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팩, 잊혀진 어금니 (18) 외전-최종 작전, 그리고 그 이후

벨리에나 2018-02-25 1

 시베리아.


 차원종에게는 러시아의 무기 중 하나인 추위가 통하지 않는 걸까. 그들의 공격선은 흠잡을 곳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러시아군의 코가 빨갛게 달아올랐다. 총을 쥐고 있던 그들의 손은 이미 얼어붙어 총과 하나가 되었다. 수십 번의 전투. 시베리아의 차가운 바닥은 쓰러진 러시아군으로 가득했다. 그들의 피가 굳어 핏빛을 띄는 얼음 장판까지 생겨났다.


 쿠구구...... .


 몰려오는 군단. 남아있는 러시아군의 숫자보다 세 배 정도 많은 차원종이 러시아군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마지막 전투일 것이다. 눈을 뜨고 있던 모든 병사가 동일하게 생각했다. 그들의 삶에 있어서 이 순간이 마지막일 것이다. 눈물을 흘릴 수 없었다. 눈이 얼어버릴 것만 같았다. 살아있을 때라도, 이 순간을 지켜보고 싶었다. 그러다 문득, 러시아군 중 한 명은 하늘을 보고 싶었다. 그는 행동하는 사람이었고, 그의 소원대로 행동했다.


 하늘에서 검은 점이 내려온다. 아주 빠른 속도로 내려오던 검은 점은 러시아군과 차원종 군단의 사이에 정확히 착지했다. 그 존재가 다리를 피면서 일어서자 이 공간에서 그 사람만큼 든든한 사람이 없었다. 그가 착지하면서 주위에 온기가 퍼지기 시작했고, 얼어붙은 러시아군이 움직일 수 있었다. 몰려오던 차원종은 일제히 멈춰섰다. 군단의 앞에서 용맹하게 이끌고 있던 군단장급 차원종은 전장에 난입한 존재의 힘을 직감했다. 하지만 차원종의 직감은 느렸다.


 수습일반기 태풍


 몰려오는 차원종을 향해 오른발을 휘두른 맥스. 강한 바람이 일어나다가 다섯 개의 태풍이 전장에 생성되었다. 맥스는 태풍이 휘몰아치는 한 가운데로 뛰쳐들어갔다. 차원종이 찢겨나가는 소리, 그들의 비명소리, 그리고 땅을 울리는 진동소리.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더 이상 차원종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러시아군을 구한 맥스도 사라져있었다.



 "또 교관님이 먼저 오셨던 거야?"


 화이트팽의 의료실에 누워있던 베로니카는 옆에 와서 그들의 교관 맥스의 소식을 알려주던 서지수에게 말했다. 앳된 미모를 가진 서지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응. 대단하시지? 화이트팽을 가지고 있는 우리도 이제야 도착했는데, 이미 두 시간 전에 일을 끝내고 돌아가셨다는데?"

 "...... 무슨 정보가 그렇게 빠르신 걸까?"


 서지수는 고개를 돌려 누군가를 보면서 말했다.


 "그러게 말이야, 안 그래? 데이비드."

 

 울프팩 팀의 관리요원 데이비드는 헛기침을 남발했다. 서지수는 벌떡 일어나 태연하게 다가와 그의 몸을 살피는 시늉을 했다. 데이비드는 뒷걸음질 치며 당황했다.


 "왜, 왜 그래요, 서지수 요원? 저, 저는 괜찮습니다. 이곳 러시아가 워낙 추워서 그렇지...... ."

 

 그때, 화이트팽에서 인공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현재 온도, 24도로 매우 포근한 상태."


 서지수와 베로니카는 안내 방송이 나오는 스피커를 바라보다가 함께 웃으며 데이비드를 보았다. 결국 웃음이 터진 데이비드는 두 손을 들며 포기했다.


 "죄송합니다. 슈타인 선배께서 맥스 교관님을 돕고 계십니다. 두 분은 예전부터 친구고, 동료셨다고 하니...... . 전 슈타인 선배께 정보만 전달해드립니다. 나머지는 슈타인 선배가 처리하고 계시고요."

 "역시, 슈타인 선배일 줄 알았어."

 "뭔가 서운한걸. 아끼는 제자라더니 결국 동료에게만 자신을 알리고 계신 거잖아?"


 그때, 의료실에 두 명의 사내가 들어왔다. 한 명은 체격이 커다랗고 오른쪽 눈을 붕대로 감고 있던 사내, 한 명은 울프팩 팀에서 '막내'라고 불리는 백발의 소년이었다. 막내는 베로니카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교관님은 그럴 분이 아니세요. 분명 우릴 걱정하고 계시니 이런 식으로 우릴 돕고 있는 거잖아요?"

 

 서지수는 막내가 귀여운지 턱을 괴면서 어머니와 같은 미소를 보였다.


 "막내가 그런 말을 하니 이상한걸?"

 "계, 계속 그렇게 부르지 마세요! 저도 이름이 있는데...... ."

 "알겠어, 막내야. 그래서...... 음, '교관'이라고 불러야겠지. 교관. 이번엔 무슨 작전이야?"


 교관이라고 불리는 게 어색했는지 헛기침을 몇 번 하던 사내는 어두운 표정으로 다음 작전에 대해서 설명했다.


 "최종작전이다. 이걸로 전쟁이 끝날 수도 있어. 이건 슈타인 요원도 모르게, 우리에게만 내려온 작전이다."


 데이비드는 놀란 눈으로 교관을 바라보았다. 교관 또한 데이비드와 눈을 마주보면서 경고했다.


 "슈타인 요원께 알리지 말도록. 일반인을 전쟁에 끌어들일 수 없다. 이번 작전은 우리가 외부차원으로 직접 들어가**다.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다."


 교관이 말을 끊자 막내가 움직이면서 서지수 옆에 앉았다. 베로니카도 상체를 들면서 앉았고, 데이비드는 침대 옆으로 이동했다. 교관은 모두가 자신을 보는 가운데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상대할 군단의 총사령관은 아자젤. 우리가 알 수 있는 정보에 따르면 차원종 중에서 최강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참모장으로 확인되는 인간형 차원종도 존재한다. 우리 팀만이 외부차원으로 넘어가야 한다. 저들이 넘어온 것처럼, 우리도 넘어가 저들을 쳐부순다. 이게 울프팩 팀에게 내려온 명령이다. 다만 부상 당한 베로니카는 화이트팽에 남아 천리안으로 적을 파악한다."


 교관의 말이 끝나자 베로니카가 조용하게 말했다.


 "전 교관이 나가면서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지. '너희에게 어이없고 황당하며, 참여했다간 다 죽을 게 뻔한 작전이 내려오면 무조건 거부하라.' 난 방금 교관이 말한 작전이 우리 팀이 전멸할 작전이라고 생각해. 다른 사람들은 어때?"


 서지수, 막내, 그리고 데이비드는 베로니카의 말에 동의했다. 심지어 교관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이 작전은 전멸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우리가 나서지 않는다면 아자젤의 군단은 우리 세계에 발을 들이면서 모든 인류가 위험에 처할 것이다. 빠져도 좋다. 하지만 난 참여할 것이다. 날 믿어주던 아이를 실망시킬 수 없다. 그 아이를 위해서라도, 난 더 이상 물러서지 않겠다."


 서지수가 일어났다.


 "언제 출발해, 교관?"

 "30분 뒤다."



 호주, 사람이 다니지 않는 해변가.


 회색머리가 잘 어울리는 사내가 슈트 하나만 걸친 채 바지주머니에 한 손을 넣고 걸어가고 있었다. 그의 검은 구두에 모래가 찰싹거리며 튀겼지만 개의치 않고 걸어갔다. 그는 해변가에 앉아 넓은 등을 보이고 있는 한 사내를 발견했다. 양 다리를 펼친 채, 양 팔로 뒤를 짚으며 드넓은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걸어오던 사내는 해변가에 앉아있는 사내에게서 3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에 섰다.


 "정말 빠르군. 정보를 알려준지 3분만에 러시아로 갈 줄이야."

 "위험했다. 러시아군은 몰살 당하기 일보 직전이었어."

 "그래서 알려준 거다, 맥스."

 "고맙다, 슈타인."


 맥스는 검은 요원복을 입고 있었다. 검은 머리카락은 짧아 목이 보였다. 뒤에서 보느라 얼굴은 볼 수 없었지만 그의 턱선은 볼 수 있었다. 슈타인은 그의 옆에 앉을까 고민하다가 이렇게 서있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곧 네가 예상하던 최종 작전이 울프팩 팀에게 내려질 것 같아. 내용을 보아하니 그들이 직접 외부차원으로 가는 작전이던데. 자네의 선견지명은 알아줘야해."

 "뻔하지. 내가 울프팩 팀에 머물러있었다면 이것보다 빠른 시일 내에, 더 심각한 작전을 내렸겠지. 울프팩 팀은 유니온이 내릴 최종 작전에서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내가 그들을 도와야해. 가능하다면 그들의 곁에 있고 싶었지만 화이트팽의 감시가 워낙 철저해서 말이야."


 슈타인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눈을 깜빡거렸다.


 "...... 이번 일이 끝나면 총장을 끌어내릴 거라고 했나?"

 "그래야지. 부소장, 아니 총장은 지고의 원반이 남극 연구원에 의해 폭주했다는 걸 비밀로 하고 있다. 이번 차원 전쟁도 마찬가지야. 우리가 선전포고한 거나 다름 없어. 이쪽에서 열었으니, 그쪽도 열어버린 거야."

 "그럼 자네는? 자네도 그곳에 있었다면서?"

 

 대답이 오지 않았다. 슈타인은 기다렸다. 파도가 맥스의 양발을 간지럽히면서, 바다에 떠있던 해산물이 맥스의 발가락에 걸려도, 따사로운 햇빛이 슈타인의 눈을 찔러와도, 그는 기다렸다. 마침내 슈타인이 주머니에서 손을 빼던 순간, 맥스가 입을 열었다.


 "다른 방법이 있겠나. 내가 연 차원 균열을 닫고, 사죄할 것이다. 지고의 원반의 힘을 온전히 가지고 있는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것 뿐이야."

 "...... 죽겠다는거군."


 슈타인은 한숨을 쉬면서 뒤돌았다.


 "정보가 오면 말해주겠네. 쉬고 있어."

 "그래."


 돌아가던 슈타인의 주머니에 있던 통신기구가 울렸다. 맥스는 반응하지 않았다. 슈타인은 통신기구를 꺼내 귀에 걸었다.


 "슈타인이다."


 잠시 흐르는 정적.


 점점 넓어지는 슈타인의 입.


 맥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팔을 앞으로 뻗었다.


 슈타인은 몸을 돌리며 소리쳤다.


 "맥스! 울프팩 팀이 위험...... ."


 맥스는 그 자리에 없었다. 대신 차원 균열로 들어간 맥스의 뒷모습이 보였다. 차원 균열이 스스로 닫히자 그 자리에 남아있는 사람은 슈타인 뿐이었다.



 외부차원, 격전지.


 서지수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비틀거리고 있었다. 그녀의 몸에는 끈적한 점액질이 잔뜩 붙어있었다. 건블레이드를 쥐고 있는 그녀의 팔이 떨리고 있었다. 고치에서 벗어난 그녀가 새로운 능력을 각성하여 불사의 차원종에게서 불사의 능력을 잃게 만들었다. 둘로 나누어진 차원종은 소녀와 소년의 모습을 한 채 분노하고 있었다.


 "이럴 수 없어, 이럴 수 없다고! 왜 내가 나뉘어진거야? 왜 내가 이렇게...... 어째서!"

 "모르겠어. 난 뭐지? 내가 어떻게 존재하는 거야?"


 서지수는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았다. 쓰러져있는 막내, 홀로 아자젤의 군단을 막아내고 있던 교관, 그리고 뒤쪽에서 자신처럼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총사령관 아자젤. 그녀의 금빛 눈동자가 번뜩거렸다. 아자젤은 등 뒤에 솟아난 수많은 가시촉수를 서지수에게 날렸다. 서지수는 양손에 은하의 힘을 응집시켜 건블레이드에 흐르게 만들었다. 그리고 휘둘렀다.


 초신성: 은하


 건블레이드가 휘둘러지면서 동시에 폭발시킨 별들로 인해 아자젤의 가시촉수가 소멸되면서 교관이 상대하고 있던 군단까지 휘말렸다. 푸른 화염탄을 온 몸에 흐르게 하여 자신을 보호하고 있던 교관은 눈 앞의 차원종이 녹아내리는 것을 보고 정신을 차렸다. 교관과 서지수는 서로를 인식했다. 두 사람은 가까이에서 서로를 마주보다가 아자젤에게 다가갔다.


 "클로저. 너희 세계에선 그대들을 그렇게 부르더군."

 

 아자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두 사람의 정신을 직접적으로 관여하며 마치 귀에 들리는 것처럼 만들었다. 두 사람은 머리가 아파왔지만 곧 정신을 차렸다. 서지수는 기세 좋게 건블레이드를 앞으로 내밀면서 말했다.


 "차원종. 우린 너희를 이렇게 불러."

 "알고 있다, 강력한 여인. 참모장의 불사를 잃게 만들었던데...... 대단하군. 너희 인간은 참으로 대단하다. 괴이한 능력을 발휘하여 지식이란 걸 무시한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선전포고를 했겠지. 칭찬할만한 용기다."


 교관과 서지수는 아자젤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선전포고? 우리가 할 말이다! 너희는 우리 세계에 들어와 무자비하게 사람들을 죽이지 않았는가!"


 아자젤의 모습이 이상했다. 원래 괴이했지만 몸이 뒤틀리면서 그들에게 고개를 쭉 내밀었다.


 "잘못 알고 있는 모양인데, 너희가 우리의 것을 훔쳐가고, 우리의 세계에 균열을 열었다. 이게 선전포고가 아니라는 건가? 너희가 '원반'이라고 불리는, 그것을 훔쳐간 것도 모자라 그것의 능력까지 강탈했다."


 교관과 서지수는 놀라움에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지금까지 무엇을 위해 싸웠던 건가? 무엇을 위해 소중한 사람을 잃으면서까지 싸워야했던 건가? 두 사람은 서로의 정신을 지배하는 진실에 고통스러워했다. 아자젤은 미소 비슷한 웃음을 보였다.


 "내가 너희를 돕겠다. 너희를 이용하는 모든 것을 파괴시키겠다. 너희가 소중히 여기던 존재의 육체를 죽인 건 우리 군단이다. 사과하겠다. 하지만 너희를 이용하는 자는 사과하지 않았다. 보라. 오히려 너희를 개처럼 이용하고 있지 않은가? 가여운 존재들. 난 너희를 이용하지 않겠다. 기회를 주는 것이다. 되돌릴 수 없다면, 행하라."


 서지수는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눈을 부릅 떴지만 그녀의 옆에 서있던 교관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녀 홀로 아자젤을 상대할 수 없었다. 심지어 뒤쪽에선 분노하고 있던 참모장이 남은 군단을 이끌고 다가오고 있었다. 서지수는 건블레이드를 움켜쥐며 각오했다.


 "물러서지 않아. 복수? 그래, 다 좋아. 하지만 난 지금, 나를 위협하는 너희를 쳐부수겠어!"

 "생각보다 심각하군."


 목소리가 들린 곳은 교관과 서지수의 사이였다. 맥스는 서지수와 교관의 어깨에 각각 손을 얹고 있었다. 반쯤은 기대고 있던 것이다. 그의 왼다리는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서지수는 뒤쪽에서 다가오던 참모장과 군단이 모두 눕혀져있는 것을 발견하고 맥스의 얼굴을 보았다.


 "교, 교관님!"

 "지수, 팀원들을 데리고 돌아가라."

 "아뇨. 싸우겠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걸...... ."

 "네가 할 수 있는 건 살아남는 것이다. 넌 지금 혼자가 아니라고 아는데, 난 아이를 포함해 모두를 잃고 싶지 않다. 돌아가거라."

 

 서지수는 맥스의 말을 계속해서 거부했다. 아자젤은 그들을 기다려주지 않고 가시촉수를 뭉쳐 그들에게 휘둘렀다. 맥스는 아자젤의 공격에 대응했지만, 자신을 지키진 못했다. 쓰러진 막내와, 정신을 차리지 못한 후배, 거부하고 있는 서지수를 한 곳에 모아 그곳에 본래 차원으로 갈 수 있는 균열을 열었다. 베로니카가 있던 화이트팽은 이미 떠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맥스는 왼팔을 잃었다.


 촤아아악!


 피가 튀기면서 맥스의 왼팔이 뒤쪽으로 날아갔다. 맥스는 균형을 잃고 비틀거렸다. 서지수는 자신들을 지키다가 왼팔을 잃은 맥스를 보고 경악하며 소리를 질렀다. 그녀는 분노하며 맥스의 곁으로 가기 위해 손을 뻗었지만 균열이 닫혔다. 맥스는 자신의 제자가 돌아간 것을 확인했다. 그는 균형을 잡고, 자신에게 남은 하나의 팔인 오른팔을 당기고 있었다.


 서지수는 슬픔에 울부짖었다.


 "아아아아아악!"



 차원 전쟁 참전용사들의 묘.


 갈색 머리카락을 며칠 째 관리하지 않아 덥수룩해진 데이비드가 누군가의 묘 앞에 서있었다. 어찌나 분노하고 있던지 주먹을 쥐고 있던 그의 손에 피가 흘렀다. 그런 데이비드를 향해 다가오던 슈타인이었다.


 "데이비드."

 "선배님."

 "오늘, 사형집행이 있다고 하더구나."

 "...... 결국 모든 책임을 교관이 지는 겁니까?"

 "자신이 결정한 일이었다."


 데이비드는 이를 악 물며 어금니를 갈았다. 그가 입을 열면서 울분을 토해냈다.


 "유니온은, 우리가 몸을 담고 있던 유니온은, 어째서 우리를 죽이는 겁니까? 세계를 구한, 우리가 지켜냈는데, 왜! 우린 이런 취급을 받는 겁니까? 교관은 스스로 목숨을 잃으려고 합니다. 서지수 요원의 힘은 비밀리에 연구되고 있습니다. 어린 요원은 연구실로 끌렸습니다. 베로니카, 맥스 요원님은...... 전사하셨습니다. 결국, 맥스 요원님의 말이 맞았던 겁니다. 유니온은 울프팩 팀을, 자신들의 위치를 위협하는 자들을 죽이려는 겁니다."


 슈타인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데이비드의 말을 들어줄 뿐이었다.


 "전 바꿀 겁니다. 올라가서, 올라가서, 모든 걸 바꿀 겁니다. 전 세계에 유니온에 관한 모든 걸 퍼뜨리겠습니다. 반역자라고 불릴 수도 있습니다. 예, 유니온은 절 그렇게 부르겠지요. 하지만 상관 없습니다. 전, 해낼 겁니다."


 데이비드의 말을 모두 듣고 있던 슈타인은 그에게 한 가지만 질문했다.


 "데이비드. 한 가지만 물어보도록 하지. 넌 정말 개인이 아닌, 모두를 구하려는 건가?"

 "제가 죽더라도 모든 이를 구할 겁니다."

 "...... 가라. 표현할 순 없지만, 너의 성공을 기원한다."


 데이비드는 슈타인에게 허리 숙여 인사한 뒤 빠른 속도로 묘지를 빠져나갔다.


 홀로 묘지에 남아있던 슈타인은 아래에 있는 맥스의 묘지를 바라보았다. 그는 맥스가 데이비드에 대해 했던 말을 떠올렸다.


 '데이비드. 훌륭한 지도자감이지. 다만 그는 너무 인간적이다.'

 '그게 무슨 말이지?'

 '좋은 인재를 모을 수 있고, 좋은 뜻을 펼칠 수 있고,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인간적이라면 뭐겠나? 결국 자기를 위해 행동한다는 것이다. 데이비드가 큰 뜻을 펼친다면 분명 세계가 흔들릴 테지. 다만 끝에 와서 데이비드는 스스로를 망칠 것이다. 그래도 바탕은 있었으니 나락으로 떨어진 그의 뜻에 의해 많은 사람들이 움직일 것이다.'


 슈타인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미안하네, 오랜 친구.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유니온은 바뀌지 않아."

2024-10-24 23:18:47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