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비아]CLOSERS-ARMAGEDDON-3화. 전조.
CodeW2 2017-12-24 1
- C A U T I O N ! -
☞: 본 소설은 유니온 임시본부 이후의 에필로그 에피소드를 약간 각색하여 다루고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신 분들께선 읽지 않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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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R M A G E D D O 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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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chapter : 1 ]
- D A R K N E S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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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전조-
[ P o r t e n 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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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남부의 어느 미확인 빈민촌
늑대개 팀의 은신처
2023년 5월 3일. -5 :40 P.m.__
여느 때 처럼 빈민촌에 사막의 황혼이 내리쬐기 시작하자, 늑대개 팀의 은신처에도 햇빛이 내리쬐이기 시작한다. 햇빛은 트레이너의 집무실을, 은신처 복도를, 그리고 햇빛이 닿는 모든 방들에 스며들었고 그림자와 함께 방의 공간과 가구들을 둘로 극명하게 나누었다.
아침 햇살임에도 불구하고 황혼에 가까운 짙은 오랜지 색 햇빛은 마치 어깨와 등에 무거운 납덩이를 매단 것 처럼, 무거울 정도로 짙은 짓누르는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은신처를 잠식하고 있는 짙고 무거운 분위기는 레비아의 방으로 부터 흘러나왔다. 살짝 열린 방문의 틈 사이로 레비아의 끊어질 듯 미미한 숨소리와 격하게 가슴을 깎아내리는 기침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마치 심장과 허파를 서리처럼 차갑고 날카로운 칼로 깎아내리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만들었다. 열려져 있는 방문 틈 사이로 보이는 것은 커튼을 쳐서 어두운 방 이었다. 커튼 틈 사이로 한 줄기 비춰지는 햇빛에 희미하게 레비아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어느새 매우 수척해져 있었고, 안색은 더더욱 새하얘져 있었다.
어두운 방 안에서 연거푸 몸을 깎아내리는 기침 소리가 들렸고, 이내 방문이 끼익이는 으스스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방문을 열고 나온 사람은 트레이너와 티나, 그리고 뻐꾸기 기체를 조종하고 있는 쇼그였다. 트레이너와 티나의 표정은 매우 어두워 보였다. 그 중에서도 트레이너의 얼굴에는 지난 번 보다도 더 깊은 죄책감, 분노, 그리고 무기력함이 깃들어 있었다.
가만히 그 뒤를 따라가고 있는 티나의 표정 역시, 평소 이상으로 어둡게 굳어 있었다. 복도를 타고 흐르는 짙고 어두운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평소와는 달리 쇼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뻐꾸기 기체를 몰고 트레이너의 뒤를 조용히 따라가고 있었다. 그들의 뒤로 계속 몸을 깎아내리는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트레이너는 소리를 듣자 멈칫하고 멈춰섰다. 그의 얼굴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잠시동안 서 있던 그는 다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자신의 집무실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를 따라서 멈춰 섰던 티나는, 멈춰선 그대로 트레이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어느 때 처럼 넓은 그의 등과 어깨에는 무거운 책임이 짊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놓치지 않았다. 그 무거운 책임 위에, 검은 무엇인가가 더 얹혀져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그가 무기력함을, 분노를, 죄책감을 느끼게 한다는 것을.
침묵의 그림자가 은신처를 잠식하는 지금, 복도로 쏟아져 내리는 밝은 햇빛은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했다. 짙게 흐르는 침묵은 언제나 강렬하고 뜨거운 햇빛마저도 외곡시켜, 여느때와는 다른 분위기의 햇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짙은 음기가 깃든 집에 햇빛이 들어도 똑같이 으스스한 분위기가 감도는 것과 같았다.
트레이너와 티나, 그리고 쇼그는 사방에서 짓누르는 짙은 분위기를 느끼면서 집무실로 천천히 걸어갔다. 이윽고 집무실에 도착하자, 트레이너는 햇빛 때문에 뜨거워진 자리에 앉았고, 쇼그는 곧바로 트레이너의 노트북에 무언가 중요한 듯한 데이터를 전송하기 시작했다. 티나는 약간 지친 기색으로 라이플을 든 채 탁자 앞에 서서 대기했다.
무겁게 쏟아지는 햇빛 아래, 트레이너는 머리를 짚은 채 탁자에 앉았다. 그런 그의 모습을 티나는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은 그림자와 두꺼운 손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기분이 어떨지는 누구부다도 잘 아는 티나였다. 분위기는 험악해지고 점점 무거워져만 갔다.
한참동안이나 머리를 짚고 있던 트레이너는, 겨우 고개를 들어서 티나를 바라보았다. 티나는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새빨갛게 충혈 된 채 메말라가고 있었다. 잠시동안의 정적이 흐르고, 티나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내가 더 할일은 없나? 트레이너?"
"..티나. 이미 여러 시간 동안 레비아의 상태를 살피지 않았었나. 동체가 많이 과열되었을 텐데?"
"...."
티나는 잠시 한숨을 쉬더니 라이플을 재확인 하고 자신의 상태를 체크했다. 그러는 사이 트레이너는 가만히 티나의 상태를 살폈다. 그녀의 눈빛에는, 여태껏 잘 띄지 않던 짙은 피로가 배여 있었다. 꽤나 동체가 과열된 듯, 그녀의 몸 주위에서 이글거리는 듯이 피어오르는 아지랑이가 보였으며 무언가 날카로운 손톱 같은 것에 찢겼는지, 그녀의 실내복 하의 왼쪽 허벅지 부분과 상의 오른 쪽 팔 부분이 찢겨져 있었고 그녀가 들고 있던 라이플에도 동물의 손톱에 긁힌 것 같은 자국이 나 있었다.
그동안 다시 생각에 잠겨 있던 트레이너는 문득 티나의 상태가 매우 피로하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는 눈빛으로 그녀에게 쉬라는 의사를 전달했고, 티나는 그대로 수긍하면서 천천히 집무실의 방 문을 열고 조용히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티나가 문을 닫고 가자, 문닫는 소리를 끝으로 또 다시 짙은 정적이 흘렀다. 마치 그 정적에 동화되기라도 하듯이, 트레이너는 가만히 깊은 수심에 빠져있었다.
한참동안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던 그는, 데이터를 모두 전송했다는 쇼그의 말에 번뜩 정신을 차렸다. 그는 조용히 노트북의 화면을 켜서 쇼그가 전송한 데이터를 조회했다. 처음엔 검은 화면만 떴었고, 메세지에는 데이터 조회 및 정렬 중이라고 써 있었다.
이윽고, 데이터의 정렬이 완료되었다는 메세지와 함께. 하나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그것은 특수한 엑스레이 방식으로 촬영한 사진이었다. 2년전 찍었던 엑스레이 사진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그녀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던 트레이너는, 그 상태악화를 완화하기 위해서라도 레비아의 상태를 확인해 봐야만 했다.
서서히 레비아의 채내전파 신호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사진이 로딩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신체 모양의 테두리, 그리고 뼈대와 순환계의 모습. 이어 기타 신경계와 다른 장기계들의 사진이 초록색으로 그려졌다.
초록색으로 가득찬 사진이 표시되자, 다음단계로 넘어가는 메세지와 함께 다시 사진이 로딩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테두리의 색이 생기 넘치는 초록에서 피빛처럼 짙은 빨강으로 변하더니, 이내 레비아의 체내전파 사진은 완전히 피로 물들어 버린 것 처럼 변해버렸다. 트레이너의 푸른 눈에 공포가 깃들기 시작했다.
사진이 피로 붉게 물든 것처럼 변한 이후로, 레비아의 몸 아랫배 부분에서 마치 종양처럼 자리잡은 것이 감지되었고 이윽고 그것이 레비아의 몸 속에서 점점 더 많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아랫배를 중심으로, 레비아의 몸 구석구석에 덩굴손 처럼 무엇인가 자라난 것이 보였고, 그것은 전신에 자라나 있었다.
그것은 레비아의 근육에 침투하고, 신경을 약화 시키고, 온갖 장기계에 달라붙고 침투해 있었다. 그 혐오스러운 것은, 이제 그녀의 뇌에까지 뻗어가고 있었다.
종양으로부터 신경계를 타고 뇌까지 뻗어가는 것 같은 덩굴손은, 이미 흉부를 넘어 쇄골 부분 근처까지 자라있었다. 그것은 거의 손발 끝에 다다를 정도로 자라 있었고, 이미 전신의 90%를 뒤덮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거기까지 이미지가 로딩되자, 더 이상의 이미지는 로딩되지 않았다. 대신 그 옆에 종합 결과가 정렬되어 화면에 떠올랐다.
삐리릭...
삐리리릭....
현재 검진 대상의 상태 결과 : ___
신체의 위상 붕괴 진행도가 중반 단계까지 돌입함.
전신의 심각한 피로와 극심한 영양실조 우려.
대상은 현재 극심한 정신 붕괴상태에 직면해 있음.
__경고.
검진 대상의 차원종화 진행중. 아직 진행단계는 정확히 식별 불가. 각별한 주의를 요함.
결과를 본 트레이너의 동공이 지진을 일으켰다. 심각할 정도로 경련하고 있는 그의 눈동자는 점점 평정심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곧이어 그의 표정에는 더더욱 짙은 죄책감과 분노, 그리고 깊은 수심이 드러났다.
화면에 그대로 시선을 고정한 채, 그는 이마에 양 손을 짚은 상태로 무기력히 앉아 있었다. 그의 등 뒤로 무거운 황혼빛이 무심하게 쏟아졌고, 빛을따라 온몸을 짓누르는 고요함과 침묵은 그를 더더욱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주황빛 햇빛이 쏟아지는 모니터의 검은 색 키보드 위로, 트레이너의 이마에 맺혀져 있던 습기 찬 물이 떨어졌다.
시간이 흘러 그의 뒤를 비추던 황혼은 점차 사라져갔다. 이내 정적과 함께 어둠이 방 안을 서서히 뒤덮고, 트레이너의 등 뒤를 서서히 기어올라 집어삼켜갔다. 사방이 암흑으로 뒤덮여갔고, 수없이 많은 벌레들이 뭉쳐서 행진하는 것처럼, 암흑은 그의 방에 있는 모든 것을 짓씹어 삼켜갔다.
그는 암흑 속에서 오로지 등에 짊어진 무거운 짐과 현실감, 그리고 그 압박감 속에서 레비아에 대한 죄책감과 현실에 대한 분노 그리고 좌절, 무력함만을 느꼈다. 현실의 짐과 죄책감은 그를 더더욱 내려앉히며 꿇렸다.
짙은 어둠 속에서 절망하듯이 노트북 화면 앞에서 이마를 짚은 채 앉아 있던 트레이너는, 문득 자신의 양 이마를 짚고 있다가 손에 뭍은 액체가 땀 치고는 지나치게 끈적이는 것을 깨달았다. 이상하다고 생각한 그는, 이마에서 손을 떼어 자신의 눈앞에 내려놓았다. 사방이 짙은 암흑에 감싸있어서, 그의 손은 잘 보이지 않았다.
가만히 이 액체가 무엇인가 하고 짐작을 하던 트레이너는, 갑자기 등골에 서릿발이 내리는 걸 느꼈다. 그것은 살아있는 생명체의 피였다. 뭍고 나서 시간이 꽤 흐른 듯, 이미 그 피는 끈적끈적해져 있어서 질척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었고, 그것은 매우 불쾌하고 공포스런 감각을 뇌에 전달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는 곧 그 끈적하고 축축한 것이 자신의 팔목에, 팔과 다리에, 그리고 자신의 전신에 짙게 물들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트레이너의 동공이 극도로 작아졌다. 곧이어 그의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리기 시작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자신의 몸에, 손에, 얼굴에 까지 튀어있는 피가.
누구의 것인지를.
그는 충격에 깊게 빠진 눈으로 희미하게 비춰지는 앞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앞에는, 너무나도 잔인한 장면이 펼쳐져 있었다.
사방에 낭자해 있는 피와 살점 조각, 불쾌감과 공포감, 그리고 정적을 유발하는 피비린내와 상반됨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잘 섞이고 잘 어울리는 포근한 체취. 뭔가에 뜯겨져 나간 듯, 머리가 백발인 한 소녀의 시신이 그의 눈 앞에 내팽겨쳐져 있는채로 무자비하게 뜯겨나가고, 찢기고 갈라져 있었다.
그녀의 갈라진 배 사이로 썩어가는 피가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기분 나쁠 정도로 새하얗게 드러나 있는 골격, 터져나가고 뜯겨나간 듯한 살점들. 백지장처럼 창백해져 있는 듯한 피부. 그는 주저앉은 상태에서 가만히 소녀의 시신을 바라보았다. 소녀의 눈은 새하얀 막이 뒤덮인 채 초점을 잃고 멈춰져 있었고, 코에는 잔뜩 튄 피가 뭍어 있었으며 입은 힘없이 벌려진 채 썩어가는 피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그는 충격에 빠진 표정으로 시신을 바라보았다. 충격은 그를 점점 아득한 어둠 저 편으로 끌고 갔고, 트레이너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소녀의 시신이 자신의 피 뭍은 손들 사이로 서서히 멀어져가는 것을 바라 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서서히 그는 의식이 멀어져가는 것을 느꼈고. 결국 정신을 잃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깊고 차가운 공허 속에 파뭍혀서 둥둥 떠다니는 거 같은 것 같은 느낌 속에서, 트레이너는 아득히 먼 곳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는 듯한 목소리를 들었다.
"......!"
"......!"
그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답하려고 했다. 하지만 좀처럼 그는 의식을 가누지 못했다.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가 자신을 단단히 옭아매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얽메고 있는 무엇인가에 저항하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그것은 트레이너를 완전히 집어삼키기 위해 저항하지 못하도록 계속 얽메여 왔다. 공종에 떠 있던 것 같이 공허한 감각은 사라지고 자신을 쓰러뜨리려 하는 압박감이 전신을 조여오기 시작했다.
그는 단호하게 압박감을 떨쳐내고 자신을 옭아매오는 것을 떼어냈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 새 그는 노트북 앞에 엎드려 있었고, 시간이 꽤 흘러 선반에 있던 디지털 시계는 오전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어깨를 흔들면서 부르는 누군가를 느끼고 고개를 왼쪽으로 돌려 바라보았다. 다름아닌 티나가 그를 부르고 있었다. 그녀는 여느 때 처럼 새하얀 실내복을 입은 채 그를 보고 있었다.
"트레이너. 괜찮나? 정신이 드는건가?"
"...나는 괜찮다. 무슨 일이지..?"
그의 정신이 돌아온 것을 알자 안도한 듯 티나는 잠시 한숨을 깊게 쉬었다.
"점호시간이 지났는데도 오질 않아서 왔다. 온몸이 식은땀 투성이군. 악몽이라도 꿨나?"
건조한 그녀의 눈에 걱정이 가득 떠올라 있는것을 본 트레이너는 애써 괜찮은 듯이 말했다. 하지만 티나는 알고 있었다. 식은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는 그의 얼굴에는, 심란함과 함께 짙은 정신적인 피로, 그리고 죄책감과 압박감 등이 드러나 있었다.
트레이너는 꺼진 노트북의 화면을 다시 켰고, 하던일을 마저 정리했고 티나는 그 옆에서 그가 일하는 것을 조용히 돕기 시작했다. 각종 서류와 메모를 정리하고 선반에 있던 잡동사니들을 모두 정리해갈 때 쯤, 티나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트레이너. 궁금한 게 있다."
"말해 보도록."
"레비아의 상태는... 어떤 건가? 괜찮은 건가?"
그 말을 들은 트레이너의 반응이 갑자기 조용해 졌다. 그것을 눈치 챈 티나는 치우던 것을 잠시 바닥에 내려놓고 그를 바라보았다. 트레이너의 표정에 다시 심란함이 떠올라 있었다. 오전과 같은 압박감 같은 표정은 다소 가라앉아 있었고, 그 다운 이성과 냉철함이 다시 어느 정도 돌아와 있었다. 아마도 그는 티나에게 사실대로 털어놓을지 말지를 고민하는 것이리라.
"말하기 부담스럽나? 트레이너?"
"...그래. 매우 예민한 문제니까 말이다."
"어제 같은 일을 겪었는데, 레비아에 관련된 일에 대해서 예민하고 말고는 없을 거 같다고 생각한다."
티나가 찢어져 있는 실내복을 바라보면서 말하자, 트레이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검사 결과가 안좋게 나오기라도 했나? 트레이너."
트레이너는 자신도 모르게 살짝 움찔했다. 그리고 티나의 눈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티나의 질문이 떨어지고 약간의 침묵이 흐르자, 그는 무거운 한숨과 함께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렇다. 티나. 레비아의 상태는... 매우 좋지 않은 상태다. 그녀의 안정이 언제 붕괴될 지 알 수 없는 상태니 말이다."
그의 대답을 들은 티나는 잠시 동안 침묵했다.
"그렇다는 건... 당신은 지금 최악의 경우도 생각하고 있다는 거로군. 트레이너."
"그래. 하지만 나는 그런 일이 일어나길 바라지 않는다. 그건 나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마찬가지 겠지. 그렇지 않나?"
"물론 그렇다. 그녀를 위해서도, 우리를 위해서도, 전혀 득 될게 없을 테니까."
"정확한 건 그 둘이 와야 알겠지만...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만큼은 오지 않았으면 좋겠군. 더 이상, 소중한 뭔가를 잃는 건 이제 질색이니 말이야."
티나 역시 동의 하듯,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도 그러길 희망한다. 트레이너."
대화를 마친 그들은 다시 일을 시작했다. 여느 때 처럼 트레이너는 쇼그와 함께 사무와 세계 각지의 소식을 듣고 계획을 짰고, 티나는 은신처 주위를 순찰하면서 칩입하거나 잠입해 있는 사람이나 기계가 없는지 계속 확인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어느덧 다시 은신처에 황혼빛이 깃들기 시작했다.
티나는 언제나 처럼 저격총을 든 채 복도를 순찰하며 감시 임무를 계속하고 있었다. 여느 때와는 달리, 은신처 주변에 서성이거나 가까이 근접해오거나, 또는 근처를 지나가는 행인도 없이 조용한 창 밖을 티나는 쉬지 않고 계속 감시하며 움직였다. 동체에 열이 오르는 걸 느낀 그녀는 허수 공간에서 소형 냉장고를 잠시 불러와 그것을 이용해 잠시동안 몸을 식히면서 휴식 모드로 들어갔다.
그렇게 티나는 잠시 긴장을 푼 상태에서 냉장고 속의 냉기를 만끽하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녀는 눈을 감은 채, 가뭄에 내리는 단비를 즐기는 식물 처럼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휴식에 서서히 빠져들어 갈 즈음, 갑자기 그녀는 눈을 번뜩 뜨고는 냉장고 문을 박차고 나왔다.
어느 새 티나는 다시 저격총을 손에 줜 채 창가를 겨누고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가 주황색에서 기계적인 빨간 눈동자로 바뀌어 있다. 그녀는. 조준경에 비쳐지는 두명의 여성을 조준하고 있었다. 두 명다 두건을 쓰고 있었고, 전반적으로 자신을 숨기는 복장들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마치 하나의 모래먼지가 가득 뭍은 새햐안 거죽 조각들을 걸치고 돌아다니는 폴더가이스트 처럼 보였다.
잠시동안, 그들을 겨눈 채 누군지 확인 하는듯 찬찬히 살피던 티나는 총을 거두고 주머니에 가지고 있던 거울을 이용해 발광 신호를 두 명의 여성에게 보냈다. 그러자 상대방도 발광 신호로 답을 한 후, 걸어오기 시작했다. 이상없음을 확인한 티나는 다시 은신처를 순찰하기 시작했다.
그 시각, 집무실에서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고 있던 트레이너는 쇼그에게서 메세지를 받았다.
- 트레이너 님. 두 분 께서 돌아오셨습니다.
"그래. 알았다."
그는 의자에서 일어나 나머지 작업을 하던 걸 마무리하고 곧장 1층 입구로 내려갔다. 그가 계단을 내려오고 입구를 바라보게 되었을 때, 그의 눈은 두 명의 여자가 서 있는 것을 보았다. 한명은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선홍빛의 머리칼을 가진 여자 였고, 또 다른 한 명은 우아하게 퍼머링을 한 보랏빛 머리를 목 아래까지 늘어뜨린 여자였다.
선홍빛의 머리칼을 가진 여자는 트레이너에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돌아왔어. 트레이너."
"그래. 돌아온걸 환영한다. 베로니카. 유하나 양도 환영하오."
"오랜만에 뵙네요? 트레이너 씨."
평상시의 거만한 태도로 유하나가 트레이너에게 대답했다.
"그래서, 어쩐 일로 이렇게 급하게 불렀나요? 덥고 추워서 죽는 줄 알았다고요."
"아하하... 하나야... 물론 그렇긴 하지만 돌아오자마자..."
베로니카가 약간 당황한 듯이 웃으면서 유하나를 토닥였다. 트레이너는 가만히 그들을 바라보며 기다렸다.
"어쨌던, 무슨 일이야? 지시한 임무도 다 취소시키고 부르고."
베로니카의 질문에, 안그래도 그늘에 있어서 어두워 보이는 그의 표정이 더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는 낮게 깔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여기서 말할 얘기는 아닌 거 같군. 우선 자리를 옮기지."
그는 말을 끝마치고 다시 집무실로 걸어갔다.
"...뭐야... 왜 저렇게 목소리를 내리깐대...??"
유하나는 목 뒤에 소름이 돋아난 것을 느꼈다. 그 옆에 서 있는 베로니카 역시, 평소의 트레이너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와는 뭔가 다른 것을 느꼈다. 그녀는 그 분위기를 감지하고는 평상시 은신처의 분위기와는 상반되게 뭔가 심상치 않은 무엇인가가 있음을 느꼈다.
그녀는 가만히 레비아의 방이 있는 천장을 올려다 보았다. 베로니카의 표정이 평소 사근한 그녀와는 다른 날카롭고 예리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베로니카 씨?"
"으... 응?"
유하나가 부르는 바람에, 베로니카는 잠시 그녀가 하던 것을 멈추었다.
"왜 그래?"
"안 들어가요? 트레이너 씨가 기다릴 텐데?"
"아.. 그래... 그래야지..."
그녀는 자신이 생각했던 걸 거두고는 유하나와 함께 트레이너의 집무실로 향했다. 유하나가 먼저 앞서 가자, 베로니카는 그 뒤를 천천히 따라가면서 레비아의 방 쪽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심상치 않은 날카로움이 돋아나 있었다. 다른 때와는 다른 분위기의 황혼이 쏟아지는 복도를 걸으며, 베로니카는 은신처 전역을 뒤덮은 숨죽일 정도의 정적을 느꼈다.
그 앞을 걷고 있는 유하나도, 양 팔을 감싸안은 채 걷고 있었다.
"하나야. 왜 그래?"
"아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더운데도 왠지 모르게 오한이 드는 거 같은 이 느낌은 뭐죠..? 감기 든 것도 아닌데.."
"..."
베로니카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 역시 알고 있었다. 뭔가 심상치 않은 것이 은신처에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검은 구름들을 몰고 올 것이라는 것도.
둘 다 분위기에 동화된 듯, 침묵을 유지하면서 트레이너의 집무실로 걸어갔다. 그들의 뒤로 침묵을 가득 짊어진 그들의 그림자가 무거운 황혼빛을 받으며 그 뒤를 따라갔다.
이윽고, 트레이너의 집무실에 들어서자, 작업을 하고 있는 트레이너와 그 옆에서 뻐꾸기 기체로 일을 돕고 있는 쇼그가 그들을 맞이했다.
-돌아오신 걸 환영합니다. 유하나 님. 베로니카 님.
"그래. 다시 한번 돌아온 걸 환영한다. 베로니카. 유하나 양도 수고 많았소."
유하나는 그저 어꺠를 으쓱해 보였다. 나중에 들어온 베로니카는 집무실의 방문을 닫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래. 트레이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하달한 임무도 철회시키고.. 아까 마중나올 때도 그렇고.."
".... 그게 말이지..."
트레이너답지 않게 약간 회피하고 싶은 듯한 대답. 베로니카의 눈빛이 한순간 날카로워 졌다. 물론 의심에서 파생된 시선이 아닌 뭔가 큰일이 일어난 걸 감지한 그런 느낌의 시선이었다. 그것을 눈치챈 트레이너는 베로니카와 함께 몇 차례 심각한 눈빛을 교환했다. 유하나는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지루한 듯이 집무실을 돌아보고 있었다.
"정말이지.. 바뀐 게 없네요. 조금은 바뀔 줄 알았는데."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시는 건 아닐 겁니다. 유하나 님. 저희에겐 그럴 여유가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지 않으십니까?
"그래도... 조금 정도는 꾸밀 수 있지 않나..."
못 봐주겠다는 듯이 질색한 표정을 지은 유하나는, 트레이너와 베로니카가 눈빛을 나누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러자 그들로 부터 느껴지는 심각한 분위기, 그리고 은신처 전역으로 부터 몰려오는 괴상한 서늘함과 정적감을 느끼자, 유하나는 문득 약간의 두려움과 함께 몸에 짙은 피로감을 느꼈다.
"트레이너 씨. 저 쉬러 가도 되요?"
"물론이오. 오는길에 지치셨을 테니, 휴식을 취하시길 바라오."
트레이너는 유하나가 눈치채지 못하게 베로니카에게 눈빛을 보냈고, 그녀 역시 그에게 알았다는 듯 눈짓을 했다. 그녀는 유하나가 방문을 닫고 나간 것, 그리고 배정받은 방으로 간 것까지 확인하자 트레이너가 앉아있는 의자 옆에 있는 등받이와 손걸이가 없는, 나무로 된 간이 의자에 앉아서 그에게 물었다.
"됐어. 이제 말해봐. 대체 무슨 일이야?"
베로니카의 질문에, 트레이너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듯 양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고개를 숙였다.
"...도대체 어디서 부터 얘기를 해야 할 지 모르겠군."
"무슨 일이길래, 이렇게 급하게 돌아와달라고 한거야? 응?"
트레이너의 행동을 본 베로니카의 어조가 살짝 격양되며 높아지기 시작했다.
"....미안하다. 베로니카. 아까부터 계속 같은 질문만 반복하게 만드는군..."
"아까부터 계속 너 답지 않은 행동만 보이고 있어... 무슨 일... 있는 거구나? 그렇지?"
"..."
트레이너는 잠시동안 머리를 양 손으로 움켜 쥔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러더니, 결심한 듯 크게 호흡을 하더니 다시 베로니카를 바라보며 이렇게 대답했다.
"그래. 네 말이 맞아. 베로니카. 그리고 네가 무엇을 생각했는 지는 확실하게 모르겠지만... 아마 내가 얘기하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겠지."
그는 노트북을 다시 키더니, 키보드로 뭔가를 입력하며 무엇인가를 불러오기 시작했다.
"... 갑자기 뭐 하는 거야...?"
"..."
트레이너는 말 없이 화면을 베로니카에게 보여주었다. 노트북의 화면을 채운 것은, 다름아닌 그가 어제 보았던 레비아의 상태 결과 그래프, 그리고 엑스레이 사진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화면을 본 베로니카의 표정이 경악으로 뒤덮이면서 커다란 공포가 그녀의 얼굴을 암습해왔다. 그것을 눈앞에서 지켜본 트레이너는, 잔뜩 심란해 보이는 표정으로 한 손으로 이마를 짚은 채 말했다.
"...이제 알겠지...? 내가 왜 급히 너와 유하나 양을 부른 이유를 말이야..."
"...말도 안 돼... 어떻게... 어떻게 이럴 수가..."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는지, 베로니카는 양 손으로 입을 가린 채 떨리는 동공으로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는 마치 경악과 공포에 숨이 막혀가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트레이너는 무엇인가가 자신의 머리를 번개같이 스치고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하나의 기분 나쁜 환청이었다.
- 그녀는 틀렸어. 그러니, 이제 그만 그녀를 포기해. -
하지만 트레이너는 빠르게 속삭임을 떨춰내고, 베로니카가 진정되기를 기다렸다. 그 역시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그녀에게 말을 하려는 것이리라.
"이게... 이게 대체 뭐야...?"
"나도 모르겠다... 조만간 그녀의 상태를 살피려고 검사를 했는데.... 이런 결과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트레이너? 레비아 상태는 지금 어때?"
"여기 적힌 그대로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그녀가 폭주를 일으키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말이지."
베로니카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인간성이 붕괴되기 직전이구나..."
"그래. 그동안 그녀가 겪었던 일들을 생각한다면... 무리도 아니지...
베로니카. 무슨 방법이 없을까? 난 우리의 대원이 짐승으로 변하는 걸 원하지 않아."
"알고 있어. 그건 너만 그런게 아니라 우리 모두 그렇겠지."
잠시동안 침묵이 흘렀다. 트레이너와 베로니카는 같이 노트북의 화면을 보면서, 심란한 표정을 지은 채 계속 침묵을 유지했다. 그들의 눈에는 고뇌가 가득했고, 이제 앞으로 어떻게 될지 한치도 알 수 없는 레비아의 상태를 표시하고 있는 화면을 바라보며, 앞으로의 계획을 수정해나가기 시작했다.
한참의 정적이 지나자, 먼저 트레이너가 말을 열었다.
"베로니카."
"응?"
"어떤가..? 치료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사실상, 우리의 장비나 현실을 생각하면.... 불가능에 가까워. 하나랑 내가 같이 한다고 해도, 우리가 가진 의료 장비를 총 동원 한다고 해도. 바이올렛한테 부탁하면 될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우리는 쫓기는 데다가 조여오는 포위망 속에 갇혀 있는 상황이잖아.
이 정도면 유니온의 전문 인력과 최첨단 설비를 이용하는 거 밖에 방법이 없어...
하지만 지금은 불가능해..."
"그럼.. 치료는 불가능한 건가...?"
"아니. 그렇다고 단정하기엔 일러. 비록 현실이 절망적이기는 하지만,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낼꺼야. 우선 기계 검사가 놓친 무엇인가가 있을 거고, 그 부분 부터 먼저 알아내야 겠지."
"위상력으로 살펴 보겠다는 건가?"
"응.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베로니카는 의미심장한 눈빛을 트레이너에게 보냈다. 그러자 그 역시 똑같은 눈빛을 교환하며,
"그래. 알았다. 그럼 지금 바로 준비하지."
"응."
서둘러 베로니카와 트레이너는 뭔가 급하게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곧장 숨겨진 지하실로 내려갔고, 그곳에서 바이올렛이 지원한 장비들을 꺼낼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장비들을 꺼냈다.
트레이너와 베로니카는 바랬다.
제발 레비아에 대한 치료가 너무 늦기를 않기를...
-같은 시각, 늑대개 팀 은신처 근처 버려진 빈민촌.
모래폭풍이 휘몰아치는 가운데, 검은 두건을 뒤집어 쓴 두 사람이 은신처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 명은 무감각한 표정을. 다른 한 명은 흥분된 다는 듯이 웃으며 보고 있었다. 그들은 심상치 않은 분위기로 은신처를 바라보고 있었다.
"와아.. 분위기 장난 아닌데? 역시 소문대로네. 엄청난 대물이 저~기 숨어 있네?"
왼쪽에 서 있던 사람이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마치 재밌고 흥분되는 것을 보는 듯이, 생기가 넘치는, 또 한 편으로는 약간의 살기가 돋아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옆에서 말을 듣고 있던 사람은 약간 불쾌한 듯이 다문 입을 일그러 뜨렸다.
"어머, 뭐야? 너, 나랑 같이 온게 반갑지 않은 거구나? 그런거지? 그치?"
"하아..."
그녀의 옆에 서 있던 사람은 깊은 한숨을 들이쉬었다.
"어쩔 수 없이 네놈들이랑 동행하고 있다만.... 이거 참 불쾌하기 짝이 없군. 너희같은 위험요소랑 같이 다녀야 한다니 말이야."
"흐음~? 그~래? 위험요소인 건 너희도 마찬 가지 아닌가? 그리고 높으신 분께 반감을 달면 넌 많이 곤란해 지지 않아?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조직이잖아, 너희들?"
"하찮은 반역분자 주제에 함부로 **** 놀리지 마라. 우린 너희와는 달라. 네놈들 처럼 단기적으고 맹목적인 놈들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그러자 여자는 피식 하고 비웃었다.
"이거 죄송하군요? 나으리? 전 말이죠. 당신들의 치부같은 건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단 말이죠? 그렇게 자꾸 진실을 숨기려고 하면 할 수록..."
그 말이 끊어짐과 동시에, 두 사람은 몸을 서로 가누었다. 고요하던 사막 한 가운데에 험악하고 위험한 분위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제 명을 줄이려고 아주 안달이 났군. 뭣 하면 네년 따위는 이 자리에서 끝내 줄수도 있다. 방금 네 년의 발언은... 결착을 내려면 지금 내는 게 나을 거 같다는 뜻 같았는데?"
"어머...? 지금은 그렇게 너무 서두를 필요 없단 말이지..? 서로 원하던 원치 않던, 싫어하건 좋아하건 간에, 일단은 동맹이잖아? 동맹으로서의 의무는 다할 테니까 지금은 서로 사이 좋게 지내자고?"
서서히 험악한 긴장이 누그러지기 시작하자,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한 적대감과 전투 테세를 거두었다.
"어쨌건 간에, 찾은 건 확실한 거니까 난 이만 아지트로 돌아가 볼께~"
"지금 어딜 간다는 거냐. 아직 임무는 끝나지 않았다고."
여자가 가만히 그를 돌아보았다. 뜨거운 태양빛에 그녀의 입가가 지루한 기분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보였다.
"너희들 임무가 죽이 되던 밥이 되던 우린 상관 안한다고? 어차피 우린 너희 조직에 속한 것도 아니고, 너희의 명령을 받아야 할 의무도 없어. 무엇보다 우리는, 그런 명령질이나 하는 조직한테 묶여 사는 건 질색이거든. 때가 되면 연락 하라고~."
여자는 손을 흔들어 보이면서 모래폭풍 속으로 먼저 사라졌다. 남자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기가 차는 군. 저런 놈들이랑 제압 작전을 벌여야 한다니.... "
그때였다. 그는 귀에 차고 있던, 이어링 통신기가 연락알림을 보냈다.
"네."
그가 연락을 받자, 음성 변조된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임무는 어찌되었나."
"찾았습니다."
"호오. 그런가. 드디어... 찾아냈나."
변조된 목소리에 서서히 증오와 살기가 돋아나기 시작했다.
"수고 많았다. 역시나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군."
"이 정도야 가뿐하죠. 그럼 다음 임무 하달은 언제입니까?"
"걱정하지 마라. 곧 너는 눈코뜰새 없이 바빠질 테니까.
그럼 그때까지 대기 하고 있도록. 너희의 활약을 기대하겠다.."
"명령을 하달하실 때까지 대기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연락이 끊어지고, 남자는 두건을 쓴 채 모래바람 속으로 사라졌다.
그는 모래바람 속을 걸어가며 자신의 배후에 있던 인물의 말을 되새겼다.
" 자, 그럼 이제.... 늑대 사냥을 시작해 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