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는 위상력과 함께 60화

검은코트의사내 2017-12-31 0

이번에야말로 완전히 마무리된 후에 나는 왕궁 응접실로 와서 폐하와 왕비 공작님과 공주님이 함께한 자리에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배후세력까지 잡아들였으니 이제 마음을 놓아도 되겠지. 뭐, 귀족들이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할 사람은 절대 아니다. 있다면 아마 국왕이겠지. 그런데 국왕이 국왕자신에게 암살을 지시할 리가 없지 않는가? 일단 수인 반대파들은 이 일로 인해 전부 체포되어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오르트린네 공작님의 말씀에 의하면 그들은 직위를 박탈당하고 전원 사형에 처할 거라고 했다. 뭐랄까 좀 불쌍하지만 자업자득이다. 죄를 지었으니 당연히 대가를 받는 거지. 그리고 그들은 사람들의 세금을 받아먹고 사치를 보내는 데 썼던 놈들이다. 흡혈귀처럼 세금을 빨아먹고 성인업소에나 가는데 쓴다는 거 자체가 나는 화가날 지경이다. 왕국의 유지를 위해 바치는 세금이지 성인업소에나 가라고 준 세금이 아니다. 법이 이렇게 엄격한 건 원래세계보다 낫다. 우리나라는 벨파스트에 비해서 좀 자비롭긴 하다. 연쇄살인범도 사형이 아닌 징역으로 판결을 내리는 현실이다. 그리고 판사가 뇌물을 먹어 형을 적게 때리는 경우도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범죄자는 자비를 주고 피해자는 죽음을 주는 '헬 조선' 이라고 대부분 말하기도 했었다.


나는 법에 대해서 이해는 했다. 확실히 범죄자도 진심으로 뉘우치고 사회에서 새 삶을 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잘못을 했으면 벌을 받아야되는 건 사실이다. 그들에게 당한 피해자들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확실히 형을 적게 때리는 건 나도 화가나긴 하다. 하지만 죽인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왜 일까? 피해자는 죽고 용의자는 사는 세상, 그건 잘못된 세상이라고 대부분 말을 한다. 어쩌면 그건 잘못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들곤 했다. 하지만 어째서 그 용의자를 죽인다는 생각이 안드는 걸까? 간단하다. 나는 피해자의 입장이 되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단지 그 뿐이다. 그 입장에서 생각해보려고 해도 전혀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사람의 마음을 완전히 이해하는 건 역시 불가능하니까 그런 거 같다.


아버지께서는 말씀하셨다. 인간은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사람이 될 수 없다고 말이다. 마음의 병은, 자기 자신 외에는 고칠 수 없는 것이라고 말이다. 나 자신도 마음의 병을 앓은 적이 여러번 있었다. 하지만 스스로 이겨내어 지금까지 왔던 것이다. 자기 자신을 완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건 어려운 일이겠지.


"그대에게는 정말로 신세를 졌네. 내 목숨을 두번이나 구해주다니 말일세. 이대로 빈손으로 대접하는 건 은인에게 예의가 아닐세. 어떤가? 원한다면 공작이라는 지위를 주고 다음에 내 뒤를 이어서 왕의 자리를 물려줄 수도 있네."

"아... 아닙니다.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지위나 왕이 되기 위해서 그런 일을 한 건 아닙니다. 귀족들이 있는 곳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제 의지로 이대로 두고볼 수가 없어서 개입했던 것 뿐입니다. 그 귀족들은 저도 마음에 안 들었으니까요. 마음에 안드는 사람은 가만히 두지 않는 성격이라 그랬습니다. 부디 마음을 쓰지 말아주십시요."

"자네는 정말로 욕심이 없군."

"후후후, 그렇게 나와주니 더더욱 내 후계자로 삼고 싶어졌네."


으윽, 내가 괜한 소리를 했나? 공작님의 말씀은 들을 만 했는데 국왕폐하, 너무 막나가시는 거 아닌가요? 일개 모험자가 왕이 되는 사례가 있었나? 그런 사례를 본 적이 없다. 거기다가 왕은 왕족이 될 수 있다고 알고 있는데 나는 왕족도 귀족도 아니다. 모험가가 왕이 된다면 반발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텐데?


"네. 다음 왕으로 정말 알맞는 사람이네요."


아니, 왕비님까지 그런 말씀하시면 어떻게 합니까? 일단 빨리 여기서 벗어나야될 거 같았다. 이대로 있다가는 뭔가 일이 더 터질 거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의뢰 일을 핑계로 가봐도 되겠냐고 물었지만 누군가가 내 옷깃을 잡아당기는 게 보였다. 공주님? 갑자기 왜 그러시지?


"저... 혹시 연하는 싫어하신가요?"
"네? 싫어하지는 않지만 갑자기 왜 그러시죠?"


이건 또 무슨 소리지? 갑자기 연하를 싫어한다는 질문은 왜 해? 어차피 나를 경계한 사람이 아니었나? 가만있자, 내 마음을 간파하는 마안을 사용했었다면 내 마음도 간파했다는 건데 그렇다면 경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마 나를 자세히 관찰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대충 알았겠지. 이제서야 경계를 푸는 거 같았다. 공주님과 계속 어색한 사이로 끝내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오해는 푸셨으니 다행이라고 보았다. 이제 슬슬 돌아가봐야된다고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공주님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


"아바마마, 어마마마. 저, 결정했습니다."

"응? 무슨 일이니? 유미나?"


오오, 이름이 유미나였구나. 이름이 잘 어울린다. 그런데 뭘 결정했다는 거지? 그리고 왜 이렇게 얼굴이 빨개? 차마 입밖으로 내지 못하는 말인가? 하긴 어린나이에 용기있게 말하려면 좀 부끄럽기도 하겠지. 나보다 연하인데도 공주님으로써 품위를 보이려고 하시니 말이다. 공주로 태어난 사람도 참 고생을 많이 한다. 시선을 그녀에게 두면서 답을 기다렸고, 그 상태에서 차를 들이키고 있었다.


"여... 여기 계신 이새야 님과 겨... 결혼하겠습니다!!"

"푸하아악!!"


나는 그대로 머리 위로 차를 뿜었고, 기침을 두번정도 하고 난 뒤에 다시 내 얼굴 위로 떨어진 뜨거운 차로 인해 비명을 지르면서 일어났다. 앗 뜨거워! 이러다가 화상을 입겠네.


"콜록... 콜록... 앗 뜨거!"

"다시 한번 말해주겠나? 유미나."

"여... 여기 계신 이새야님과 결혼하고 싶어요!! 허락해주셨으면 합니다."
"어머나!?"


왕비님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공작님도 유미나 공주님과 국왕폐하를 번갈아보면서 놀라고 있는 게 보였다. 아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지금 내가 잘못들은 거 아니지? 여기 꿈 맞지? 그래. 여긴 꿈이고 내가 잘못 이해한거다. 아마 결혼이라는 뜻은 내가 알고 있는 의미가 아니고 다른 의미가 있을 거 같았다. 아니, 내 얼굴에 떨어진 차는 신경안쓰나? 으음, 이럴 때 내가 위상력 능력자인 것에 감사해야겠군. 뜨거운 건 느껴지지만 화상은 안 입으니 말이다.


"호오... 이유를 들어도 되겠느냐?"

"이새야님은 아바마마를 구해준 것도 있지만 주변사람들을 행복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계십니다. 숙부님의 가족도, 리플렛 마을 사람들도, 그리고 무엇보다 제물에 탐을 내지 않고 진정한 모험가로써의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이런 사람이라면 인생을 함께해도 된다고 괜찮다고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습니다."

"흐음, 그렇구나. 네 뜻이 그렇다면 말리지 않겠다. 행복해지거라."

"네! 아바마마!!"


엥? 이게 무슨 상황이야? 저기요? 여기 꿈속 아니죠? 에르제, 나 주먹으로 때려서 빨리 꿈깨게 해줘. 볼을 꼬집어도 아프다. 꿈 아니네. 상식적으로 나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공주님이 모험가 나부랭이인 나에게 왜 그렇게까지 말하지? 그것보다 결혼하기에는 너무 이르잖아!! 이렇게 어린 나이의 공주님과 어떻게 결혼을 해? 아청법 위반이다. 이건.


"유미나, 축하한다."

"오늘 밤은 잔치를 해야겠군요."

"저기 잠깐만요!!!"


아니, 이 사람들이 뭘 멋대로 정하고 있어? 내 의사는 왜 안물어? 아니, 나는 아직 결혼에 관심이 너무 없었는데 갑자기 이야기가 그렇게 되면 내가 난처해진다. 왕비님도 공작님도 너무 쉽게 나를 받아들이는 건 아닌가? 아무리 마안이라고 하지만 속으로 말하는 거 까지 읽지는 못한다. 나 아청법으로 잡혀가기 싫어요. 그러니까 결혼은 안 됩니다.


"폐하! 왜 그렇게 쉽게 허락하시는 것이옵니까? 일개 모험자와 공주님이 결혼하는 사레는 없었던 일 아니지 않았습니까?"

"짐은 상관없네. 자네는 어차피 내 뒤를 이을 다음 왕이 되기로 결정했으니 말일세. 하하하하."

"저기, 폐하. 저는 국왕이 될 생각은 없습니다. 모험가로써 계속 살아가고 싶사옵니다."

"뭐, 이야기가 갑작스러우니 그대가 망설이는 건 당연하네. 결혼을 한다고 해도 지금 당장 하자는 건 아닐세. 아시다시피 공주와 그대가 지금 결혼하려면 그대가 그에 알맞는 지위가 있어야되기 때문이지."


저기요. 국왕폐하? 전 그러니까 그 지위 관심없다니까요. 왜 자꾸 멋대로 단정짓는 건지 모르겠다. 아오, 답답해. 나는 공주님의 나이를 물어보자 12살이라고 했다. 뭐여, 나보다 6살이나 아래잖어. 이건 명백한 아청법 위반이다. 절대 안 돼!! 결혼하면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온대로 그런 짓이나 하는 사이라는 건데 그건 절대 안 된다. 유미나 공주는 아직 미성년자다. 나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새야님은 제가 싫으신 건가요?"


헉! 공주님이 슬픈 얼굴로 나를 보면서 물었다. 그런 눈으로 보는 건 반칙이야!! 나는 아니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싫은 편도 아니었지만 결혼이라고 갑자기 말하는 건 너무 빠르다. 내 대답에 공주님은 활짝 웃으면서 아무 문제 없는 거라고 말했다. 이거야 원, 연애라는 개념도 모르시는 구만. 으음. 내가 할 말은 아닌가? 나도 솔직히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 말이다.

To Be Continued......

2024-10-24 23:18:06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