀'과는 조금 다른 것이었다. 아빠의 웜홀은 프레이먼들만이 만들 수 있는, 어느 특정한 장소로 통하는 웜홀이었다.

그 장소는 <불의 성역>이라는 장소였다. 듣기로는 오직 프레이먼들만이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하며 그 외의 존재는 프레이먼의 동행이 없는 이상 출입이 불가능한, 프레이먼들만이 사는 장소라고 한다. 

아빠와 함께 나는 처음으로 그 장소에 발을 딛게 되었다. 검은 하늘을 환하고 아름답게 밝히는 은하수처럼 반짝이는 별빛들, 여기저기에서 힘차게 타오르고 있는 푸른 화염, 강물을 대신하고 있는 푸른 용암, 색다르면서도 신기한... 그리고 동시에 처음 와보는 장소임에도 익숙하고 편안해지는 기분. 그것은 아마 내 몸 속에 프레이먼의 피가 흐르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여기가 훈련장소야, 어때?"

"좋아요, 그런데..."


다 괜찮았지만 한 가지 문제점이 생겼다. 이 장소의 기후가 너무나도 더웠다. 여기저기서 화염이 타오르고 강물마저 용암으로 되어있는 장소인 만큼 그에 맞게 기후도 이렇게 더운 모양이다. 이정도라면 사우나의 안이라고 해도 될 것만 같았다. 과연 이런 장소에서 훈련을 원만히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됬다. 그때, 아빠가 내게 말씀하셨다.


"역시... 설마 했지만 내 생각이 맞았구나."

"네? 무슨 말씀이세요?"

"지금의 네 육체에 대해서야."

"육체...?"


아빠는 내 몸에는 확실히 프레이먼의 피가 흐르고 있으나, 육체는 프레이먼의 기본적인 특성조차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라고 하셨다. 프레이먼은 기본적으로 불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능력, 불에 대한 강한 내성, 이렇게 2가지의 특성을 가지고 태어난다. 허나, 프레이먼이라면 당연히 갖고 있어야 할 특성을 지금의 나는 그 어느것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아빠께서 말씀하시길, 내가 프레이먼의 기본적인 특성조차 갖추고 있지 못한 이유는 첫번째, 아빠에서 나로 대가 넘어오며 프레이먼의 피가 옅어졌기 때문이며, 두번째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몸을 단련하는 것을 조금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프레이먼의 피가 옅어졌다고 해서 프레이먼으로서의 능력이 뒤떨어지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옅어진 만큼 프레이먼의 특성을 갖추는 게 늦어지는 거라고...

그런 상태에서 단련을 조금도 하지 않았으니 내가 프레이먼으로서 갖춰야 할 특성을 갖추지 못한 것도 어찌보면 당연하였다.


"그러니까 세희 네가 지금 우선적으로 해야할 것은 프레이먼으로서의 기본적인 특성을 갖추는 거야. 너, 지금 이 불의 성역에 오고부터 무척 덥다고 생각하고 있지? 지금도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걸 보니 확실하네. 만약 프레이먼의 특성을 갖추고 있었다면 더울 리가 없거든. 그럼 우선은 첫번째, '불에 대한 내성'을 갖춰보자꾸나."


말씀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빠는 손에서 작은 불꽃을 만들어 내 앞으로 갖다대셨다. 그러고는 이렇게 물으셨다.


"세희야, 너는 지금 이 불꽃이 어떻다고 생각하니?"

"어떻다니... 그야 뜨겁다고 생각해요."

"그럼 이 불꽃 속에 손을 넣으렴."

"... 네?"


방금 내가 잘못 들은건가? 분명히 아빠가 내 손을 이 불꽃 속에 넣으라고... 잘못 들은 게 아니라 확실히 그렇게 말씀하셨다. 하지만 그런 짓을 했다가는 내 손이... 아니, 설마하니 정말로 그러지는 않겠지. 분명히 뜨겁다는 느낌만 들고 화상 같은 건 입지 않을...


"... 아앗!"


...거라고 생각했지만 완전히 틀렸었다. 손가락부터 불꽃에 닿자마자 뼛속까지 스며드는 뜨거움과 함께 불꽃에 닿였던 부분은 화상을 입어 피부색이 약간 변색되어 있었다. 그것은 다른 불꽃과 다름없는... 아니, 오히려 보통의 불꽃보다 더욱 뜨거운 불꽃이었다.


"아으으...!"

"불꽃을 자신의 몸의 일부처럼 생각하고 받아들여. 그래서 이 불꽃에 닿여도 전혀 뜨겁지 않다는 느낌이 들고 아주 작은 화상조차도 입지 않게 될 수 있을 때까지 이걸 반복하렴. "

"네?! 그... 그런 짓은..."

"걱정하지 마렴. 화상쯤은 내 <치유의 불꽃>으로 금방 회복시켜줄 수 있으니까. 그리고 세희야, 너의 의지는 고작 이런 불꽃에 입는 화상 때문에 철회할 만큼 가벼운 것이었니?"

"!..."


평소에는 내가 작은 상처 하나 입기만 하셔도 놀라며 걱정하시던 그 어느때의 아빠와는 달랐다. 한 치의 사적인 감정이 없는 냉정한 표정으로 나를 똑바로 바라보시면서 말씀하시는 지금의 아빠에게서는 오직 나를 강하게 훈련시켜주시겠다는 일념 하나밖에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만큼 지금 아빠는 나를 훈련 시켜주시는 것에 대해 누구보다도 진지하게 임하고 계신다는 증거였다. 그런데도 나는 어느새 당초의 목적을 잠깐 잊고 이 작은 불꽃 하나에 한 걸음 물러서려고 했었다. 그런 나 자신이 조금씩 부끄러워졌다. 그러니 이 이상 아빠를, 그리고 나 자신을 실망시킬 수는 없었다.


"하겠어요."


그래, 고작 이런 작은 불꽃 때문에 망설여야 할 이유라도 있을까? 아니, 없다. 오히려 이런 것조차도 간단하게 해내지 못한다면 나는 그저 말만 번지르르하게 한 팔푼이에 불과해진다. 

나 자신을 믿자, 프레이먼의 피를 이어받은 자신을 믿어야 한다. 그런다면 이런 작은 불꽃쯤은...


'아무것도 아냐!'
"흐읏...!"


아직 아빠의 치유의 불꽃으로 회복을 받지도 않은 상태의 손을 다시 한 번, 이번에는 불꽃에 닿자마자 손을 거두지 않고 한번에 불꽃 속으로 손 전체를 집어넣었다. 또 다시 뜨거움이 뼛속까지 스며들고, 손은 불꽃에 지져지면서 빠르게 피부색이 변색되어갔다. 그럼에도 나는 손을 거두지 않고 이를 악문 채 버텼다. 아직은 물러날 수 없다. 아니... 물러서고 싶지 않았다.


'아직이야...!'


아직 멀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버티면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 아니, 잠깐만. 왜 버텨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 거지? 버텨야 한다는 것은 즉, 나는 이 불꽃을 자신에게 해가 된다는 것으로 인식하고 자연스레 거부하고 있다는 게 아닌가? 아까 분명 아빠가 이렇게 말씀하셨다. '불꽃을 자신의 몸의 일부처럼 생각하고 받아들여라'고.

몸의 일부처럼 생각하고 받아들여야 할 불꽃을 나 스스로가 해가 된다고 생각하여 거부를 하고 있다면 당연히 서로가 반발하며 지금 너무나도 뜨겁다고 느끼며 손이 타들어가고 있는 것이 당연하였다. 

그렇다면 아빠의 말씀대로 지금 이 불꽃을 내 몸의 일부처럼... 거부하지 말고 받아들여야 한다. 한번 깊게 심호흡을 하고 조용히 집중을 해보자.


"...!"


그러자 타들어가고 있던 내 손이 갑자기 원래대로 회복이 되며 뜨겁다는 느낌도 전혀 느낄 수 없게 되었다. 이에 나는 아빠가 보다 못하셔서 내 손을 넣은 불꽃을 치유의 불꽃으로 바꾸셔서 내 손을 회복시켜주신 게 아닌가 생각하고 아빠께 그런 거냐고 여쭤보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단다."

"네? 그럼 이건..."

"아무튼 축하해. 이걸로 불에 대한 내성을 가지게 되었구나."


이걸로 나는 프레이먼의 기본적으로 타고나는 특성 중 하나인 불에 대한 내성을 가지게 되었다. 이에 따라 불의 성역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땀까지 뻘뻘 흘리며 더위에 사로잡혀있던 내 몸은 어느새 더위를 조금도 느끼지 않고 있었다. 이로써 한 걸음, 나는 진정한 프레이먼으로 향하는 길에 한 걸음 내딛었던 것이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그것도 내 불꽃을 치유의 불꽃으로 치환시켜서 스스로 회복할 줄은... 세희는 인식하지 못 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이건 대단한 재능이야. 만약 제대로 훈련을 시킨다면...'
"이제 남은 건 불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것만 남았구나. 그럼 바로 시작할까?"

"네!"

'방금 내 불꽃을 치유의 불꽃으로 치환시킨 것만 보면 금방 터득하겠지.'
"그럼 세희야, 저쪽을 향해서 불을 날려봐."

"네! ...네? 아니, 갑자기 그러라고 하셔도..."


시작부터 갑자기 불을 날려보라고 하시다니... 진도를 너무 앞서나간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아빠도 그렇다고 생각을 하셨던 모양인지 방금 하신 말씀을 취소하시고는 우선 뭘 어떡하면 좋을지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주셨다.


"불을 자유자재로 다룬다고 해서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 그냥 자신이 불을 다루는 모습을 머릿속으로 상상하면서 행동하면 돼. 그런 식으로 한 번 해봐."

"상상이라... 네, 알겠어요."


불을 다루는 모습을 상상한다라... 그럼 간단하게 작은 불꽃 하나를 만드는 모습을 상상한 다음, 행동으로 옮긴ㄷ...


... 뿌웅-

"......"

"풉..."

"방금 웃으셨죠?!"

"... 아니, 안 웃었어."

"거짓말!"


소리 때문에 착각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이건 그저 불꽃을 만드는 데에 실패하면서 난 소리다. 결코 그 'ㅂ'자로 시작하는 그것의 소리가 아니다. 어쨌든, 상상을 하고 행동으로 옮기라고 한들 그렇게 쉽고 간단하게 되지는 않는 모양이다. 

그래도 포기하지 말고 계속 시도해본다. 아주 작은 불이라도 좋으니 반드시...!


"하압! 이얏!"

푸쉬이이...


몇 번을 계속 시도해봐도 불은커녕 애꿎은 연기만 힘없는 소리를 내면서 피어오를 뿐이었다. 아무리 용을 써봐도 진전이 없자 여태까지 거의 내본 적이 없는 '짜증'이라는 게 조금씩 치밀어 오르기 시작하였다.


"이이익!"

"세희야, 조금만 쉬었다가..."

"왜 안 되는 거냔 말이야!"

... 화아아악-!

"...?!"


짜증이 난 탓에 얼떨결에 허공에다가 주먹을 휘둘렀는데 갑자기 내 주먹에서 불이 생겨나 앞에 있는 바위를 향해 날아갔고, 그대로 바위를 박살내버렸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연기만 피어올랐는데 이렇게 갑작스레 불을 만들고 거기에다 그 불로 커다란 바위를 박살내다니... 뭐가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걸로 성공했다!


"아빠! 성공이에요!"

"잘했어, 세희야."

"좋아! 다시 한 번!"

푸쉬이이...

"... 어라?"


기쁜 마음에 다시 한 번 불을 만들어서 날려보려고 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불은 안 나오고 이번에도 연기만이 피어올랐다. 그렇다면 방금 전에는 대체 왜 성공을 하였고, 이번에는 다시 실패를 하는 건지 그 원인은 대체 무엇일까.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감이 잡히질 않았다.


'혹시...'
"세희야."

"?"

'이러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시도는 해보는 수밖에.'
"아까는 잘 했으면서 지금은 이렇게 제대로 잘 못하다니, 솔직히 실망이야. 역시 글렀던 모양인지도?"

"ㅇ, 아빠? 그게 무슨 말씀이에요...?"

"하긴 뭐, 온실에서 편하게 자란 여자애가 뭘 제대로 할 수 있겠니. 몸도 약하고 마음도 약하지, 그리고 툭하면 위험에 빠져서 주변 사람들을 귀찮게 만들지를 않나, 그리고..."

"우... 으으... 흐으..."


아빠가 왜 갑자기 그런 말씀을 하시는 지는 몰랐다. 하지만, 아빠가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셨다니... 어떻게 보면 사실일지도 몰랐지만 그래도 이렇게 대놓고 직설적으로 말씀하실 것까지는 없잖아. 이런 소리를 면전에서 들어버리면 나는... 나는...!


"아빠 미워어!!"

쿠과아아아앙-!!!

"우와앗?!"

"후에에에엥!!!"


#####


세희에게 약간의 독설을 하자 세희는 눈에 눈물이 송글송글 맺히더니 이내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러자 세희를 중심으로 시작하여 크고 강렬한 화염이 발산되며 주변을 뜨겁게 달구었다.

내가 세희에게 한 독설은 물론 진심이 아니다. 사실 아까 전에 세희는 짜증이 나서 그 상태로 주먹을 휘두르자 불이 나왔다. 그 직후에 기뻐하며 다시 시도해보려고 했을 때는 성공하기 전부터 그랬던 것처럼 불을 만드는 데에 실패하고 말았고. 그래서 나는 한 가지 가설을 세웠다. 

세희는 감정이 북받쳤을 때 힘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그래서 시험삼아(세희에게 미움을 받을 각오를 하고) 세희에게 독설을 해봤는데 효과가 만점이었다. 이걸로 세희가 감정이 북받칠 때마다 힘을 발휘한다는 가설이 사실이 되었... 기는 한데, 이건 예상을 조금 상회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설마 이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어찌됐든 빨리 세희를 진정시켜야겠다.


"세희야! 진정해! 아까 한 말들은 전부 거짓말이야!"

"히끅... 정말요...?"

"그럼! 내가 너한테 아무 이유도 없이 그런 말을 할 리가 없잖니!?"

"......"


다행히 세희는 금방 진정하였고, 세희가 진정해지자 그에 따라서 세희를 중심으로 발산되고 있던 화염도 점차 사그라들었다. 마음을 진정시킨 세희는 뾰로통한 표정으로 내게 다가와 말하였다.


"정말이죠? 그럼 왜 그런 말씀을 하신 거에요?"

"아아, 그게..."


괜히 돌려 말했다가 미운털이 박히도록 놔둘 수는 없었으니 내가 왜 세희에게 그런 말을 하였는지 이유를 간단하게 설명해주었다. 어쨌든 내가 진심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듣고 세희도 조금씩 기분이 풀린 듯하였다.


"그렇다고는 해도 갑자기 그렇게 말씀하시다니... 저 상처받았었다구요."

"미안..."

"그건 그렇고.. 제 힘이 감정에 따라 발휘된다는 거라면 이제 어떡하면 좋죠?"

"그거라면 도와줄 적임자가 한 분 있으시니까 걱정하지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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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도 변치않는 나딕의 한심한 짓거리에 점점 나의 멘탈은 깎여만 가고 있도다~



2024-10-24 23:18:48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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