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3](Remake) (1부 마지막화) - 함께...

버스비는1200원입니다 2018-02-02 6

이전화의 제목에서 '(2)'을 '(完)'로 바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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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천용의 브레스에 집어삼켜졌던 엘드라고가 날려져 온 곳은 어느 외딴 행성, 그 행성은 엘드라고가 봉인에서 풀려나고 잠시 레비아를 데려가 머물렀던, 자신이 과거에 멸망시킨 종족들이 살던 행성이었다. 

엘드라고는 힘이 다해 어느새 용화가 풀려 인간의 모습으로 되돌아온 채 그저 하늘만을 바라보며 쓰러져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몸이 조금씩 움직여보려고는 했으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렇게 움직이지 못하고 잠깐동안 계속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며 쓰러져 있었을까, 쓰러져있는 엘드라고의 앞으로 누군가가 다가왔다.

바로 이천용이었다. 이천용도 눈앞에 있는 엘드라고 정도는 아니었지만, 상당히 힘을 소모한 상태였다. 그래도 지금 엘드라고를 확실하게 끝을 내기에는 충분하였다.


"이제 끝났어, 엘드라고."

"잠깐만요!"


이번에야말로 봉인이 아닌 확실한 마무리를 지으려던 그때, 누군가가 그 사이를 끼어들며 이천용을 멈춰세웠다. 갑자기 나타나 이천용을 멈춰세운 것은 다름아닌 레비아였다. 그리고 뒤이어서 이세하와 메테우스도 그 자리에 나타났다. 

이세하는 눈앞에 있는 이천용이 평소와 다른 모습, 그리고 엘드라고와 맞서 싸운 존재와 완전히 똑같은 기운이 느껴지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라 물었다. 


"천용이? 그럼 엘드라고와 싸우는 사람이 너였단 말이야?!"

"그렇긴한데... 여긴 어떻게?"


이세하가 말하길, 엘드라고의 기운이 매우 약해진 것을 느끼고 승패가 갈렸다는 것을 확신하였을 때 그 사실을 들은 레비아가 엘드라고를 만나 꼭 해야 할 말이 있다고 하였다. 모두는 위험한 행동에 불과하다며 만류를 했지만, 레비아의 의지가 워낙 완고했던지라 본인과 메테우스가 호위 역할로 이렇게 왔다는 것이었다.


"정말이지... 슬비도 웜홀을 연속적으로 만드는 바람에 많이 힘들었단 말이야. 아무튼 레비아, 엘드라고에게 할 말이라는 게 대체 뭔ㄷ... 자, 잠깐! 그 이상 다가가지 마!"


레비아는 쓰러져있는 엘드라고의 곁으로 천천히 다가가 그의 손을 잡았다. 따뜻한 온기를 지닌 자신의 손과는 달리, 차가운 냉기를 지니고 있는 듯한 손... 마치 죽은 사람의 손 같았다. 


"너는..."

"정신이 드셨나요?"

"......"


그때 서서히 정신을 차린 엘드라고가 눈앞에 있는 레비아를 넋이 나간 듯 바라보더니 갑자기 팔을 움직여 자신의 손을 붙잡고 있는 레비아의 손을 뿌리쳤다. 엘드라고가 움직임과 동시에 경계를 하고 있던 이천용, 이세하, 메테우스는 엘드라고가 레비아를 붙잡으려는 줄로 알고 크게 놀라 이를 막으려고 했는데, 그런 것이 아니었다.

엘드라고의 손은 레비아의 볼을 조금씩 어루만지고 있었다. 레비아는 자신의 볼을 어루만져주고 있는 엘드라고의 손에서 아까 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왜냐하면...


"헬레나...?"

"!..."


지금 눈앞에 있는 레비아가 엘드라고의 눈에서는 헬레나의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힘이 다한 탓에 보이는 환각? 아니면 레비아가 헬레나와 닮아서 착각을? 왜 그런지는 자세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지금 레비아의 볼을 어루만져주고 있는 엘드라고의 모습은 폭룡왕으로써의 잔학무도한 모습이 아닌, 사랑하는 여자를 상냥하게 어루만져주고 있는 한 남자의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었다.

레비아는 그런 엘드라고를 잠시 동안 말없이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저는... 헬레나가 아니에요."

"... 그래, 그렇군... 나도 이제 죽을 때가 다 된건가... 이런 환각을 보다니..."


엘드라고는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레비아의 볼을 어루만지고 있던 손에 힘을 풀어 땅에 떨어트려놓으려 하였는데, 레비아가 다시 엘드라고의 손을 붙잡았다. 


"역시 당신에게는 아직 남아있었어요. 그 헬레나라는 분과 똑같은, 생명을 소중히 여기려는 마음이..."

"웃기지도 않는군... 모든 생명을 없애려는 목적을 가진 나에게 그런 마음이 있다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 마음이 뒤틀려버린 탓에 그런 마음이 약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미약하게 남아있다는 걸 확신했어요. 봉인에서 해방된 직후, 그 4명을 죽이지 않은 것도 다 그것 때문이죠?"

"어이가 없군. 그건 단지..."
'......'
.
.
.

#####

갑작스럽게 과거에 있었던 일이 떠오른다. 이 기억은 내가 헬레나를 잃고 다시 판테르칸으로 돌아온 뒤, 다른 종족들을 멸망시키기 시작했던 날의 기억이었다. 

이렇게 갑자기 기억나기 전까지는 자세히 기억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죽기 직전에 되면 지금껏 살아오며 겪었던 경험들이 순간적으로 기억난다고 했는데, 그건가? 아무튼, 이 기억은... 그래, 그거다.

한 종족을 멸망시키고, 판테르칸으로 돌아가려고 하던 때였다. 아직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은 어린 아이가 눈물을 흘리면서 원망, 증오가 섞인 눈빛으로 노려보며 나의 앞을 가로막아선 것이었다. 아마도 운좋게 살아남은 생존자였던 모양이다. 

그 아이는 나를 향해 이렇게 소리쳤었다.


"용서 못해! 절대로! 반드시 복수할거야!!"


동족들을 없애버린 나를 향한 분노가 잘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런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운좋게 살아남은 생존자를 발견하였다면 그저 없애버리면 그만이었다. 


"걱정하지 마라. 금방 동족들의 곁으로 보내줄테니."

"!!!"

"... 아니, 굳이 그럴 필요도 없겠군. 이대로 가만히 놔둬도 알아서 죽어버릴테니."


그때 내가 한 행동은 그 아이를 직접 없애버리는 것이 아니었다. 어차피 자기를 제외한 동족들이 전부 죽어버린 상황에서 가만히 놔두면 굳이 내가 직접 없애지 않아도 알아서 죽을 것이라 판단하고는 그 아이를 없애지 않고 떠난 것이었다.

내가 그때 왜 그랬는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알 수가 없었다.

#####
.
.
.

"왜... 그랬던거지...?"

"말했잖아요. 당신에게는 아직 미약하게나마 생명을 소중히 여기려는 마음이 남아있다는 걸요."

'이런 나에게... 그런 마음이 있다고...?'
"... 그렇다면 한 가지... 부탁이 있다..."

"부탁이요?"

"나는 곧 죽을 것이다. 그러니 내가 죽으면... 내 몸을 헬레나가 죽었던 장소에 묻어다오. 장소는 정신을 통해 알려주마..."

"왜 그런 부탁을..."

"해답을 듣기 위해서다... 내 진정한 마음이 무엇인지... 헬레나에게서... 그리고..."


엘드라고는 레비아에게 마지막 부탁이 무엇인지 전한 뒤, 고개를 돌려 이천용에게 말하였다.


"네놈이 한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해보겠다..."

"엘드라고..."

"......"


그리고 엘드라고는 천천히... 눈을 감았고 숨을 거두었다.
.
.
.

#####


"......"


여기는... 그렇군, 아무래도 나는 정말로 죽은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여기가 저세상이라는 곳인가? 뭐, 그건 어찌되든 좋았다. 지금 나는 누구를 만나야 한다. 그 사람은...


"아...!"


헬레나... 저 뒷모습은 틀림없는 헬레나다. 급히 다가가서 헬레나의 어깨를 붙잡으려 하는데 그 순간 헬레나가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내 뒤에서 여전히 뒤돌아 선 모습으로 나타났다. 몇 번이고 헬레나를 부르며 붙잡아보려 하였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마치 나를 피하는 것처럼...


"헬레나, 왜..."


설마... 내가 틀렸다는 건가? 그래서 그런 나에게 헬레나가 실망하여 지금 이렇게 나를 외면하며 피하고 있다는 말인가? 그럴 수가... 


"......"

"잠깐! 기다려라, 헬레나!"


헬레나는 점차 멀어져가고 있었다. 싫다...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 헤어지고 싶지 않았다. 나를 싫어하게 되었어도 상관없었다. 나를 외면하고 피해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날 떠나지 말고 얘기만이라도 들어줬으면...


"... 헬레나...!"


그런 나의 간절한 마음이 들리기라도 했던 것일까? 멀어져가던 헬레나가 제자리에 멈춰섰다. 지금이다. 혹시라도 또 다시 멀어져가기 전에 헬레나에게 말해야 한다.


"헬레나, 나는... 내 행동은 틀린 거였나? 대답해다오!"

"......"

"헬레나..."


아무런 대답이 없다. 그렇다는 건... 역시 내가 틀렸다는 말인가? 모든 생명을 없애버리면 된다는 나의 생각이?


"알려다오. 내가 왜 틀린 것인지 그 이유를..."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 대체 왜 틀린 것인지. 그리고 올바른 해답이 무엇이었는지...  그러자, 계속 말이 없던 헬레나가 말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저와 당신이 만나고 함께하며 사랑을 나눈 게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나요?"

"그게 무슨..."

"그건 바로 저희들이 살아있기 때문이에요. 생명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인연이 닿게 되고 그렇게 저와 당신의 만남, 그리고 사랑이 이루어진 거죠. 그런데 이런 생명이 없다면 그 어떤 것도 이루어지지 않아요."

"...!"

"아셨나요? 당신이 하려고 했던 행동들은 인연, 만남, 사랑, 그 모든 걸 전부 부정하며 앗아가는 행동이었다는 걸요."


그렇다는 것은 즉, 나는... 누구보다 소중한 헬레나와의 인연, 만남, 그리고 사랑... 그 모든 걸 나 자신의 손으로 직접 부정해버렸다는건가? 그럼 지금의 나와 헬레나의 관계는 대체... 뭐가 되는거지?


"아... 아..."

"깨달으셨나보군요. 당신의 행동이 올바른 행동이었는지, 아니면 틀린 행동이었는지..."

"난 대체... 무슨 짓을..."

"......"

"...! 헬레나...?!"


헬레나의 모습이 다시 멀어져간다. 안 돼, 가면 안 돼. 제발... 떠나지... 아니, 이젠 아무래도 좋다. 이미 나 스스로가 헬레나와 쌓아온 모든 것들을 부정해버렸다. 그렇다. 나와 헬레나는 이제 단순한 타인일 뿐... 하지만, 떠나기 전에 딱 한 번... 1초, 아니... 그보다 더 짧아도 상관없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헬레나의 얼굴을... 미소를 짓는 그 표정을 보고 싶다.

그러나 그런 나의 소망을 무참히 짓밟듯 헬레나의 모습은 내 눈앞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크... 으윽... 으아아아아아아!!!"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고 싶었다. 아니, 이대로 사라지고 싶었다. 영혼조차 남지 않고 이 세상에서 완전히... 

그렇게 절망하고 제자리에 주저앉아 절규를 하고 있을 때였을까,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내 몸을 껴안았다. 이 감각... 익숙한 감각이었다. 작고 아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 몸 전체를 따뜻하게 녹여주는... 놓치지 않고 항상 곁에 두고 싶게 만드는 그 감촉... 

설마하는 마음에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뒤를 보고 내 등을 껴안고 있는 것이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그건 바로...


"헬... 레나...?"


눈앞에서 완전히 사라졌던 헬레나였다. 하지만 왜? 나를 완전히 떠난 게...


"당신은 분명 큰 죄를 저질렀어요. 하지만, 당신에게도 아직 선량한 마음이 남아있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분명 용서받을 수 있을 거에요. 그러니 제가 곁에서 도와드릴게요."

"어쨰서..."

"그야 저희는 영원히 함께 하기로 약속했었잖아요?"

"!..."


그때였다. 비록 이미 죽은 목숨이기는 하나 잃어버렸던 삶의 이유를 다시 되찾았다. 그리고 또 하나, 뒤틀려있던 마음 속의 톱니바퀴가 각각 다시 제자리를 되찾으며 맞물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다시 폭룡왕이 아닌... 그저 헬레나라는 인간을 사랑하는 한 명의 드라간, 엘드라고로 되돌아왔다.


"다녀왔다, 헬레나..."

"어서오세요, 엘드라고 님."

######
.
.
.
.

"그래? 엘드라고에게 그런 일이 있었다니..."


지구로 다시 돌아와서 레비아는 모두에게 자신이 들은 엘드라고가 과거에 겪게 된 일들에 대해 말해주었다. 처음부터 그저 포악하고 잔악무도한 성격을 가진 드라간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으나, 그런 일을 겪는 바람에 마음이 뒤틀려 길을 잃고 폭룡왕으로 타락해버렸다는 사실에 얘기를 들은 모두는 조금씩 안타까운 생각이 들고 있었다.

만약 헬레나에게 아무런 일도 생기지 않았더라면 엘드라고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건 확실히 알 수는 없었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의 엘드라고와 같은 포악하고 잔악무도한 폭룡왕은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모두 지나간 일. 지나간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을 하든 바뀌는 것은 없었다. 그저 지나간 일을 어떤 식으로든 받아들이고 앞을 바라보며 살아갈 뿐... 살아간다는 것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그런데 천용아, 너 모습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네?"

"아아, 그러게요. 아무래도 시간 제한이 있는 모양이에요."
'천희랑도 다시 나뉘었고.'

"아무튼, 너와 엘드라고의 싸움의 여파 때문에 판테르칸이 상당한 충격을 받아서 복구 작업에 들어갈거야. 그래서 말인데, 너도 좀 도와주지 않을래?"

"네, 알겠어요."
'반은 저 때문이니까...'

"레비아,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거야? 어서 가자."

"아, 네! 지금 갈께요!"
'그럼 두 분 다 함께 편히 잠드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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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화라서 분량이 조금 짧네요...

아무튼 다음화는 1부 에필로그입니다

그리고 에필로그를 적은 다음에는 시즌2의 이후와 시즌3의 이전의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간단하게 외전으로 적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그런데 제가 외전을 적는 것은 영... 뭔가 그렇달까)

그럼 에필로그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2024-10-24 23:18:31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