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지부.

 임무에서 복귀한 클로저 루나 아이기스는 자신의 선생님인 볼프강이 있는 의료 시설로 향했다. 자신이 자란 과학 시설이 무너졌다는 것 뿐만 아니라 그녀의 선생님까지 부상을 당했다는 소식에 그녀는 가슴을 졸였다. 선생님처럼 노련한 분이 부상을 입을 정도였다면 얼마나 큰일이었다는 걸까? 앨리스도 왔다고 하니 물어봐야겠어. 루나는 볼프강이 있다는 병실 문을 열며 우선 고개만 슬쩍 내밀었다.

 "아, 요원님. 이쪽입니다."

 앨리스는 읽고 있던 책을 덮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다른 여성들보다 비율이 좋아 루나는 은근히 열등감을 느꼈다. 루나는 앨리스가 앉아있던 자리 옆에 누워있던 볼프강을 발견했다.

 "선생님!"

 "여전히 목소리가 크네."

 루나는 아이기스를 볼프강이 누워있는 침대 옆에 세워두고 그의 상태를 확인했다. 몇몇 부위가 골절 당한 것 빼곤 큰 이상은 없어보였다.

 "뭐, 큰 이상은 없어 보여서 다행이네요."

 "걱정 고맙구나."

 루나는 뒤돌아 앨리스에게 질문했다.

 "근데 지진이라니, 무슨 일인가요, 앨리스?"

 앨리스는 눈과 얼굴만을 이용해 옆에 누군가가 있다고 알려주었다. 눈치가 빠른 루나는 볼프강 옆에 커튼이 쳐져있음을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저 사람이 지진을 일으켰다는 거예요?"

 "그 말도 맞긴 하지만 조용히 해주시길 바랍니다. 저분은 사흘 동안 잠을 ** 못하셨으니까요. 뭐, 이 상황에서 말씀드리는 게 조금 이상하긴 하겠지만 소개해드리죠. 사냥터지기 팀에 합류한 맥스 요원님입니다. 루나 요원님이 있던 시설의 최하층에 계셨다고 합니다."

 그때, 루나는 이상한 반응을 보였다. 놀라움이 담긴 표정과 믿을 수 없다는 표정, 그리고 두려움이 담긴 표정까지. 앨리스는 재빠르게 질문했다.

 "혹시 저분에 대해서 아는 게 있습니까?"

 "...... 저 사람, 자는 거 맞죠?"

 "네. 워낙 말이 없으셔서 숨소리로 겨우 확인했습니다."

 루나는 앨리스가 앉아있던 자리에 털썩 앉으며 아이기스를 품에 꼭 안았다.

 "우리 2분대는 한 번씩 만나봤을 거예요. 맥스는 좋은 사람이에요. 앨리스의 말처럼 항상 과묵하지만 내려가면 조용히 챙겨주곤 했죠. 어느 날이었어요. 제가 내려가보니 맥스가 없었어요. 대신 안쪽 실험실에 빛이 나서 다가가보니...... ."

 루나는 아이기스를 들어보였다.

 "자신의 몸에 여러 관을 연결한 뒤 아이기스와 더불어 여러 무기에 무언가를 주입하고 있었어요. 아마 무기에 주입하는 게 맞을 거예요. 함께 있던 과학자들이 맥스를 보며 '빼내도 빼내도 끝이 없다' 라는 말을 사용했으니까요."

 "힘을 빼앗기고 있었다...... 이 말 같군요."

 "우리는 미스틸테인이 시설을 떠난 뒤 맥스에게 갈 수 없었어요. 몰래 내려가봐도 맥스는 없었죠. 할아버지들이 맥스를 꺼낸 이유를 모르겠어요. 분명 단순한 사용이 아닌, 뭔가가 더 있을 거예요."

 루나의 말에 볼프강과 앨리스는 묘한 불안감에 휩싸였다. 알파퀸의 이용 뿐만 아니라 뭐가 더 있다는 걸까? 볼프강은 누워서 팔짱을 꼈다.

 "그런데 선배님은 어떻게 이곳에 있는 거지? 저분의 기록은 찾아볼 수 없었어."

 "맞습니다. 클로저들은 맥스 요원에 대한 기록을 찾아볼 수 없을 겁니다. 제가 아는 선에서 찾아본 결과 차원 전쟁 때 클로저의 신분이 아닌 일반인의 신분으로 외부 차원으로 넘어갔다고 합니다. 그 뒤에 돌아오지 않았고요. 독일 과학 시설이 어떤 방법으로 맥스를 찾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는 유니온에서 대대적으로 삭제시킨 클로저니까요."

 잠시 고민하던 볼프강은 손가락을 튕기며 한 사람을 말했다.

 "흑지수의 기억 속에 선배님에 대한 기억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 애쉬와 더스트가 건든 기억은 자신들에 대한 것이나 서지수 선배에 관한 것이었잖아?"

 "그럴 수 있겠네요. 지금은 조금이라도 정보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제가 불러오도록 하죠."

 앨리스가 서둘러 나간 뒤 병실에는 세 사람만 남게 되었다. 루나는 아이기스를 내려놓으며 잠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려고?"

 "제가 아는 분이 맞나 확인해보려고요."

 "아, 그래."

 루나는 조심스럽게 커튼을 넘어가며 이불을 반쯤 덮으며 곤히 자고 있는 맥스를 발견했다. 그는 여전히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망토는 거슬렸는지 옷걸이에 걸려있었다. 루나는 그 망토를 보고 예전에 맥스가 입고 있던 것과 동일하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이불 밖으로 꺼내고 있는 기계의수, 길이 때문에 빠져나온 기계의족을 보고 맥스라고 확신했다.

 "이렇게 강력한 분이 왜 팔을 잃으신 걸까...... ."

 루나는 맥스의 왼팔 위에 손을 올렸다. 익숙한 위상력. 맞아, 아이기스에서 느껴지던 힘이랑 비슷해. 혹시 안나도 맥스에게 힘을 받았던 걸까?

 '아저씨...... .'

 루나는 머릿속에서 울려오는 안나의 목소리에 놀라며 자신 또한 기억 속으로 넘어갔다. 맥스를 바라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자신. 희한한 경험이었다. 자신의 옆에는 곰 인형을 안고 있던 안나가 우울한 표정으로 서있었다. 루나는 안나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안나. 너, 이 사람을 알아?"

 "응...... . 나도 이 아저씨에게 힘을 받았었어."

 "혹시 대화도 해봤어?"

 "한 번 해봤어. 그 뒤로 한 번도 말할 수 없었어."

 "정말? 어떻게?"

 "내가 성공적으로 태어나지 못하고 죽었을 때 말을 걸어주셨어."

 루나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녀의 실패로 태어난 게 바로 자신. 감히 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 안나는 곰인형에 입을 감췄다.

 "아저씨는 내게 이렇게 말해주셨어. 다음 번에 만날 때는 이런 식으로 만나지 말자고...... ."

 "다음?"

 루나가 머릿속에서 안나와 얘기를 나누는 사이 볼프강은 자신이 누워있는 침대 옆에 놓여있던 아이기스가 진동하는 것을 느꼈다.

 "음? 왜 이러는 거지?"

 동시에 그의 검은책마저 공명하기 시작했다. 사악한 사념의 반응이 아니었다. 그저 근처의 강력한 위상력이 느껴졌을 뿐이다. 바로 옆에서.

 볼프강은 커튼을 걷으며 외쳤다.

 "루나!"

 맥스는 여전히 누워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그의 기계의수는 비정상적으로 들려있었다. 손바닥에서는 위상력이 모이면서 곧 발사할 것처럼 보였다. 그 손바닥은 루나를 향하고 있었다.

 "루나, 엎드려!"

 루나가 움직이려고 하자 기계의수는 쭉 늘어나 루나의 목을 감고 독사차럼 손바닥을 루나의 얼굴에 들이밀었다. 루나는 고통스러워 팔을 부셔보려고 했으나 도저히 부서지지 않았다. 볼프강은 검은책에서 엘리고스를 소환해 명령했다.

 "저 팔 중간을 끊어!"

 엘리고스는 커튼을 찢으며 넘어가 양손에 쥔 검을 거꾸로 쥐고 맥스의 팔에 내리찍었다.

 콰직.

 엘리고스의 검이 산산조각 나면서 엘리고스는 점차 모습이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손바닥의 충전이 끝났는지 진동 소리가 사라졌다. 루나는 눈을 감았고, 볼프강은 아이기스를 들고 침대를 박찼다.

 푸쉬이...... 쾅!

 2초 정도 됐을까. 볼프강은 자신이 본 광경을 다시 떠올려보았다.

 깨어난 맥스는 루나를 향하고 있던 손바닥을 오른손으로 감싼 후 분지른 뒤 부숴버렸다. 부숴버린 기계 손을 날린 뒤 주먹으로 어깨와 연결된 기계 부분을 깨부쉈다. 지금은 울고 있는 루나를 달래주면서 그녀의 목에 감겨있던 기계의수를 때어주고 있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볼프강에게 말했다.

 "과학자놈들이 팔을 주면서 이상한걸 설치한 모양이다."

 처음 들어보는 맥스의 목소리에 볼프강은 멍하니 듣고만 있었다. 엉엉 울던 루나는 결국 맥스의 품에 안겼다.

 "아저...... 씨...... ."

 맥스는 루나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려주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너무 오랫동안 침묵하고 있던 건가."

 '레전드' 클로저 맥스에 관한 정보 (1)

 울프팩 팀 창설 전, 유니온을 설립하는데 일조. 동시에 폭주한 지고의 원반에서 최초로 힘을 얻은 자 중 한 명. 자신과 함께 힘을 얻었던 자는 모두 작전 중 사망, 혹은 힘을 견디지 못해 폭발.

 유니온 내부에서 거의 유일하다 싶을 정도로 올바른 얘기를 하는 인물이었으며, 힘을 얻게 된 이후 그의 발언은 더욱 강해지는 듯 싶었다. 그러나 자신이 아끼는 대원들을 일부러 사지로 내모는 행위를 볼 수 없어 유니온을 탈퇴 한 후 자발적으로 행동, 외롭게 레지스탕스처럼 활동하면서 유니온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까지 달려가 사람들을 돕곤 했다.

 자신이 없는 울프팩 팀이 외부 차원으로 떠난다는 소식을 듣고 자력으로 차원문을 열어 외부 차원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마지막 상황 때 울프팩 팀을 구해주면서 자신은 행방불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