小鳥 - 0 - Prologue

비타짱하얘 2018-01-01 2



  小鳥 - 0 - Prologue

  서기 2002년. 인류는 외계의 침공을 받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전쟁을 치렀다.
  경제, 정치, 종교, 사상 등의 이유로 서로 죽고 죽이던 인류는 생물학적 발생 이래 최초로 하나가 되어 침략자에 맞섰고, 유례없는 피해를 입은 채 결국 승리를 거머쥐었다. 다만 그 승리의 주역은 말할 것도 없이 ‘초인’들인 것으로, 아이러니하게도 그 침략자들의 영향을 받은 소위 초능력에 눈뜬 자들이었다. ‘초능력자’, ‘각성자’, ‘에스퍼’ 등등 제각각 부르는 명칭을 달리 하였으나 지금에 이르러서는 학계에서 ‘위상능력자’로 통일시킨 상태이다. 그들이 출현하기 이전에 인류는 일방적으로 패퇴하는 모양새뿐이었다.

  전쟁 직후 각국의 군에서 가장 염려한 것은 제 2차 침공의 여부였다. 상대편은 시공을 넘어서 침략해오기 때문에 이쪽의 기술력으로는 정찰이 불가능하다. 정치적 교섭도 당연히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번의 전쟁을 일으킨 세력이 전력으로 부딪혀온 본대인지, 혹은 그 일부인지, 최악의 경우에는 단순한 정찰부대였는지 알 길이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에 대한 방비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는데 그 방법이 대략 두 가지였다.

  하나는, 능력자가 아니더라도 침략자에 맞설 기술의 개발.

  또 다른 하나는, 그에 맞설 위상능력자의 증대.

  기술 개발 쪽은 이미 전쟁 중에도 연구가 시작돼, 어느 정도 성과를 이룬 상태이다. 대표적으로 ‘대위상탄’ 같은 것을 들 수가 있는데, 어마어마한 제작비용을 감안해**다 쳐도 충분히 성과가 나오고 있으므로 군에서도 만족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위상능력자의 증대’라고 하는 것은, 전쟁 승리의 주역이 그들인 것은 맞지만 그 수가 너무 부족하여 손이 닿지 않는 곳이 많았다는 것이다. 능력자들이 모든 교전지역에 투입될 만큼 충분히 수가 모인다면 만일 재차 침공이 오더라도 훨씬 수월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라는 게 정치, 군사 상층부의 단순한 생각이었다.

  그러나 간과할 수 없는 큰 문제는 위상능력을 발현하는 것은 완벽하게 운을 따라야만 한다는 점이었다. 말하자면 원하는 대로 수를 늘릴 수도, 줄일 수도 없다는 것이다. 또한 원하는 전투능력을 고르는 것도 불가능하다.

  통계 조사 결과를 볼 때 주로 20대 전후의 젊은 층에서 능력 발현이 일어난다는 것은 명확했지만 성별은 물론이고 신체적 능력, 지적 능력, 감수성, 인성, 심지어 일생 생활 패턴까지 분석해도 능력을 발현하는 자들 간의 그 어떤 공통점도 찾아낼 수가 없었다. 거기에 더해서 어떤 종류의 능력이 발현하는가 조차도 예상할 방법이 없었다. 허약하던 사람이 갑자기 괴력을 발휘하는가 하면 동네 ***로 이름을 날리던 놈팽이가 정신계 조작 능력을 얻는 등 데이터가 모이면 모일수록 점점 학계의 연구는 수렁으로 빠져들기 일쑤였다.

  머리가 굳은 상층부가 그런 복잡한 매커니즘을 이해할리가 없었으니 어떻게든 결과물을 내놓던지 해결책을 만들던지 하라며 닥달하기 일쑤였고 학자들은 매일같이 머리를 쥐어뜯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그러던 도중 학자들 중 소수가 슬금슬금 이런 아이디어를 냈다.

  ‘어떤 능력이든 상관없으니 인공적으로 능력자를 만들자.’

  그렇다. 능력 발현 대상, 능력의 종류 여부를 결정짓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발상을 뒤집어서, 인위적인 능력 발현을 목표로 하자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수를 늘리는 것만이라도 해결해보자는 것이었다.
  물론 여태까지 그런 생각을 아예 안 해본 것은 아니다. 이제까지 그런 생각을 실행은 커녕 입밖으로도 내** 않은 이유는 간단명확했다. 인체실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대적인 윤리관념으로 볼 때 ‘인공 위상능력자’라는 개념 자체가 인권단체의 강력한 반발을 살 것이 명백하기도 하고 학계 내부에서도 반대파가 다수였기 때문에 아예 선택지에 들어가 있지도 않았던 것이다.

  따라서 소수파는 비밀리에 계획을 추진했다.

  이미 어느 정도 연구는 진행됐고 실행단계에 올릴 만큼 이론도 확보했다. 필요한 것은 실험소재와 그에 따를 기술력과 시설. 그들은 면밀한 계획서를 작성해서 군에 제출했다.

  이미 각국의 군대는 이번 전쟁에서 위상능력자들의 들러리 역할밖에 완수하지 못 한 탓에 자존심에 금이 가는 것도 모자라 갈가리 찢겨져 넝마가 된 상태였다. 따라서 인위적으로 만든 위상능력자들을 군의 통제 하에 둘 수 있다는 것은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었다. 사실 지원을 받기 위해 끼워 넣은 허울 좋은 구실에 불과했지만 군의 윤리관을 박살내기에는 충분했다.

  그리고, 동아시아의 작은 나라인 대한민국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위상능력 발생유도 프로젝트’
  -라고 명명된 계획서가 결재된 것이 약 십여 년 전이다.
2024-10-24 23:18:08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