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팩, 잊혀진 어금니 (4)

벨리에나 2018-01-09 0

 독일 지부 상부에서는 맥스를 그 어떤 인물보다 특별하게 관리하고 있다. 그들은 맥스의 몸에 기계를 달면서 그가 독일 지부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맥스는 그들이 어떠한 장치를 달아놔도 개의치 않고 움직일 수 있었다. 무슨 일이 있다면 팔과 다리를 부숴버리거나 뽑아버리면 해결되었다. 과학자들은 맥스에게 장치를 꺼둘 테니 더 이상 기계를 부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고 그 뒤로 맥스는 조용히 임무를 수행하며 과학자들의 걱정을 줄여주었다.


 몇몇 과학자가 맥스에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맥스 요원님. 기본적인 부품에 이런 장치가 있을 줄이야...... ."

 "저희 잘못입니다. 당연한 건 줄 알고 넘겨짚은 모양입니다."


 맥스는 별다른 반응 없이 그들에게 왼팔이 보이도록 자세를 변경했다. 과학자들은 맥스가 무슨 반응이라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들은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실행했다.


 "그럼, 결합부부터 손을 보겠습니다. 신경 연결 때문에 잠시 아플 수도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맥스의 왼팔에 옹기종기 모여 부서진 결합부를 제거하기 시작했다. 편한 환자가 있다면 맥스와 같을 것이다. 고통스러운 시술에도 신음 소리 하나 없이, 오히려 상대방이 편하도록 자세까지 유지해준다.


 맥스가 독일 지부에서 지내기 시작하면서 독일 지부의 기술력이 눈에 띄게 발전했다. 과학자들은 맥스가 알려준 모든 것을 바탕으로 기술 연구에 들어갔다. 위상력과 관련된 장비는 독일의 것이 최고로 떠올랐고 장비와 사람의 조화도 뛰어났기 때문에 요원들의 힘도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또 기계를 부순 건가, 맥스?"


 자동문이 열리면서 두 명이 요원을 양 옆에 데리고 관리국장 슈타인이 들어왔다. 과학자들은 해체한 결합부를 떨어뜨릴 뻔 했지만 맥스가 발 안쪽으로 받아낸 뒤 바닥에 내려놓았다. 슈타인은 두 명의 요원에게 손짓해주며 자리를 지키게 한 다음 정장 바지에 손을 꽂은 채 맥스에게 다가왔다. 그는 등받이가 없는 철제 의자를 가져와 맥스 앞에 앉았다.


 "그래, 이번엔 무슨 일이지?"


 독일 베를린지부 요원관리국장 슈타인은 관리요원의 권한이 최소화된 사냥터지기 팀을 관리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관리국이 사라지지 않은 것도 국장 슈타인의 뛰어난 업무 처리 능력 덕분이다. 오십이 넘는 나이에서 나오는 노련함은 총본부에서도 알아준다. 그는 관리요원 뿐만 아니라 오퍼레이터의 교육도 맡고 있어 독일 지부는 다른 지부보다 뛰어난 요원관리 능력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그가 독일 지부에서 이름을 떨치게 된 이유는 과거, 맥스와 함께 2인조로 활동하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괜찮아. 저 두 요원의 입만 가리면 되니까. 정 믿기지 않는다면 두 사람을 돌려보내...... ."

 "어지간히 할 일이 없나보군, 슈타인."


 슈타인은 피식 웃었다.


 "글쎄. 관리국장인 내가 관리를 소홀히 할 수 있겠나? 위에서부터 활동해야지."

 "자네답군. 기계의수에 어떤 장치가 발동하여 루나를 습격했다."

 "장치? 무슨 장치?"


 과학자 중 한 명이 조그마한 칩을 보여주면서 말했다.


 "이겁니다. 칩의 종류를 보니 자동 프로그램 설정이 가능한 종류입니다."


 슈타인은 휴대용 홀로그램 조작기를 펼치면서 칩을 꽂았다. 홀로그램이 떠오르면서 칩을 해석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잠시 후, 해석이 완료되었다.


 "어디...... 자동 경계태세, 위상력 방출, 의수 개조...... . 허, 잘 부쉈군, 맥스."

 "이 칩을 언제 이곳에 들였는지, 누가 그것을 점검했는지 알 수 있나?"

 "맥스."

 "관리국장은 너다, 슈타인. 누군가가 사냥터지기 팀을 노리고 있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슈타인은 다리를 조금 벌리며 앞머리를 쓸어 올렸다.


 "시간이 필요하다. 독일 지부 내에서 그런 일이 있는 거라면 금방 해결하지 못해. 그때까지 자네의 도움이 필요하네."

 "무슨 도움?"

 "사냥터지기 팀의 보호역할."

 "...... 날 세계에 끌어낼 생각인가?"

 

 슈타인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그는 이를 악 물며 말했다.


 "울프팩 팀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고 있나?"


 맥스는 고개를 조금 떨어뜨렸다. 목이 뻐근하지 않았지만 고개를 돌려야했다. 슈타인은 마저 말을 이었다.


 "서지수 요원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고 있나? 네가 사라진 뒤로 울프팩 팀 전원이 사람 취급을 받지 못했다. 관리요원인 데이비드 리까지 감시를 받았을 정도였으니 어느 정도인지 상상이 가나? 막내였던 그 아이는 위상력을 빼앗겨 지금은 약 없이 살지 못하는 몸이 되었고, 베로니카는 차원종에게 잡혀 실험을 당했어. 유니온은 그런 그녀를 회수하면서 수용소 최하층에 가두었고. 훈련교관? 아예 이름까지 트레이너로 바뀌어 지금은 살아있음에도 죽은 사람 취급 받더군. 그리고 서지수. 차원 전쟁이 끝난 뒤 그녀는 단 한 번도 자유로운 삶을 살지 못했다. 그녀의 아들까지도 고통 받았어. 더스트가 다시 활동을 시작한 지금, 왜 그녀를 풀어놨을 것 같나? 유니온은 또 다시 그녀를 이용하려는 것이다."


 쾅!

 

 슈타인은 근처 기둥을 발로 걷어차며 맥스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자네는 뭘 했지? 그 오랜 시간 동안 뭘 했냔 말이다! 자네가 이렇게 숨어있는 동안에도 얼마나 많은 클로저가 고통을 받는지 알고 있나? 자네를 세계에 끌어낼 생각이냐고? 그럼 자네는 이 상황을 지켜보기만 할 생각인가?"

 

 맥스는 새로운 기계의수가 달리는 신경 연결을 느끼고 왼팔을 돌려보았다. 예전 것과 같이 문제없이 움직였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슈타인에게 다가갔다. 압도적인 체격 차이. 그럼에도 슈타인은 물러서지 않고 당당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진짜 지수가 아들과 함께 왔더군."

 "서지수 요원을 만날 건가?"

 "네가 돌려보내라."

 "...... 뭐?"

 "지금은 만나지 않겠다. 지수도, 나도, 지금은 만나면 안 된다."

 "어째서?"

 "그들이 날 원망했으면 좋겠다. 살아남아서, 그렇게까지 고통을 받았으니.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그들은...... 내 제자들은, 내게 고마워하고 있었다. 난 그들에게 감사를 받을 자격이 없다."

 

 맥스가 대화를 마치고 걸어가자 슈타인은 그를 불러 세웠다.


 "맥스, 도망치려는 건가?"


 슈타인과 함께 온 두 명의 요원이 문 앞을 가로 막았다. 맥스는 눈을 깜빡이다가 고개만 돌려 대답했다.


 "총장부터 조사해라."



 서지수가 앨리스의 안내를 받으며 독일 지부장에게 자신에 대한 보고를 하러 간 사이, 이세하는 병실에 남아 볼프강이나 루나와 얘기하고 있었다. 주로 맥스와 관한 얘기였고, 다른 얘기는 서지수나 자신의 얘기였다. 흑지수는 일부러 입을 열지 않았다.


 "호오, 그때 네가 선배의 뱃속에 있었던 거구나?"

 "네, 뭐...... . 무리하신 거죠."

 "하지만 덕분에 서지수 님이 사신 거니까...... 다행이죠."

 "그건 또 그러네."


 볼프강은 흑지수를 슬쩍 보았다. 그녀는 쉽게 이야기에 참여하지 못했다. 이세하의 눈치를 보는 것 같았다. 이세하 또한 드러내진 않고 있지만 그녀를 멀리하고 있다. 루나 또한 볼프강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발견하고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저기, 이세하."


 흑지수가 벌떡 일어나더니 이세하에게 다가갔다. 이세하는 깜짝 놀라 의자에서 넘어질 뻔했다. 다른 사람들은 흑지수의 행동에 놀라워하며 상황을 지켜보았다. 흑지수는 입술을 깨물며 눈을 감았다가 번쩍 뜨며 오른손을 내밀었다.


 "흑지수라고 해. 독일 지부 특별요원이지."

 

 이세하는 그녀의 손과 얼굴을 번갈아보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흑지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클론이랑 손도 잡기 싫은 거야?"

 "아, 아뇨...... . 그건 아닌데...... ."

 

 흑지수는 이세하의 오른손을 양손으로 가져오며 그의 손을 붙잡았다.


 "나는 말이야, 지금 네 기분을 알겠어. 엄마의 클론을 어떻게 대해야할지 모르겠지?"

 "...... 네."

 "그럼 동료는 어때? 나도 너처럼 유니온에 대한 불만이 많거든. 이건 서지수의 인간성을 짓밟은 거야. 함께 유니온을 바꾸는 동료. 어때?"

 "뭔가...... 엄마랑 비슷하네요. 먼저 나서는 성격이나, 행동하는 거나."


 이세하는 조금 고개를 떨어뜨렸다.


 "전 따로 친척을 만날 수 없었어요. 엄마의 감시도 얼마 전에 해제되었으니 어딜 갈 수가 없었거든요. 엄마에게 친척에 대한 얘기를 들을 수도 없었고...... . 그런데 이렇게 엄마랑 비슷한 사람을 만나니, 엄마 쪽 친척을 만난 것 같아요."


 이세하는 빙긋 웃으면서 일어섰다.


 "제가 아직 익숙하지 않아 잘 대하진 못하겠지만, 잘 부탁해요, 흑지수."


 세하도 두 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 볼프강과 루나는 흐뭇하게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지부장실에서 나오던 서지수는 기지개를 피며 나왔는데 앨리스가 없어 잠시 당황했다.


 "응? 어디 간 거지?"


 주변을 둘러보던 서지수는 돌아가는 것과 기다리는 것, 두 가지 선택 중 하나를 고르기 위해 고민했다. 그녀는 근처에 있는 의자에 앉아 앨리스를 기다리기로 했다. 길도 모르고, 앨리스를 두고 갔다가 자신이 사라졌다며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이 갔기 때문이다.


 "서지수 요원."


 서지수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 쪽을 바라보았다. 정장을 말끔히 차려입고 있던 관리국장 슈타인이 양손에 커피를 들고 다가오고 있었다. 서지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목례했다.


 "슈타인 선배. 아니, 국장님."

 "편하게 불러. 잠시 대화 가능한가?"

 "물론입니다."


 슈타인은 서지수에게 커피 한 잔을 넘겨준 뒤 함께 자리에 앉았다. 서지수는 어색한 분위기에 헛기침만 했다.


 "오랜만이군. 출국 금지가 최근에 풀렸지?"

 "예. 더스트의 활동을 계기로 제 감시가 풀렸습니다."

 "다행이야. 늘 걱정하고 있었거든. 그러고 보니 세하도 잘 컸더군."

 "혼자 잘 컸죠. 이런 엄마 아래에서...... ."


 서지수는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슈타인에게 질문했다.


 "왜 제게 오신 겁니까?"

 "자네도 알지 않나."


 슈타인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서지수는 당황하지 않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


 "선배는 어디 있는 겁니까?"

 "오늘은 돌아가게."

 "여기 있는 거 압니다."

 "그래. 그러니 돌아가라는 것이다."

 "제가 물러날 것 같습니까?"

 "안다. 하지만 돌아가라. 맥스가 직접 말한 것이다."


 슈타인은 서지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서지수 요원. 이건 명령이다. 이세하 요원과 함께 돌아가라."


 서지수는 표정을 굳혔다. 물러나지 않겠다는 그녀의 의지가 충분히 느껴졌다. 그럼에도 슈타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뒤돌았다. 그는 한손을 주머니에 꽂으며 말했다.


 "독일 커피도 꽤 맛있군."


 슈타인은 커피를 입에 가져가면서 저 멀리 걸어갔다.


 서지수는 양손으로 쥐고 있던 커피를 바라보던 중 커피를 담고 있는 컵이 이상하다고 느꼈다. 빠르게 커피를 마신 뒤, 그녀는 컵에 위상력을 주입했다. 역시, 위상력 장비였군. 서지수는 슈타인이 뛰어난 조작 능력을 가진 위상능력자였던 것을 떠올렸다. 그녀의 위상력에 의해 변화한 컵은, 윗부분만 조금 젖어있는 홀로그램 조작기로 변화했다.


 서지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슈타인 쪽으로 목례했다.


 "고맙습니다, 선배."




 '레전드' 클로저 맥스에 관한 정보 (3)



 맥스에게는 뒤에서 받쳐주던 든든한 동료가 한 명 있었다. 슈타인 본 슈뢰더. 맥스와 달리 뒤늦게 위상력에 눈을 뜨게 된 클로저다. 지금은 독일 지부 전체의 관리요원과 오퍼레이터를 교육하는 관리국장을 맡고 있다.


 그들은 전장에서 빛을 발했다. 정면에서 맥스가 모든 적을 날려버리며, 슈타인이 뒤에서 맥스가 처리하지 못한 차원종이나 일을 처리하는 역할이었는데, 두 사람은 죽이 잘 맞아 항상 모든 임무를 성공시켰다.


 맥스가 유니온을 탈퇴한 뒤에도 그와 연락을 하던 유일한 인물이었고, 그 당시에 데이비드와 함께 울프팩 팀을 관리하던 고위 관리요원이었다.


 슈타인도 맥스가 차원 전쟁 마지막 전투 때 죽은 줄로만 알았으나, 약 10년 전, 팔과 다리를 잃은 채 살아있던 맥스를 데려온 것이 바로 슈타인이다.

2024-10-24 23:18:13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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