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 있나요 - 2-2. 고등학생, 일상으로 -

Articulus 2018-01-14 3


  ◆ 2-4

  굳게 닫힌 유니온 청사의 거대한 철조망 문 옆으로 사람이 통과할 수 있는 작은 문을 통해 검은양 팀원들은 하나씩 빠져나온다. 답답한 청사를 빠져나온 시간은 오후 2시 무렵이었다. 
  6시까지 풀타임으로 잡아둘 것이라고 예상했던 이세하와 서유리는 예상보다 일찍 끝내준 것에 대해 무척이나 감사하면서도 의아해했다. 그러나 그러한 그들의 의문은 이슬비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이후 곧바로 풀렸다. 

  이슬비가 전해준 이야기, 그것은 뉴욕에서 나머지 검은양 팀이 모두 복귀할 때까지 일상으로 돌아가 고등학생으로서 학교 생활을 하라는 것이었다. 물론 완전히 평시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고 고등학생으로 생활을 하다가도 강남에서 차원종의 출현이 있을 경우 출동하여 격퇴하라는 부차적인 임무도 수행할 것을 명령받았다.
  하지만 이런건 이미 익숙해있는게 그들의 일상이다. 학생으로서 생활하면서도 틈틈이 출동을 나가던게 그들이었으니까. 

  그래도 이것은 그들에게 돌아온 일상이다.
  위상변곡률 등이 정상으로 되돌아온 지금에 이르러서 강남에 출현하는 차원종은 고작해야 잔챙이 정도니, 특수요원으로까지 승급한 그들에게는 너무나도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상대들이다. 무척이나 오랜만에 되돌아간 일상은 마치 그들을 반겨주기라도 하듯, 이렇게 일찍 퇴근할 수 있는 이유가 되어주었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신서울 강북의 중심지인 종로의 끝이며 동시에 서울의 심장인 곳에는 광화문이 위치해있다. 그리고 이곳 근처에 신서울지부의 청사가 있다. 이제 청사에서 볼 일을 다 보고 집으로 돌아가도 되는 그들이었지만, 셋 모두 집이 강남에 있기 때문에 결국 강남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어찌 되었든 강남으로 복귀해야하는 그들에게는 이곳의 위치가 무척이나 좋다고 할 수 있다. 광화문과 종로는 신서울 곳곳으로 뻗어나가는 교통의 중심지이기 때문이니까. 그들이 강남으로 향하는 버스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다만 강남으로 향하는 버스가 정차하는 정류장은 청사로부터 약간 걸어나가야 하기 때문에, 그들은 오랜만에 느긋하게 종로의 거리를 걸을 수 있었다. 강북은 다행히도 강남사태의 여파로 인해 파괴당한 강남과는 달리 18년전 차원전쟁 이후로 대대적인 차원종의 침략을 받은 일이 없기 때문에, 거리 곳곳은 안녕에 감싸있다. 
  물론 최근들어 강북 일대의 - 특히 용산의 남산타워 근방으로 - 위상변곡률이 이상한 수치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그 정도의 수치라면 강북 일대를 본거지로 두고 있는 신서울지부의 클로저들을 제압할 정도의 강력한 차원종이 등장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차원종들의 지휘관급 개체들과의 잇단 전투와 그 전투의 승리로 인해 차원종들 사이에서도 신서울의 클로저들 중에는 그들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강력한 이들이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렇기 때문인지 신서울의 차원문 출현 빈도는 그들은 세계 곳곳의 차원문 출현의 평균 빈도와 비교했을 때 극도로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필시 검은양 팀 - 그리고 보이지 않게 그들을 서포트한 늑대개 팀 - 의 후광의 은총을 입은 것이겠지.

  5분 정도 느긋하게 평화로운 종로 거리를 걸어 세 사람은 신서울시청 방향 사거리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아직 퇴근시간까지는 한참이나 멀었지만 신서울의 심장과 같은 곳이 바로 이곳인지라, 이 거리에는 출퇴근시간만이 아닌 다른 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간다. 그래서일까 정류장에는 강남 방향의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도 역시 많다. 차례대로 줄을 서서 기다리는게 맞기 때문에 세 사람은 차례로 줄을 서서 기다리기로 했다.

  "어디보자, 강남역으로 가는 버스가 470번, 402번이니까…"
  "402번 버스, 10분 후 도착이라고 해."
  "470번 버스는 7분 후 도착."
  
  서유리가 정류장에 붙어있는 노선도를 살펴보며 강남역으로 가는 버스의 노선번호를 말하자 이슬비와 이세하는 차례로 두 버스가 이 정류소에 도착하는데까지 남은 시간을 휴대폰의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전한다. 사실 가장 편한 이동수단은 단연 지하철이지만, 적어도 이곳에서 강남역까지 한 번에 가는 방법은 약간 더 시간이 걸린다고 할지라도 버스 뿐이다. 
  게다가 이 세 사람에겐 지금 무척이나 시간이 여유로웠기 때문에, 굳이 빨리 돌아갈 필요도 없다. 좀더 신서울의 여유를 즐기고 싶은게 그들의 마음이다. 그렇다면 역시 창밖을 바라보며 가야할 필요가 있었고, 그렇다면 지하가 아닌 밖에서 움직이는 교통수단인 버스를 이용하는게 가장 좋다고 할 수 있다. 적어도 택시를 탈 정도로 그들이 부요하지는 않으니까.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건 그들의 모습을 대중에게 노출시키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일반인이면 상관없겠지만 강남사태를 진압하고 데이비드를 제압한 공적이 널리 알려지면서 그들은 신서울의 영웅이라 불리게 되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오랜만에 신서울의 땅을 다시 밟았을 때, 그렇게도 많은 사람들이 그들에게 몰려들었던 것이다. 처음에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돌아가야만 하기에 또다시 어제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그들은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건 아니었다. 옆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힐끔힐끔 쳐다보고 제갈길을 가던지 아니면 정류장에 같이 있던 사람들이 반갑게 인사를 하는 정도였다. 이정도라면 얼마든지 받아줄 수 있다.

  정류장에 있는 모든 사람과의 인사가 끝나고 몇 명에게 사인을 해주는 것을 끝으로 그들은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완벽히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그리고 남은 시간동안은 각자의 시간으로 보낸다. 
  이세하는 주머니에서 PSP를 꺼내어 게임을 하기 시작했고, 서유리 역시 휴대폰을 꺼내어 아마도 맛집을 검색하고 있는듯 하다. 이슬비 역시 자신도 그들처럼 무언가를 할까하다가, 우연히 정류장으로부터 약 50미터 정도 떨어져있는 곳에 우뚝 서있는 고층빌딩의 한 중간에 설치된 대형전광판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 빌딩은 과거 어느 유명한 신문사가 있던 곳이었는데, 18년 전의 차원전쟁 때 파괴되고 그곳에는 기존에 있던 곳과는 반대되는 성향을 가진 다른 신문사의 건물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 건물의 대형전광판은 그 신문사가 운영하는 방송사의 채널을 송출하고 있었다. 화면에 비치는 모습은 아마도 뉴스로 보인다. 비록 목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하단에 출력되는 자막과 영상들을 보면서 뉴스가 어떤 내용을 전하고 있는지는 쉽게 알 수 있었다. 지금 저 여성 아나운서가 전하고 있는 소식은 뉴욕의 소식인 모양이다. 그 내용을 보면서 이슬비는 살짝 놀란듯 했다.

  "뉴욕 외부에 대규모의 차원종이 집결하고있다고? 진짜?"
  
  슬비의 굳은 표정을 본 서유리가 귀에 꽂아놓은 이어폰의 한 쪽을 빼고 그녀에게 안부를 묻는다.
  "왜 그래 슬비야?"
  "저거, 진짜 뉴욕이지?"
  "… 유정 언니!"
  
  화면에 비치고 있는 영상은 아마도 항공촬영을 한 영상으로 보이는데, 뉴욕 외곽을 둘러싼 수많은 차원종이 마치 검은 띠처럼 영상에 보이고 있었다. 만약에 그것의 확대영상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차원종이라는것을 모를 정도로 수많은 차원종들이 몰려있다. 그들은 마치 진을 짜듯 일정한 패턴으로 뭉쳐있었는데, 일정한 부분을 중심으로 퍼져나간 것 같은 형태이다. 
  당장 눈에 보이는 차원종들 중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것은 스캐빈져와 같이 하위급 차원종이지만, 개중에는 용의 군단의 개체들도 보이기도 하고 위험해보이는 차원종들도 다수 있다. 

  "현재 뉴욕에 잔류하고 있는 클로저들은 내일부터 대량소탕작전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한편 미국의 유니온의 중앙조직인 워싱턴 지부는 미국 동부시간을 기준으로 06시 정각에 차원종들의 군집한 일부 중심부들에 위상반전탄을 사용한 공격을 감행할 것이며, 이로 인해 뉴욕에 미치게 될 피해나 부정적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어느덧 저 채널을 유리가 휴대폰을 통해서 재생시킨다. 덕분에 들을 수 없었던 소리까지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그렇지만 이슬비는 서유리의 휴대폰을 바라보는 것은 아니었고, 그녀의 휴대폰에서 나오는 소리를 들으면서 커다란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음 소식입니다. 유니온 신서울지부는 일 주일 전 발표한 한강 이남 지역에 대한 차원재난 경계단계를 한 단계 낮추는 대신, 한강 이북 지역에 대한 차원재난 경계단계를 한 단계 격상하는 방안을 정부와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갑자기 아나운서의 말이 끊어지고, 잠시 다른 곳을 바라보고선 무척이나 당황한 모습을 보인다. 잠시 그런 모습을 보인 후 곧바로 안정을 되찾고, 다른 소식을 전하기 시작한다. 
  "긴급 차원재난 속보입니다. 유니온 신서울지부는 방금 전 신서울특별시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동작구 일대에 제2종 차원재난경보를 발령하였습니다. 해당 지역에 계신 시민 여러분께서는 지금 즉시 가까운 대피소로 피난하여주시기 바랍니다. 반복하여 알립니다…"


  아나운서가 소식을 전함과 동시에 근처의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휴대폰을 꺼내든다. 그것은 휴대폰에서 긴급 재난문자가 정부로부터 송달된 경우에만 울리는 경고음과 함께 휴대폰의 강한 진동이 온몸을 울렸기 때문이다. 과거엔 이 경고음이 지진, 해일, 태풍 등의 자연재해 때에만 울렸지만, 최근엔 여기에 하나를 더하여 차원재난경보가 발령될 때에도 역시 울리게 된다. 문자를 받은 모든 사람들의 표정은 일제히 굳었고, 그 내용을 확인한 사람들은 각자 어디론가 전화를 걸거나 강남으로 가기를 포기하고 극도로 혼란에 빠진 모습을 보인다. 그것은 자신들의 휴대폰에도 역시 차원재난 경고문자가 발송된 검은양 팀 역시 마찬가지였다. 

  뉴스의 화면 아래엔 '국가차원관리부, 제2종 차원재난경보 신서울특별시 강남구 전역 및 서초구, 송파구, 동작구의 일부 지역에 발령. 해당 지역에 있는 모든 시민들은 신속히 가까운 지정된 대피소로 피난할 것.' 이라는 문구가 오른쪽 하단부터 왼쪽 하단으로 가로지르며 송출되고 있다. 방송자막 및 알림문자 시스템은 외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적용된지 얼마되지 않은 최신 기술이다. 차원재난의 발생이 관계당국에 인지된지 약 5초 후면 이 모든 과정이 이루어진다. 특히 강남구 전역이라는 말은 아마도 강남이 그 발생 근원지라는 이야기이리라. 
  검은양 팀 전원이 곧바로 강남으로 출동해야겠다는 생각에 도달한 무렵, 그들의 휴대폰이 동시에 울었다. 그들은 쉽게 이 전화의 발신지가 유니온이라는 것을 알아챘고, 그렇기에 더욱 빨리 전화를 받는다.

  "여기는 신서울지부 요원관리국입니다. 관리요원이 부재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번 사안에 대해서만큼은 관리국에서 직접 명령을 하달합니다. 지금 즉시 강남구 논현역 사거리로 출동해주세요, 검은양 팀. 특경대에 의해서 보고받은 바로는 다수의 C급, B급 차원종과 세 마리의 A급 차원종이 식별되었다고 합니다. 지금 즉시 임무에 투입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슬비, 알겠습니다."
  "서유리, 출동할게요."
  "이세하, 바로 갈게요."

  세 명이 각자 비슷한 응답구로 응답하자 곧바로 전화는 끊어졌다. 그들은 망설일 필요없이 곧바로 강남으로 향하기로 했다. 그렇지만 이곳에서 강남을 가기 위해선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아무리 빨라도 강남에 도착하는 시간은 30분 이상이다. 그들은 당장에라도 그곳에 가야만 한다.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그것은 그들이 사이킥 무브를 이용해서 강남까지 일주하는 방법이다. 단 이 경우 차원종과의 직접적인 전투도 하기 전에 꽤나 체력이 소모가 된다는 단점이 있지만, 지금은 별다른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세하야, 유리야. 사이킥 무브로 강남으로 이동해야할 것 같아. 물론 상당히 위상력이나 체력의 소모가 많겠지만…"
  "어쩔 수 있겠어? 그렇게라도 가야지."
  "그럼 내가 먼저 간다!"


  서유리가 먼저 빠른 속도로 강남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힘차게 도약해서 근처의 높은 건물 위로 올라선다. 역시 검은양 팀에서 가장 빠른 스피드를 가진 그녀답다. 
  위상능력자가 사이킥 무브를 사용하는 것을 처음 본 것인지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서유리의 힘찬 도약을 보며 감탄사를 내뱉는다. 사실 위상능력자들은 가까운 곳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그들도 임무에 투입되는 것이 아니면 사이킥 무브를 사용하는 일은 드무니, 일반인들이 놀라는 것은 당연한 것일까.
  
  "이세하, 늦지 않게 와!"
  "야! 먼저 가면 어떻게 해!?"

  서유리의 뒤를 이어 곧바로 이슬비가 공중으로 도약한다. 염동력을 사용하는 그녀는 다른 팀원들처럼 굳이 땅에 착지하지 않아도 된다. 즉 강남까지 계속적인 비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세하는 그녀의 능력을 살짝 부러워하면서, 그렇다고 그녀보다 늦게 도착하지는 않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다리를 살짝 굽혀 땅을 박차고 뛰어오를 추진력을 얻은 후, 곧바로 보도블럭을 박차고 높이 뛰어올라 둘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당분간은 위상력을 사용하는 일이 없기를 바랐던 그들이었지만, 지금같은 상황에서 그들의 바람이 깨지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간인들을 차원종으로부터 구하는 것이다. 
  다행히도 신서울은 대도시인지라 멀지 않은 간격으로 고층빌딩이 존재한다. 그 고층빌딩 사이를 뛰어넘는 것을 통해서라면 강남까지 가는데는 그렇게 많은 시간은 걸리지 않는다. 이곳에서 강남까지의 직선거리는 10km가 되지 않는 것을 감안하자면, 아마도 그들은 10분에서 20분 전후로 도착할 것이다. 그렇지만 너무나도 길다, 그보다 더욱 빨라야 한다. 모두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저절로 그들의 속도도 평상시보다 더욱 빨라지고 있다.

  5번 정도 빌딩 옥상에 착지하고 나니 바로 옆에 서울역이 보인다. 벌써 1km 정도는 온 모양이다. 하지만 아직도 9km 정도가 남았다. 여전히 갈 길은 멀다.
  다음 도약을 위해 근처를 둘러본다. 안타깝게도 바로 동쪽에는 남산이 우뚝 서 있기 때문에, 그 일대론 별다른 빌딩이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남산을 통과해야만 강남으로 들어가는 대교 중의 하나인 한남대교가 나타난다. 결국 여기에서 가장 남산 정상과 가까운 빌딩 위로 올라서서, 곧바로 정상으로 도약하는 수밖엔 방법이 없다. 적어도 저 정상 너머엔 신서울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호텔이 보일테니, 거기로 도약하면 그 다음부터 한강을 가로지르는 다리까지는 문제없이 도착할 수 있다.

  가장 앞서나가는 서유리는 이미 뛰어난 눈썰미로 정상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빌딩을 찾아냈다. 아니 그건 빌딩은 아니었다. 조금 낡은 아파트에 가까운 느낌이다. 비록 높지는 않지만 고지대에 있어서 충분히 정상까지 도약하기엔 충분한 거리에 있는 건물이다.
  그곳을 향해 앞서 뛰어오른 서유리를 보던 이세하는 그녀가 향하는 방향에 서 있는 그 건물을 바라보며, 순간 도약하는 것을 잊고 멍하니 바라보기만 하였다. 그의 상태에 주목한 이슬비는 그에게 물었다.

  "세하야, 왜 그래?"
  "어? 아, 아니… 저 건물, 낯이 익어서."
  "낯 익다니? 와본 적이 있는거야?"
  "아니. 아주 어릴 때 잠깐이었지만, 강남에 오기 전에 엄마랑 같이 살던 곳이었어."
  "저런 낡은 아파트에?"
  "낡은 아파트긴 해도, 저기에서 차원전쟁 이후에도 약간의 민간인이 살았어. 물론 지금은 이 일대엔 전혀 사람이 살지 않는다고 들었지만."
  "그랬구나. 하지만 옛 감정에 사로잡혀있을 시간은 없어."
  "그렇지… 미안, 나 때문에. 바로 가자."
  "응!"

  이번에는 두 사람이 함께 서유리가 있는 곳으로 그녀의 뒤를 따라 도약한다. 이미 그녀는 아파트의 옥상에 착지한 후였고, 그들이 옥상에 착지할 쯤에 맞추어 그녀는 또다시 남산 정상을 향해 힘차게 뛰어올랐다. 정상에는 신서울의 랜드마크라고 보아도 좋을 높고 커다란 타워가 있다. 그 타워의 앞에는 넓은 공터가 있기 때문에 그들이 잠시 착지하고 다시 도약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서유리의 뒤를 따라 다시 한 번 높이 뛰어오른 두 사람은 이번에는 앞서가는 서유리와 거의 동시에 정상의 공터에 착지했다. 
  갑자기 하늘에서 난데없이 나타난 사람들을 보며 그곳에 모여있는 사람들이 모두 놀랐지만, 이내 그들이 누구인지 얼굴을 알아본 사람들이 '검은양 팀이다!'라고 외치자 사람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그들이 검은양 팀인걸 안 사람들은 그들이 지금 향하는 곳이 강남이라는 것 역시 쉽게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이렇게 급하게 그곳으로 향하는 이유, 그것은 이곳에 모인 사람들도 받았을 차원재난 경고문자에 적힌대로 강남 일대에 출현한 차원종들을 소탕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자신들을 향한 박수와 환호에 그들은 잠시 고개를 숙여 묵례하는 것으로 답을 하고서 또 다시 높게 뛰어오른다. 그들이 다음 목표로 잡은 건물은 남산의 어느 호텔 건물의 옥상이다. 채 1km도 넘지 않은 곳에 가깝게 그들이 건너야할 다리가 보인다.
  강북 일대에서 강남으로 바로 접근할 수 있는 대교는 크게 세 개가 존재한다. 하나는 차원전쟁 당시의 격전지였던 성수대교, 그리고 나머지 두 개는 동호대교와 한남대교이다. 그렇지만 논현역으로 직통하는 도로로 이어지는 다리는 단연 한남대교이며, 그렇기에 검은양 팀은 이곳을 지나려고 한다.

  아주 잠깐이지만 남산 정상에서 순위가 공동 1등이 되었지만, 이내 서유리는 날쌘 몸놀림으로 이슬비와 이세하보다 앞서서 나가고 있었다. 역시 클로저는 위상력만이 아니라 몸의 체력관리도 중요하다는 트레이너의 말이 맞다. 서유리가 이렇게 누구보다 빠른 몸놀림을 가질 수 있는 이유, 그것은 검도로 다져진 그녀의 몸에 위상력이 곁들어졌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상공에 부는 바람이 세차게 그녀의 머리를 휘감고 지나간다. 흩날리는 그녀의 검은색의 머릿칼은 너무나도 매력적이지만, 적어도 그녀와 또한 그녀의 동료들은 그런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 오직 그들의 시선은 저멀리 보이는 잿빛 도시, 강남으로 향해있기 때문에.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그들의 시선에서 벗어난 곳에서 서유리를 향해 달려드는 이상한 물체를 본 이슬비가 소리쳤다. 

  "유리야! 위를 조심해!"
  "읏? 아앗?!"
  
  마치 꿰뚫고 지나가듯 그녀의 위에서 아래까지를 종단하는 어떤 것이 있었다. 다행히도 바로 그녀의 뒤를 스쳐 지나갔기 때문에 그녀에겐 별다른 피해는 없었지만, 보는 사람이나 당한 사람 모두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기에는 충분한 공격이었다. 서유리를 공격했던 사람만큼이나 커다란 그것의 정체는 바로 차원종이었다. 

  "공생수?"
  "어째서 여기에 공생수가?"

  서유리를 공격한 물체의 정체를 간파한 이세하와 이슬비는 어째서 이런 곳에 저런 비행형 차원종이 등장한 것인지 의문을 품었다. 그 의문에 감히 답을 내리기로는, 강남에 출현했다던 차원종의 무리에 저 공생수도 끼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든 간에 그들은 모든 차원종을 섬멸해야하는 임무를 받았고, 그들은 곧바로 전투 준비에 들어간다. 그리고 두 사람보다 더 빠르게 서유리는 자신의 왼쪽 다리에 차고 있는 권총집에서 총을 꺼내들어, 여전히 공중 비행을 하면서 공생수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다섯 번의 총성이 상공에 울려퍼진다. 
  세 번째 총성 이후부터 공생수의 몸에 위상력이 실린 탄환이 박히기 시작하였고, 이내 두 번의 총탄을 더 직격당한 공생수는 곧바로 빛의 가루가 되어 흩날려 모습을 감춘다. 한 마리는 쉽게 처리했지만, 결코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상공에서 나타난 한 무리의 공생수가 세 명의 클로저에게 일제히 덤벼들었기 때문이었다.

  공생수는 개체수에 압도될 뿐, 결코 하나의 개체가 강력한 것은 아니다. 과거 검은양 팀이 국제공항에 있을 때에만 하더라도 공생수는 꽤나 골치아프고 강력한 차원종이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들에겐 별 것 아닌 차원종이다. 이미 그들의 강함은 일반적인 차원종들의 강함을 아득히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검은양 팀 각자가 A급 차원종과 1대 1 상황이라면 충분히 싸워볼 수 있을 정도가 되었으니, 고작해야 C에서 B급 정도의 위험도를 가진 차원종인 공생수는 그 상대가 되지 않을 수밖에.

  서유리는 능숙하게 권총에 새로이 탄환을 채워넣는다. 그리고 권총의 조정간을 연사로 바꾸곤, 정확한 조준을 하는게 아니라 마치 흩뿌리듯 사격을 가한다. 총합 15발의 총탄이 약실을 떠나 차원종들의 근처에 도착했을 때, 탄환들은 강한 폭발을 일으키며 산화한다. 이 총탄들은 그녀가 일명 마탄이라고 부르는 탄환인데, 이 탄환은 그녀가 특수요원이 되고 나서부터 사용하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애용하고 있는 총탄의 한 부류이다. 그것은 위상력만 주입하면 일정 거리에서 폭발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지금과 같은 1대 다수의 상황에서 무척이나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한 무리의 선두를 지키고 있던 공생수들의 많은 수가 소멸해버리자, 녀석들은 방향을 돌려 서유리가 아닌 더 뒤에 있는 이세하와 이슬비를 향한다. 강력한 원거리 공격을 가할 수 있는 그녀에게 덤벼드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판단을 내려서일까? 하지만 녀석들의 판단은 완벽히 틀렸다. 이세하나 이슬비 역시 강력한 원거리 공격을 쏟아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걸 모르는 남은 차원종들은 더욱 맹렬한 기세로 이세하와 이슬비를 향해 돌격한다.

  "비트 소환! 탄환 발사!"
  "받아라!"

  건블레이드의 끝에서 쏘아진 푸른 화염이 공생수의 무리를 덮친다. 위상력이 한가득 담긴 불꽃세례를 받은 차원종들은 무척이나 고통스러워하며 그 자리를 이탈하려고 하지만, 불꽃의 뒤를 따라 들어오는 또 다른 공격에 의해 이탈은 불가능해졌다. 바로 이슬비가 발사한 13발의 비트들이 엄청난 운동에너지를 가지고 공생수 무리 전체를 완벽히 꿰뚫어버린다. 탄환같이 쏘아낸 비트들은 관성이라는 자연법칙에 따라 막대한 수치의 벡터가 걸린 운동에너지를 완벽히 소모하기 전까지 모든 것을 관통하는데, 그 힘은 철골도 우습게 관통한다. 

  공생수들은 자신들이 택한 적도 무척이나 강력한 클로저라는 것을 그제서야 깨달은 채, 이 세상에서 완벽히 모습을 감추고 만다. 공생수들이 완벽히 소멸한 것을 확인한 후 그들은 우선 다리 위로 착지한다. 다리 위에는 신속히 강남을 벗어나려고 하는 차들이 저마다 경적을 시끄럽게 울려대며 느릿느릿 강북을 향해 빠져나가고 있었고, 그 사이로 아마도 차를 버리고 도망친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다리 중간까지만 그러할 뿐, 중간부터 다리의 끝까지는 파괴된 차량들이 이리저리 널부러져 불타고 있거나 찌그러져 있고 사람의 기척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불타고 있는 차량들의 모습과 파괴된 대교의 난간들, 그리고 군데군데가 파인 대교의 아**트는 마치 지난 강남사태와 닮았다. 그 끔찍한 참상이 다시는 강남에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었건만….
  상념에 잠기기도 전에 저 멀리 다리 끝에서 비명소리가 들린다. 그 비명소리는 점점 이곳으로 가까워져오고 있었다. 

  민간인의 비명소리에 저절로 몸이 반응한 세 사람은 재빠르게 다리 끝을 향해 뛰어간다. 저 멀리서 사람들이 죽을 힘을 다해 뛰어오는 것이 그들의 시야에 잡힌다. 그리고 시민의 무리 뒤로 보이는 것은 세 마리의 트롤이었다. B급 차원종들이 바로 여기까지 민간인들을 추격해온 것이다. 비록 느린 속도로 추격해오고 있었지만, 그들의 육중한 몸은 한 번 발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대교를 진동시킨다. 바로 그 위압감에 상당한 거리가 있음에도 사람들은 두려움에 빠져 미칠 듯이 도망치고 있었던 것이다.

  인파의 무리가 세 명의 클로저를 스쳐지나간다. 민간인들은 자신들이 지나친 이들의 복장과 얼굴이 무척이나 낯익다는 것을 확인했고, 이내 그들이 클로저라는 것을 알고선 얼굴에 화색을 피운다. 

  "클로저다!"
  "유니온이 우릴 도우러 왔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기쁨의 환호성 끝에, 한 명의 여성이 울부짖는다.
  "우리 아기 민지야! 민지야!"
  
  아마도 혼란 중에 아이를 놓친 모양이다. 
  그러나 인파 속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그 말은 어딘가서 넘어져 있거나, 이곳까지 오던 도중 낙오되었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불길한 예감은 곧바로 현실이 되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한 여자아이의 비명이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왔다. 대략적으로 거리를 가늠해보자면, 저 멀리서 천천히 이곳을 향해 오는 트롤보다는 가깝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 여자아이의 목소리는 아이를 잃어버린 여성의 자식의 목소리가 맞는 건지, 어머니는 소리가 들려온 곳을 향해 크게 소리질렀다.

  "민지야아아!"

.
.
.

  "죽기, 시, 싫어…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제발…"
  
  넘어져서 무릎이 까인 것인지 무릎의 상처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여자아기가 자신을 향해 멀지 않은 거리에서 천천히 다가오는 트롤들을 보고서 흐느낀다. 도망칠 힘도 없는 것인지 넘어진 채로 일어서지조차 못하고 있는 여자아이는 다리를 울리는 진동이 점점 자신과 가까워오고 있음을 느끼며 죽음의 공포에 잠겼다.
  트롤들은 무기력하게 있는 사람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녀의 흐느낌에도 불구하고 가까이 다가왔다. 그중 가장 선두에 선 녀석이 들고 있는 방망이와 비슷한 무기를 높이 치켜들었다. 필시 저것으로 내려찍어 여자아이의 목숨을 거두려는게 틀림없다. 

  바로 앞까지 다가온 트롤은 높이 치켜든 방망이를 세차게 내려찍는다. 꼼짝없이 이렇게 죽겠구나 라고 생각하며 소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적어도 눈을 감으면 짓이겨져 죽더라도 그 고통이 조금은 덜하리라고 믿으면서 말이다. 그렇지만 그녀가 죽는 일은 없었다, 소녀의 가까이에는 구원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방망이가 내려치면서 만들어지는 강렬한 바람소리가 갑자기 멈추고, 대신 방망이의 빠른 하강을 막는 무언가와 세차게 부딪치며 시끄러운 격철음을 만들어낸다. 순간 귀를 얼얼하게 만들 정도로 강하게 울려퍼진 굉음에 정신을 차린 소녀는 살짝 눈을 떠서 자신의 앞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를 올려다보았다. 거기에는 한 남자가 트롤의 공격을 맞받아내고 있었다. 

  남자는 햇빛을 받고 서 있었기 때문에, 소녀가 올려다보았을 때 그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햇빛이 마치 구원자에게 후광을 만들어주는 것 같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소녀가 멍하니 남자를 쳐다보고 있자, 그녀의 옆으로 다가온 또 다른 따스한 손길이 있었다. 그 손길은 그녀를 두 손으로 품어주듯 들어올렸고, 그녀의 안부를 묻는다.

  "꼬마야, 괜찮니?"
  "네…"
  "다행이야, 정말."
  "언니랑 저 오빠는 누구세요?"
  "우리는 클로저야. 안심해."
  "우와, 클로저!"

  소녀를 안아서 들어올린 사람은 이슬비이다. 그녀는 트롤의 공격을 맞받아낸 이세하가 반대로 녀석을 저 멀리 한강으로 날려버린 사이에 곧바로 소녀를 들고서 그녀의 어머니에게 데려간다. 
  무사히 자식이 돌아오자 어머니는 곧바로 달려나가 아이를 받아들고선 눈물을 흘린다.

  "민지야, 엄마가 미안해. 엄마가 정말 미안해, 민지야…"
  "엄마, 저 괜찮아요! 저 언니랑 오빠가 절 살려줬어요!"
  "그래그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해요."
 
  아이를 안고서 어머니는 이슬비에게 몇 번이나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당연한 것을 했을 뿐이다' 라고 답을 하고선, 곧바로 그녀는 전선으로 복귀한다.

  이세하가 자신들의 동족을 저 멀리 날려버린 것에 대해 분노를 하기 시작한 것인지, 트롤들의 눈이 급격히 붉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곤 지금까지와는 달리 매우 빠른 속도로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들은 눈 앞에 있는 이들이 강남사태를 잠재우고 그들의 지휘관급 개체들과도 이미 싸운 적이 있는 유능한 클로저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달려드는 두 마리의 차원종들을 앞에 두고 이슬비는 서유리와 이세하에게 지시를 내렸다.
  "세하야, 유리야. 녀석들은 너희에게 맡길게."
  
  지시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이세하와 서유리는 각자의 검을 빼어들고 트롤들을 향해 기합을 넣으며 달려들었다.
  어느 쪽이 더 강한가, 그것은 이미 논할 거리조차 되지 못한다. 그렇기에 이슬비는 그들이 어떻게 처리하는가에 관심을 두지 않고, 먼저 높이 날아올라 논현역 방향으로 향한다. 지금 이곳에서 저 녀석들을 상대하는 것보다 논현역에 대량으로 나타난 차원종부터 처리하는게 시급하기 때문이다.

  미처 트롤들의 무기가 서유리와 이세하에게 닿기도 전에, 먼저 두 사람의 검날이 트롤의 몸을 베고 지나간다. 그리고는 뒤에서 녀석들을 찌르는 것으로 마무리짓고선, 뒤도 돌아** 않고 곧바로 이슬비의 뒤를 따라 강남쪽으로 향한다. 대교 위의 사람들은 차원종들이 사라지며 남기는 빛의 가루들 사이로 멀리 사라져가는 클로저들의 뒷 모습을 보면서, 그제서야 그들이 검은양 팀이라는 것을 알아채고선 저마다 혀를 내두르며 감탄했다.



  ◆ 2-5

  "스물 두 마리!"
  "전 스물 다섯 마리 째입니다, 경정님!"
  "뭐?! 채민우 따위에게 질 순 없지!"

  유쾌하게 두 남녀가 총을 갈기며 쓰러뜨린 차원종의 숫자를 세며 내기를 이어가고 있다.
  그들은 분명히 유효하게 차원종들에게 타격을 주고 있었고, 지휘관들의 선전에 따라 휘하의 특경대원들도 힘을 내어 적들을 물리치고 있다.

  지난 강남 사태 이후로 특경대는 크게 두 가지에서 달라졌다.
  첫 번째, 과거엔 소규모의 국지전과 같은 상황에만 익숙했지만 강남 사태를 겪으며 대규모 전면전과 같은 상황에도 익숙해지게 되었다. 불과 얼마 전의 일인데다가 더욱이 이곳의 특경대원 모두가 그 죽음의 땅에서 살아남은 베타랑들이기 때문에, 강남의 특경대는 갑작스럽게 등장한 차원종의 공세를 지금까지 훌륭히 막아내고 있다.
  두 번째, 강남 사태를 경험한 정부는 고위급 차원종의 처리를 유니온에게 맡기던 기존의 대응 방침을 버리고 특경대가 직접 고위급 차원종들과 맞서 싸울 수 있도록 전투 장비의 개량과 보급에 힘썼다. 대표적인 것은 한 발당 1천만원에 육박한다며 보급을 꺼려하던 위상관통탄의 보급을 벌처스와의 협상을 통해 생산단가를 낮추어 대대적으로 확대해나갔으며, 고위급 차원종들이 두르고 있는 위상방어막을 관통할 수 있을 정도의 강력한 힘을 가진 포탄을 쏠 수 있는 포, 전차, 헬기 등을 군대에서 경찰로 일부 소관을 위임하였다. 비록 이미 군대에서 퇴역한 낡은 무기들이지만 새로운 장비가 보급될 때까지만 한시적으로 사용할 것이기 때문에, 과거 이 정도의 장비를 가지지 못했던 특경대의 입장에 있어서는 이러한 지원은 너무나도 큰 정부의 선물이었다. 

  이 두 가지 변화가 크게 작용하여서인지 유니온의 직접적인 도움이 아직까지 도착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특경대는 최초 방어선이 구축되기 이전 한 쪽을 뚫고나간 일부 극소수의 차원종들을 제외하곤 모든 차원종들을 논현역 사거리 안에 가두는데 성공했다. 방어선이 구축된 이후엔 위상력을 가진 차원종에게도 유효한 타격을 줄 수 있는 포탄과 로켓 등을 장착한 전차와 헬기의 지원까지 도착하여, 훌륭하게 적들의 공세를 저지하고 있다. 
  비록 클로저들 정도의 처리실력은 아닐지라도 계속되는 공격 앞에 차원종들의 공세는 누그러들고 있었고, 차원문이 발생하고 차원종들이 나타난지 약 20분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서는 대다수의 C급 차원종들이 박멸된 상태였으며, B급 차원종들 역시 많이 수가 줄어든 상태였다. 다만 아직 A급 차원종은 단 한 마리도 소멸되지 않은 상태이다. 왜냐하면 하위급 차원종들이 그것들을 중심으로 방어진을 짜듯이 몰려들어 있어서, 탄환이 A급 차원종에까지 닿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는 송은이! 라이노 1-3, 아직 쏘지 말고, 브레이크. 위상작약탄 장전하고 내 지시 기다려!"
  "여기는 라이노 1-3. 알겠다. 이상."

  A급 차원종이 모습을 드러내기만 하면 곧바로 총탄을 박아넣으려고 했던 송은이는 계속해서 차원종들의 방어진이 무너지길 기다렸다. 헬기에서 발사된 로켓이 한 무리의 차원종들을 증발시킨 바로 그 순간, 견고한 방어진이 뚫리고 아주 잠시 A급 차원종 중의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을 놓치지 않고 그녀는 곧바로 무전을 통해 지시를 내렸다.

  "라이노 1-3, 위상작약탄 쏴! 목표는 전방의 A급 차원종!"
  "여기는 라이노 1-3, 알겠다. 목표, 전방의 A급 차원종! 쏴! 쏴! 쏴!"

  귀청을 찢어놓는 포성이 일순간 모두의 귓가를 지잉- 하는 소리로 일관되게 만든다. 하지만 주눅드는 이는 한 명도 없다. 대신 화력투사가 유효한지에 더 관심이 있을 뿐이다. 
  포신을 떠난 포탄은 그대로 목표에 적중했고, 짙은 연기를 일대로 뿜어놓는다. 강렬한 도시풍이 짙은 연기를 걷어내고 난 후에 드러난 화력투사의 결과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A급 차원종은 심각한 피해를 입은 것처럼 보였고, 그와 함께 그 주변을 감싸고 있던 많은 하위급 차원종들이 소멸한 것이 송은이의 눈에 들어온 것이다.

  "좋았어! 한 발 더 준비!"
  "라이노 1-3, 재장전 중!"

  이제 재장전이 끝나고 송은이가 또 다시 발포명령을 내리면 저 A급 차원종은 소멸할 것임에 틀림없다.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공격해나간다면, 잘하면 유니온의 클로저들이 도착하기 이전에 먼저 상황을 종료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그녀의 마음에 한가득 밀려온다.
  
  "재장전 완료! 발사준비 끝!"
  "좋아! 조준하고, ㅆ …"


  그녀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의 명령을 기다리던 전차는 갑자기 그녀의 명령이 끊어지자 포를 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심각한 피해를 입은 A급 차원종 주위로 또 다시 하위급 차원종들이 몰려들어 방어진을 두르듯 감싼다. 
  채민우가 송은이에게 갑자기 왜 그러냐고 소리쳐 묻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다. 대신 마치 그녀는 무엇에인가 홀린 것처럼 멍하니 A급 차원종이 있던 곳을 바라만보고 있었다. 아무도 모르겠지만, 그녀는 정신을 통해 A급 차원종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뭐라고?'
  '말한대로이다. 우리는 너희와 싸울 생각이 없다.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다.'
  '수작 부리지마! 죽을 위기에 처하니까 그런 소리를 하는 거잖아!'

  귀로 들려온 소리는 아니었지만, 그녀의 머리에 직접적으로 전달되는 한 목소리가 있었다. 이미 오세린 요원을 통해 고위급 차원종 중에는 정신간섭을 할 수 있는 차원종이 있다는 사실을 전해들은 터라, 그녀는 크게 당황하지 않았다. 다만 실제로 자신이 이런 일을 겪게되니 신기한 것은 사실이었다.

  '우리는 정말 살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다. 우리가 너희를 공격하는 이유는 너희가 우리를 적대하기 때문이지, 절대 너희를 공격하기 위함이 아니다.'
  '좋아. 너희 말대로 너희가 살기 위해 이곳에 온거라 쳐. 하지만 살아가려면 너네의 차원에서 살아갈 것이지, 왜 여기로 온 건데?'
  '우리의 세계는 얼마 전 생환한 총지휘관을 중심으로 한 세력과 참모장을 중심으로 한 세력과의 내란으로 혼란스럽게 되었다. 총지휘관의 군대는 참모장의 영지를 쑥밭으로 만들어버렸지. 그렇기에 우리는 이 전쟁의 화마(火魔)로부터 살아남고자 이곳에 온 것이다.'
  '차원종 사이에 내란이라고? 그런 말도 안되는 것을 믿으라고?'
  '내가 하는 말은 진실이다, 인간이여. 그러니 우리를 적대하지 말아라, 우리 역시 너희를 적대하지 않을 것이다.'

  저 차원종이 하는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이차원에 내전이 일어났고, 그로 인해 이곳으로 피란온 것이 저들이라는걸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그녀는 아무런 정보도 듣지 못했기 때문에 결코 신뢰할 수 없다. 아니, 애초에 차원종이 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녀는 도저히 신뢰할 수 없다.
  설령 저들의 이야기가 진실이라고 하더라도, 이곳 어디에도 그들이 거주할 땅은 없다. 애초에 그것을 인류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야기는 쉽게 끝을 맺었다. 그녀는 그녀의 생각을 전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끝마친다.

  '우리는 너희의 말을 믿을 수도 없고, 너희의 말이 진실이라고 하더라도 너희가 이 세계에서 살아가도록 놔두지 않겠어!'
  '그렇군. 좋다. 이제 일어나는 일들은 어리석은 네 녀석의 탓으로 역사는 기억하리라.'

  이야기가 끝나는 그 순간, 그녀의 주위에 있는 특경대원들이 갑자기 머리를 감싸며 땅에 주저앉거나 쓰러지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놀란 그녀가 또 다시 헬기들에게 로켓을 쏠 것을 명령하려고 했지만, 그 사이에 이미 헬기는 모습을 감춘 상태였다. 20분간 화력을 투사하다보니 무장의 재보급이 필요하여 기지로 복귀한 모양이다. 
  혀를 차며 그녀는 전차에 명령을 내린다.

  "여기는 송은이! 모든 라이노, 적들을 향해 일제히 화력 투사!"
  "…"

  그러나 무전으로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그 어떤 응답도 없었고, 포탄을 쏜 전차 역시 존재하지 않았다.
  설마 전차수들마저도 눈 앞의 부하들처럼 쓰러져버린 것일까?

  "이게 무슨 일…"
  '나는 말했다. 이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어리석은 네 녀석의 탓이라고. 이제는 너의 차례이다, 인간!'

  머릿 속으로 들려온 목소리를 끝으로 갑자기 그녀의 의식이 뚝 끊어지는 것처럼 눈 앞이 희미해진다. 무척이나 머리가 아파오는 것 같더니, 이내 서서히 눈이 감기는 것 같다. 
  억지로라도 눈을 감지 않기 위해서 그녀는 근처의 장갑차에 등을 기대고, 떨리는 손으로 적을 향해 총을 겨눈다. 하지만 그것도 무리, 팔이 말을 듣지 않는다. 금방이라도 정신을 잃어버릴 것만 같다.

  여기에서 그녀마저 쓰러지면, 방어선은 완벽히 무너진다. 적들은 이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지금껏 압도당하는 척을 했던 것일까? 
  아니면…, 정말로 그들은 싸울 마음이 없었던 것일까. 

  그것은 부차적인 문제이다. 송은이는 이렇게 생각했다, '지금 당장 쓰러질 것만 같은데, 이젠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조차 모르겠다'고. 그녀의 눈이 거의 감기려고 할 무렵, 그녀의 몸에 갑자기 한기가 느껴진다.
  그럴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초여름이 가까워져가는 지금에, 한 겨울에나 느낄 정도의 한기가 느껴진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 느낌은 사실이었다. 너무나도 차가워서 그녀의 정신이 번뜩 다시 들 정도니까.

  다시 차린 정신으로 앞을 바라보니, 누군가가 앞에 나서서 차원종들과 육박전을 벌이고 있었다. 
  아주 훌륭한 실력으로 잔챙이들을 처리해버리더니, 이내 방어진을 뚫어버리고 위상작약포탄에 큰 피해를 입은 A급 차원종의 앞까지 다가가서, 그것에 들고있던 검처럼 보이는 무언가를 꽂아넣는데, 단 한 순간에 차원종이 얼어붙어 버린다. 그리고는 찔러넣은 검과 같은 무기를 옆으로 빼냄과 동시에 차원종의 몸 전체를 감싼 두꺼운 얼음을 강제로 박살내버린다. 마치 동상이 부서지는 것처럼 차원종의 몸이 산산조각나며 천천히 부서지더니, 이내 모든 차원종이 소멸하는 것처럼 빛의 가루가 되며 천천히 형태가 이 세계에서 사라져간다.


  정신을 완전히 되찾은 송은이가 다시 바라보았을 때, 방금 전 그 A급 차원종을 소멸시킨 사람은 그녀가 알고 있는 누군가와 무척이나 닮았다. 
  우선 저 사람은 클로저이다. 하지만 이 일대를 관할하고 있는 검은양 팀에 속한 클로저는 아니었다. 정확히 말해선 검은양 팀이 알아서는 안되는 클로저였다. 

  지난 밤 비밀을 엄수하며 작전 중에 있을 때, 저 사람이 속한 팀에서 서로를 부르는 애칭과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던 특이한 클로저. 그리고 슬슬 더워져가는 지금에도 한 겨울에 입는 것처럼 두꺼운 검은색 목폴라를 입고 그 위에 흰색 머플러까지 두르고 있던 그 남자, 그럼에도 무척이나 한기가 느껴졌던 그 남자.

  그녀가 기억하기로 그의 이름은,

  "프류스(Prews). 아주 멋졌어."
  "너무 싱거워서 탈이지, 유카(Lewk)."
  "이야, 그런데 너무 추운 것 같은데. 난 이런 추운건 별로라고."
  "그러면 너가 싸우든지, 브레뉴(Brenw)."

  송은이가 기억하고 있는 그들의 이름이었다.
  그렇다. 여기에 그들이 온 것이다, 화이트 키즈가.
  차갑고, 빛나고, 뜨거운 느낌의 그들이 이곳에 온 것이다.

  지휘관급 개체가 하나 사라지자 차원종들도 무척이나 당황한 것인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우왕좌왕한다. 그러면서 진열이 흐트러지려고 하자, 그것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화이트 키즈의 리더로 보이는 여성이 말했다.

  "Prews, Brenw."

  팀원들의 이름을 부르는 그녀, 그리고 곧 그녀는 소름끼치는 지시를 하달한다.

  "Let's wipe'em out."

  그리고 처절한 학살극이 시작되었다. 수는 절대적으로 차원종들이 압도적이지만, 이 세 명은 겨우 이 정도의 차원종들로는 제압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들의 실력은 뛰어난 클로저들의 실력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송은이가 평가하기에, 검은양 팀과 늑대개 팀 정도, 아니 그 이상이라고 감히 평할 수 있을 정도로 압도적이다.

  압도적인 힘에 의한 학살, 아니 그것은 말살이나 폭력과 다름이 없었다.
  심지어 차원종에 대해서만큼은 완벽한 적대감을 가지고 있는 송은이가 적들에게 연민을 느낄 정도이니까. 도저히 총을 손에 들고 있지 못할 정도로 그녀는 손을 떨다가 결국 총을 땅에 떨어뜨리고 만다.

  20분 가까이 특경대가 싸워도 겨우 공세만 물리칠 정도였는데, 그 수많은 차원종들을 그들은 단 몇 분 만에 쓸어버린다. 이것이 위상능력자가 아닌 자와 위상능력자의 차이라는 것을 보여주듯, 그들은 완벽하다는 이야기밖에는 나오지 않을 실력으로 차원종들을 처리해버린다.
  학살극이 완전히 끝나고 모든 차원종들이 빛의 가루가 되어 그 흔적을 지워가자, 어느새인가 그들도 사라져 있었다. 그녀는 그들이 어디로 가는지조차 제대로 ** 못하고 그들을 보내야만 했다.

  차원종들이 완전히 사라지자 이미 이 근처로 모여들어 이들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기자들이 일제히 가까이 몰려들었다. 그리곤 특경대의 지휘관인 그녀나 그녀 주위에 정신을 되찾은 이들에게 다가가 여러가지를 묻기 시작한다. 그녀는 무엇이라고 답변해야할지도 모른채 그저 어벙벙하니 서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송은이가 있는 방향과 교차로의 반대편에 마침 논현역에 도착한 검은양 팀이 상공에서 착지한다.
  현장에 이제서야 도착한 검은양 팀은 방금 전까지 이곳이 전장이었다는 사실을 이 주변을 둘러싼 특경대의 전차들과 바리케이트 등을 보고서야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차원종의 흔적은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설마 특경대가 차원종을 모두 섬멸한거야?"

  그들은 답이 돌아오지 않는 질문만 남긴다.
  주위를 둘러보던 서유리는 근처의 어딘가를 가리키며 소리친다.

  "채민우 경정님이랑 송은이 경정님이다!"
  "송은이 경정님은 여기에 무슨 일이시지? 어제 국제공항으로 돌아가시지 않으셨나?"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는 것 같아. 정말 잘 된 일이야."

  인명피해가 없어보인다는 이슬비의 말에 서유리와 이세하도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강북에서 이곳까지 쉬지 않고 뛰어왔지만, 오면서 한 차례 교전을 겪으며 다소 시간이 지체되는 바람에 혹시나 인명피해가 나지 않았을까 걱정하며 이곳까지 왔기 때문이리라. 
  그렇지만 안도감 뒤로 여전히 남아있는 찜찜함이 그들의 마음 한 켠에 남아 그들의 의문을 계속해서 부추긴다.

  결국 무엇이 어떻게 된 것인지 설명해줄 사람 하나 찾지 못한채, 그들은 현장을 뒤로 해야만 했다. 혹시나 주위에 처리되지 않은 차원종이 있을지 모른다는 이슬비의 말 때문이었다. 
  그녀의 말이 결코 틀린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은 바로 흩어져서 강남 일대를 샅샅이 수색하며 그들의 남은 오후의 시간을 수색 임무에 쏟았다. 

.
.
.

  "아들~ 와서 수박 먹자!"
  "네, 엄마. 잠깐만요, 금방 갈게요!"
   
  『오늘 강남 일대에 제2종 차원재난경보가 발령되었습니다.』



  "아아아! 안돼! 오늘자 사랑과 차원전쟁을 녹화하지 않았다니! 이런 일이!"

 

  『국가차원관리부는 오늘 발생한 차원재난이 지난 강남 사태 당시에 발령된 제1종 차원재난만큼의 위험도를 가진 것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강남에도 높은 위험도를 가진 차원종이 등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며, 무리하게 전투요원들을 한강 이북 지역으로 이동시켜 사태를 속히 수습하지 못한 책임을 두고 유니온 신서울지부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언니, 나 카레해줘!"
  "누나, 난 짜장 먹고싶어!"

  "그, 그러면 오늘은 카레 먹고 내일은 짜장을 먹는건, 어때?"


  『또한 국가차원관리부는 유니온의 재빠른 조치와 함께 클로저들의 신속한 출동이 앞으로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주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KBC 뉴스, 임주민입니다.』


 

  그 날 저녁 8시 뉴스에는 오늘 강남에서 있었던 차원재난에 대한 소식이 핫토픽으로 전해졌다. 파괴된 자동차들과 대교와 도로의 모습, 그리고 수많은 피난민들의 증언, 또한 특경대와 차원종과의 생생한 전투 장면이 그대로 찍혀 모든 국민의 안방에 전해졌다. 그리고 중간 인터뷰가 진행 중인 화면에는 논현역 근처의 높은 빌딩으로 뛰어오르는 이들이 아주 잠깐이지만 송출되었다. 

  어떤 이는 그것을 보며 혀를 찼고, 어떤 이는 그것을 보며 상념에 잠긴다. 


  백색의 롱코트를 입은 세 명의 사람들의 모습은 이내 화면에서 사라졌고, 계속해서 인터뷰 화면이 이어지다 잠시후 다른 장면으로 화면이 넘어간다. 

  논현역에 도착한 검은양 팀이 품었던 의문에 대한 답은 바로 그들 앞에 있었지만, 그러나 검은양 팀 - 이세하와 이슬비와 서유리 - 은 그 누구도 그 모습을 ** 못했다. 그리고 그들이 켜놓은 TV의 채널은 계속해서 오늘의 재난에 대한 소식만 전할 뿐이었다. 


 



  안녕하세요! 엄청 오랜만에 뵙네요. 몇 달만에 뵙는거지...
  먼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변명 아닌 변명입니다.

  이번에 복학하면서 학기 중에 무척이나 바쁘게 지냈습니다. 마지막 학기이고 동시에 대학원에 올라가는터라, 더욱 바쁘게 보냈던 것 같았요. 설마 4학년 2학기가 이 정도로 바쁠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그러다보니 게임도 안하게 되고 클로저스도 점점 거리를 두게 되었죠, 공부하는게 너무 바쁘니까.. 그에 따라 트위터도 안하고, 글도 전혀 못쓰게 되고... 그렇게 되어 오늘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저와 클저 친추되신 분들은 제가 얼마나 오랫동안 클저에 접속하지 않았는지 아실겁니다...

  그러다가 종강을 하고 개인적인 용무를 다 마치니 어느덧 새해가 되었더라고요.
  이제 조금 시간이 생겨서 조금씩 조금씩 쓰다가 오늘에서야 다 써서 이렇게 올리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이 저에게 주어질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한 편 당 연재기간이 꽤 길다보니 흐름도 루즈해지는 느낌이 있지요. 그 점에 대해서는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바라기로는 꾸준히 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화 집필하러 가보겠습니다.
  늦었지만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4-10-24 23:18:18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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