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3](Remake) (1부 21화) - 생사를 결정짓는 행동 (完)

버스비는1200원입니다 2018-01-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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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와 하피', 그 두 사람은 과거 이세하와 함께 다른 종족들과의 외교 활동을 하였던 경력이 있었다. 그래서 이세하와 마찬가지로 그 두 사람 또한 이세하 만큼이나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었으니 박창우는 그 두 사람이 바로 그 제이와 하피라는 것을 알고 그렇게 놀라는 것이었다.

이 두 사람은 인류가 11개의 종족들과의 교류를 맺게 된 후, 현재는 모든 일에서 은퇴하고 지금은 이렇게 라이핀에서 일반인으로서 생활하고 있었다. 


"자자, 그렇게 놀랄 필요는 없다고. 그리고 지금은 그냥 편안하게 온천욕이나 즐기는 게 어때?"

"하아~ 역시 라이핀의 온천은 최고라니까요~"

"... 근디, 분명히 아들도 있다 카셨는데 보이질 않구만요."


제이의 말에 의하면, 분명히 아들도 있다고 하였는데 어째선지 그 아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었다. 설마하니 아들을 놔두고 둘이서만 여기에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곧 하피의 대답을 듣고 다행히 아들에게 무심한 부모는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저희 아들은 지금 리브루안의 의학교에 있답니다."

"의학교?"


두 사람의 아들은 어릴 때부터 의술에 많은 관심을 보였으며, 장래에는 훌륭한 의사가 되겠노라 다짐하고 부모와 함께 라이핀에 오자마자 당장 리브루안에 있는 의학교에 다니게 된 것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계속 의학교에서 의술에 몰두하며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하였다.


"나를 닮아서 사람의 건강에 아주 관심이 많은 모양이야, 하하... 응?"

"와 그라십니까?

"쉿... 뭔가 타는 냄새 안 나나?"

"타는 냄시요? ...!"


그러던 도중, 제이는 무언가가 불에 타는 듯한 냄새를 어렴풋이 맡고는 조금씩 불길한 기분이 들어 목욕탕에서 나와 옷을 입고 숙박시설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눈앞에 펼쳐진 것은 빈틈없이 세차게 활활 불타오르고 있는 실내였다. 병원 안에 있던 사람들은 패닉 상태에 빠져 우왕좌왕하면서 불을 피하려 하고 있었다.

제이의 뒤를 따라 나온 하피와 박창우도 이 광경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게 뭔 일이고!"

'이상하군요, 이런 상태가 되기 전에 경비 시스템이 작동했어야 했는데...'
"...!"
'설마 누군가가 일부러?'

"우선 이 불부터 어떻게 해야겠어."

"저한테 맡겨주세요. 창우 군, 몸을 숙이고 있는 게 좋을 거에요."

"?"

[드로우]


하피는 옆에 있는 작은 전단지 하나를 잡더니 표창을 날리듯이 타오르고 있는 불을 향해 던졌다. 하피가 던진 작은 전단지가 불이 번지고 있는 중심까지 날아갔을 때, 갑자기 전단지는 먼지처럼 분해되어 공중으로 흩어지더니 강렬한 바람을 일으켜 단숨에 불을 꺼트렸다. 


"좋아, 한 건 해결했군."

"아마 아직일거에요."

"?"

"화재가 이렇게까지 커지기 전에 경비 시스템이 작동했어야 했는데 그러질 않았어요. 즉,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이런 짓을 벌였을 가능성이 커요."

"그렇다면 화재를 일으키고 경비 시스템이 작동되지 못하도록 한 범인이 따로 있다는 말이군. 그럼 어서 찾아야..."


그때, 열려있는 창문 틈으로 바깥에서 왠지 모르게 사람들이 어수선한 소리가 들려왔다. 밖에서 무슨 일이 있나 싶어 세 사람은 창문을 통해 바깥을 보았다. 밖을 보니 거기에선 병원의 정문을 봉쇄하고 병원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한 무리들이 있었다.

그 무리들은 소동을 듣고 빠르게 출동한 라이핀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주경찰들과 한치의 방심도 하지 않고 대치하는 중이었다.


"너희들은 완전히 포위됐다! 이 이상 자신들의 손을 더럽힐 생각하지 말고 순순히 투항하라! 이를 어길 시 우리들도 무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

"조용히 해라! 우리의 요구를 들어주기 전까지 결코 투항하지 않을 것이다!"

"쯧... 방금 전의 방화는 단순히 이목을 집중시키게 하기 위한 연출이었나. 이봐, 저들의 요구가 뭐지?"

"그게... 라이비스 님을 내놓으라고..."

"뭐야?!"


방금 전의 방화를 저질렀던 무리들의 요구는 다름이 아니라 제 2사도인 라이비스를 내놓으라는 것이었다. 단순히 테러리스트들에 불과한 자들에게 세상에 12명 밖에 없는 사도에 많은 생명을 구하고 존경을 한몸에 받는 신의 라이비스를 내준다는 것은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런 그들의 황당한 요구에 우주경찰들은 하나같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 그런 요구를 하는 이유가 대체 뭐냐!"

"라이비스는 우리들의 소중한 이들을 나몰라라 한 채 내팽겨쳤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은 라이비스에게 복수를 할 것이다!"

"뭐야? 그게 무슨 소리지?!"


그들은 전부 한때 각자 자신들의 소중한 사람들을 데리고 라이비스를 찾아갔다는 공통점이 있는 자들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자신들이 데리고 갔다는 소중한 사람들은 라이비스를 찾아오기 전부터 이미 죽은 상태였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죽은 사람을 데리고 라이비스를 찾아온 이유는 그가 죽은 사람도 완벽하게 되살릴 수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자신의 소중한 사람을 되살려 달라고 부탁하고자 찾아왔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들의 간절한 부탁에도 불구하고 라이비스는 그걸 거부했다. 그럴만한 의술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우리들의 기분을 알 수 있겠나!?"

"... 너희들의 기분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지금 너희들이 하는 행동은 그때의 분을 참지 못하고 죄 없는 사람들까지 휘말리게 만든 분풀이에 불과하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어리석은 짓은 멈춰라!"

"어림없는 소리,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라이비스에게 복수하고 말겠다!"

"크읏... 도저히 말이 안 통하는군. 이렇게 된 이상 무력을 행사할 수밖에."


양쪽의 교섭이 결렬됨에 따라 우주경찰들은 인원수를 절반씩 나눈 다음에 한쪽은 인질들의 구출 작전, 다른 한쪽은 그들의 제압에 나서기로 하였다. 

이러한 상황을 창문을 통해 지켜보고 있던 세 사람은 일이 점점 커질거라는 예감이 들어 서둘러서 병원 안에 있는 사람들을 데리고 이곳을 빠져나갈 계획을 세우려 하였다.


"우선 사람들을 모은 다음에 뒷문을 통해서 빠져나가야겠어."

"근디 고렇게나 단체로 모이가꼬 탈출하려카믄 너무 눈에 띄지 않십니까?"

"그러니까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려야지."

"어케 말인교?"

"물론 이렇게지."


제이는 갑자기 열린 창문 틈으로 뛰어내려가 병원을 둘러싸고 있는 그들의 한 가운데로 착지하였다. 제이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그들은 깜짝 놀라며 다짜고짜 제이에게 덤벼들었다.


"네녀석은 뭐야! 우릴 방해할 셈이냐!"

"웃차."

"뭐야?!"


그들은 각자 들고있는 이런저런 무기들을 이용해서 제이를 공격하였지만, 제이는 눈 깜짝 하나 안 하고 그들의 모든 공격을 전부 흘려보내며 차례차례로 그들을 기절시켰다.


'저 정도믄 걍 죄다 쓰러트려불믄 되겄는디...'

"자, 창우 군. 어서 사람들을 데리고 내려가죠."

"아, 알겠심더."


제이가 그들의 주의를 끄는 동안, 박창우와 하피는 병원 안의 사람들을 찾아서 모아 앞장 서서 병원의 1층에 있는 뒷문으로 내려가려 하였다. 병원 안의 사람들을 다 모으고 이제 내려가려고 하던 그때, 박창우는 한 가지 깜빡 잊고 있던 것이 생각났다.

바로 최상층에서 치료를 받고 휴식을 취하는 상태인 이천용, 이세희, 이리스, 그리고 라프트와 그 밖의 다른 관계자들이었다.


"그렇다면 서둘러서 그들도..."

콰앙-!!

"!?"


최상층에 남아 있는 사람들도 데려오기 위해 최상층으로 오라가려고 하던 그때, 커다란 폭발음이 들려왔다. 폭발음이 들린 방향은 바로 위쪽, 최상층이 있는 곳이었다.

밖에서 홀로 그들의 주의를 끌고 있던 제이는 최상층에서 폭발이 일어난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알고보니 방금 막 자신이 쓰러트린 자들 중 한 명이 쓰러지기 직전에 최상층에 폭발을 일으켰던 것이다.


"무슨 짓을..."

"크흐흐... 이럴 때를 대비해... 미리 폭탄을 설치해뒀지... 이제 얼마 안 가서 건물 전체가 폭발할 거다..."

"뭐라고?"

"이렇게 된 이상... 전부 사라져버려라!"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폭발은 최상층에서 끝나지 않고 차례대로 이곳저곳에서 강한 폭발이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최상층 뿐만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폭발이 일어나는 것을 알아차린 박창우와 하피는 서둘러서 사람들을 데리고 빠져나가야 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최상층에 있던 사람들을 놔두고 가야만 했었다.

박창우는 이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혼자서 최상층으로 올라가려 하였다. 최상층에는 이미 폭발이 일어나서 그들이 무사한 지 알 수도 없었고, 그들이 무사하다는 불확실한 가능성을 따라 최상층으로 올라갔다가 탈출할 때를 놓치게 된다면 최악의 경우에는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무사하지 못할 것이었다. 당연히 이를 알고 있었던 하피는 박창우에게 냉정히 생각하라고 말하며 말렸지만, 박창우는 기어이 하피를 뿌리치고 최상층을 향해 달려갔다.


"창우 군!"
'마음가짐은 좋지만, 너무 무모해요... 하아, 어쩔 수 없죠.'

[포르투나 레벨레이션]

"그 결계는 오래가지 못할 거에요. 그러니 여러분, 서둘러서 밖으로 내려가주세요."


하피는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의 힘으로 만든 바람의 결계를 전원의 몸에 둘러지게 하였다. 그러고는 하피도 박창우를 따라 최상층을 향해 올라갔다.





한 발 먼저 최상층으로 올라온 박창우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폭발에 의해 또 다시 화재가 발생한 최상층의 모습이었다. 박창우는 불을 피해다니며 서둘러 이천용, 이세희, 이리스가 있는 병실을 찾아다녔다. 그러던 도중, 사람들을 데리고 대피하는 중이던 라프트와 마주치게 되었다.


"당신은... 왜 여기에?'

"고건 아무래도 좋으니께, 세 사람이 있는 곳이 어딘교!?"

"지금 저도 그곳으로 가려던 참이었습니다. 환자를 내버려두고 갈 수는 없으니까요. 자, 저를 따라오세ㅇ..."

콰아앙-!!

"으아악!"


바로 그때 그들이 있던 옆에서 화재에 의한 추가 폭발이 일어나 그 충격에 모두는 그만 정신을 잃고 쓰러져버렸다.
.
.
.

"......"

- ... 나... -

"......"

- 일... 나...! -

"......"

- 일어나! -
.
.
.

하피가 박창우를 따라 최상층에 올라왔을때, 최상층은 이미 불에 의해 모든 것을 잿더미로 만들며 거세게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사람들이 무사할 것이라는 생각은 거의 들지가 않았다.


'이미 늦은 건가요...'
"... 어?"


그러던 중, 하피는 이상한 것을 발견하였다. 불길 속에서 조금씩, 희미하게 백색의 장막 같은 물체가 보이는 것이었다. 하피는 의아해하며 당장 그 물체가 있는 방향으로 불길 속을 헤치며 달려갔다. 


"이건...!"


그리고 그 백색의 장막 같은 물체의 정체가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거대한 한 쌍의 날개였고, 이 날개의 중심에는 이천용이 있었다.


"당신은 대체... 누구죠?"

"......"

"...!"
'이 소년... 기절한 상태에요...'


이천용은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기절해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그런 이천용의 몸 상태와는 상관없다는 듯이 그 날개는 이세희와 이리스, 또 폭발로 인해 정신을 잃고 쓰러졌던 박창우와 라프타, 그 외의 사람들을 불길 속에서 지켜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 덕에 다른 사람들은 불길 속에서도 무사히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천용은 달랐다. 다른 사람들을 지키는 대신에 자신의 몸이 불에 의해서 불살라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를 본 하피는 빠르게 이천용의 몸 주변에 바람의 결계를 두르게 하여 더 이상 이천용의 몸이 불에 불살라지지 않도록 만들었다. 이천용의 몸이 더 이상 불살라지지 않게 되자 이천용의 몸에서 빠져나온 그 한 쌍의 날개는 서서히 사라져갔다. 날개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하피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바람의 결계를 두르도록 하였다. 


'이 소년은 대체... 정체가 뭐죠...?'
"우선 지금은 여기서 빠져나가는게 급선무겠군요."


이천용에 대한 생각은 나중으로 미뤄두도록 한 뒤, 하피는 모두를 데리고 재빨리 최상층에서 내려와 연쇄 폭발로 무너져가는 병원을 빠져나갔다. 

하피가 모두를 데리고 병원에 빠져나갔을 때, 제이가 이미 그들 전부를 쓰러트린 상태였다. 우주경찰들은 그들을 제합한 제이와 병원 안의 사람들을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게 한 하피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이번 소동을 벌인 자들을 체포하여 차례차례로 그들을 연행해갔다.


"일이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군."

"꼭 그렇지만도 않아요."

"무슨 말이야?"

"이 소년... 상태가 심각해요."

"!"


모든 일이 원만하게 해결되었다고 생각했으나, 완전히 그런 건 아니었다. 최상층에 있는 모두를 지켜내는 대신에 자신의 몸이 불에 불살라지고 있던 이천용의 몸은 심각한 상태에 이르러 있었다. 그때 정신을 잃었었던 라프트가 천천히 눈을 뜨며 정신을 차리고 이천용을 보았다.


"이럴 수가...!"


이천용의 몸은 구석구석 심한 화상을 입었고, 호흡도 거의 하고 있질 않았다. 게다가 세르메의 회복활동이 어째서인지 그 활동이 멈춰져 있었다.

라프트가 말하길, 세르메는 빈사 상태의 사람도 멀쩡하게 회복시킬 수 있는 뛰어난 효능을 지닌 약이지만 그와 동시에 회복중인 자를 단숨에 죽음의 문턱까지 이르게 만들 수도 있는 부작용을 지닌 약이라고 하였다. 그 이유는 세르메로 회복하고 있는 도중에 외부의 간섭을 크게 받게 되면 세르메의 회복활동이 정지되고 세르메로 활동이 활동이 매우 활발해져 증식하던 세포들이 역으로 파괴되어가고 거기에 더해 기존에 있던 다른 세포들까지도 전염되듯이 똑같이 파괴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세르메로 심한 부상을 치료하는 환자들은 특별한 병실에서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했던 것인데...

만약 이대로 무슨 수를 쓰지 않고 이대로 이천용을 놔둔다면, 이천용은 필시 죽게될 것이었다.


"이대로 놔두면 위헙합니다... 어서 빨리 세르메의 부작용이 진행되는 것을 멈춰야해요...!"

"그럼 서둘러서 해주세요. 이 소년은 모두를 지키다가 이렇게 되었으니, 꼭 살려내야해요."

"네, 그렇지만...!"

"왜 그러시죠?"

"그게..."


이천용을 구하려면 세르메의 부작용이 진행되는 것을 1분 1초라도 빨리 멈춰야만 했다. 하지만, 그 방법은 결코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어떤 뛰어난 손재주를 지닌 의사라도 불가능하다고 해도 될 정도였다.

세르메에게는 아주 작은 '핵'이 하나 존재했는데, 그 크기는 왠만한 세포보다도 더 작은 크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세르메의 부작용이 진행되는 것을 멈추는 방법이란 바로 그 핵을 어떠한 손상도 없이 온전하게 체내에서 빼내는 것이었다. 그런데 만약 그 과정에서 몸의 외부나 내부에 작은 상처라도 생길 정도의 간섭을 주게 된다면, 즉시 세르메의 부작용의 진행 속도가 배로 증가하게 되어 더 위험해진다.

그래서 세포 단위의 두께로 특수 제작한 실을 다루어서 체내에 어떠한 작은 상처도 주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환자의 체내에 파고들어 세르메의 핵을 묶어 무사히 빼내야 하였다. 하지만 복잡한 신체 내부에 아무런 간섭도 주지 않고 지나가 세포만큼이나 작고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도 없는 세르메의 핵을 고스란히 빼내기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그냥 안에서 파괴해버리면 되지 않나?"

"그건 더더욱 안 됩니다. 지금 세르메의 핵은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는 상태에요. 만약 체내에서 파괴해버렸다간 세르메의 부작용이 한 번에 전신으로 퍼져서 순식간에 죽게 될 겁니다."

"뭐라고...!"

"그러니 어서 해야... 하는데..."


라프타는 머리로는 계속 어서 빨리 이천용의 체내에서 세르메의 핵을 빼내자고 자신에게 소리치고 있었지만, 이 외침에 반발이라도 하듯이 라프타의 손은 조금씩 떨리며 좀처럼 제자리에서 움직이질 않고 있었다.

그 이유는 자신감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방법이야 숙지하고 있던 라프타였으나, 실제로 이런 상황을 겪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즉, 세르메의 핵을 체내에서 온전히 빼내는 경험이 아예 없다는 것이었다. 만약 조금이라도 실수를 한다면 눈앞에 있는 이천용이 죽게 된다... 그러한 사실까지 더해져 무거운 중압감이 라프타에게 밀려왔다.


'나의 아주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이 소년의 생사를 결정짓는다... 하지만... 내가 정말로 할 수 있을까... 만약... 만약 실패한다면... 그때는 내 손으로 이 소년을 죽게 만드는 꼴이...'

"망설이지 말고 고마 해주이소."

"!"


라프타가 자신의 망설임에 자꾸만 행동을 주저하고 있던 그때, 뒤이어 정신을 차린 박창우가 라프타에게 말하였다. 


"했다가 실패를 해불든, 아예 안 해불든, 결국 다 거기서 거기 아닌교? 고럴 바엔 걍 최선을 다해 해보시라요. 그래야 적어도 끝난 담엔 후회라도 안 남을 거 아인교."

"하... 하지만..."

"만약 실패한다 해부러도 금마는 지를 구하려칸 당신을 결코 원망하지 않을낍니다. 고러니까 걱정일랑 마시고 이판사판으로 해불면 되는 기라요."

"... 알겠습니다, 해보죠."


박창우의 말에 결심을 굳힌 라프타는 곧장 세르메의 핵을 체내에서 빼내는 작업에 들어갔다. 특수제작한 세포 단위의 두께를 가진 실을 라프타는 마치 자신의 신체일부처럼 움직이며 순조롭게 이천용의 체내에 파고들어가고 있었다. 모든 신경을 오직 거기에만 집중시키고 있는 것처럼 라프타의 집중력은 엄청났고,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큰 긴장감을 느끼게까지 만들었다.


'어디냐... 어디 있는거야...!'


하지만 이곳저곳을 헤쳐다녔으나 세르메의 핵은 좀처럼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는 와중에도 시르메의 부작용은 계속 이천용의 전신으로 퍼져가며 이제는 서서히 심장의 박동마저도 약해지고 있었다. 시간이 점점 줄어들수록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던 라프타도 서서히 그 집중력이 흐트러지려 하고 있었다.


'크윽... 틀렸어, 더 이상은... 못 찾겠어...'


집중력이 다해 그만 손의 움직임이 흔들리려 하던 그 순간, 라프타는 누군가가 자신의 손을 붙잡아주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거짓말처럼 손의 흔들림이 완전히 멈추었다. 


- 어디를 찾고 있는 것이냐, 라프타. 여기에 있잖느냐. -

"!"
'스승님...?'


그리고 마치 무언가에 빙의된 것처럼 라프타는 방금전보다 더욱 정교하고 빠른 손놀림으로 계속 찾지 못하고 있던 세르메의 핵을 단숨에 찾아내 이천용의 몸에는 물론 세르메의 핵에도 어떠한 상처 하나 없이 세르메의 핵을 완벽하게 빼내었다.


"해냈어..."


세르메의 핵을 빼냄과 동시에 이천용의 전신으로 퍼지고 있던 세르메의 부작용은 완전히 멈추게 되었다. 그러자 호흡도 다시 되돌아오고 약해져가돈 심장의 박동도 다시 정삭적으로 되돌아오기 시작하였다.


"이제 됐습니다! 우주경찰 여러분, 죄송하지만 이 소년과 다른 환자들을 근처에 있는 다른 병원으로 옮겨주시지 않겠습니까?"

"아, 예! 알겠습니다."


라프타의 부탁을 듣고 우주경찰들 몇 명은 이천용을 포함한 다른 환자들을 차량에 태워 근처에 있는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 그런 다음 라프타는 몸을 돌려 발걸음을 옮기더니 체포되어 연행되어가는 이번 소동을 벌인 자들에게로 다가갔다.

"누구야, 당신은..."

"저는 라이비스 님의 제자인 라프타라고 합니다. 여러분들은 나의 스승님, 라이비스 님을 찾아오셨던 분들이로군요. 한 번 본 환자나 환자를 데리고 온 사람들의 얼굴들은 기억하고 있으니 알 수 있습니다."

"그 녀석의 제자라고? 그렇다면 잘 알고 있겠군! 라이비스 녀석은 어디에 있지?!"

"......"


라프타는 그 질문을 가볍게 흘려넘긴 뒤, 말을 이어갔다.


"당신들이 왜 이런 짓을 벌였는지는 대강 짐작이 되는군요. 스승님이 당신들의 이미 죽은 소중한 사람들을 되살려주지 않아서 거기에 앙심을 품고 이런 짓을 벌인 거겠지요?"

"당연하지! 라이비스 그 녀석은 충분히 그럴만한 의술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의 부탁을 완강히 거절하였다! 우리들 각자에게 있어서는 소중한 사람을 그 녀석은 자기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양 내팽겨쳤어! 그런 녀석을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으냐! 네녀석은 우리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 하겠지! 그 스승에 그 제자일테니까!"

"아니요, 이해할 수 있습니다."

"뭐야?"

"저도... 당신들과 같은 입장을 가진 사람들 중 하나였으니까요."

"뭐...?"
.
.
.

"저의 동생을 살려주세요,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모든 생명체는 자연에서 태어나고 죽을 때 다시 자연으로 되돌아 가노라. 그 말은 즉슨 죽은 자는 곧 자연, 그런데 죽은 자를 되살린다는 것은 그 위대한 자연을 거스르고 생명의 무게를 가벼이 만드는 해서는 안 될 행위... 그렇기에 나는 죽은 자를 되살리는 의술을 스스로 금하였도다. 그러니 상황은 딱하나 너의 부탁은 들어줄 수 없도다."

"그렇지만... 제 동생은...!"

"... 너는 생명이 어떻게 살아가고 후세를 만들어가는 것인지 알고 있는가?"

"예...?"

"그것은 지금을 살아가는 자들이 이미 죽은 자들의 마음을 이어받기 때문이노라. 육체는 죽어 자연으로 되돌아간다 해도, 그 마음만큼은 산 자들에게로 이어져 생명은 이렇게 오랜 세월동안 살아가며 후세를 만들어가고 성장하는 것이도다. 너는 어떻는가? 죽은 동생의 마음을 이어받았는가?"

"...!"

[내 몫까지 열심히... 부끄럽지 않게 살아. 꼭... 약속한 거다...]

"네 동생의 육체는 비록 너의 곁을 떠났으나, 마음만큼은 계속 남아 언제까지고 너의 곁을 지켜봐주고 있을 것이니라."

"크... 흐윽...!"
.
.
.

"소중한 사람과 헤어지는 것은 참으로 가슴 아픈 일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슬픔을 이런 식으로 푸는 것을 이미 떠나간 당신들의 소중한 분들이 바라는 일일까요?"

"......"

"그들은 당신들이 슬픔을 딛고 바로 일어나 죽은 자신들의 몫까지 열심히, 부끄럽지 않게 살아갈 것을 바랐을 것입니다. 그리고 육체는 떠났으나 마음만큼은 계속 남아 어딘가에서 계속 당신들을 지켜봐주고 있을 것입니다... 스승님도 분명 이렇게 말씀하고 싶으셨겠죠. 그러니 앞으로는 먼저 떠나간 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가주세요. 그런다면 분명 그들도 안심하고 기뻐할겁니다."

"크흑..."


라프타의 위로 섞인 조언을 뒤로 하고 그들 전원은 곧 우주경찰들에게 연행되어갔다. 라프타는 멀어져가는 그들을 보며 그들이 이제부터는 올바른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마음 속으로 바랐다.


'... 그러고보니 방금전에 내 손을 누군가가 붙잡아준 듯한 그 느낌은 분명히...'

[자, 내가 도와줄테니 다시 해보거라.]

[네, 스승님.]

'스승님... 설마 저를 도와주신건가요...?'
"대체... 어디에 계신 겁니까, 스승님..."





"최상층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고?"

"네, 그 소년... 확실히 평범한 소년은 아니에요. 틀림없이 '그 종족'과 무슨 연관이 있는 게 틀림없는 모양이에요."

"'그 종족'과 연관이 있다라... 정말인지 아닌지 한 번 조사해보는 편이 좋겠어."
.
.
.

일주일 후


"... 으음..."


일주일이 지나고 지금까지 계속 잠들어 있었던 이천용은 드디어 눈을 뜨게 되었다. 정신을 차리고 잠시 자신의 몸을 살폈는데, 카르간에 의해서 뜯겨나갔던 양팔은 언제 그랬냐는듯이 멀쩡하게 원상복구 되어있었으며, 그 외의 부상들도 말끔하게 회복되어 있었다.

이천용이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정신을 차린 이천용을 반겨주는 네 명이 있었다. 곁에서 틈틈이 간병을 해주던 박창우와 이천용보다 한 발 먼저 회복을 끝마친 이세희와 이리스, 그리고...


"무사히 깨어나서 다행이야, 천용아...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

"세희야... 응?"

"안녕~"


어깨까지 내려오는 백발머리에 보석같이 조금씩 반짝거리는 금색 눈동자를 가진 20대 중후반처럼 보이는 한 여자가 이세희의 뒤에서 이천용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였다. 이천용은 처음 보는 여자가 자신에게 인사를 하자 의아해하며 이세희에게 뒤에 있는 그녀가 누구냐고 물었다.


"내 뒤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천용아? 내 뒤에는 아무도 없는데?"

"뭐?"


돌아온 것은 뜻밖의 대답, 이세희는 이천용이 말하는 그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리스와 박창우에게도 똑같이 물어봤으나 똑같은 대답이 돌아올 뿐이었다. 이천용은 자신이 잘못 보고있나 싶어서 눈을 비비고 다시 한 번 살펴보았다. 그러나 여전히 그녀는 자신에게 반갑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ㅈ, 저기... 정말 안 보여?"

"왜 그래, 천용아. 자꾸 그러니까 조금 무섭잖아..."

'그럼 대체 뭐야, 저 여자는... 내가 지금 꿈이라도 꾸고 있는 건가?'

"꿈 아닌데?"

"!?"


그녀는 이천용이 마음속으로 한 말을 들은 것처럼 말하였다. 처음 보는 데다가 자신 말고는 다른 사람에게는 안 보이고 자신의 속마음을 꿰뚫어보는 여자, 도무지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가 없어서 이천용의 머리에는 점점 한계가 오고 있었다.


"... 나 잠깐 나갔다올께."

"뭐? 어디로?"

"바람 좀 쐬게."


이천용은 바람을 쐬고 오겠다는 핑계로 그녀와 단 둘이서 얘기를 해보기 위해 그녀를 데려서 나가려고 하였다. 이천용이 그녀의 손을 붙잡으려 할 때,


슈욱-

"...!?"


이천용의 손은 그녀의 손을 통과해버리는 것이었다. 다시 한 번 붙잡아보려고 하였으나 마찬가지였다. 당황한 이천용은 잔뜩 경계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런 이천용과 달리 그녀는 가벼운 미소를 지으면서 이천용에게 대화를 걸었다. 


"하하, 너무 그렇게 경계하지 않아도 돼~"

"당신... 대체 누구야?!"

'천용이 지금 누구랑 대화를 하는 거야...?'

"음... 그렇게 물어본다면... 그래, 너의 '전생'되는 '영혼'이라고 할까?"

"... 뭐어!?"

"아무튼 그렇게 되었어. 그러니 앞으로 잘 부탁해, '나'!"

'이게 뭐야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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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본격적으로 천용이를 중심으로 스토리를 진행해보려 합니다



2024-10-24 23:18:17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