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특경대원의 병영 일기
바스케즈 2018-02-04 3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다.
아무도 알려고 하지 않았다.
나의 노고를.
나의 울분을.
나의 값진 결과물을.
남들과 내 능력을 비교해봤을 때, 남들보다 내가 부족하게 보일진 몰라도 그렇다고 계속 그 자리에 머무를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나 자신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은 바로 나라는 걸 잘 알고 있었으니까.
같은 중대원....
같은 소대원....
같은 분대원들에게 언제든지 내칠 수 있는 도마뱀 꼬리같은 쓸모 없는 존재로 인식되지 않기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나는 남들과는 다르게 한번 본 내용을 바로 익히고, 눈치가 빠르지는 않지만 적어도 발목 잡는 일은 없도록 스스로 단련했다.
하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다.
같은 중대원이면서....
같은 소대원이면서....
같은 분대원이면서....
내 노고를 알아주는 사람은 병사들 중에는 한 명도 없었다.
내 노고를 그나마 알아주는 '척'이라도 보인 건 내 부대의 상급 지휘관들과 그 밑의 원로 부사관들이었다.
지휘관과 간부는 나의 힘든 마음을 대충이라도 이해해주는 모습은 보이는데 병사들이 그러지 않는 이유가 궁금한가?
그 이유는 내가 어딜가나 제일 무시당하기 쉽고, 도마뱀 꼬리마냥 쉽게 잘려나가는 경비병이기 때문이었다.
경비병....
국가가 나에게 지워준 막중한 임무....
특히 대한민국의 수도 신서울을 수호하라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은 수도 방위 사령부 헌병단 예하 특수 경찰대대의 용사들 중에서 경비병은 주둔지를 방호하고, 헌병단 지휘부를 경호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헌병단 본부 위병소에 접근하는 불순세력을 조기에 식별하여 확실하게 제압하고, 상부에 보고하여 추가로 있을 상황에 대비할 시간을 만든다.... 그게 내 임무이다.
차원 전쟁 당시, 많은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를 입어 도저히 부대를 운영하지 못할 수준까지 이르르게 되자, 부대 자체가 완전히 와해되어버린 1경비단(수호신 부대)으로부터 인원과 기갑 장비를 양도받아 수도 방위 사령부의 차기 선봉 자리에 오르게 된 것이 수도 방위 사령부 헌병단이다.
수도 방위 사령부 헌병단이 무너지면 수도 방위 사령부는 전투력의 절반 가까이를 상실하게 되고, 이는 곧 수도 신서울을 또다시 차원종에게 뺏기게 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그만큼 나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같은 특수 경찰 대대원이면서 나를 우습게 보는 사람이 많았다.
특수 경찰 대대원들은 100% 지원병이다.
혹독한 체력 테스트와 까다로운 면접을 통과해야 비로소 수도 신서울을 지키는데 앞장서는 자랑스러운 수도 방위 사령부 헌병단의 특수 경찰 대대의 대원으로 임명될 수 있는 것이다.
특수 경찰 대대는 크게 나처럼 헌병단 본부를 지키는 경비 헌병(줄여서 경비병), 대차원종 전투 및 대위상능력자 전투에 앞장서는 전투 헌병, 보급과 의료와 화생방 등의 후방 지원을 맡는 지원 헌병으로 나뉘는데 사회적으로 많이 알아주는 건 전투 헌병과 지원 헌병이고 푸대접 받는건 항상 경비 헌병(경비병)이었다.
경비 헌병에 대한 차별 대우가 심해지자 내 동기들과 선임들은 '어차피 아무리 노력해도 알아주는 사람 하나도 없는데 뭐하러 열심히 하냐?'라고 불만을 표출하더니 점점 자기들에게 맡겨진 경계 임무를 게을리하게 되었다.
헌병단장님이 타고 다니시는 1호차나 과장님들이 타고 계신 차 앞에서만 열심히 하는 척하고 경계 근무에 해이한 모습을 보이다니....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원래 내가 맡은 임무에 성실히 해야겠다는 각오 하나로 굳은 의지로 헌병단 본부 경계 작전에 임했다.
하지만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하였던가?
나는 같은 경비병 전우들에게도 미움을 받았다.
괜히 열심히 하는 척, 잘하는 척해서 가뜩이나 알아주는 거 하나 없이 고생만 죽어라 하는 자기들을 더 고생하게 만든다면서 말이다.
나는 너무나도 속이 상했다.
안에서는 배신자들이 득실대고, 바깥에서는 적들이 득실댄다.
아무리 백날 전투 헌병들과 지원 헌병들이 차원 왜곡 현상이 일어나는 지역으로 투입해 차원종들을 제거하고, 위상 능력 범죄자들을 체포해도 본부가 무너지게 된다면 모든게 끝이다.
이 답답한 마음을 어디다 말해야 들어줄까?
헌병단 간부도 상급 지휘관, 원로 부사관을 제외하면 우리를 당장에라도 사용가능한 값싼 노동자나 고기 방패로만 생각하는 간부들이 많았다.
그렇다고 지휘부나 경험많은 원로 장교, 부사관들에게 투서를 낼까?
저번에 한 번 그런 적이 있었는데 그 결과가 어땠는가 하면 윗 사람들에게 혼난 밑의 장교들과 부사관들이 온갖 치졸한 수를 써가면서 우리를 괴롭히는 것이었다.
작업량을 평소보다 더 늘리고, 개인 정비 시간도 거의 빼앗아버리고, 훈련을 평소보다 더 가혹하게 시켰다.
이렇게 보니 내 처지가 정말 안쓰럽기 짝이없다.
선임급한테 혼나가면서 익혀왔던 헌병단 본부의 장교, 부사관들의 개인 차량 번호와 부대에서 운용하는 군용 차량의 차번호를 외워둔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자주 헌병단 본부로 찾아오시는 사령관님과 그 분의 직속 부하들의 관등성명과 얼굴을 익혀 두는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고위험 차원종 경보가 발생 할 시에는 주둔지 경계 수준을 높이고, 응징의 강도를 최고 즉결심판까지 염두해 둔 상태에서 공포탄 10발 우상탄 탄창 하나, 5.56밀리 소구경 고속탄 30발 우상탄 탄창 넷, 차원종이나 위상 능력 범죄자를 체포할 때 사용하는 위상력 억제 수갑까지 차고 다닌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나는 더 이상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내 군생활이 너무나도 답답하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헌병단장님과 특수 경찰 대대장님 주관으로 위병소 시범식 교육이 실시된 적이 있었는데 내 경비병 동기들과 선임들은 3인 1조로 돌아가면서 자기들이 평소에 어떻게 근무를 서는지 시범을 보였다.
내 경비병 동기들과 선임들이 3인씩 1조로 평소에 진행 했던대로의 위병소 근무를 헌병단장님과 특수 경찰 대대장님께 보여드렸는데 헌병단장님은 고개를 갸우뚱 하시더니 이런 질문을 하였다.
"아니, 너희들은 야간 경계 근무 때 정지 수하선에 차량이나 인원이 멈춰섰다고 해서 순순히 너희들의 야간 수하에 응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 아니냐? 그래. 너희들 생각대로 일단 수하에 응한 것일 수도 있어. 하지만 최근 발생하고 있는 차원종이나 위상 능력 범죄자들 중에는 변신 능력을 가진 놈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들은 언제, 어디서 우리 헌병단 본부를 습격할지 몰라. 그들이 변신한게 지금 너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는 나와 내 옆에 있는 특수 경찰 대대장일 수 도 있고, 또 너희 경비병들 중의 누군가로도 변신할 수도 있어. 아니면 너희들이 자주 보던 이 헌병단 본부의 간부일 수도 있고. 그런데도 정지 수하선에서 멈춰선 상태에서 '나는 OOO이다. 문열어!'라고 하면 바로 위병소를 개방하고 그러냐? 야간에는 적인지 아군인지 쉽게 구분하기도 어려워서 적인지 아군인지 파악하려고 수하를 잡는 것인데 너희들 이런 식으로 계속 경계 작전 진행하면 적을 우리 헌병단 본부로 들여보내주는 것인지 모르는 거냐?"
헌병단장님의 일침에 가만히 옆에있던 특수 경찰 대대장님 얼굴이 붉어지고, 입술에서 피가 나올 것 같이 앙다물은 것이 보였다.
헌병단장님은 시범을 보였던 내 경비병 동기들과 선임들, 시범식 교육 참관하러 나온 나를 포함한 나머지 경비병들을 뒤로하고는 특수 경찰 대대장님보고 '내 방으로 와!'라고 하셔서 특수 경찰 대대장님을 따라오게 하였다.
우리는 그렇게 1시간 동안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기다렸다.
1시간 뒤, 특수 경찰 대대장님은 경비병 전원을 연병장에 집합시키고는 얼차려를 부여했다.
"내가 하나 하면 너희들은 엎드려 뻗친 상태에서 내려가고, 내가 둘 하면 너희들은 올라온다! 실시!"
특수 경찰 대대장님의 '하나' 구호에 우리는 내려가고, '둘' 구호에 우리는 올라오기를 50회 반복했다.
지옥같은 팔굽혀펴기 얼차려가 끝나고, 우리는 완전 땀범벅이 된 상태로 일어났다.
땀범벅이 된 우리에게 특수 경찰 대대장님은 이런 엄포를 놓았다.
"너희들 앞으로도 야간 경계 작전때 위병소 근무 개판치면 특수 경찰 대대 용사 자격 박탈하고, 더블백에 짐싸서 육군 교도소에 보내버릴 줄 알아! 알겠어?!"
그 일이 있고나서 우리는 경계 근무 때마다 항상 긴장해야 했다.
언제 특수 경찰 대대장님이 위병소에 나타날 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잡담도 못하고, 졸지도 못하고.....
우리는 그렇게 지쳐갔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특수 경찰 대대장님이 6일간 휴가를 나간 것이었다.
얼어있던 우리에게 해방감이 찾아왔다.
내 동기들과 선임들은 감격에 젖어 만세를 외치며 생활관 복도를 뛰어다녔다.
나는 내심 걱정이 되었다.
이러다가 진짜 무슨 일 나는 건 아닌가 하고.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특수 경찰 대대장님이 휴가를 나간지 4일째 되던 날이었다.
당시는 야간이었는데, 헌병단장님과 특수 경찰 대대장님이 강조하던 대로 철통같은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는 건 나 뿐이었고, 나머지 둘은 잡담을 하며 경계 근무를 건성으로 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지 수하선 앞에 웬 수상한 인물의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초병1이었던 나는 몸을 관문 기둥 뒤에 숨기고 총부리만 내민 상태로 야간 수하를 실시 하였다.
"정지. 정지. 정지. 손 들어! 움직이면 쏜다! 라이플! 라이플! 라이...."
그 형체는 수하를 무시하고 수하선을 넘어 관문 앞까지 오는 게 아닌가?
나는 바짝 긴장했다.
그런데... 그 의문의 형상의 정체는....
특수 경찰 대대장님?!
특수 경찰 대대장님은 누구나 다 아는 상급 장교.
하지만 최근들어 변신 능력을 가진 차원종과 위상 능력 범죄자가 많아져 상부에서는 경계 태세를 강화하라는 명령이 떨어져 되게 난감했다.
당시 뒤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던 초병2 동기와 조장 선임은 나보다 더 당황했는지 빨리 열라고 재촉했다.
그런데 나는 뭔가 수상해서 한번 말을 걸어봤다. 교범에 나와있는대로 계속 엄폐한 채로.
"대대장님. 휴가 중에 무슨 일로 본부에 오신 겁니까?"
"난 너희들의 지휘관이야! 내가 고위급 간부가 본부에 오면 어떻게 하라고 했지? 당장 문열어!"
이상했다.
헌병단장님께 불려서 한참동안 혼나다가 우리를 연병장으로 집합시켜서 얼차려를 부여하고 위병소 근무 엉망으로 서면 가만 안 놔두겠다고 엄포까지 냈던게 특수 경찰 대대장님인데.....
나는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고 공포탄을 한 발 발사했다.
야밤에는 소리가 잘 들린다.
내가 쏘아올린 공포탄 한 발은 본부 전체로 울려퍼졌다.
조장으로 나가있던 선임과 초병2로 나가있던 동기는 당황했다.
둘은 나에게 고함을 질렀다.
"야, 돌았어?! 어디다 총부리를 갖다대고 총질이야?! 대대장님이잖아?! 왜 그랬어?! 어?!"
그 때 조장실에 전화가 걸려왔다.
내 총성을 듣고 지휘 통제실에서 전화를 한게 틀림없다.
조장으로 있던 내 선임은 수화기를 들었다.
"충성! 위병소 조장 김훈입니다. 전화 받았습니다."
"어, 당직 사령 송은이 대위야. 방금 공포탄 쏜 거 누구니?"
"아.... 그게.... 초병1입니다."
"초병1이라고?"
"그렇습니다."
"초병1 나한테 오라고 전해."
"예, 알겠습니다. 야, 전화받아."
나는 대대장님인 척 한 것으로 의심되는 인물을 초병2로 있던 내 동기한테 잘 감시하라고 시켜놓고 조장실 창문으로 수화기를 넘겨받았다.
"충성! 위병소 초병1 이기상입니다. 전화 대신 받았습니다."
"어, 그래. 당직 사령 송은이 대위야. 너가 공포탄을 쏜거니?"
"그렇습니다."
"아주 잘했어."
"잘 못 들었습니다?"
"사실 너가 공포를 쏘아올리기 전에 우리도 지휘 통제실 열화상 카메라 화면으로 위병소 전방을 주시하고 있었거든? 그런데 특수 경찰 대대장님이 보이는거야. 그런데 평소에 알던 대대장님이 아니었던게 대대장님 등 뒤에서 이상한게 막 달려있었거든? 마치 차원종의 꼬리같았어. 그래서 상황병한테 일반 전화로 대대장님께 전화해봤는데 대대장님은 '왜 이 시간에 전화하냐고, 나 휴가 중인거 모르냐.'라고 화를 내시는거야. 뭔가 예감이 좋지 않았지. 그런데 너가 마침 자는 사람들도 다 들리게끔 공포탄을 제대로 한 방 날렸구나. 아주 잘했어! 지금 지휘 통제실에 있는 우리가 본부 전체에 사이렌을 울려 위험을 알리고 5분 대기조를 그 쪽으로 보냈어. 정말 고마워. 너 정말 네 이름대로 기상이 넘치는 얘구나."
"감사합니다!"
"그래. 상황이 마무리 되고 보자꾸나. 그럼 이만."
통화가 종료되기 무섭게 본부의 5분 대기조가 위병소로 뛰어왔고, 5분 대기조는 관문 바깥에 있던 특수 경찰 대대장님... 아니, 특수 경찰 대대장님인 척 하는 수상한 인물에게 공포탄을 쏴서 관문에서 떨어지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그 수상한 인물이 갑자기 형체가 변하기 시작했다?
그 수상한 인물의 정체는 바로 사람 말을 할 줄 알고, 변신 능력을 보유한 꼬리 달린 이족 보행형 차원종이었던 것이다.
"쳇, 들켜버렸군. 원래 계획은 기지 내부로 들어와서 용의 군단이 넘어올 차원문을 생성하는 것인데..... 이렇게 된 이상.... 이판사판이다."
그 차원종은 또다른 능력을 발동하였다.
그건 바로... 차원문 생성 능력이었다.
차원문이 열리자 차원문을 통해서 차원종들이 밀고 들어왔다.
위병소로 나가있던 5분 대기조는 무전으로 급히 지원을 요청했다.
당직 사령으로 있던 송은이 대위님은 강남에 있던 유니온 신서울 감찰국과 남태령에 있던 수도 방위 사령부 본부에 지원을 요청했다.
당직 사령으로 있던 송은이 대위님의 긴급 전화를 받은 유니온 신서울 감찰국 야간 당직과 수도 방위 사령부 본부 당직 사령은 즉시 지원 병력을 보냈다.
유니온 신서울 감찰국은 정예 클로저들로 구성된 신속 대응팀(Quick Reaction Force)을 보냈고, 수도 방위 사령부는 사령관님의 직속 부대인 35 특공대대 독거미를 보냈다.
도로 상황은 야간인데도 굉장히 혼잡한 상황.
혼잡한 도로 상황을 고려해 유니온 신서울 지부 소속의 오스프리 1대와 항공 작전 사령부 수도 항공단 소속의 수리온 3대가 지원 병력을 태우고 날아왔다.
신서울 지부 소속의 오스프리에서 정예 클로저 부대원들이 사이킥 무브로 현장에 먼저 투입되고 뒤를 이어서 항공 작전 사령부 수리온에서 35 특공대대 병력이 패스트-로프로 줄줄이 현장에 투입되었다. 우리 헌병단은 피로를 잠시 잊고 수송부 차량고에서 K-806 장갑차 1대를 꺼내와 5분 대기조를 태우고 현장으로 갔다.
헌병단 본부 위병소 앞에서 벌어진 한밤중의 전투는 15분만에 종결되었다.
기습을 시도했던 용의 군단이라는 이름의 차원종 집단에서 보낸 차원종 놈들은 압도적인 화력으로 현장에서 전부 사살되었고, 그들이 넘어온 차원문은 클로저들이 가져온 차원문 소멸 비콘으로 무사히 닫혔다.
이게 다 나의 신속한 초동 조치 덕분이었다.
그 일이 있고나서 나는 사령관님으로부터 경계 유공 표창장과 6박 7일의 포상 휴가증을 받았다.
그리고 휴가 복귀한 특수 경찰 대대장님은 아낌없는 칭찬과 더불어 5박 6일의 포상 휴가증을 챙겨 주셨다.
그런데 이를 두고 시샘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 당시 제대로 된 대응 조치를 하지 못했던 조장 선임과 초병2 동기도 그렇고, 위병소 시범식 교육 때 헌병단장님한테 지적받아 특수 경찰 대대장님에게 망신 줬던 시범조도 그렇고 치사하게 뒤에서 나를 깎아내리는 말을 하고 다니던 것이었다.
그들은 심지어 내가 하지도 않았던 일도 막 지어내서 그것이 진짜인 것 마냥 말하고 다녔다.
난 외톨이가 되었다.
경비 헌병 내에서도 난 완전히 공공의 적으로 몰렸다.
도저히 버틸 자신이 없어졌다.
온통 내 욕만 하고 다닌다.
난 답답한 이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경비 헌병 중대장님께 찾아가 내 고충을 말한 뒤 소속 변경을 건의 했다.
내 고충을 듣던 중대장님은 화가나서 나를 욕하고, 따돌리던 사람들을 따로 하나씩 불러서 혼내고, 내가 그들과 멀어질 수 있게끔 내 소속을 특수 경찰 대대 경비 헌병 중대에서 특수 경찰 대대 전투 헌병 1중대로 소속을 바꿔주었다.
그곳의 중대장은 그 사건이 있던 날, 당직 사령으로 계셨던 송은이 대위님이었다.
정말 행복했다.
날 알아주는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가게 되다니....
너무 행복했다.
심지어 소대장님도 정말 좋으신 분이었다.
바로.....
정의감 불타는 채민우 소위님.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나는 우울하기만 했던 경비 헌병으로서의 나가 아니라 행복만 가득한 전투 헌병 1중대의 전투 헌병인 나로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우울했던 지난 날은 Bye Bye.
행복하기만 한 오늘 Hi Hi.
나는 이제 행복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