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3](Remake) (1부 25화) - 용왕제 (2)

버스비는1200원입니다 2018-01-20 1



------------------------------------------------------------------------------------------


"쿠오오오오!!!"


거대한 용으로 변한 박창우는 이성을 완전히 잃고 난동을 부리기 시작하였다. 이천용이 묵고 있던 숙소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버리고, 폭주하는 박창우는 물불 가리지 않고 그저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을 부수려고 하였다. 


"야! 정신차려, 창우야!"


이천용이 계속 정신을 차리라고 소리를 쳐보았으나 효과는 없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소동이 더욱 크게 번지게 될 것임이 분명하였다. 이천용은 그렇게 되도록 놔두려 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지! 힘으로 막는 수밖에!"

"설마 싸우려고? 그건 너무 무모해! 지금 창우에게서 느껴지는 힘을 모르겠어? 모습이 변하기 전보다 훨씬 더 강력해졌어!"

"그래도 별 다른 방법이 없잖아!"


이천희는 박창우를 막으려는 행동이 너무나 무모하다며 이천용을 말렸다. 하지만 그게 사실이라고는 해도 이대로 박창우를 내버려둘 수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 그럼 나도 힘을 보태줄께."

"?!"


이천용을 말리는 것을 포기한 이천희는 이천용을 돕는다며 나섰다. 그러더니 이천용의 양손이 갑자기 단단한 백색 비늘로 뒤덮이는 것이었다. 그것은 이전에 이천용이 모르는 사이에 갑자기 생겨났던 비늘과 똑같은 것이었다.


"이건..."
'혹시... 이건 천희가 가진 힘?'

"이렇게 하면 저 단단한 몸체에도 어느정도 타격을 줄 수 있을거야."

"좋았어!"


이천용은 기세 좋게 박창우의 머리 위로 뛰어올라 주먹을 내리쳤다. 그랬더니 과연, 이천희의 힘을 받아 비늘로 뒤덮인 이천용의 주먹은 갑옷과도 같은 박창우의 비늘을 뚫고 유효타를 먹일 수 있었다. 이천용의 공격에 맞은 박창우는 괴성을 지르며 광분하였다. 그 때문에 무차별적으로 난동을 부리던 박창우의 목표는 이천용 한 명에게로 좁혀졌다.


"쿠아아아아!!"

"우아아앗!!"


박창우는 이천용의 눈앞에서 입을 쩍 벌린 채 포효하였다. 그 포효의 소리는 대포같은 충격이 되어 이천용을 보란듯이 날려버렸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발을 한 번 땅에 내리찍자 그 발에서부터 강력한 파동이 생겨나 땅을 타고 날려지고 있는 이천용을 향해 뻗어나갔다. 그리고 이천용의 바로 아래까지 도달하자마자 그 파동은 간헐천처럼 땅 위로 치솟아 올라와 그대로 이천용에게 강한 충격을 가하였다.


"크억!"

"천용아!"


이천희는 이천용이 있는 쪽으로 날아가 이천용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다행히 심한 부상까지는 아니었으나, 그래도 상당한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괜찮ㅇ... 윽?!"

[우리... 들...]

'... 뭐지? 이 기억은...?'

"천희야? 왜 그... 헉!"


그러던 사이에 박창우가 날아와 쓰러져있는 이천용을 손으로 내리찍으려 하였다. 이천용은 다급히 몸을 일으켜 피하려고 하였으나, 방금 전의 충격 때문에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결국 피할 여유가 없어지고 박창우의 손에 내리찍히기 직전,


콰직-!

"쿠에엑!!"


거대한 몸집의 박창우보다도 더 큰 용이 갑자기 나타나 그 손으로 박창우를 땅에 찍어 눌러버린 것이었다. 그 용에게 눌려버린 박창우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는 그대로 뻗어버렸다. 그 직후, 갑자기 나타난 그 용에게 찍혀 눌려진 박창우는 어느샌가 다시 원래의 인간 모습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차... 창우야! 너 괜찮아?!"

"......"

"기절했을 뿐이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요."


그 용은 바로 레비아였다. 박창우가 난동을 부리는 소리를 듣고는 곧장 이곳으로 날아온 것이었다. 아무튼, 박창우를 제압한레비아는 인간 모습으로 되돌아와 박창우는 괜찮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이천용을 안심시켜주었다. 


"그보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 왜 이 분이 갑자기 용으로..."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제가 봤을 때는 이미 그런 모습이 되고 난 뒤였거든요..."

'드라간이 아닌 이상, 용으로 변한다는 것은 불가능한데... 그렇다면 이 창우라는 분은 설마...'


그런 생각을 하던 레비아는 이천용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박창우는 드라간이거나, 혹은 자신과 자신이 속한 일족처럼 드라간의 피가 섞여있는 존재라고... 물론 이천용은 이를 부정하였다.


"그럴 리가 없어요! 창우는 지구에서 태어난 틀림없는 인간이란 말이에요! 그런데 드라간이라니... 그런 말도 안 되는 일ㅇ..."

"아니야, 천용아. 저 사람의 말이 맞아. 정확히는 인간과 드라간의 피가 동시에 흐르고 있는 아이지..."

"... 뭐?"


그러던 와중에 이천희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었다. 이천희는 레비아가 말한 것이 맞다고 하고, 이천용은 당혹스러워하며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며 이천희에게 물었다. 이에 이천희는 잠깐 생각을 하는 것 같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내 기억의 일부가 조금 돌아왔어."

"기억의 일부가... 돌아왔다고?"

"응, 그리고 알게 된 사실이 있어. 우선 내가 드라간이라는 것, 그리고... 창우는 '내 아이'라는 걸 말이야."

"... 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말이었다. 이천용은 크게 놀랐으나,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이천희에게 자신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말해달라고 부탁하였다. 이천희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자신의 돌아온 기억의 일부에 대해서 말해주기 시작하였다.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지금보다 훨씬 옛날이었어. 나는 이 판테르칸을 떠나 인간들이 사는 지구에 도착했지."
.
.
.
.

#####

과거의 나 자신이 정확히 누구였었는지에 대해서는 기억이 완전히 돌아오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것만큼은 기억이 되돌아왔다. 나는 고향 행성인 판테르칸을 떠나서 우주를 떠돌다가 어느샌가 아름다운 푸른 행성, 지구에 도착하게 되었다. 지구에는 프레이먼이라는 종족들의 축복을 받아 눈부신 문명을 발전시킨 인간이라는 종족들이 살고 있었다.


"아름다운 곳이구나... 마음에 쏙 들어."


그 행성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던 나는 지구에 정착하기로 마음을 먹게 되었다. 그러던 도중, 나는 집단을 이룬 인간들의 습격을 받게 되었다.


"크크, 제법 반반하게 생긴 여자로군. 잡아!"

"ㅁ, 뭐야? 저리 가!"


당시의 나는 드라간으로써 가진 힘이 거의 없는 상태였다. 그에 대한 이유는 기억이 돌아오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아무튼, 인간들의 습격을 받은 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져 있었다. 바로 그때, 어떤 인간 남자 한 명이 나타나 나를 습격한 자들을 전부 쓰러트리고 나를 구해주었다.


"괜찮아요, 아가씨?"

"아... 고마워..."

"이 부근은 저런 도적들이 자주 출몰하는 지역이니 조심해야 해요."

"그보다 누구..."

"아, 저는 '히드라'라고 합니다. 이 근처에서 혼자 살고 있죠."


자신을 히드라라고 소개하는 그 남자는 처음 보는 나를 아무런 망설임 없이 구해주고 따뜻하게 대해주었다. 그는 이 근처에서 살며 악행을 일삼는 자들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벌하면서 약자들을 도와주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인지 그가 사는 장소 주변에 있는 마을에서 사람들에게도 인망이 두터웠다. 

지구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탓에 마땅히 지낼 만한 곳도 없었던 나는 당분간 히드라와 함께 살기로 하였다. 그는 흔쾌히 내가 자신과 함께 **하는 것을 허락해주었다. 그것이 계기였던 것일까. 날이 지날수록 나와 히드라는 서로 알 수 없는 기분에 사로잡혔고, 얼마 안 가서 서로 사랑하게 되었다. 


"저기 있잖아, 히드라."

"?"

"아이는 몇 명쯤 낳을까?"

"ㅁ, 뭐? 갑자기 무슨..."

"원하는 만큼 낳아줄테니까 걱정하지마!"


... 그렇게 나와 히드라는 관계가 발전하여 결국 부부가 되었고 아홉 명의 아이를 낳아 가정을 이루게 되었다. 꿈만 같은 행복한 시간... 하지만, 그 행복의 시간은 오래 가지 못하였다.


"크윽...!"

"히드라? 왜 그ㄹ... 헉?!"

"... 내 몸이... 그래, 그런건가..."


히드라의 몸은 조금씩 이상하게 변질되어 가고 있었다. 거칠지만 자상하고 따뜻하였던 손은 차갑고 비늘로 뒤덮인 손으로 변하였고, 반듯하였던 이빨은 송곳처럼 굵고 날카롭게 변해 있었다. 

히드라가 말하길, 프레이먼들에게서 받은 힘을 한계까지 넘어서 과도하게 사용할 경우에 지금 자신의 모습처럼 점차 몸이 변질되어 간다고 한다. 히드라는 지금까지 많은 악당들을 쓰러트리면서 타인들을 구해주면서 그런 식으로 힘을 행사해왔다. 바로 그게 이유가 되어 히드라의 몸에 변화가 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 사실을 들은 나는 당장 히드라에게 힘을 사용하지 말고 조용히 살라고 하였다.


"아직 늦지 않았어! 앞으로는 힘을 절대 쓰지 마! 알았지?!"

"미안... 그건 안 돼."

"뭐어?!"


나는 히드라가 괴물같은 걸로 변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그래서 더 이상 힘을 쓰지 말라고 했던 거였는데... 히드라는 이를 거부하였다. 

히드라는 자신이 더 이상 힘을 쓰지 않는다면 그것은 곧 약자들을 내버려두게 된다는 뜻이 되고, 그것은 자신이 살아가는 방식과는 맞지 않기 때문이라며 거부하는 것이었다.


"설령 내가 변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것만큼은 어쩔 수 없어. 난 언제까지나 약자들의 편이니까... 그래서 말이야, 너한테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

"부탁?"

"만약 내가 변했을 때에는 너나 우리 아이들에게 무슨 짓을 하게 될지 몰라. 그러니까... 지금 아이들을 데리고 여기에서 벗어나 다른 곳에서 살아가줬으면 해."

"뭐...?"


힘을 과도하게 사용하여 변해버린 자들은 이성을 완전히 잃어버리게 되고 그저 눈앞에 살아움직이는 것들을 없애버리려고 움직인다 하였다. 만약 자신도 그렇게 되어버리면 나와 아이들에게 무슨 짓을 저지르게 될지 모를 일이었기 때문에 히드라는 나에게 그런 부탁을 한 것이다.

하지만 히드라가 나의 부탁을 거절한 것처럼 나도 마찬가지로 히드라의 부탁을 거절하였다.


"너와 헤어지라니... 그럴 수는 없어! 아이들에게도 아버지가 곁에 있어줘야 하는 거잖아?! 나나 우리 아이들이나, 절대로 너와 떨어져서 살 수는 없어! 설령 당신이 괴물이 된다고 해도...!"

"하지만..."

"네가 괴물 따위가 되지 않을 거라고 믿을거야. 그러니까... 그런 말은 하지 말아줘..."

"... 알았어, 미안해. 계속 함께 사는 거야. 우리 모두..."

"응..."


그러나, 우리 가족이 함께 사는 시간은 나와 히드라가 그런 대화를 하고 이틀만에 끝이 나버리고 말았다. 이틀 후, 늦은 새벽이었다. 평소처럼 우리 가족은 편하게 잠을 자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갑자기 커다란 충격과 함께 우리들이 있던 집이 무너져내린 것이었다.

잠에서 깬 나는 깜짝 놀라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내 눈앞에 보인 것은...


"크르아아아아!!!"


머리가 9개가 달린 커다란 괴물뱀이 자고 있던 아홉 명의 아이들 중, 막내를 제외한 여덟 명의 아이를 각각 무참히 짓밟아 죽이거나, 이빨로 물어뜯어 죽이거나, 입에서 내뿜은 독으로 뼈조차 녹여버리면서 죽이거나... 그런 식으로 너무나도 잔인하게 죽이는 광경이었다. 

눈앞에서 아이들이 죽는 광경을 본 나는 크나큰 충격에 빠져 주저앉아 고개를 푹 숙인 채 절망하고 있었다. 이런 나의 정신을 차리게 해준 것은 마지막으로 남은, 갓 태어나 아직 걸음마조차도 떼지 못한 막내 아들의 울음 소리였다.


"으아아아앙~!"

"...!"


마지막 막내 아들만이라도 반드시 살려야 한다. 그런 생각 하나만으로 나는 막내 아들을 안고 뒤도 돌아** 않은 채 내달렸다. 해가 뜨고, 그 괴물뱀을 완전히 따돌리고 나서야 그 괴물뱀이 바로 히드라였고, 히드라가 이성을 완전히 잃어 나와 자신의 아이들을 스스로의 손으로 죽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으... 으으... 으아아아아아!!!"


아홉 명의 아이들 중, 오직 혼자만 살아남게 된 막내 아들을 껴안은 채 나는 눈물을 흘리며 절규하였다. 만약 히드라의 말을 따랐더라면 아이들이 죽는 일도 없지 않았을까? 결국 내가 히드라의 말을 듣지 않은 것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일까? 그런 생각들이 스쳐지나가면서 나의 마슴을 아프게 찌르고 있었다.


"우아아앙~!"

"... 괜찮아... 울지 마렴... 너 만큼은 꼭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지켜줄께... '드라크'..."


그런 내가 이성을 유지하게 해준 것은 막내 아들인 '드라크'... 드라크 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주겠노라 다짐하고, 나는 남편인 히드라를 구원해줄 사람을 찾아 방랑을 시작하게 되었다.
.
.
.

"그럼... 그 드라크라는 아기가 바로..."

"응, 여기 있는 창우야..."

"!..."
.
.
.

그 일이 있고나서 1개월 후, 나는 여전히 히드라를 구원해줄 사람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주변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나를 도와줄 사람은 없었다. 그저 자신들의 안위만 생각하는 자들 뿐, 예전의 히드라처럼 스스로 발벗고 나서서 타인을 도와주는 사람들은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내가 직접 히드라를 구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이때의 나는 어째선지 그럴 만한 힘이 없었다. 아무튼, 도와줄 사람을 찾지 못하여 점점 마음이 약해져만 가던 그때, 그 남자가 나타났다.


"저기 실례합니다만."

"?"

"히드라라는 괴물이 어디에 있는지 아십니까?"

"! 당신... 누구야?"

"저는 '헤라클레스'라고 합니다."


자신을 헤라클레스라고 칭하는 남자가 나에게 히드라가 어디에 있는지 묻는 것이었다. 우선 나는 그가 왜 히드라를 찾는 것인지 이유를 물어보았다. 그가 말하길, 자신에게 주어진 과업들 중 이번에 주어진 과업이 히드라를 죽이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사촌인 이올라오스라는 자와 함께 수소문을 통해서 히드라가 있는 곳을 찾고 있다는 것이었다.


"알고 있다면 가르쳐주시지 않겠습니까?"

"... 싫다면?"


히드라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고 있다. 도와줄 사람을 찾아다님과 동시에 히드라가 있는 장소도 수시로 확인하고 다녔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함부로 알려줄 수는 없었다. 그가 정말로 이 일을 맡겨도 될 만한 인물인지, 아직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힘으로 불게 하시겠다? 아이까지 달린 나를?"

"직접 찾아보는 수밖에요."

"그래, 역시 그럴 줄 알았... 뭐?"


당연히 강제로 불게 하려고 할 줄 알았는데, 그런 예상과는 다르게 헤라클레스는 히드라를 직접 찾는다고 하고 실례했다는 말과 함께 다시 가던 길을 가려 하였다. 그의 예상 못한 반응에 놀라고 있던 나는 헤라클레스를 붙잡아 세웠다.


"자, 잠깐! 나 알고 있는데?"

"하지만 알려주시는 게 싫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아니, 그래도 그렇게 간단하게 받아들이면 이쪽이 더 당황스러운데..."

"그렇습니까?"

"... 좋아, 알려줄께. 하지만 그 전에, 왜 이런 일을 하게 된 건지 그 이유를 확실하게 말해줬으면 해."


히드라가 있는 장소를 알려주는 대신, 나는 그가 왜 이런 일을 하게 된 것인지 그 이유를 확실하게 알려달라고 하였다. 히드라는 지난 1개월 동안 여러 장소에 피해를 입히며 악명을 떨치고 있었고 그 위험은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과업이라고는 하지만 히드라를 처치한다고 하였으니, 왜 그렇게까지 하는 것인지 분명 어떤 이유가 있음이 틀림없었다.

헤라클레스의 얘기가 시작되었다. 그는 어느 날 자신이 미쳐서 자신이 살던 마을의 사람들을 죽이게 되었고, 뒤늦게 정신을 차린 자신은 죄를 씻을 방법을 찾다가 큰 시련을 주는 10가지 과업을 완수하면 죄를 씻을 수 있다 하였다. 그리고 지금 히드라를 처치하는 것은 그 10가지의 과업 중에서 2번째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그런 일이..."


그때 나는 헤라클레스에게서 히드라의 모습을 보았다. 자신은 의도하지 않았으나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스스로의 손으로 죽이게 된 것... 그 모습은 미쳐서 마을사람들을 죽인 헤라클레스나, 괴물이 되어 이성을 잃고 자신의 아이들을 죽인 히드라나 똑같았기 때문이다.

그의 사정을 듣고 동정심이 생겼던 걸까, 헤라클레스가 측은해졌던 나는 이야기를 다 듣고는 히드라와 자신에게 있었던 일들에 대해 간단히 알려주고는 히드라가 있는 장소를 알려주었다. 그라면 히드라를 단순히 처치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구원해줄지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기야."


히드라가 있는 곳에 도착하니, 그곳의 생태계는 이미 파괴되어 버린 지 오래였고 동식물 모두 제대로 된 모습을 볼 수조차 없었다. 그야말로 지옥과도 같은 풍경이었다. 그리고 그런 풍경을 만들어버린 것이 바로 히드라였다.


"끔찍하네요, 삼촌."

"그래... 이대로 놔둘 수는 없겠어."

"... 온다!"

"!"


마치 우리들이 오리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이 그곳에 발을 들이자마자 저 멀리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점차 크게 들려오고 있었다. 그 소리는 히드라의 발걸음 소리였다. 단순히 다가오고 있는 것 뿐이었는데도 주변의 땅이 흔들거리고 있었다.


"쿠오오오오!!!"

"히드라...!"


다시 보게 된 괴물이 되어버린 히드라, 그 모습을 보니 그때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만 같았다. 내가 정면의 히드라를 응시하는 동안 헤라클레스와 이올라오스는 즉각 전투 준비를 끝마치고 있었다. 헤라클레스는 묵직해보이는 몽둥이를, 이올라오스는 날선 검을 쥐었다.

나는 그 두 사람에게 맡기고 서둘러 그 자리에서 물러났다. 곧 헤라클레스와 이올라오스 그리고 히드라, 양쪽간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하앗!"

촤악-!!

"좋았ㅇ... 아니, 머리가?!"

"크아아아아!!!"

"으아악!"

"이올라오스!"


이올라오스가 기세 좋게 히드라의 아홉 개의 머리들 중 하나를 베었으나, 머리를 벤 목에서 새로운 머리 2개가 자라나서 이올라오스에게 반격을 가하였다. 헤라클레스가 나서서 이번에는 몽둥이로 히드라의 머리 하나를 뭉개버렸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뭉개버린 목에서 새로운 머리가 2개가 자라나 더 거세게 공격하는 것이었다.


"크윽!"


머리를 자르든 뭉개든 새로운 머리가 2개씩 더 자라나 더욱 힘들어질 뿐, 그렇다고 몸통을 노리자니 모든 머리의 집중공격에 당하게 되는 빈틈이 생기니 뭘 해도 힘든 상황이었다. 

그렇게 헤라클레스와 이올라오스 쪽만 지쳐가는 소모전이 계속 되어갈 때, 헤라클레스는 갑자기 이올라오스에게 이상한 지시를 하나 내렸다.


"이올라오스! 내가 시간을 벌고 있을테니 너는 횃불을 하나 만들어!"

"네? 갑자기 그게 무슨..."

"잔말 말고 어서!"


헤라클레스의 지시에 따라 이올라오스는 횃불을 하나 만들고 돌아왔다. 대체 그 횃불을 어디에 이용하려는 걸까... 만약 횃불로 히드라를 공격할 셈이라면 그건 소용없는 짓이다. 

대체 그 횃불을 어떻게 사용하려는지 감조차 못 잡고 있는데, 헤라클레스가 그 횃불을 잡고 다시 한 번 히드라의 머리 하나를 몽둥이로 짓뭉개버리는 것이었다. 여기까지는 아까전과 다름없었다. 그러나 여기서부터 달랐다.


"이올라오스! 이 부분을 횃불로 지져버려!"

"네!"


헤라클레스는 머리를 짓뭉개버린 목 부분을 이올라오스가 자신이 만들어 온 횃불로 지져버렸다. 그러자 그 목에서는 새로운 머리 2개가 자라나지 않고 머리가 짓뭉개진 그대로 남게 되었다.

이 방법을 이용해 헤라클레스가 머리 하나를 뭉개버리면 즉시 이올라오스가 그 부분을 횃불로 지져서 새로운 머리가 자라나지 않게 하는 것을 반복해가며 어느새 히드라의 머리는 오직 1개만이 남게 되었다.


"좋아, 이걸로 마지막이다!"


헤라클레스는 기세 좋게 뛰어들어 마지막 남은 히드라의 머리를 완전히 짓뭉개버리려 하였다. 그런데 앞서 뭉개버렸던 머리들과는 달리 마지막 남은 머리 하나는 상처 하나 입지 않는 것이었다. 헤라클레스가 몽둥이로 후려치면 도로 튕겨져나가고, 이올라오스가 검으로 베어버리려 하면 오히려 검의 날이 상하였다.

이런저런 공격을 퍼부어도 그 마지막 남은 머리 하나만큼은 생채기 하나 입지 못 하는 것이었다.


"크윽... 이건 어떻게 해야..."

"아! 삼촌!!"

"!"


헤라클레스가 어떻게 해야 할지 잠시 생각을 하던 도중, 히드라의 마지막 머리가 입에서 닿는 것을 모두 녹여버리는 맹독을 헤라클레스를 향해 내뿜었다. 맹독은 마치 하나의 장막처럼 피할 공간조차 주지 않고 넓게 흩뿌려졌다. 피하기에는 이미 늦은 것이 확실하였다.

하지만 나는 그걸 가만히 지켜볼 수 없었다.


"위험해!"

"엇?!"


안고 있던 드라크를 땅바닥에 내려놓고 나는 반사적으로 빠르게 달려서 헤라클레스를 넘어뜨리고 그 위를 나 자신의 몸을 방패 삼아 헤라클레스 대신 맹독을 덮어썼다.

피부는 물론이고 뼈조차 녹아버리는 고통이 쉴새없이 전신에 파고들었다. 하지만 나는 이를 악 물고 꾹 참으면서 헤라클레스에게 '마지막' 부탁을 하였다.


"헤라클레스... 부탁할께... 내 남편을... 구해줘..."

"ㅇ, 이봐요!"

"삼촌! 그 사람은..."

"아직 숨은 붙어있어. 이올라오스, 너는 이 사람을 맡아줘."
'당신의 부탁... 반드시 들어드리겠습니다.'

[신기 - 히드라]

"삼촌, 그건...!"

"편히 잠들길... 히드라."






"으... 으..."


잠시 기절해있었던 나는 다시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정신을 차린 내 눈앞에 들어온 것은 마지막 머리에 희미한 빛을 띤 화살 하나가 박힌 채 완전히 숨통이 끊어져 있었던 히드라와 그 히드라의 시체 앞에 처음 보는 활 하나를 쥐고 서있는 헤라클레스의 모습이었다.


"정신이 드셨나요?"

"어... 하지만... 난 아무래도... 여기까지인 모양이야..."


히드라의 맹독을 뒤집어 썼던 내 몸은 이미 사지가 녹아버리고 내장까지도 거의 녹아내린 상태였다. 그리고 지금도 천천히 내 몸은 계속 녹아내려가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확신하였다. 내 목숨은 여기까지라는 사실을. 하지만 후회는 없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아이들을 스스로 죽이고 주변을 방황하며 괴물로 살았던 히드라가 드디어 구원받았으니... 오히려 기뻤고, 히드라를 구원해준 헤라클레스에게 감사할 따름이었다.


"헤라... 클레스... 저기 있는... 내 아들을... 데려와줘..."

"......"


헤라클레스도 내 목숨이 더 이상 가망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린건지 스스로에게 분한 표정을 지은 채 조용히 마지막 남은 나의 아들, 드라크를 데려와 내 옆에 사뿐히 내려놓아주었다.


"우리 아들... 드라크... 미안해... 엄마는 아무래도... 여기까지인가봐... 그래도 괜찮아... 언젠가 반드시... 다시 너를 만나러 갈께... 십 년... 백 년... 천 년... 혹은 그 이상이라 해도 반드시..."


언젠가는 반드시 다시 드라크를 만나러 오겠다고 드라크와 자기 스스로에게 약속한 나는 마지막 모든 힘을 쥐어짜서 드라크를 수정 안에 넣었다. 그 수정이 깨지기 전까지 드라크는 지금 있는 아기의 모습 그대로 남을 것이다. 그래서 언젠가 다가올 미래에 내가 환생한다면 수정을 깨고 다시 세상에 나온 드라크를 만나러 갈 것이다.

그리고 나는 천천히 드라크의 옆에서 숨을 거두었다.
.
.
.
.

#####

"그랬단 말이야...?"

"어..."

"그럼 내가 창우와 친구가 된 건 우연이 아니었다는 얘기가 되는 거잖아..."
'그러고보니... 이상하게 창우를 처음 만났을 때 왠지 모르게 익숙한 기분이 들었었는데... 이것 때문에?'

"겨우... 이렇게 다시 만났어... 우리 아들... 이렇게 건강하게 자라줘서 정말 다행이야..."


영혼이기 때문에 직접 만질 수는 없었지만, 이천희의 손은 박창우의 머리를 따뜻하게 쓰다듬어주었다. 만 년도 더 지난 세월을 거쳐 다시 만나게 된 자신의 아들을 쓰다듬어주는 그 모습은 그 누구보다도 상냥한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
.
.
.

"방금 저 소년의 힘... 틀림없어. 분명히 저 소년이 열쇠가 될 것이다...!"
'폭룡왕을 해방시킬 열쇠가...!'



------------------------------------------------------------------------------------------


수면부족인가...

왜 이렇게 눈이 침침하지...
2024-10-24 23:18:23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