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우리집에 놀러 올래?

튤립나무 2018-01-28 17





"후.."


그동안 몸에 쌓인 피로가 더 이상 공간이 없다고 항의하듯 내 입을 통해 빠져나온다.


지친다.


당연한 신체반응이다. 그도 그럴것이 쉴틈도 없이 작전에 투입됐으니 몸이 투정부리는건 당연한거다. 아니, 오히려 지금까지 버텨준 내 몸에 되려 고맙다고 말해야 할 정도다.


피곤하다.


..그러게. 조금만, 아주 잠시라도 좋으니 조금만 눈좀 붙혔으면 좋겠다.


'그러고보니..'


잠시 시선을 밑으로 내려 배쪽을 응시한다.


고된 작업으로 인해 허기가 밀려온다. 뭐라도 좋으니 아무거나 입에 넣고 싶다. ....물약만 빼고.


고되고 바쁘고 쉴틈 없는 작전으로 인해 제대로 음식조차 섭취하지 못했다. 물론 유니온에서 보급해준 물약으로 포만감을 채울 수는 있긴했지만 ...그래도 제대로 된 음식을 먹고싶다.


갓 지은, 김이 모락모락 피는 쌀밥에 여러가지 반찬등 ..하아..!


뭐라도 좋으니 입안에 넣고 씹.고 싶다. TV광고에서 나온것처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ㄱ.....


"뭐하니 슬비야?"


"흐엣?!"


"후훗. 왜 그리 놀래니 슬비야. 그런 포즈를 취하면서"


등뒤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순간적으로 정신을 차리며 들려오는 목소리에 반응해 내 몸을 흝어보니


...맙소사.


내 양손이 무언가를 ..아니 마치 갈비대를 잡고 있는 포즈를 취한체 내 입가에 머물러있던게 아닌가!!


"에엣?!!"


놀랬다. 내 몸이 대체 왜 이런짓을..?!! 몸이 멋대로 반응하다니?! ..서,설마 그건가?! 오염된 곳에 들어가다보니 내 자신도 모르게 내 몸이 오염된, 그,그런건가?!!!


하지만 놀란것도 잠시.


바로 다른 감정이 내 온몸을 휘젖는다. 바로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이.


그 감정을 애써 숨겨보고자 고개를 푹 숙인다. 그러자 볼에서 느껴지는 후끈한 기운이 더 나를 자극해 눈물샘을 건드려 시야가 뿌여지려고 한다.


'망했다.. 망했어!'


그런 해괴망측한 포즈를 한것도 부끄러운데 하필이면..절대로 보이고 싶지 않는, 멋지고 좋은 모습만 보이고 싶은 분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다니!!


'어떡하지..어떡해..!!'


차마 고개를 제대로 들수가 없었다. 아니, 그전에 뒤를 돌아 그분을 마주할 용기조차 없다. 그냥 이대로 도망쳐 다시는 그분을 안뵙는다는 선택지만이 내 머릿속에 맴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작전은? 내 팀원들은? 아아..정말!!


여러 감정이 한되 섞여버린체 내 머릿속은 저 게이트 밖에 있는 혼돈 그자체가 된것같았다.


..아까보다 더 시야가 흐려진다. 이제 눈만 한번 감으면 고여있던 눈물이 내 볼을 타고 흘러내릴것이다. ..그리고 그런 모습조차도 그분에게 보여주는건 싫다.


그러니 ..


'도망친다!'


복잡한 마음은 일단 뒤로하자. 일단은 이 자리를 뜨는게 제일이라고 판단.


그렇게 마음을 먹자마자 바로 다리를 움직여 이 자리에서 도망쳤ㄷ...


탁.


"후훗. 어딜 그렇게 바쁘게 가니 슬비야. 그리고 불렀으면 뒤를 돌아서 그 예~쁜 얼굴을 이 아줌마에게 보여줘야지 응~?"


...치려고 했는데 손을 잡혀버렸다. 아아...!! 1,1초만 빨랐어도!!!


어쩌지? 뿌리칠까?


..기각.


차마 버릇없게 어떻게.. 그것도 그분이 손을..!


"응? 슬비야?"


등뒤에서 그분이 시선이 점점 내 얼굴쪽으로 향하는게 느껴져 재빨리 고개를 반대 방향으로 획 돌린다.


그러자 이번에는 내가 돌린 쪽으로 또 시선을 돌리시는 그분..


어쩔수 없이 또 반대 방향으로 돌린ㄷ..


콱!


"엑...!"


"후후~ 이제야 우리 이쁜 슬비 얼굴을 제대로 볼수 있겠 ..응? 슬비야 왜 그러니?"


"후..에에.."


..결국 잡혔다. 그것도 양손을 이용해 내 볼을 누르고 계신다. 아아...볼에서 느껴지는 그분의 손길이란 ...아,아 이게 아닌데!


"슬비야 왜 울려고하니? 응?! 누가 우리 슬비를 괴롭혔어? 말을 안들었어?? 누구야!! 이 아줌마가 혼내줄께!!! 누가 감히 우리 며느리를!!!"

"후에 아네오.."


"응? 말해봐 슬비야! 누구니?! 혹시 우리 아들이면 게임기를 부셔버리면 되고 꼬맹이면 오랜만에 이 누님의 애정교육을 다시 시켜줄테니까. 온 몸으로!"


순간 머릿속에 자연스레 그려지는 두사람의 표정과 눈앞에 비춰지는 저분이 표정이 맞물려 빨리 어떻게든 저분을 진정시켜**다고 내 머리가 소리친다.


"후에...그,그게 아니에요!"

발음이 또 이상하게 나오는 바람에 서둘러 내 볼을 여전히 잡고 계시는(잡고 계신체 화를 내셔서) 손을 힘겹게 벌린체 겨우 겨우 제대로 말했다.


"응? 그게 아니였어? 아하~ 난 또 뭐라고 호호호! 괜히 엄한 사람 두들켜 팰뻔 했네~"


...귓가에 제이씨의 안도의 한숨소리가 들려오는것 같았다.


"그러면 다시, 우리 슬비 왜 이 아줌마를 피하려고 했어? 응? 이 아줌마는요~ 순간 서러워서 눈물이 날뻔 했어요 글쎄..훌쩍"

"그게..."


..대답하기가 곤란하다. 아니 곤란하다 못해 창피하고 부끄럽고 아,아무튼 절대로 말 할수가 없다.


절대로 배가 고파서 그랬다고는 차마...


"그게?"


"그..그러니까요 그게..그러니까..."


아으..머리가 안돌아가. 뭐,뭐라고 변명을 해야하지? 가뜩이나 혼란스러운데 나를 저렇게 바라보시는 서지수님 덕분에 더 혼란스러웠다.


머릿속이 어지럽다. 눈앞이 캄캄하다. 시야가 빙글빙글 도는것 같은 착각마저 들어 더욱 혼미하다.


'..으...'


얼굴이 뜨겁다. 입술은 마치 천근의 무게라도 된듯 열리지 않는다.


..뭐라도 대답을 해드려야하는데..!! 빨리 뭐라도...


꼬르르르르륵


"어머?"


".................."


....고요하다. 머릿속이 한순간에 평화로워졌다. 아무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아아. 고마워 내 몸아. 입으로 전하는 대신 몸으로 전해주는구나.


너의 자상함에 정말이지


'죽고싶어졌어....'


정말로 죽고싶다. 사람이 창피함에 정말로 죽을 수도 있겠구나 라는걸 오늘에서야 실감한다. 절대로 좋은 모습만 보이고 싶은 분 앞에서 ..으아아아앙!!!


"슬비야"


..부르지 말아주세요. 안들려요 안들려! 그냥..그냥 가주세요. 못본체 해주세요 제발 ..서지수님 ..!


"후훗. 그렇게 부끄러워 할 필요없어요. 단순한 생리현상인데 뭘 그렇게 부끄러워하니 호호"


".........."


"오히려 건강하다는 신호라서 이 아줌마는 오히려 기쁜걸~? 미래의 우리 며느리가 이쁜걸로 모자라 건강하기까지 하니까~!"


"서..서지수님..."


서서히 마음이 풀린다. 부끄러움 감정과 창피한 감정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그래도 뭐랄까..? 나를 아껴주시고 챙겨주시려는 마음이 전해진다고 할까.. 그 ......기쁘다. ....다만 며느리라는 말만은 좀....


"그렇게 됐으니까 슬비야"


"..네?"


"오늘 우리집에 놀러 올래?"


"ㄴ,네엣?"


"너희들이 노력해준 덕분에 정화작전도 순조롭게되서 슬슬 막바지이고하니까"


"그,그치만 아직.."

"후훗. 너무 무리하면 못써요! 무리하다가 마지막에 힘을 못쓰면 모든게 물거품이 되어버리니까. 이 아줌마는 그런거 많이 봐서 잘 알아. 쉬면서 몸 관리하는것도 작전에 한 업무야"


그렇게 말씀하시며 손가락을 내 입에 대신다. ..아마 더 이상 뭐라고 말씀드려도 소용없겠지.


'.......'


입가에 조용히 미소가 그려진다. 이제 더 이상 부끄럽다던지 도망가고 싶다던 마음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나도 참 바보다. 이렇게나 나를 생각해주시는 분한테서 도망이나 치려고 하다니 말이다.


"후훗. 이제야 웃는구나. 우리 슬비는 평소에도 귀엽지만 웃는 모습은 너무나도 귀여워 이 아줌마를 기쁘게 해"


"서..선배님..."


"자! 어서 가자 슬비야. 오늘 하루는 맛있는거 먹으면서 기운차리자! 배 많이 고팠지?"


..배 많이 고팠지라는 말씀에 방금 전 내 배에서 난 소리가 다시 생각나 다시 얼굴이 화끈거려 고개만 작게 끄덕인다.


"후훗! 자 그럼 맛있는거라도 해서 우리 이쁜 며느리를 기운차게 해보실까나~!"


..며,며느리라뇨...아으.. 그,그보다 선배님의 말씀에 순간 마음이 부풀어 오른다.


내가, 선배님께서 해주신, 일류의 영웅께서 손수 만들어주신 음식을 먹을 수가 있다니!!


감격에 차오른다. 아마 내 눈빛은 기대감에 젖어 빛나고 있을것이다.


그리고 그런 내 눈빛을 선배님도 인지하신거신지 나를 보며 작게 미소를 지으시며 작게 내게 말씀해주셨다.







"물론 세하가~"










*오랜만에 써서 오타가 있을수도..





2024-10-24 23:18:28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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