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타의 생애시작 Ep-0 Prologue(재탕 주의)

Sehaia 2017-11-30 2

살아있다는 것을 어떻게 정의를 내릴 수 있을까.

그런 말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다른 말은 필요 없다. 논할 가치가 없다. 지금 살아있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하는 존재에게는 그 어떤 다른 말조차도 귀에 들어오지 않고, 단지 공허함만을 느끼고 있을 뿐일 테니.

 

다만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죽어있다는 것은 정의내릴 수 있겠지. 살려는 노력을 하지 않거나, 자신의 목숨에 집착이 없거나, 남과 자신 중 거리낌 없이 남을 택하거나, 등등, 셀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은 죽어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죽지 않았다면 살아있는 건가?

아니.

정확하게는,

살아있다는 것을 자각하기 때문에 살아있는 것이다.

 

내가 이런 생각을 처음 하게 된 건 두 말 할 것도 없이 그 때였을 거다.

 

뭐지, 나타? 너답지 않게 쓸데없는 생각에 사로잡혀있는 것 같군.”

 

아마 별 관심도 없을 주제에 쓸데없이 참견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남은 지금 남은 차원종들을 썰기 바쁜데, 기껏해야 이상한 비행 통신기기 하나 보내놓고선 또 설교를 시작할 생각인걸까. 언제나 그렇듯이 사람 거슬리게 하는 데에는 한 가닥 하는 인간이다.

 

이봐, 꼰대. 뭔 일 있어? 내가 뭔 생각하든 뭔 상관이야? 되도 않는 남 신경 쓰는 척은 하지 말라고. 짜증나니까.”

 

아니. 아무 일도 아니다. 평소와 다를 바 없군. 괜히 전투 중에 잡념에 사로잡히지 말란 경고라도 할까 했는데, 아무래도 기우였던 모양이다.”

 

? 내가 전투 중에 딴 생각을 한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 확실히 말도 안 되는군 그래. 너한테 있어서 그럴 일은 없지.”

 

잔뜩 아는 척 폼이나 잡다가 입을 다무는 건 꼴도 보기 싫지만, 마지막 말은 옳다고 해 두겠다.

그래. 내가 전투 중에 다른 생각을 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미 전투는 끝났다. 그런 의미에서 잠깐 감상에 빠지는 것 정도는 상관없을 터다.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고 자각은 하고 있지만, 조금 떠올려 볼까.

    

 

벌써 십 년도 훌쩍 지난 일이다. 그 날의 이전은 기억나지 않는다. 어쩌면 필요 없는 정보라고 판단한 머리가 편리하게 지워버렸는지도 모르겠지만. 사람이란 강렬한 기억 외에는 별로 기억하지 못하니, 그런 의미에선 정말 미미했던 날들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그 날이 나머지를 시커멓게 칠해 버릴 정도로 강렬한 기억인지도.

 

불길이 시뻘겋게 타오르는 도시의 한가운데에 나는 서 있었다.

 

인간과 차원종이라 부르는 괴물들이 서로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한 데 모여 진풍경을 이루고 있었다. 아니, ‘인간과 차원종이라고 해야 했다. 그들은 모두 죽어있었으니까.

 

그들 사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지 못했다. 난 그저 공간이 일그러지는 것을 보고 다급하게 어느 건물로 들어갔다. 공간이 일그러지는 건 차원종이 출몰한다는 증거라는 건 어디선가 들어서 알고 있었기에, 뒤도 돌아** 않고 뛰어 들어가 한 옷장 속으로 숨었다.

 

정확히 몇 시간이 지나고 있었는지는 알기가 힘들었지만, 햇빛이 더 이상 옷장 틈으로 들어오지 않는 것을 보며 하루를 넘겼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숨을 죽이고 있는 동안 바깥에서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포효와 비명이 오가는 것을 느끼며, 그 중에 한 명이 내가 되지 않기를, 그 누구도 이 안으로 들어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더 이상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바깥으로 나왔을 때는, 바깥은 이미 내가 알고 있는 모습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광경을 보는 나 또한, 그 때까지의 나로 있을 수 없었다.

 

지반이 내려앉고 아**트가 부서져 가벼운 크레바스와 언덕이 만들어져 흡사 도시 속 작은 정글을 만들어 놓은 듯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내가 있던 건물이 무너지지 않은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은 철저하게 분쇄되어 있었다. 어쩌면 내가 눈치 채지 못한 것뿐이지, 그 건물도 어딘가가 부서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건물 어딘가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난 순간, 난 나갈 마음을 먹었다. 어차피, 건물 안에 있으나 밖에 있으나 죽기는 매한가지였다. 가만히 앉아서 죽기보다는 한 걸음이라도 발버둥을 치고 싶었다. 그런다면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저절로 몸을 움직였다.

 

건물 밖은 한 걸음 한걸음을 걷는 것만으로도 버거웠다. 발걸음 한 걸음 한 걸음을 옮길 때마다 붉게 찰박거리는 소리가 신발 끝에서 올라와 심장을 감쌌다. 빠르게 뛰는 심장은 어느 새 살아라라는 단 한 마디 짧은 명령을 내리며 평소보다 열심히 제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

 

머리 위를 스치며 가느다란 상처를 새긴 콘크리트. 가까스로 피해간 작열하는 화염의 열기. 타닥타닥 귀를 조금씩 좀먹어가던 불꽃과 인간의 합주. 잘 구운 고기와 숯덩이 사이의 미묘한 냄새를 내 코에 쥐어주던 시체.

 

그 모든 것에서 눈을 돌린 채로 하염없이 걸었다.

 

..............도와.......”

 

들리지 않는다.

 

엄마! 잠깐만 기다려! 곧 구해줄 사람을 찾........아아아악.......”

 

보이지 않는다.

 

고목과도 같은 다섯 갈래 숯덩이가 내 발끝을 잡아당겼다. 붉고 찐득한 무언가를 치덕치덕 바르는 그 손은 느껴지지 않는다. 느끼고는 있지만, 느껴지지 않는다.

 

살고 싶었다. 이때까지 겪어본 적 없는 생애에 대한 욕구가 전신을 점령했다. 무시하려던 시체의 위축되고 볼품없던 잔재는 언제나 내 발끝에 걸리며 발목을 붙들었다. 그런 모습이 되기 싫다는 두려움이, 죽음에 대한 공포가 그들을 밟고 넘어갈 수 있는 힘만을 가까스로 다리에 부여했다. 나름 깨끗하게 입고 있던 옷은 더러워졌고, 입은 코를 쉬지 않고 찌르던 비린내 때문에 헛구역질을 계속 뱉어냈다.

 

그렇지만 걸을 수 있었다. 기어서라도 갈 수 있었다. 그런 내 처지는 사실 양반이었다. 그리고 그거면 충분했다. 주변에서는 서로를 돕겠답시고 함께 나락으로 떨어지는 인간들이 한가득 이었다. 내 한 몸만을 지탱해서 걸어갈 자유가 내게는 있었다.

남을 도우며 나를 희생하지 않아도 되었고, 생판 모르는 나에게 매달리는 사람들은 이미 사신과 깊은 교우관계를 승인해 버린 사람들뿐이었다. 떨쳐내는 것 정도는 어린아이에게도 일도 아니었다. 마음이 무엇인지를 까먹으면 간단하게 해결될 일이었을 뿐이다.

 

그렇게 걷다가 내 앞을 가로막은 건물 잔해의 언덕이 나타났다. 돌아가도 아무것도 없이 빈 건물 하나만 나온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죽을 힘을 다해 기어올랐다.

 

그런 콘크리트의 언덕에서 홀로 서서 내려다 본 풍경은 실로, 어린아이에게는 참혹했을 테지만, 그런 것에 큰 감상을 느끼지 못할 만큼 그 때 이미 난 눈을 감을 수 있었다. 익숙해진 눈꺼풀 안 속 세상은 바깥세상보다는 너무나도 부드러워서 그 안에 있고만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평화로운 세상 속에만 있어선 안 된다는 걸 몸이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온갖 제물의 산에서 굴러 떨어지듯 내려와 구르듯이 다시 기었다.

 

옆에서 누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내 몸은 어떤지도 확인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절박하게 기었던 나는, 단 일체의 부정도 용납하지 않을 정도로 살아있었다.

이젠 기억조차 나지 않는 평화로운 나날들을 모두 그러모아도 그에 준할 무게는 갖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내 존재는 그 경험을 기점으로 한다.

 

넘쳐나는 죽음들을 짓밟고 걸어가던 순간에 내 생애는 시작되었다.

나 자신을 위해 타인을 부정하고 시각, 촉각, 청각, 후각을 하나씩 닫아가는 것이 나의 존재를 증명했다.

감겨가던 눈과 후들거리던 다리를 되살리기 위해 입술을 깨물고, 유리 조각으로 다리를 찔러 통각을 감각을 되살렸다. 샘솟듯 몸을 흐르는 피는 윤활유가 되어 녹슬어가는 근섬유와 관절을 미끈하게 덧칠했다. 그것이 실낱같은 생명을 이어주었다.

 

쌓아올린 죽음은 삶의 기점이다.

눈을 감는 비정함은 삶의 증명이다.

땅을 기는 절박함은 삶의 계속이다.

 

그 모든 것을 뼈저리게 느꼈던 내가,

 

이봐. 여기 살아남은 애가 있어!”

 

사람의 온기를, 기적을 기대하며,

 

한 명 확보인가. 꼬마야, 몸은 괜찮냐?”

 

몸에 새긴 가치를 배신한 그 순간,

 

우리는 유니온이란다. 우리와 함께 가자.”

 

내 생애는 다시금 막을 잠시 내렸었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잡생각은 그쯤 해라, 나타. 지금 위치에서 남쪽으로 1km 거리에 새로운 차원 왜곡이 발현됐다. 지금 당장 그쪽으로 가서 남은 차원종을 섬멸하도록.”

 

“......그래, 좋아. 위험군은 어느 정도지?”

 

“B급이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그리 높은 등급은 아니다. 다만 다른 차원종들까지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해.”

 

그럼에도 나는 지금 살아 있다.

 

비록 그것이 시답잖은 개와 같은 삶일지라도.

그리고 내가 살아있는 이유는

아마 여태까지의 모든 일들이 증명해줄 것이다.

 

다음 사냥감은.......저기 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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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Closenea입니다. 나타의 생애 시리즈, 그 첫 작. 나타의 생애시작 입니다. 이번 편은 사실상 우려먹기로군요. 저번에 올렸던 내용이 거의 절반인 거 같은데, 올려놓고도 기분이 묘해요;; 하지만 일단 추가한 내용도 있고, Coming soon 이라고 해 놨으니 이래도 괜찮.....겠지요? 그렇다고 믿으렵니다.

저번에 말씀드렸다시피 나타의 생애 시리즈는 나타가 유니온에 거둬진 직후, 그리고 유니온에 의해 처분이 결정된 시점까지를 다룹니다. 그러니까 트레이너와 만나는 시점까지를 다룬다고 보시면 되겠네요. 얼추 구상은 거의 끝났지만, 얼마나 빨리 쓸 지는 잘 모르겠어요. 분위기는 좀 많이 어두울테니, 취향을 타게 되겠네요 그럼에도 재밌게 즐겨주셨으면(?) 하는 작은 바람입니다. 두서 없이 말이 길었습니다.

요약: 재탕해서 죄송해요.


Ep-1 포획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ArticleSN=12804

2024-10-24 23:17:53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