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of Striker-이세하 Ep-15 A급 퇴치 작전 (상)

Sehaia 2017-12-14 7

말렉과 조우한 다음 날이젠 거의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는 휴대폰을 꺼낸다시끄럽게 울어대는 휴대폰을 이젠 **도 않고 손으로 화면을 조작해 꺼버릴 정도로 이미 이런 상황은 익숙해졌다.

방금 날아온 검은양 팀 본부로 오라는 문자 내용을 보고고개를 살짝 들어 눈앞에 놓인 검은양 팀 본부라는 팻말을 바라본다.


나답지도 않게 참 빨리도 왔다싶다차라리 얌전히 나중에 오는 게 낫지 않을까이래봐야 왜 이렇게 일찍 왔냐는 말에 대한 변명도 궁할 뿐 인데눈을 감고 돌아서기 직전뜬금없이 오른손을 들어 팻말에 대보았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검은양 팀 본부라는 팻말의 차가운 감촉이 새삼스럽다벌써 몇 번이나 이 앞을 지났건만난 여태 한 번도 이 팻말을 건드려 본 적도 없다아니물론 굳이 이런 거 만지작거리는 녀석도 없긴 하다.


나도 정말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네.


스스로도 어이가 없어 돌아가려고 돌아선 내 눈 앞에는 이슬비가 있었다.


왔으면 어서 들어가지 뭐하고 있어?”


그래얘한테는 이런 것 정도는 일찍 온 축에도 못 끼겠지변함없이 모범적이고 모범적인 모범생이다그 문자 받고서 어떻게 이렇게 일찍 올 수 있는 거냐몸 주변을 아직 위상력이 휘감고 있는 걸 보면 사이킥 무브로 온 듯한데굳이 그럴 필요가 있는 건지.


안에 들어가 보니 아저씨가 소파 위에서 신문을 얼굴 위에 덮어쓴 채로 잠들어 있었다굳이 깨우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다만얼굴에 신문을 덮어쓰고 한 쪽 팔을 축 늘어뜨린 그 모습은 이상하리만큼 관에 담긴 시신을 연상시켰다.


적당히 의자를 빼서 앉은 나는 게임을 하고이슬비는 다른 자리에서 타자를 쳤다그러면서 시간을 죽이고 있자 다음으로 서유리가 도착했고마지막으로 미스틸테인이 도착했다.


정작 소집한 유정 누나는 미스틸테인이 오고 나서 좀 지난 뒤에나 왔다밝게 인사를 하려고 한 서유리는 누나의 행색을 보고는 입을 다물었다유정 누나는 10년 정도 감방에 있다 나온 수감자같이 수척하고 죄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짐작 가는 부분은 확실하게 있었다어제와 오늘을 얼마나 많은 중압감에 시달렸을지다음 한마디를 꺼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뇌를 겪었을지 상상하기 힘들었다.


얘들아미안하지만 너희들이 말렉 퇴치를 담당하게 됐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라 새삼 놀랍지도 않다물론 그건 나하고 아저씨한테나 국한되는 얘기서유리와 미스틸은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고이슬비는 얼핏 담담해 보여도 내심 놀란 것 같다.


이럴 때 굳이 아는 척을 해서 나 다 엿들었어요.’라는 어필을 할 생각은 없다놀람 60%, 무표정 30%, 짜증 10%를 적당히 섞어서 얼굴에 반질반질하게 펴 발라놓는다도대체 무슨 표정일까그거.


다른 클로저들이 지원 온다고 하지 않았어요?”


아무리 전시 상황이라지만 너희의 승급 심사가 너무 가볍게 치러지는 게 아니냐며위에서 그걸 승급 심사 과제로 삼는다는구나.”


유정 누나도 대책이 안 선다는 듯이 한숨을 푹푹 쉰다이런 말을 하는 것도 괴로운 입장이시겠지유정 누나한테 화를 내봐야 의미 없다중간 관리자는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게 일상그 쪽에다 뭐라고 해 봐야 상층부로 항의가 전달될 리는 없는 것이다.


애초에 우리보고 승급 심사를 보라고 한 것이 저 윗***라는 걸 생각해보면정말 이랬다저랬다가 따로 없다사람 귀찮게 하는 데에는 정말 한 가닥 하는 사람들이다이 상황은 유정 누나로서도 곤혹스럽기 짝이 없을 터다.

그러나 이윽고 마음을 다잡은 누나의 눈에서 굳은 의지가 엿보였다.


그러니이번엔 작전을 치밀하게 짜서 놈을 상대하도록 하자놈이 다시 오는 시각은 모레 오후 5시 즈음으로 예상돼그 전까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최대한 많이 상정하고그에 따른 행동 패턴들을 미리 연습해야 해.”


하지만연습한다고 해도 뭘 해야 하죠?”


그러자 누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리모컨을 꺼내들었다삐익 소리를 내며 켜진 입체 영상 장치에는 어제 봤던 말렉의 형상을 비롯한 온갖 정보가 나타나 있었다몸무게최대로 낼 수 있는 근력주요 행동 패턴약점 등등, A급 차원종에 대항하기 위해 얼마나 인류가 치밀한 연구를 해 왔는지 알 수 있었다.


아마 이런 정보는 제이 아저씨를 비롯한 선대 클로저들이 목숨을 걸고 싸워가며 수집한 것들일 것이다별 감흥이 들지 않는다고 훌쩍 넘기기에는 정보의 무게가 무거웠다슬쩍 넘겨다 본 아저씨의 얼굴은 무덤덤했다.


이게 말렉 타입들의 일반적 특징들이야너희도 어제 봐서 알겠지만말렉은 자신의 무거운 무게를 주로 앞다리로 지탱해뒷다리는 균형을 잡기 위한 보조 장치정도의 역할이지하지만 뒷다리으로는 5초 정도는 설 수라도 있지만앞다리만으로는 균형이 맞지 않아서 그대로 넘어지게 되어있어.”


그럼 지난번에 취한 행동은 아무래도 정답인 모양이다문득 서유리 쪽을 돌아보니 똑같은 생각을 한 모양인지 이쪽을 보며 에헤헤 웃고 있다아마 수많은 검도 시합을 통해 상대방의 약점을 빠르게 포착하는 눈이 길러져 있는 거겠지.

이러는 나로 말할 거 같으면놈을 넘어뜨려야 한다는 일념으로 그런 거 신경 쓰지 않고 그냥 벴다소 뒷걸음질 치다 쥐 잡은 격이다.


그리고 고개는 약 120°정도를 돌릴 수 있어서뒤통수를 기준으로 200° 정도가 사각이므로 가능한 그 부분을 노려야 해물론눈을 공격할 수 있다면 그게 베스트감각이 느껴지는 곳으로 꼬리를 휘두르니 가급적 한 곳에서 지속적으로 공격하는 건 피해야 하고.”


나 들으라고 하는 말이 아니길 빈다그 크고 웅장한 앞다리에 정신이 팔려 꼬리를 전혀 견제하고 있지 않던 나로서는 이 자리에 앉아있는 것조차도 거북하다쥐구멍이 있다면 전세라도 살고 싶다.


그리고 미스틸이 수집해 온 파편을 분석해 본 결과말렉이 어제 쓰고 있던 건 우리 차원압에 적응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위상력을 억제하는 구속구임이 판명 났어.”


적응이요?”


단순한 구속구 일거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았지만그것이 우리 차원에 적응하기 위한 도구라면 얘기가 좀 복잡해진다.


그래놈이 그걸 쓴 채로 우리 차원에서 6시간을 버틴다면놈은 A급으로서의 힘을 제한 없이 발휘할 수 있게 돼거기에 놈은 이미 2시간을 우리 차원에 있었어.”


그럼실질적으로 우리가 놈을 쓰러뜨리는데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3시간 정도겠네요앞으로 3시간 정도만 있어도 놈은 우리 차원에 어느 정도 적응을 끝낼 테고그 정도면 우리의 힘으로선 상대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울 테니까요.”


차분히 얘기를 듣던 이슬비가 지적했다확실히 타당한 지적이다이미 적응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도 그 정도로 고전했다그러면 상식적으로 볼 때 놈이 제 힘을 다 쓰지 못하는 때에 끝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유정 누나는 고개를 저었다천천히 입을 여는 누나의 눈 밑 다크서클이 유독 진하게 보였다.


그것 말인데너희들은 이번에는 놈이 최대한 빨리 구속구를 벗도록 유도해야 해구속구를 벗기면 놈의 위상력은 순간적으로 강해지겠지만시간이 지날수록 계속해서 가해지는 몸의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도망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약해질 거야물론 차원문은 특경대 분들께서 미리 해체하고 피난하실 테니놈이 도망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마지막 말을 하지 못하고 유정 누나는 말을 흐렸다누나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대강 알 것 같았다그러나 굳이 내가 입에 담고 싶지 않았다그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그냥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었다.


이번 싸움은......”


그래구속구를 벗기는데 성공한다면이번엔 누가 먼저 쓰러지는지를 보는 장기전이 되겠지괴롭겠지만너희들은 놈이 약해질 때까지 놈의 공격을 버텨내고 견뎌내야 해. 4시간 정도를 버틴다면아마 보통의 B급 정도까지 놈의 힘이 떨어질 거라고 예측돼.”


진절머리 나는 상황이다누구하나 입을 열지는 않았지만 그것이 가능한지 어떤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단기로 결전을 보는 것도 쉽지 않다그러나 이 상황보다는 나을 것이다놈이 휘두르는 막대한 위상력을 하나하나 막아내며 끝까지 견뎌내야 한다.


그 끝을 보는 것이 가능할까?


의뭉스럽게 피어오른 의문이 서서히 등을 짓누르기 시작했다조금씩 그 무게를 늘려가던 의문은 목을 조여오기 시작했다먼지 구름 속에서 포효하던 놈의 울음소리가 귓가를 찢기 시작하던 와중이명이 그 자리를 빼앗았다.


괜찮아요어른들보다 잘 해낼 수 있습니다할 수 있어요.”


리더 님께서는 이미 평정을 되찾으신 모양이었다얘는 하는 말들이 눈치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정말 미묘한데이번에는 그 미묘함 덕분에 좀 마음이 풀렸다정말 한결같이 의연하다.


뭐랬더라, ‘우리가 하지 않으면 다시 불행해지는 사람들이 나온다.’였나무엇이 얘를 굳건하게 지탱하는지는 조금 짐작이 갔다수련을 도와주고 나오는 길에 말했던 부모님 얘기이미 얘의 곁에 있어주지 못하는 부모님에 대한 기억아마 그것이 얘를 싸움으로 내모는 것일 거다.

그렇다면 어제 한 말에는 얘도 포함이 되어버린다싸워야 할 이유가 주변에 두 명이나 있었다왠지 어제 한 말을 취소하고 싶어지네내가 굳이 얘를 위해서 싸워야 할 이유가 있을까?

헛소리지만.


그래이미 하겠다고 어젯밤에 마음은 먹었을 터다그런데 괜히 약해져 있으서 뭘 어쩌겠다는 건지어제 폼 좀 잡으면서 와라라고 중얼거렸던 건 어디 사는 누구였나.

웃기지 말라고어지간해선 한다고 하진 않겠지만한다고 했으면 빼지는 않는다.


서유리는 뭔가 항의하고 싶은 마음으로 한 가득인 것 같다사실 나도 처음 들어왔을 때에는 이런 것까지 시킬 줄은 몰랐으니아마 얼추 비슷한 심정일 것이다기껏해야 후방지원이나 시킬 줄 알았지더군다나 각성한지 얼마나 됐다고 사람을 저리 부려먹는지보는 내가 질릴 지경이다.


정말이렇게까지 하면 보너스는 제대로 나오는 거겠죠?”


어떨까보너스 따위 승급 확인서 같은 거로 대충 퉁칠 것 같은 묘한 기분이 오는데누가 이거 착각이라고 좀 해 줬으면 고마울 듯.


안 나오면 내가 고깃집이라도 데리고 가 줄게그리고 이번 작전에서 핵심은 세하야너야.”


?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깨닫기까지그리고 납득하기 까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평소 같았으면 간단히 금방 끝났을 작전 브리핑은 상당히 길어졌다.



집 문을 여는 것은 생각보다 큰 용기가 필요했다.

어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늦게 들어왔는데도오늘 아침에 엄마는 아무 말도 없으셨다그래서 더더욱 오늘은 엄마와 마주하지 않으면 안 됐다이런 건 마음에 쌓아두시게 해 봐야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엄마 속을 썩게 해 봐야 느는 것은 주름살이다.


문을 열어보니 집이 조용하다. TV도 켜져 있지 않아 혹시나 해서 본 거실 바닥에는 거대한 애벌레 같은 물체가 하나 있었다엄마였다.

옛날부터 긴장을 되는 일이 생기면 침낭 하나를 꺼내 바닥에서 주무신다이러는 편이 푹신한 침대에서 자는 것보다 안정이 된다고 하셨던가부디 입이 돌아가지 말아야 할 텐데.


내가 가까이 가자 가만히 감겨 있던 엄마의 눈이 번쩍 떠졌다진짜로 주무시고 계셨던 건지 의문스러울 정도였다전혀 눈이 풀려 있지 않다.


다녀왔니.”


.”


이런 날까지 나한테 가사를 시킬 생각은 없으셨는지식탁 위에는 조금 식은 것처럼 보이는 중국요리가 올라와있었다간단히 손을 씻고 엄마와 나란히 식탁에 앉았다.

실수로 나무젓가락을 부러뜨린 탓에 늘 쓰던 합금 젓가락을 선반에서 꺼내와 먼저 짜장면을 비비기 시작했다이 젓가락처럼 놈도 쉽게 쓰러져줬으면 좋겠지만그것까진 스스로도 너무 많은 걸 요구하고 있다 싶다.


안 그래도 매워 보이는 짬뽕에 고춧가루를 듬뿍 치면서 엄마가 가급적 피해줬으면 했던 주제를 꺼내들었다대답은 미리 준비해뒀지만 거북하지 않은 건 아니다.


그래서 이번 처리 대상의 등급은 어느 정도였니?”


“B+정도인가 봐요.”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분명 구속구를 쓰고 있는 동안에는 B+정도를 유지할 거라고 했고구속구를 벗고 4시간 정도가 지나면 B까지도 내려가는 걸 기대해 볼 수 있다고 했다.

구속구를 벗은 직후에는 확실히 A급이라는 게 문제일 뿐이지.


조금은 안도한 것인지아니면 안도한 척을 하고 계시는 건지 모르겠지만 엄마의 표정이 조금 이완됐다.


그래그렇단 말이지.”


그럼요그렇고 말고요,”


그럼다 끝나면 간만에 외출이나 하자유니온에게는 내가 연락 넣어뒀어근처 영화관에 너와 잠깐 갔다 오는 정도는 괜찮을 거라 그러더구나.”


안도한 척을 하고 계시는 모양이다.

유니온에서 허락이 떨어진 것만으로도 어지간한 건 눈치 채셨을 것이다이미 상황이 웃으며 끝내기에는 너무 커졌다는 것을 유니온의 순종적인 태도가 반증한다.

이미 VR 운운하며 웃으며 얘기를 돌리기에는 상황이 묵직하다.


그런데도 지원군은 코빼기도 비치지 않는다우리만이 해결해야 한다직접 나서는 것이 엄마로선 마음이 놓이시겠지만유니온은 기본적으론 엄마에게 빚을 지고 싶어 하지 않는다가까스로 우리 안에 넣어둔 맹수의 이빨이 언제 자신들을 향할지 몰라 두려워하기만 한다그 결과가 이것이다.


그러나 엄마도 나도 굳이 그 얘기를 하지 않는다.

세상엔 말이 필요 없는 대화가 있다는 걸 요즘 들어서 조금씩 깨닫게 됐다거기에 이 중국집 짜장면은 쓸데없이 조미료가 많다는 것도 알게 됐다더 이상 여기서 시키지 말아야지.


이 망할 전투는아직은 내 것이다아직 엄마가 뺏어가게 할 수는 없다.



그리고 모레 오후는 금방 다가왔다내 눈앞에서 지금재차 차원문이 열리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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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Closenea입니다. 이미 읽어본 듯한 장면, 읽어본 듯한 설명이 나왔다면 착각이 아닐 겁니다. 근데 이렇게 총정리를 하지 않으면 상황이 매끄럽게 이어지질 않더군요.

다음 편은 금방 준비해서 찾아뵙겠습니다.


Ep-14 소년이 싸우는 이유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2&n4articlesn=12815


Ep-15 A급 퇴치 작전 (중)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articlesn=12833



엇, 또 명전을 보내주시다니, 감사합니다!

2024-10-24 23:17:57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