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3](Remake) (1부 32화) - 숙명의 대결 (1)

버스비는1200원입니다 2018-01-2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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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우야, 너는 여기서 피해."

"니는 우짤낀데? 설마... 아니제?"

"난 여기서 엘드라고와 싸우겠어. 그러기 위한 힘도 얻었으니까."


이천용은 아까 전까지 여의주의 내부에서 드레아스에게 받은 과거의 이천희, 백룡의 힘을 얻었으니 충분히 엘드라고를 상대할 수 있을 거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하였다. 엘드라고를 쓰러트렸던 백룡의 힘을 얻었다고 하니 박창우도 안심이 되기는 하였지만, 동시에 조금씩 불안함이 들었다. 아무리 백룡의 힘을 얻었다고 하지만, 과연 정말로 괜찮을까? 혼자서 엘드라고와 싸우게 놔둬도 상관없는걸까? 박창우의 표정은 마치 그런 말을 하는 것 같았다.


"... 알긋다, 그럼 조심해래이."

"물론이지."


이천용은 두고 떠나도 괜찮은지 망설이던 박창우는 결국 이천용의 말에 따라 판테르칸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같은 시각, 엘드라고가 오고 있다는 소식에 드라간들은 피난을 가고 있었다. 잠시 후, 모든 드라간들이 피난을 가고 판테르칸은 누구도 남아있지 않게 되었다. 

박창우가 자리를 뜨고 이천용과 이천희는 엘드라고가 오기를 기다리며 조용히 눈을 감고 명상을 하였다. 방금 얻은 백룡의 힘, 확실히 굉장한 힘이다. 하지만 아무리 강한 힘이라도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른다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한 법, 그렇기 때문에 이천용은 엘드라고가 오기 전까지 백룡의 힘을 어떻게 사용할지 머릿속으로 생각하였다. 

우선 지금 확실하게 발휘할 수 있는 힘은 피부에 용의 비늘을 덮어 공격력, 그리고 방어력을 동시에 극대화시켜주는 것이었다. 이전에도 가끔씩 우연히 발휘한 적이 있었지만, 이젠 백룡의 힘을 얻었기 때문인지 자기가 원할 때 언제든지 발휘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외에는... 아직 정확하게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피부를 용의 비늘로 덮는 것을 빼면 단수히 신체능력의 비약적인 상승... 그것 뿐이었다.


'과연 이런 상태로 엘드라고를 상대할 수 있을까...'


백룡의 힘을 정확하게 어떤 식으로 다루면 좋을지 아직 감조차 잡히지 않았던 이천용은 조금씩 불안해졌다. 이런 상태인 지금의 자신이 엘드라고를 쓰러트릴 수 있을까 하고. 그때, 이천희가 이천용의 불안함을 덜어주려는 듯 말을 걸었다.


"괜찮아, 천용아. 꼭 이길 수 있을거야."

"어... 그렇겠지?"

"날 믿지, 천용아?"

"? 그야 그런데, 갑자기 왜 그런 말을 해?"

"나를 믿는다는건 즉 너 자신을 믿는 거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불안해할 필요 없다구. 알았지? 지금 자신의 힘을 믿어!"

"... 그래, 알았어."


이천희의 말이 효과가 있었던 모양인지, 이천용의 표정에서는 불안감이 서서히 사그라들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을까, 갑자기 우주공간의 저 멀리 반짝이고 있는 별들이 마치 무언가에 가려지듯 갑자기 사라지고 대신 정**를 어둠이 드리워졌다. 그 어둠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며 여의주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저게 뭐지?"

"...! 천용아, 저걸 자세히 봐!"

"?... 뭐야!?"


자세히 살펴보니 그 어둠의 정확한 형태가 어떤 것인지 조금씩 파악할 수 있었다. 그 모습은 바로 '용'이었다. 그것도 행성 하나를 그 몸 하나로 휘감을 수 있을 만큼의 압도적인 크기를 가진 칠흑의 용... 바로 폭룡왕 엘드라고였다. 


"뭐... 뭐가 저렇게 커?!"

'백룡은... 응?'

"?"


이천용이 엘드라고의 상상을 뛰어넘은 몸집에 경악하고 있을 때, 엘드라고는 백룡의 힘이 느껴지는 이천용을 보고는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되돌아와 이천용이 있는 여의주에 사뿐히 착지하였다.

엘드라고는 조용히 이천용을 바라보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이천용에게 말을 걸었다.


"네놈은 내가 부활하고나서 잠깐 봤던 잔챙이들 중에 한놈이로군. 그런데 뭐냐? 그때는 보잘것 없는 힘을 가진 잔챙이가 지금은 어떻게 백룡의 힘이 느껴지는거지?"

"내가 백룡의 힘을 받았으니까다!"

"뭐야? 백룡의 힘을 받았다?"
'... 그래, 그렇게 된 거였군.'


엘드라고는 대강 어떻게 된 일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자신이 봉인되기 직전, 백룡이 모든 힘을 여의주에 담아서 자신을 봉인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엘드라고는 필시 눈앞에 있는 이천용이 여의주의 안에 있는 백룡의 힘을 얻은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그 사실을 알아차리더니 엘드라고는 갑자기 웃음을 터트리는 것이었다.


"크하하! 백룡의 기운이 느껴져서 한걸음에 와봤더니, 네놈따위가 백룡의 힘을? 척 보아하니 인간인 모양인데, 인간이 백룡의 힘을 얻으면 그 힘을 전부 발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그 이유는 이천용이 백룡의 힘을 얻어봤자 그 힘을 완전히 발휘할 수 없다는 것 때문이었다. 백룡의 힘을 얻으면 비약적으로 강해지기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힘을 제대로 발휘할 수는 없음이 분명하니 자신을 쓰러트리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소리치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엘드라고 본인이 새롭게 얻은 힘 때문이었다. 메테우스의 공격을 버텨내면서 얻은 <신의 힘> 덕분에 자신이 봉인되기 전보다 더욱 강해져 있었다.

백룡의 힘은 얻었으나 제대로 발휘를 하지 못할 것임이 분명한 이천용, 그에 반해 메테우스에게서 <신의 힘>의 일부를 흡수하여 옛날보다 더욱 강해진 자신... 이를 비교하였을 때 엘드라고는 대결을 해볼 필요조차 없다고 확신한 것이다.


"그런건 해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거잖아!"

"옛날에 네놈처럼 그런 식으로 말하는 놈들이 몇몇 있었지. 그놈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아나? 전부 없애버렸다. 그것도 한순간에 말이야. 해보기 전까지는 결과를 모른다느니, 그 말은 그저 현실을 부정하며 발버둥을 치려는 것에 불과하지. 알아먹었나?"

"시끄러워!"


이천용은 자신의 주먹에 용의 비늘을 덧씌우고 엘드라고에게 돌진하여 주먹을 내질렀다. 평소의 이천용과는 전혀 다른, 매우 빠른 속도와 힘이었다. 순식간에 이천용의 주먹이 엘드라고에게 정통으로 꽂혔다. 그런데...


"네놈... 지금 장난치는 것이냐?"

"!?"


엘드라고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가만히 제자리에서 이천용을 비스듬히 내려다보았다. 그러고는 발로 이천용의 복부를 걷어차 날려버렸다.


"크억!"

"내가 괜한 기대를 했었나보군. 흥이 완전히 가셨다. 더 이상 네놈에게 어울려줄 이유도 없어. 그러니 이제 그만 사라져라."


엘드라고는 이천용에게 더 이상 어떤 볼일도 없다는듯 이천용을 없애버리기 위해 입에 조금씩 암흑의 힘을 끌어모았다. 브레스를 쏘려는 것이었다.


[폭룡왕의 포효]


엘드라고의 브레스가 주변의 공간을 찢어**며 이천용을 향해 뻗어나갔다. 용의 모습으로 쏠 때보다는 그 위력이 몇 배나 반감된 수준이었지만, 엘드라고는 그런 위력이라도 이천용에게는 충분하다고 생각했었다.


"읏!"

"나한테 맡겨, 천용아!"

"뭐?"


그때 이천희가 나서서 힘을 끌어모으듯 집중을 하자 이천용의 몸에서 백색의 비늘로 뒤덮이고 상체만이 있는 용의 형상이 빠져나와서 양팔과 양날개를 각각 이중방벽으로 삼아 엘드라고의 브레스를 가까스로 막아내었다. 

주제에 맞지 않은 힘을 받았을 뿐인 잔챙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이천용이 자신이 쏘아낸 브레스를 막아내자 엘드라고는 상당히 놀란 듯 하였다.


"호오... 그래도 역시 백룡의 힘을 받은 것은 확실하다는 건가?"

"가자, 천용아!"

"그래!"


이천용이 엘드라고에게 덤비려고 몸을 움직이자 이천용의 몸에서 나온 용의 형상이 이천용의 움직임에 맞춰 마치 그림자처럼 따라 움직였다. 그래서 이천용이 주먹을 내지르자 용의 형상도 똑같이 동시에 주먹을 내질러서 이천용은 한 번의 동작으로 2번의 공격을 가할 수 있게 되었다.


텁-

"하지만 역시 이 정도인가."

"!"


이천용과 용의 형상이 동시에 주먹을 내질렀는데 엘드라고는 그 공격을 팔꿈치로 이천용의 주먹을, 손으로 용의 형상의 주먹을 막아내었다.

그리고 엘드라고는 이천용의 팔을 붙잡아 판테르칸을 향해 이천용을 그대로 내던져 버렸다. 엘드라고에게 내던져진 이천용은 대지구역의 지면에 '쿵!'하고 떨어졌다. 떨어지기 전에 용의 형상으로 몸을 감싸 별 다른 충격을 입지는 않았다.

그러나 안심할 틈도 없이 엘드라고가 단숨에 뒤따라와서 이천용이 있는 자리를 향해 급강하를 하였다. 벼락과도 같이 순식간에 하강한 엘드라고에 의해 지면이 갈라지고 대지구역 전체가 뒤흔들렸다.

이천용은 다급히 몸을 일으켜 엘드라고에게 다시 덤볐다. 하지만 어떤 공격을 가해도 엘드라고는 간단하게 막아내며, 공격을 받을 때마다 조금씩 힘을 흡수하면서 강해져갔다.


"시시하군."

'어째서... 전혀 통하지 않는 거지? 분명 백룡의 힘을 얻었을텐데 왜...!'

"이번에는 확실하게 끝을 내주마."

[용화(龍化)]


엘드라고는 다시 한 번 용이 되었다. 이번에야말로 이천용을 확실하게 없애버리겠다는 심산이 틀림없었다. 용이 된 엘드라고는 베히모스에게 그랬던 것처럼 양손에 암흑의 힘을 모아 조금의 빈틈도 없는 감옥을 만들어 그 안에 이천용을 가두었다. 그리고 감옥을 점차 압축시켜가며 진신이 으스러질 것만 같은 압력을 계속해서 가하였다. 

엘드라고가 암흑의 힘으로 만든 감옥에 갇힌 이천용은 비명을 지르며 고통을 호소했다. 몸은 물론이고 정신까지도 완전히 붕괴될 것만 같았다.


"끝이다."

... 콰아앙-!!!


엘드라고는 감옥을 완전히 압축시킴과 동시에 강렬한 암흑의 폭발을 일으켰다. 폭발에 닿는 것들은 전부 분해되며 공기 중으로 흩어지며 사라져갔다. 폭발이 사그라들고, 감옥 안에 갇혀있었던 이천용의 모습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폭발에 의해 흔적도 없이 소멸되었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아니었다.


"... 아직도 살아있나?"


희미하지만 아직까지도 이천용의 기운이 느껴지고 있던 것이었다.






"... 으으..."

"천용아! 일어나!"

"여긴..."


이천용이 정신을 차린 장소는 해상구역의 수면 위였다. 폭발이 일어나면서 감옥에 의해 가해지던 압력이 아주 잠깐 풀린 그 틈에 이천희가 용의 형상을 움직여 이천용을 그 안에서 빠져나오게 하였다. 그렇게 빠져나온 이천용은 폭발의 충격 때문에 지금 이렇게 해상구역의 수면 위로 날려지게 된 것이었다. 

이천희 덕분에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한 이천용이었지만, 속수무책으로 밀리고 있다는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자신은 분명 백룡의 힘을 얻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드라고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는다. 자신이 아직 백룡의 힘을 자유자재로 사용하지 못해서일까? 아니,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었다. 

마치 엘드라고와 자신의 사이를 거대한 벽이 하나 가로막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만큼 지금의 자신과 엘드라고와의 힘의 차이는 너무나 명백하였다.


"이대로는 이길 수 없어..."

"갑자기 무슨 약한 소리를 하는 거야! 넌 할 수 있어!"

"......"


이천희가 격려를 해봤지만, 이미 엘드라고와의 힘의 차이를 뼈저리게 실감한 이천용에게서는 이천희의 격려도 아무런 효과를 볼 수 없었다. 그래도 이천희는 계속 이천용에게 정신을 차리라고 말하였다. 하지만 그때, 거대한 그림자가 해상구역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그 그림자는 바로 엘드라고의 그림자였다. 엘드라고가 이천용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이 해상구역이라는 사실을 알고 순식간에 해상구역으로 날아온 것이었다.


"여기 있었나. 꽤나 끈질긴 놈이로군. 하지만, 보아하니 더 이상 저항할 기력은 없어보이는구나."

"천용아! 일어나! 제발...!"

"이 폭룡왕을 상대로 꽤 오래 버텼다. 그것만큼은 칭찬해주지. 그럼 잘 가라."

[폭룡왕의 포효]

쿠과과과과과-!!!
.
.
.

#####


"......"


어라... 여긴 어디지...? 내가 이런 곳에 있었던가? 아니, 그보다...


"... 난... 누구지...?"


나는 누구였지? 어디서 왔지? 그리고 여기는 어디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대체 뭘까, 이 느낌은... 마치 아주 중요한 것을 잊고 있는 듯한 이 느낌은...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기 전에 나는 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거지? 혹시 계속 생각을 해보면 뭔가가 떠오르지 않을까?


"... 틀렸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


계속 머리를 혹사시키며 깊게 생각을 해보았지만, 떠오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대체 어쩌다가 이런 일이 생긴걸까. 이럴 때에 나를 기억해주는 사람이라도 옆에 있었다면...


[저를... 기억해주세요.]

"!?"
'뭐지? 방금 그건...'


그 순간 머릿속에 작게 울려퍼진 한 마디 목소리... '저를 기억해주세요'라고? 대체 무슨... 그런데 이상하다. 이 목소리, 처음 듣는 것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이 목소리를 알고 있는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뒤에서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졌다. 뒤를 돌아보자 은발머리에 작은 뿔 하나가 돋아나있는 여자 한 명이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여자는 나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이었다.


"저를 기억해주셨군요."

"뭐...?"


자신을 기억해주었다고? 아니, 그보다 이 목소리는 분명 아까 전에 내 머릿속에 울려퍼진 목소리와 똑같았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지금 눈앞에 있는 이 여자인건가? 그건 그렇고 자신을 기억해주었다는 말은 무슨 소리... 아...


"난... 너를 알고 있어...?"


그 여자는 아무 말도 없이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확실히 떠오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 몸이 말하고 있다. 나는 이 여자를 알고 있다고. 조금씩 떠오른다. 무언가가... 그녀의 이름이.


"드레아스..."

"이렇게 금방 다시 만나게 되어 기쁘군요."


그래... 이 여자의 이름은 드레아스... 드레아스다. 드레아스에 대한 기억이 계속해서 떠오른다. 그리고 그 외의 잊고 있던 기억들도 하나둘씩 점차 떠오른다.

드레아스와 다시 재회하고 모든 기억이 떠올랐다. 나는 이천용, 그리고 백룡의 힘을 받아 방금전까지 엘드라고와 싸우고 있었다. 하지만 도저히 엘드라고를 당해낼 수 없었고, 결국 엘드라고의 공격에 휘말려서... 지금 이 자리에 오게 되었다.

드레아스가 말하길 여긴 나의 내면 속이라고 한다. 강한 충격을 받은 탓에 우연히도 나의 정신이 내면 속으로 들어오게 되었고 동시에 일시적으로 기억을 잃었다고...


"그럼...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나로써는 도저히 엘드라고를 이길 수가 없어. 녀석은 너무 강하다고..."

"그건 당신이 혼자의 힘으로만 엘드라고와 싸운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단정짓는 겁니다. 자신의 힘, 그리고 또 하나의 자신의 힘을 서로 합치십시오."

"그게 무슨 소리야? 자신의 힘과 또 다른 자신의 힘을 합치라니..."


자신의 힘이 무슨 소리인지는 알겠는데, 또 하나의 자신의 힘이라니? 내가 또 한 명 있기라도 하다는 걸까? 대체 또 하나의 자신이라니... 누구를 말하는...


"... 아!"
'또 하나의 자신이라면...'

"이미 곁에 있으시지 않습니까."

"천희..."


그렇다. 그것은 바로 천희다. 천희는 나의 전생, 나 자신임과 동시에 또 하나의 나. 그럼 드레아스의 말은 나와 천희의 힘을 하나로 합치라는 소리였다. 하지만 어떻게 나와 천희의 힘을 하나로 합치라는 것일까. 그 이전에 방금까지 엘드라고와 싸울 때 나와 천희는 함께 싸웠다. 그렇다면 이미 서로 힘을 합쳐서 싸운 게 아닌가? 아니면 힘을 합친다는 의미가 그거와는 다르다는 뜻인가?


"서로 다르지만 같은 영혼이 하나로 합쳐질 때, 당신이 가진 백룡의 힘은 비로소 완전한 힘을 발휘할 것입니다."

"영혼이 하나로 합쳐져...?!"

"... 저는 이제 다시 사라져야겠군요. 자, 어서 가보시길. 또 하나의 당신이 당신을 부르고 계십니다."

- 천용아...! -


이 목소리... 천희의 목소리다. 천희가 나를 부르고 있다. 천희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자 드레아스의 몸은 내가 백룡의 힘을 받았을 때와 똑같이 다시 사라져가고 있었다.


"드레아스..."

"괜찮습니다. 당신이 저를..."

"기억해달라... 맞지?"

"... 예."


드레아스는 처음으로 화사한 미소를 짓고 다시 그 모습이 사라져갔다. 하지만 아쉽지는 않았다. 지금 이렇게 다시 재회한 것처럼, 내가 드레아스를 계속 기억하고 있는다면 또 한 번 만날 수 있을테니까.


"이제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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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천용아! 으윽...!"
'안 돼... 이 이상은 못 버텨...!'


이천희는 모든 힘을 쥐어짜내며 용의 형상을 이용해 이천용을 엘드라고가 쏘아낸 브레스에게서 보호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버티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이천희는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이천용을 계속 소리치며 부르고 있었다.


"천... 아!"


이천희가 한계에 다다랐을 때, 이천용이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 


"다행이야, 천용아. 정신을 차... 천용아?"

"천희야."

"...!"


이천용은 이천희에게 눈빛을 한 번 보냈다. 그러자 이천희는 이천용이 말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린듯 잠시 생각을 하고는 입을 열었다.


"알았어, 한 번 해보자."

"하지만 괜찮겠어? 어떻게 될 지는 장담 못 한다고."

"괜찮아. 너와 함께 있다는 건 변함없을테니까. 그리고 이미 알고 있잖아? 우리는 원래 '하나'라는 걸."

"... 그래!"









"... 끝났군."
'놈의 기운이 완전히 사라졌다.'


엘드라고는 자신이 쏘아낸 브레스가 사그라들고나서 이천용의 기운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느꼈다. 확실하였다. 한 가지 이상한 점은 판테르칸 자체를 없애버릴 위력으로 쏘아낸 자신의 브레스가 도중에 위력이 반감되어 사그라들었다는 것이었지만, 이를 이천용이 최후까지 막아보려 하다가 그 때문에 위력이 줄어들게 되었다고 생각하였다. 

어찌됐든 이천용의 기운이 완전히 사라졌으니, 엘드라고는 더 이상 판테르칸에 있을 이유가 없어졌다. 그래서 엘드라고는 우주공간으로 날아올라 판테르칸의 하늘을 검게 물들였다.


"그럼 판테르칸에서 도망친 드라간들을 전부 없애버리... 음?!"
'이 기운은...!'


엘드라고가 자신이 오고 있다는 소식에 미리 판테르칸에서 피난을 갔던 드라간들을 쫓아가서 전부 없애버리기 위해 등을 돌리려던 찰나, 갑자기 어떤 기운 하나가 느껴졌다. 그 기운은 엘드라고에게 매우 익숙한 느낌을 들게 만들었다. 그 느낌은 바로 자신을 봉인한 백룡과 비슷한 기운이었다. 여의주도 그 기운에 반응이라도 하듯,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하늘로 떠올라 엘드라고의 그림자로 검게 물들여진 판테르칸을 눈부신 빛으로 밝히는 존재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 존재는 다름아닌 이천용이었다. 머리에 돋아나있는 3개의 뿔, 백색 비늘로 이루어진 갑옷, 등 뒤에서 찬란한 빛을 발하고 있는 휘광... 그 모습은 이전까지의 이천용하고는 다른 모습이었다.

모습 뿐만이 아니었다. 엘드라고가 느낀 것처럼 평소와는 완전히 다른 기운을 가지고 있었고, 분위기 또한 달라져 있었다.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
.
.

"음?!"

"메테우스 씨, 왜 그러세요?"

"... 신의 힘이 느껴진다."

"그렇다는 건 엘드라고인가요?"

"아니, 엘드라고가 아니다. 완전히 다른 기운이다."

"네? 그렇다는건..."

"조금 이질적이지만... 틀림없다. 신의 힘을 가진 다른 존재가 나타난거다."
.
.
.

"오랜만이구나, 엘드라고."

"오랜만이라고? 갑자기 무슨... 아아, 그런거였나. 네놈은 틀림없이...!"
'그런데 어떻게 된 거지? 옛날과는 다른 기운... 더 강력한 힘이 느껴진다...!'

"이번에는 봉인하는 걸로 끝내지 않고 확실하게 마무리를 지어줄테니 각오해라."

"재미있군! 그 말, 고스란히 네놈에게 되돌려주마!"





- 폭룡왕에 의해 고통과 절망의 나날이 계속 이어졌다. -

- 그러던 어느 날, 어두운 하늘을 눈부신 빛으로 밝게 비추며 강림한 백룡이 있었으니... -

- 그 백룡은 폭룡왕과 격렬한 사투를 벌였고, 길고 긴 사투 끝에 폭룡왕을 쓰러트리고 봉인시켰다. -

- 폭룡왕의 공포에서 해방된 드라간들은 자신들의 구세주인 그 백룡을 이렇게 불렀다. -



[용신(龍神) 드라고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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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럭


2024-10-24 23:18:29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