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유리] 함께 새겨두자

루이벨라 2018-01-10 9

전편 새겨둘 거야, 그리고...: http://closers.nexon.com/board/16777337/12842/

몇몇 설정 날조주의

투표의 결과에 따른 공개 엔딩입니다.











부제 : Happy Ending





이때부터 이곳이었군요?”

, 이세하 요원...!!”

여긴 어떻게 알고...!!”

 

연구소 앞에 우뚝 서 있는 나를 본 연구원들의 반응은 당연한 반응이었다. 유니온 중에서도 알 사람만 아는 극비 사항인 <지고의 원반> 의 위치를 아는 사람은, 특히 클로저 중에서는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내가 그런 <지고의 원반> 의 위치를 잘 알고 있는 이유는 딱 하나였다.

 

미래에서 알고 왔기 때문이었다.

 

연구원들은 다들 경악해하고 잔뜩 경계심을 보이고 있었다. 클로저 중에 원반의 위치를 아는 사람이 없다는 건, 즉 이곳에서 날 쫓아낼 무력을 할 만한 사람이 없다는 뜻이었다. 예전에 원반을 연구하던 연구원들 중에 위상력이 각성한 케이스는 있다고 했지만, 언젠가 부터는 원반을 연구하는 연구원들이 위상력에 함부로 각성하지 못하게끔 안전 장비를 미리 씌운다고 들었다.

 

연구원들 중에서 리더 격으로 보이는 여자가 내게 말을 걸었다.

 

이세하 요원...지금 당장 물러나주세요. 여기는 당신이 있을만한 곳이 아닙니다.”

왜요? 내가 그 데이비드 리라는 사람처럼 반역이라도 할까봐?”

, 이세하 요원...!!”

알만 해요. 당신네들이 나랑 엄마한테 한 짓거리 생각하면...내가 유니온에 반기를 들을 이유가 없는 건 아니니까요.”

 

그게 전혀 못해 먹을 짓이라는 건 그쪽에서도 잘 아는 모양이었다. 내가 <지고의 원반> 을 장악할까봐, 그래서 유니온에 또 반기를 드는 세력이 생길까봐 이렇게 전전긍긍해하는 것이다.

 

걱정 마세요. 이곳에 온 건 유니온에 반기를 들려는 것도, 원반을 장악하려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럼 무엇 하러...”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왔어요.”

 

여자는 연구원들 쪽을 훑어보며 아는 사람이 있냐는 뉘앙스를 취했다. 이 안에 있는 모든 연구원들은 사실 초면이었다. 내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는 사람, 아니 물체는...

 

아뇨. 저 원반이랑.”

“..., 뭐요?”

원반이랑,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했어요.”

 

지금 제정신인가? 라는 표정으로 날 보는 연구원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원반과 대화? 힘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물체이다. 말하는 물체, 이 사람들은 본 적이 없겠지. 나도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여자는 경계 어린 목소리로 내게 다시 물었다.

 

그 말은...원반 가까이에 가고 싶다는 말인가요?”

...그렇단 말이네요. 정 불안하다면 제 손에 위상력 억제 수갑을 채워도 돼요.”

 

내가 아예 두 손을 내놓자, 그들은 멋쩍은 표정을 짓더니 수갑을 채웠다. 15분만입니다, 라는 딱딱한 경고를 들으며 원반과 오랜만에 조우했다.

 

지금의 이세하는 원반을 장악하지 않은 상태. 고로 원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원반을 찾아온 건 궁금해서였다.

 

내 목소리 들리나?”

“-아주 잘 들리네, 클로저 이세하.”

 

아아, 원반의 목소리가 들린다. 노이즈가 잔뜩 낀, 여성인지 남성인지 구분할 수 없는 목소리. 오랜만에 듣는 이 기분 나쁜 목소리에 반가움이 물씬 드는 건 왜일까. 원반이 나를 알고 있다는 건, 지금의 원반도 내가 무엇을 하다 왔는지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일까.

 

예상은 적중했다.

 

“-결국, 변심한 거네?”

그래.”

“-...인간들이란 끝없는 욕심을 가진 존재이니, 예상은 했다만.”

넌 처음부터 다 알고 있었던 거야?”

 

그래서 나한테 그런 충고를 한 거냐고.

 

 

 

-원래 이런 기회는 없는 게 맞는 거야. 하지만 이세하 넌...그 없는 기회를 억지로 만들었어. 그것에 너무 심취하지 마. (...) 네 원래 목적이, 변질될 수도 있어.

 

 

 

원반은 웃을 뿐이었다.

 

“-글세? 난 모르지.”

네가 말했던 내 원래 목적이라는 거, 사실은 그걸 말하는 거였지? 내가, 서유리를 구하고 싶어한다는 그 본래의 목적 말이야.”

 

내가 내 자신을 속여 가면서까지, 묻혀 있다가 겨우 깨달은 목적. 원반은 계속 웃을 뿐이었다. 더 이상 말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건 네 나름대로 생각하기로 해. , 어쨌든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말이지, 지금 너한테 있는 이 기회’! 딱 한 번이라는 거지. 네가 서유리와의 추억을 더 새겨두든, 아님 서유리와의 미래를 더 새겨두고 싶게 서유리를 구하든, 어떤 선택을 하던! 기회는 딱 한 번이라는 것! 명심하도록.”

 

두 번은 없다. 여기서 어떻게 된다 해도 나에게는 이제 아무런 찬스도 내려오지 않는다.

 

“-설마, 더스트를 이기기 위해 구차하게 내 힘을 빌려달라고 온 건 아니지? 이런 시원찮은 질문을 하기 위해 이렇게 먼 길을 와 주었을리는 없고.”

아니, 난 그냥 묻고 싶어서 온 것뿐이야.”

 

게다가 이 위상력 억제 수갑을 차고 있는 상태로, 널 장악하려고 해도 장악할 수가 없다. 심지어 내 뒤로는 보는 눈이 매우 많았다. 어른 이세하라면 할 수도 있었지만, 지금 이 경험이 부족한 여린 몸으론 어떻게든 할 수 없었다.

 

그럼 할 말은 다 끝냈으니 가겠어.”

“-...달라졌군.”

 

, 달라졌어. 외면하려고 했던 희망과 마주하기 시작했다. 아무 것도 욕심을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삶에서 내 개인적인 작은 욕심을 내보기로 했다. 괜찮아, 다 괜찮을 거야...이런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 네 말대로 변한 거 같아.”

“-참 보기 좋군, 클로저 이세하.”

 

그 후로 내가 <지고의 원반> 과 마주한 일은 없었다.

 

 

 

* * *

 

 

 

요즘 세하 기분 좋아 보이네?”

그렇게 보여?”

 

- 뭐랄까...콧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어. 서유리의 그 말에 나는 멈칫했다. 난 이때까지 콧노래를 부르며 산 적이 없었다. 점점 다가오는 결전의 날에 비해, 내 마음은 참 평온했다.

 

“...이렇게 사는 거, 괜찮은 모양인가 봐.”

서유리는 가만히 보자며, 잠시 내 얼굴을 빤히 본다. 그리고 미소를 곁들이며 다시 한마디.

역시 세하는 웃는 얼굴이 참 잘 어울려~”

, 그래?”

 

, 아주 잘 어울려. 네 미소를 보는 것 자체로다 참 마음이 평온해지는구나. 널 지키기로 마음 바꾸기를 잘 한 거 같다. 넌 이젠 나한텐 하나의 버팀목과도 같은 존재. 그 버팀목이 계속 지탱하기 바라는 건...그렇게 큰 욕심은 아니겠지?

 

난 살면서 커다란 욕심을 바란 적은 없었다. 이번 각오가 어쩌면 내 인생의 제일 큰 욕심일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나에게 아주 중요한 일이었다.

 

그러고 보니, 미래에서의 나는 어땠어?”

 

내가 미래에서 왔다는 사실을 안 이후로 서유리는 자주 미래에 대해 물었다. 미래에서의 자신은 어떤지, 그리고 미래에서의 나는 어떤지...주로 우리 두 사람과 관련된 이야기를 물었다.

 

늘 변함없었어.”

변함없다니...사람이 발전이 있어야지...!”

있는 그대로도 좋았으니까.”

 

변함없이, 우리에게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내가 벼랑 끝자락에 서 있는 기분일 때마다 가장 먼저 다가와 초콜릿을 나눠주었고, 최후의 순간까지도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바보.

 

요즘 들어 먼젓번의 후회가 다 필요 없었다는 듯이 미래에서의 우리가 어떤 대화를 하고, 어떤 추억을 쌓았는지에 대해 천천히, 하나씩 생각이 나기 시작했다. 서유리와 같이 있으면서 자연스레 떠오르는 하나 둘 좋은 기억들.

 

오늘은 어디로 갈까?”

근처 호숫가에서 산책이라도 할까?”

 

낙엽 하나가 우리들 사이로 떨어졌다. 가을이다. 가을이 가면 곧 겨울이 온다. 그리고 겨울이 오면 그 때가 다가온다.

 

그날은...인생 최악의 날.

 

-정말이지, 인간이란 어리석은 거 같아.

 

더스트는 그렇게 나를 조롱했다. 엇바뀐 제비뽑기 위치, 그로 인해 정해진 작전 구역. 본래라면 내가 갔어야했지만 전날 밤샘 근무로 인해 몸 상태가 좋지 않은 나를 배려해주며 제비뽑기를 바꿔치기 한 너. 그 한 끗 차이로 너와 나의 사이는 갈라져버렸다.

 

그런 연유로 그 날 이후로 난 내가 미웠다. 지금도 밉긴 하다. 그 후로는 제멋대로 살았다. 내 몸 신경 하나 안 쓰고 그냥 ** 듯이 임무에만 집중하는 클로저로 살았다. 명성은 점점 쌓이는데 마음 한구석은 텅 비어있기만 하다.

 

한번은 과로로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 가니 이슬비에게 한 소리를 들었다.

 

-도대체 언제까지 너 자신을 질책할거야!?

-질책이라니...

 

이건 당연한 결과야. 인과응보, 난 이 모든 걸 받아들일 수 있는데...하지만 주변인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렇게 가끔씩 내게 잔소리를 퍼붓던 이슬비도 얼마 후, 없어지고 말았다. 서유리와 이슬비뿐만 아니었다. 나와 연관된, 내가 소중하게 여겼던 사람들은 하나둘씩 내 곁을 떠나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길에 들어섰다.

 

내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은, 다 내 곁을 떠나버려...괜히 하늘에다 그렇게 불평했다.

 

나라는 존재가 이렇게 불행만 가져다주는 존재였던가? 그런 생각을 안할래야 안 할 수가 없었기에, 나 자신을 너무 미워했다. 이 불꽃이 언제쯤이야 꺼질 수 있을까. 불꽃은 아슬아슬하게 타올랐지만, 내 입장에서 볼 때는 참으로 끈질기게 자신의 심지를 태우고 있었다.

 

지금도 밉지, 이세하, 너라는 사람이, 존재가, 클로저가?

 

, 지금도 밉다. 이렇게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와중에도 난 날 증오한다. 미래에서 가지고 온 기억은 그렇게 날 괴롭힌다. 나를, 그리고 주변인들도.

 

곧 닥칠 일에 대해서 몇 가지 준비를 해야 했다. 미련을 줄이는 것. 그 중 하나가 나를 용서하는 것. 용서까지는 아니더라도 부정적인 감정은 버리고 가는 것. 말이 쉽지, 실상은 쉽지 않지만 난 되도록 노력했다.

 

이대로 사라져버리면 제일 울어야 할 사람은 나일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문득 디지털시계에 있는 달력 날짜를 확인한다. 얼마 남지 않았다.

 

그날이 다가오고 있어.”

 

곧 다가온다.

 

 

 

* * *

 

 

 

그리고 디데이, 오늘이다.

 

그 익숙한 제비뽑기 통을 유정이 누나는 우리의 앞에 내밀었다. 내가 맨 마지막에 뽑는다. 내가 뽑은 곳은 D구역. 오늘 더스트와 조우할 장소이다.

 

그리고 내가 죽을 장소.

 

세하는 D구역이야?”

. A구역이야? 운이 좋네.”

하하, D구역 너무 넓어서 정찰하기 참 힘들긴 하지.”

 

그래서 일명 악마(Devil)의 구역이라고 우리들끼리 부르고 있었다. 근데 말이 씨가 된다고 하던데 정말 그런 거 같다.

 

, 그렇게 따지면 그런 별명을 붙이지 말걸 그랬나? 근데 이미 오래전부터 그렇게 부르고 있던 걸 어떻게 입에서 떼어내...? 어차피 이런 우스갯소리를 하는 것도 오늘만이다.

 

미래는 내가 변심 하나 했다고 크게 변하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비슷하게 흘러간다. 예를 들자면, 내가 D구역의 빌딩단지에서 더스트를 조우한 것이라던가.

 

본래의 미래에서라면 내가 아닌 서유리가 조우했던 장면이었지만, 원래의 제비뽑기대로라면 내가 겪어야 할 모습이었다. 그냥 약간 어그러진 걸, 다시 원상복귀한 것 뿐.

 

그래, 이제 이걸로 된 거다.

 

더스트는 상큼하게 내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

“...더스트.”

오늘은 좀 바람이 나서 나와 봤는데 이렇게 보게 되네~?”

 

운도 좋게! 그 뒷말이 나에겐 우습게 들렸다. 운이 좋다? 저 차원종은 언제나 생각이 약간 뒤틀려 있었다. 자신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도발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내 반응이 담담해서인지 더스트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뭐야, 그 때의 그 살기는 어디 간 거야? 포기한 거야?”

?”

이 나를, 죽이는 거.”

 

더스트는 깔깔거렸다. 이 정도로 충분히 도발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가만히 있자 더스트가 오히려 당황한 기색이었다.

 

, 뭐야? 왜 그렇게 멀뚱하게 있는 거야?”

내가 너한테 무슨 반응을 보이든지 간에, 그건 내 마음 아닌가?”

그 때의 그 살기...나를 죽이려고 했던 그 살기는! 다 어디로 간 거야!?”

내가 그런 걸 가지고 있었던가?”

 

평온하다. 저 가시 돋은 말들이 내 가슴을 후벼 파는 것과 별개로 난 지금 아주 침착했다.

 

더스트의 최후의 한마디.

 

...그 때의 이세하맞아?”

그러한데?”

아냐아냐! 너무 다르잖아! ...재미없어졌어. 싫증났어.”

 

상대의 감정을 가지고 노는 네가 보기엔 지금 내가 재미없겠지. 싫증나겠지. 그리고 그 뒤에 더스트가 할 행동을 난 뻔히 알았다.

 

난 재미없는 남자는 싫어하거든?”

“...”

근데, 네가 여기서 죽는다면...남은 인간들이 날 살기로 가득한 눈으로 보게 될 것이 기대가 되어지는 거 있지?”

 

내 앞에 있는 이 차원종은 참 변덕쟁이이다. 그런 변심 또한 어떻게 바뀌게 될지는 가늠이 안 가지만 괜찮다. 더스트는 날 죽이기로 결심했다. 이 자리에서 오늘 죽는 건 서유리가 아닌 나다.

 

그냥 그거 하나면 족하다.

 

난 줄곧 의문이었다. 그렇게 서유리를 소중히 여기는데, 난 왜 구하려고 하지 않았는가. 그건 내가 희생을 해야 하는 가능성이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목숨처럼 소중하다고, 내 삶의 버팀목이라고 했던 서유리보다 내 안위를 먼저 생각하는 게 우스울 따름이다. 난 이때까지 이상한 부분에서 떼를 쓰고 있었다.

 

그럼 더스트가 날 죽이기 전에 도망치면 되지 않나? 라는 선택지도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도망쳐 벗어나기엔 이미 늦었다. 지금 내 위로 무수하게 떨어지는 저 건물 파편을 내가 잽싸게 피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이세하는 여기서 끝이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서유리는 계속 살아간다. 적어도 내가 보는 앞에서 서유리의 끝을 보는 일은 없어졌다.

 

그거면 족하다고 생각한다.

 

...평온하고 고요하다. 고요한 바다 바로 위에 두둥실 떠 있는 기분이다.

 

 

 

* * *

 

 

 

그런 고요한 기분이었는데, 갑자기 발작처럼 기침이 튀어나왔다. 기침을 필두로 온몸의 근육들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이건...또 뭐야.

 

콜록콜록...!!”

, 숨 트였다...!”

여기, 사람이 깔려있어요, 빨리 오세요!”

 

무슨 일이야...머리가 지끈거린다. 시야가 무언가 때문에 흐릿하다. 머리에 흐르는 걸 만져본다. 따뜻하고 검불그스름하다.

 

피다.

 

좀 전의 그건 무슨 대화일까? 숨이 트였다느니, 사람이 깔려있다느니...머리가 안 돌아간다. 아마도 다친 부분이 머리라서 그런가 보다.

 

, 세하야 정신 들어?!”

“...서유리?”

 

다행인 건 시야는 잘 안 보이는데 청각은 잘 들린다. 목소리를 들어보니 서유리다. 소금기 섞인 그 목소리의 주인공의 이름을 중얼거리자, 서유리가 나를 와락 안는다.

 

죽는 줄 알았어...!”

“...누가?”

 

네가, 아니면 내가?

 

넌 어쩜 그렇게 태평해!”

태평하다니?”

너 지금 건물에 깔려 죽을 뻔 했다고!”

 

아아...내가?

 

그 때랑 똑같다. 다른 점은 네가 아닌 내가 그 건물더미에 묻힌 거고, 난 기적적으로 지금 네 품안에 있는 거고.

 

웃음이 나온다.

 

하하...하하하...!”

, 뭐야, 왜 웃어...”

아니야, 그냥...기분 좋아서.”

이렇게 다쳤으면서 좋아하는 사람 처음 본다!”

 

뒤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구급차가 온 모양이다. 하하, 이렇게 끝나서 다행이다...정말 다행이다...

 

** 듯이 웃다가 갑자기 눈물을 쏟아 내다니..., 오늘 왜 이러지...

 

 

 

* * *

 

 

 

그 자리에 죽을 각오로 간 거야?”

사실 거기서 죽어야 했던 건 애초에 나였으니까.”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사람 목숨은 다 소중한 거라고.”

 

죽을 사람, 안 죽어야할 사람, 그런 거 나누는 거 없다고. 아아, 이런 말을 하면서 너는 울까? ...우는구나.

 

네가 그랬잖아. 클로저는, 모든 사람을 구해야 한다고.”

.”

모든 사람안에 나는 너도 포함하고 있다고!”

“...”

 

그거, ......쑥스러운 것과 별개로 기분이 생각보다 좋았다. 서유리도 자기가 말하고 부끄러운지 내 얼굴을 차마 **를 못한다.

 

내가 항상 말했잖아. 세하는 엄청 대단한 사람이고, 충분히 사랑받을 사람인데, 그걸 너만 모르는 거 같다고.”

“...”

조금 더, 네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욕심을 내도 돼.”

 

욕심내도 되는 걸까? 항상 부정하면서 살아왔는데.

 

욕심내도 된다고?”

.”

정말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욕심쟁이가 될 지도 몰라.”

괜찮아.”

 

차라리 그게 나아. 서유리는 언제나 변함없이, 나를 보며 환하게 웃어준다. 그래서였을까. 그래서 내가 서유리에게 푹 빠지게 된 걸까?

 

...노력은 해볼게.”

약속한 거다?”

. 그럼 나도 한 가지만 약속하자.”

?”

 

평생이라고는 안 할게. 하지만 서로가 할 수 있는 최선으로, 둘이 같이 사는 것. 어느 한 쪽이 희생하라는 삶은 살지 말 것. 나뿐만 아니라 너도 같이 소중히 여기는 것. 난 아직 나 혼자만 소중히 여기는 이기심은 가질 수 없는 거 같다. 내 세계 안에는 너라는 존재가 그만큼 거대하다.

 

너는 고개를 끄덕인다. 같이, 함께 있어보자는 너무도 행복한 맹세를 한다.

 

이제, 둘이서 함께 새겨둘 길만 나란히 걸어가면 되었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애쿼머린(루이벨라)입니다. 단편으로 1편만 쓰던 새겨두다시리즈의 긴 여정을 마무리하게 되었네요.

사실 엔딩이 4개 정도 있었는데 투표 결과로 해피엔딩만 일단 공개했습니다. 나머지 3개의 엔딩은 회지를 내든, 보호글로 올리든 어떻게든 나중에 올리긴 할 겁니다. 우선적으로 이게 공식적인 엔딩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번 시리즈는 생각보다 많이 힘들었습니다. 1인칭 주인공(세하)시점인데 하필 그 서술자가 너무 암울하고 자기 비관이 심해서(...)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무겁게 진행되어서 쓸 때마다 마음 독하게 먹고 썼습니다. 1편 쓸 때마다 마음 추스르는 데에 시간을 다 써서(...) 엔딩이 이리 늦어졌네요.

그래도 쓰면서 즐거웠습니다. 사계 시리즈 이후로 애착이 가는 시리즈에요.(죽도록 힘들어서 더 애착이 가는지도...)

아마 다음 작품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거 같습니다.(단편이든, 시리즈이든 간에) 일단 마무리 단계까지 온 장편을 끝내고 나서 천천히 차기작 구상할 생각입니다.

늘 부족하지만 항상 봐주시고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그럼 다음 글에서 뵙겠습니다.

늘 즐거운 글쟁이이고 싶은 애쿼머린(루이벨라) 올림

2024-10-24 23:18:16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