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3](Remake) (외전1) - 교류의 시작 <서유리 편> (1)

버스비는1200원입니다 2018-02-0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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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리 씨! -

"으음... 어라? 여기는..."


유라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나는 비상탈출용 캡슐의 투명한 막 너머를 통해 주변을 살펴보았는데... 내가 대체 어디에 온 건지 도무지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어두컴컴한 곳이었다. 어두운 곳도 계속 보다보면 익숙해지듯, 이렇게 주변을 살피다보면 조금씩 앞이 보이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앞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러면 곤란한데... 주변이 전혀 보이지 않는 이상, 무턱대고 나갔다가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는 일이었다. 아니지,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굳이 여기서 나갈 필요는 없지 않나? 우주선에서 탈출하기 전에 아스 씨가 분명... 아무튼 무슨 장치가 캡슐에 달려있으니 그것 덕분에 각자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고 했으니까 그냥 가만히 여기서 기다리다보면 친구들이 찾아주겠지.


- 그런데 우주선이 폭발하고 유리 씨와 마찬가지로 모두들 전부 뿔뿔이 흩어졌는데 과연 찾아올 수 있을까요? 혹시 다 유리 씨처럼 생각을 하고 있다면... -

"......"


듣고보니... 유라의 말대로 우리 모두는 전부 뿔뿔이 흩어졌었다. 그렇다는 건 모두가 나와 같은 상황이라는 말? 그럼 누군가 찾아와줄 거라는 기대도 다 소용없다는 거 아닌가?!


"ㄱ, 그럼 어떡하지?!"

- 진정하시고 우선은 주변부터 한 번 둘러보죠. -

"하지만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구."

- 분명 캡슐 어딘가에 조명을 비추는 장치가 있을 거에요. -


조명? 아, 형광등 같은 걸 말하는 거겠지. 어디 보자... 캡슐 주변을 잠시 살펴보니까 평소 집에서 사용하는 전등 스위치와 비슷하게 생긴 버튼이 하나 보였다. 딱 보니 느낌이 팍 왔다. 이게 틀림없이 조명을 비추는 장치라는 것을.

확신에 찬 나는 망설임없이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캡슐의 외부에도 조명이 비춰졌고 앞이 보이지 않던 주변을 조금씩 환하게 밝혔다. 예상대로다.


"됐ㄷ.. 어?"


조명이 비춰져서 드디어 주변이 보이게 되었는데, 앞을 보니까 어째서인지 땅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여기 있고, 앞에는 땅이 보이지 않는다면...


"...! 설마 여기 절벽이야?!"

- 그런 것 같은데요? -


비상탈출 캡슐이 불시착 한 장소는 바로 절벽의 끝자락이었다. 그것도 한 발자국만 더 앞으로 가면 당장이라도 떨어질 것만 같은 위치인 끝자락. 혹시라도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떨어지거나 하는 건 아닐까? 이런 알지도 못 하는 곳에서, 그것도 낭떠러지로 떨어져서 저 어두운 장소로 깊숙이 들어가게 되어버린다면 곤란해질지도...


"... 좋아, 어쩔 수 없지!"


그래서 나는 캡슐 밖으로 나가 캡슐을 절벽에서 떨어트려놓으려고 하였다.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곳이었지만, 지금은 캡슐의 조명이 비춰져서 주변이 조금은 보이니까 괜찮았다. 

아무튼 생각을 했으면 즉각 실행에 옮겨야겠지. 아, 그 전에 밖에 그냥 나가도 괜찮은지 확인을 해봐**다. 만약 숨도 못 쉬는 그런 곳이라면 큰일이니까. 확인하는 방법은... 나보다는 유라가 더 잘 알고 있었으니 유라가 확인을 해보았다. 다행히도 밖은 지구에 있을 때처럼 숨도 쉴 수 있고 평범하게 걸을 수 있는 듯 하였다.

나는 곧장 캡슐의 해치를 열어 밖으로 나와 조심스럽게 절벽 끝자락으로 걸어갔다. 바깥은 캡슐 안에서 봤을 때보다 훨씬 더 어두웠다. 조명이 비춰지고 있어도 눈에 보이는 물체들을 구별하기가 힘들어서 하마터면 발을 헛디딜 뻔했다. 아무튼 제대로 자리를 잡고 어서 캡슐을 절벽 끝자락에서 떨어트려놔야겠다.


"읏차!"

부스럭-

"!"
'기척이?!'


캡슐을 붙잡고 옮기려고하던 그때, 갑자기 옆쪽에서 어떤 기척이 느껴졌다. 이곳은 한 번도 와본적이 없는 장소, 그래서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인지 내 몸은 평소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하여 반사적으로 그 방향으로 몸을 돌려 경계하였다. 그런데 그게 실수였다.


- 유리 씨! 캡슐! -

"응?"


붙잡고 옮기던 캡슐을 든 채로 놓아버리는 바람에 캡슐이 그만 땅에 쿵 하고 떨어진 것이다. 그 충격으로 내가 있던 자리가 무너져내려 나는 캡슐과 함께 낭떠러지로 떨어졌다.


"으아아앗!!"
'캡슐이!'


만약 이런 곳에서 캡슐을 잃게 되어버린다면 그때는 말 그대로 절망적이다. 캡슐의 조명이 없으면 앞을 도저히 볼 수도 없어서 그때는 어디로 가야 할지도 알 수 없었고, 그렇게 되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찾으러 왔을 경우에도 만나게 되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그러니까 어디로 떨어지든간에 캡슐만큼은 반드시 잃어서는 안 된다.


... 쿠우웅!






"으으... 아야야..."

- 유리 씨, 괜찮으세요? -

"으응... 난 괜찮... 헉!"


어딘가로 떨어지기는 했지만 그 어떤 것도 보이지 않았으니 그야말로 나는 암흑 속에 있는 상황이나 다름없었다. 더 최악인 것은 결국 캡슐을 잃어버리고 만 것이었다. 그렇다고 찾아보려 해도 앞이 전혀 보이지 않았으니 이런 상태에서 찾는 것은 넓은 사막 한 가운데에서 작은 바늘 하나를 찾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어떡하면 좋지...?"

- 캡슐을 다시 찾는 수밖에요. -

"하지만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걸..."

- 캡슐은 조명을 켜둔 상태로 떨어졌으니까 분명히 발견할 수 있을 거에요.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가만히 있는다고 해도 나아지는 것도 없잖아요? -

"... 그래, 네 말이 맞아!"


유라의 말대로, 여기서 이대로 가만히 있는다고 해봤자 상황이 좋아질 리가 없잖아? 비록 앞이 전혀 보이지 않아서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다 해도 어떻게 해서든 다시 캡슐을 찾아야만 한다.

결심한 나는 기합을 넣고 캡슐을 찾기 위해 움직였다. 하지만...


"으악! 꺄웅! 히에엑!"


앞이 전혀 보이지 않아서 걸을 때마다 자꾸 이상한 자리에 발을 디뎌서 넘어지거나 무언가에 머리가 걸린다던지... 가는 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허억... 허억... 제대로 가고 있는 게 맞을까...?"


걸어도 걸어도 변함없는 암흑 속... 과연 내가 제대로 맞는 길을 걷고 있는걸까? 만약 길을 완전히 잘못 짚어서 더 깊숙한 암흑 속으로 가서 영영 빠져나오지 못 하게 된다면...?


'너무 어두워...'

[엄마... 아빠... 흐윽... 후에에엥!!!]

"싫어..."

- 유리 씨...? -


여기서 영영 빠져나가지 못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금씩 몸이 떨려오기 시작한다. 몸 뿐만이 아니라 마으까지도... 발걸음이 점점 느려진다. 숨을 더욱 가쁘게 몰아쉰다. 난 이대로 여기서 영원히 갇혀있어야 하는 걸까...?


"싫어... 무서워... 누가 좀..."

- 유리 씨, 왜 그러세요?! -

"구해줘... 제발..."

... 부스럭-

"...!"


그때, 방금 낭떠러지에서 떨어지기 직전에 느꼈던 기척이 다시 느껴졌다. 인기척이 느껴진 방향을 바라보았으나 똑같은 암흑... 이곳에 사는 동물? 아니면 사람? 그것도 아니라면 설마 괴물?

그 기척은 점점 나에게로 가까이 접근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습은 전혀 확인할 수 없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오지 마... 제발 다가오지 마...!


"으으..."

"괜찮은가?"

"...?!"
'사람...?'


내 귀에 들려온 소리는 바로 사람의 목소리였다. 차분하고 조용한 남성의 목소리... 아까 절벽에서 느꼈던 기척도 이 사람의 기척이었던건가?


"... 우선 그것부터 내려놓지 않겠나? 난 자네에게 위해를 가할 생각이 없으니 경계하지 않아도 된다네."

"아..."


그의 말처럼 나도 모르게 어느샌가 내 손에는 막야가 쥐어져 있었다. 나 자신도 자각하지 못할 정도로 그렇게까지 공포에 사로잡혀 있었다는건가...


"저... 누구세요?"

"난 그저 이 별에 사는 주민들 중 한 명일 뿐이라네. 그보다, 아까 절벽에서 떨어졌을텐데 다친 곳은 없는가?"

"네, 괜찮아요."

"다행이군. 그런데 보아하니 아무래도 이 별의 주민은 아닌듯 싶은데... 자네가 누구인지 알려주지 않겠나?"

"그게..."





"과연... 자네는 다른 별에 사는 인간이라는 종족이고 불의의 사고로 인해서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 이 말이로군. 상상은 하고 있었지만, 설마 저 넓은 우주 너머에서 또다른 종족이 살고 있었을 줄이야. 이렇게 만나게 되어 기쁘다네. 혹시 괜찮다면 자네의 일행들과 합류하기 전까지 우리 마을에 머물지 않겠나?"

"네? 음..."
'유라야, 너는 어떻게 생각해?'

- 조금 수상하긴 하지만, 지금은 별 다른 수가 없어요. 이 사람은 이런 곳에서도 앞을 볼 수 있는 모양이니, 지금의 저희로써는 이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


확실히... 이런 암흑 속에서도 나를 찾아내고 말까지 걸어온 것을 보면 이 사람은 나와는 다르게 이런 암흑 속에서도 주변을 볼 수 있는 듯 하였다. 그렇다는 말은 즉, 이 사람의 도움을 받으면 캡슐을 찾는 것이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그럼 그 전에 죄송하지만 부탁 한 가지만 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부탁?"

"실은 제가 찾고 있는 물건이 있는데 도무지 앞을 볼 수가 없어서 찾기가 너무 힘들어요. 그래서 도움을 좀 주셨으면... 안 될까요?"


그렇지만 역시 갑자기 이렇게 도와달라고 부탁을 하는 건 조금 염치가 없어보이려나? 그래도 지금은 이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상황이니 어쩔 수 없다.


"알았네, 도와주겠네."

"감사합니다!"


다행히도 흔쾌히 나의 부탁을 수락하였다. 혹시라도 거절을 했더라면 어떻게 됐을지... 아무튼 일이 한결 수월해진 것 같다.


"그럼 내 손을 잡고 잘 따라오게."

"아, 네."


그는 내 손을 잡고 앞장을 섰다. 내 손을 잡은 이유는 내가 지금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니까 그런 거겠지. 그나저나 신기하였다. 이 사람은 어떻게하면 이런 암흑 속에서 앞을 볼 수 있는 걸까. 나 같은 인간보다 시력이 월등히 뛰어나다거나 그런걸까? 아니, 시력은 상관없나? 아무튼 신기하다.

그런 호기심이 자꾸만 들어 길을 가던 도중에 나는 그에게 어떻게 이런 곳에서 앞을 볼 수 있는 것이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의 대답은 예상 외의 대답이었다.


"나는 이 암흑 속에서도 앞을 볼 수 있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네."

"네? 그럼 어떻게..."

"그건... 음? 혹시 자네가 찾던 물건이라는 게 바로 저건가?"

"!"


그가 어디를 가리키고 있는지는 보이지 않아서 알 수 없었지만, 그가 가리킨 방향이 어디인지는 확인할 수 있었다. 희미하게 보이는 빛, 그 빛은 캡슐의 조명이 비추는 빛이었다.


"찾았다!"


기쁨에 겨워 나는 한달음에 캡슐이 있는 쪽으로 달려갔다. 역시, 캡슐이 맞았다. 이걸로 한시름 놓을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의 나에게 있어서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것을 다시 되찾은 것이니까.

이것도 다 이 사람이 나를 도와준 덕분이다. 도움을 받았으니 감사 인사를 해야겠지?


"정말로 감사합니ㄷ...?!"

"? 왜 그렇게 놀라는건가?"

"당신의 눈...!"


캡슐의 조명으로 겨우 볼 수 있게된 이 사람의 얼굴을 본 순간, 나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모습이 어떤지는 둘째치고, 이 사람의 눈... 눈동자 자체가 아예 없는 눈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눈으로 대체 어떻게 이 암흑 속을 훤히 꿰뚫고 다닐 수 있었던 거지?


"눈? 아아, 눈 말인가? 그렇게 놀라지 않아도 된다네. 이 별에 사는 자들의 눈은 모두 나와 같을 테니까."

"대체 왜..."

"... 우리 종족에 대해서 한 번 들어보겠나?"

"......"


이 사람의 말에 응하여 나는 이곳에서 사는 종족들에 대해 들어보기로 하였다. 어쩌면 이 종족들이 후일에 우리 인간들과 교류하게 될 대상이 될 수도 있었고, 무엇보다 나 스스로가 그들에 대해서도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곳에서 살아가고, 또 어떻게 이런 눈으로 주변을 볼 수 있는 것일까...

얘기는 캡슐 안에서 하기로 하였다. 캡슐 안으로 들어오니 이 사람의 모습 전체를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 아까 봤듯이 눈동자가 없는 눈, 3개밖에 없는 손가락과 발가락, 그러고보니 아까 이 사람의 손을 잡았을 때 뭔가 손가락의 수가 부족한 것처럼 느껴졌었는데 이것 때문이었구나.

아무튼, 그것 말고도 피부도 우리같은 인간과는 조금 달랐다. 마치 굳은살처럼 피부의 대부분이 전부 단단하게 굳어져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의 옷차림은 낡은 천을 그저 몸에 걸쳤을 뿐인 그런 옷차림이었다. 하긴, 사는 곳이 이렇게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곳이고 피부의 표면도 단단히 굳어져 있었으니 옷의 중요성이 그리 높지 않아서인가?

뭐, 이제 곧 이 사람에게서 얘기를 듣게 될 테니 들어보면 이 사람을 포함하여 이곳에 사는 종족들에 대해서 알게 되겠지.


"우선 내 이름은 '지레드', 그리고 이 '다칼라'라는 별에 사는 우리 종족은 '샨다람'이라고 한다네. 이 별 다칼라는 특이하게도 빛을 내지도, 외부의 빛을 받아들이지도 않아 항상 암흑으로 뒤덮인 별이라네. 그래서 이 다칼라에서는 육안으로 주변을 본다는 건 불가능하지. 자네가 그랬듯이 말이네."

"그렇다면 당신은... 샨다람 분들은 이런 곳에서 대체 어떻게 살 수 있죠? 주변을 전혀 볼 수도 없다면 도저히..."

"그 말대로 우리 샨다람들도 과거에는 이런 점 때문에 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네. 그렇게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여 서서히 개체 수가 감소되어가던 우리 샨다람들은 어느 날 변화를 겪게 되었다네."

"변화?"

"역할이 무색해진 눈은 퇴화되었지만, 그 대신 사물들이 발산하는 전자파를 볼 수 있게 된 거라네. 그 전자파를 통해 사물의 정보, 상태, 그리고 형태를 파악할 수 있게 됨으로써 우리 샨다람들은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게 되었다네."


사물이 발산하는 전자파가 정확히 뭔지는 몰랐지만, 아무튼 그걸 볼 수 있게 된 덕분에 이곳에 사는 샨다람이라는 사람들은 큰 어려움 없이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소리구나. 나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도 다 그것 때문이겠지?


"... 그런데 이제보니 자네, 우리 언어를 유창하게 사용하는군. 들은 대로라면 이 다칼라에는 처음 온 것일텐데."

"네? ... 아!"

[이건 내가 만든 변역장치인데, 아직 테스트는 안 했지만 그래도 괜찮을 거야. 일단 각각 하나씩 소지하고 있도록 해.]


그러고보니 지구를 떠나기 전에 아스 씨에게서 번역장치인가 하는 물건을 받아 옷깃에 걸어두고 있었지. 어쩐지 처음 와보는 장소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과 왜 이렇게 말이 잘 통하는가 싶었더니, 이것 때문이었군... 그래도 이것 덕분에 처음부터 서로 말이 안 통해서 혼란스러울 상황이 안 생겨서 다행이긴 하지만.


"오호, 그런 물건이? 자네가 속한 인간이라는 종족들은 상당히 발전한 문명을 가진 종족인 모양인 것 같군."

"헤헤, 뭐 그렇죠."

"흐음, 어느새 얘기가 길어졌군. 그래서... 어떤가? 우리 마을에 한 번 와** 않겠나?"

"네? 아, 음... 그러니까..."


뭐라고 대답하면 좋을까... 솔직히 말해서 지금은 다시 캡슐도 찾았고, 그래서 이 사람의 마을에 굳이 방문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이 사람의 도움을 받은 입장으로써 거절하는 것도 조금 미안했고... 어떡하면 좋을지 생각을 하다가 유라가 말하였다.


- 유리 씨, 여긴 제게 맡겨주세요. -

'뭐? 갑자기 왜?'

- 유리 씨는 너무 착하셔서 쉽사리 거절을 못 하실테니까 제가 대신 해드리겠다는 거에요. 그리고 유리 씨, 아까 전의 일 때문에 많이 지치신 게 느껴져요. 특히 정신적인 부분이. -

'그건... 그래, 알았어. 그럼 나는 잠깐 쉬고 있을께.'


######


"......"
'유리 씨는 잠드셨군. 역시 지치셨던거야.'

'... 전자파의 상태가 바뀌었다?'
"자네는... 아까 전이랑은 다른 사람이로군. 아니, 다른 인격이라고 해야하나?"

"약간은 다르지만 그래도 단번에 알아차리시다니, 대단하시네요. 괜히 이야기를 복잡하게 만들 생각은 없으니 당신이 말한 대로 간단하게 또 하나의 인격이라고 해두죠. 어쨌든 지레드 씨, 죄송하지만 마을로 오지 않겠냐는 제안은 거절하겠습니다."

"나를 의심하고 있는 거로군, 그렇지 않은가?"

"!"


설마 이렇게나 간단히 눈치를 챌 줄은... 그 말대로 나는 지금 지레드 씨를 의심, 경계하고 있다. 이 사람에게 도움을 받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사실 하나만으로 초면인 상대를 그리 간단히 믿을 수는 없었다. 지레드 씨에게 도움을 받아보자고 유리 씨에게 말했던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무척이나 냉정한 태도일지도 모르지만, 불확실하다고 해도 위험 요소가 될 지도 모르는 것은 미리 떼어내는 편이 옳으니 어쩔 수 없다.


"자네가 경계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처음 오게 된 별, 그리고 그 별에서 처음 만난 자의 말을 무턱대고 믿는 것은 위험이 따르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니까. 그런 반응은 오히려 정상이지, 이해한다네."

"이해해주신다니 감사하군요. 그럼 이제 여기서 나가주시지 않겠습니까?"

"하하, 가차없군. 하지만 미안하군, 이대로 돌아갈 생각은 없어서 말이네."

"뭐라구요?"


그 말은 즉, 여기서 나가지 않겠다는 뜻인가? 진의여부는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으나 이런 식으로 나오겠다면 나도 결코 가만히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말이 안 되면 다소 거칠게 나가는 수밖에.


"그렇게 나오신다면 힘으로라도 나가게 만들겠습니다."

"꽤나 실력에 자신이 있는가보군."

"직접 확인시켜드릴 수 있습니다만."

"... 좋지."

"핫!"


나는 단번에 간장을 쥐고 칼등부분으로 그를 향해 휘둘렀다. 여전히 내게 있어서 경계할 대상이라는 점은 다름이 없었지만, 그래도 우리를 도와주기도 하였으니 최소한 기절시키는 걸로 끝낼 셈이었다. 그런데,


텁-

"!"
'막았...'

"일부러 날이 아닌 부분으로 공격을... 상당히 친절한 사람이로군."

퍽-!

"아윽!"


그는 내가 휘두른 간장을 손으로 붙잡아 막아내고, 간장을 붙잡은 채 내 등 뒤로 이동하여 손날로 나의 뒷목을 쳤다. 예상치 못한 그의 기습에 당한 나는 쓰러졌다. 눈앞이 점점 희미해지고 정신이 가물가물해진다... 이 사람, 나와 똑같이 기절만 시키려 한건가...?


'방심... 아니, 방심은 둘째치고 이 사람의 움직임... 보통이 아니야...'
"당신은... 대... 체..."

풀썩-

"미안하네. 하지만 인간이라는 종족에 대해 흥미가 생겨서 말이네. 이대로 그냥 가고 싶지는 않았거든.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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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
2024-10-24 23:18:34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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