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랑 슬비가 게임하는 이야기

켠김예왕까지 2015-02-12 11

사람들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의,식,주가 필요하다고 하며 현대 사회에서 그것을 모두 모아서 하나로 표현하자면 돈이 될 것이다. 이러한 돈을 얻기 위해서 하는 행동에 따라 사람들은 직업을 나누며 어느샌가 직업은 돈을 벌기 위한 행위의 종류라기 보다는 사람을 구분하는 판별도구로 주로 사용되곤 한다. 즉 처음 보는 사람에게 “직업이 뭔가요?” 하는 말은 어떤 의미로는 굉장히 무례한 표현인것이다.

 


“도대체 넌 클로저 라는 자각이!!”

 


내가 이런 실없는 소리를 하는 이유 역시 눈앞에서 핑크빛 머리카락과 책들을 염동력으로 휘날리며 직업의식에 대해 일장 연설을 하시는 우리 리더님 때문이겠지..

말만 안하면 정말 미소녀라는 말이 딱들어맞는 귀여운 외모이지만 항상 입을 열면 잔소리를 하는탓에 그 외모를 사장님이 미치신 가게 폭탄세일하듯 다 깎아 먹는다.

보통 이정도까지 상황이 진행되면 싸움을 구경하러.. 아니 정확히는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유리는 몰라도 안절부절하며 말리는 테인이나 제이 아저씨가 스트레스에는 좋은 건강식을 들이밀며 상황을 정리하시겠지만 슬프게도 유리와 테인이는 차원종 습격의 긴급 경계 대기조로 제이 아저씨는 삼을 캐러 자신의 텃밭으로 간터라 눈앞에 책을 돌리며 눈으로 레이져를 쏘아대는 분홍빛 고슴도치를 막아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 그건 그렇고 이 보스 은근히 단단하네 재료 드랍률도 낮고.. 재료 갑옷만 아니면 정말 꺼버리고 다른 게임을 하고있을껀데..

 


 


“속사 속사.. 구르고..”

 


“이세하!!!”

 


 


이쪽을 쏘아보는 보스님 보다 사냥하고있던 바위몸의 보스을 처리하기위해 재빠르게 컨트롤 하여 대쉬를 피하자 신경쓰지않았던 보스님의 손이 psp를 덮친다. 어라? 방금 보스가 함정폭탄에 빠져서 쓰러지는것처럼 보였는데..? 아니겠죠? 이제 갈무리만 하면 되는데 설마 한시간의 노력이...??

 


“하아.... 오늘은 왜 또...?”

 


“‘오늘은’이 아니라 오늘도야 도대체 매일하는 게임인데 질리지도 않는거야?”

 


“게임이 질린다라.. 그정도면 득도의 경지에 오른거겠지.”

 


몇 번의 학습을 통해 익숙하게 psp의 전원을 끄고 돌려주는 슬비에게 받은 psp를 주머니에 집어넣고 잠시 못난 주인 때문에 죽어버린 헌터를 못난 주인둔 헌터에게 정말 미안하다!!! 하고 위로하자.. 리더님은 그 모습을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며 뭐라고 중얼거리신다. 일상의 단순한과 지루함을 피하기위해서 하는 자극제인 게임이 지루하다는 것은 어떤의미로 지루함을 이기기 위한 지루함으로 득도의 경지가 아닐 수 없다. 왜 어딘가의 붉은 여왕도 애기하지않는가.. ‘RPG가 없다면 FPS를 하면 되지않느냐~‘

저번에 (슬비가)부셔버린 psp의 수리비와 내 용돈을 고려해서라도 화가나신 리더님에게 고개를 돌려보자 슬비는 마주친 시선을 잠시 돌리더니 자리에 착석하여 뺨을 복숭아빛으로 물들인다.

 


“그래서 게임은 끝났고 이제 잔소리만 들으면 되는거야?”

 


“잔소리 들을 짓을 안하면 되겠지”

 


“쉬는시간에 쉬는게 언제부터 잔소리 들을 행동이된거야..”

 


“쉬는 시간에만 한다면 잔소리 들을 행동이 아니겠지”

 

 


탁탁 소리가 들리는 착각이 들정도로 꼬박꼬박 말을 받아쳐주시는 리더님은 한마디로 질생각이 없다는 듯이 이쪽을 찌릿 노려본다. 저런 행동과 성격만 없었다면 앞에 말한대로 정말 미소녀 일텐데.. 노려보는 시선에 왠지모를 반발심이 들어 눈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쳐다보자 새하얗던 볼이 머리색처럼 부드럽게 붉어지더니 천천히 고개를 떨군다.. 하고나서 생각해보니 이거 은근히 부끄러운 행동이라 시선을 돌리자 가시갑옷을 입은 분홍빛 고슴도치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전부리가 놓인 장소로 걸어간다.

검은양 팀의 이름이 적힌 팀룸에는 유리가 가져오던 과자와 음료덕분에 간식을 놓을 공간이 생겨버렸는데 어느샌가 각자 취향인 차와 과자들을 챙겨와 이렇게 쉬는 시간에 나눠 먹곤한다. 참고로 가장 인기없는건 제이 아저씨의 수명증진 건강차 이 아저씨는 아직 살날 창창한 학생들한테 뭘 먹이려는건지 궁금할 정도이다.  뜨거운 물에 커피믹스를 넣는 이슬비를 쳐다보다 문득 게임하느라 확인못한 휴대폰을 꺼내보자 몇 개의 스팸 문자사이에 자주 보이던 이름과 특유의 활발한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세하야! 이제 곧 돌아갈껀데 갈 때 뭐 사갈까?]

 


작전지역의 근처에 차원종의 도주나 증식을 막고 추적을 편하게 하기위해 2인 1조로 편성된 긴급 대기조 라지만 대부분은 출동 1시간이나 2시간만에 상황이 종료되고 돌아오는 편이다. 유리와 테인이 역시 나간지 그정도 되었고 사올꺼보다 여기있는 슬비좀 데려가라고 유리에게 답장을 하려하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잔이 휴대폰과 눈 사이에 들어온다.

 


 


“??”

 


“이거라도 마셔”

 


“아.. 땡큐..”

 


“마시면서 게임할리는 없으니까 주는거야”

 


“넌 한마디만 덜하면 참 예쁠것같은데”

 


“딱히 너한테 이쁨 받고싶지도 않아.”

 


“주관적인 평가라는거야 유리처럼 붙임성까진 필요없어도 최소한...농담입니다 잔으로 때리지마세요. 리더님”

 


“흥”

 

 


머리를 쪼갤 듯이 내려찍던 컵을 넘겨받자 다시 자리에 앉은 이슬비는 커피와 과자를 책상에 두더니 다시 푸른빛 눈동자를 나에게 고정한다.

 


 


“맛있네..”

 


“....응”

 


“.....”

 


커피라는건 나에게는 각성제로밖에 인식되지않아서 보통 밤을 새거나 게임중에 집중하기 위해 마시는 물약같은 느낌인데 이렇게 커피만을 마시는건 처음이라 평범하게 평가를 말한다.

다만 마주앉아서 같이 커피를 마시는 슬비가 공기를 읽지못하고 어색한 공기를 더욱 어지럽히며 단답으로 답변한다. 이 손이 오그라드는 어색하고 미지근한 공기를 풀기위해서 나의 오아시스를 주머니에서 다시 꺼내자 psp를 발견한 리더님이 분위기를 바꾸시며 다시 노려보기를 시전하신다.  효과는 굉장했다.

 

 


“집어넣어”

 


“....심심해서 잠시 꺼내본거야..”

 


“그러니까 게임중독이라고 하는거야 잠시라도 게임을 안할수는없는거야?”

 

  


단칼에 다시 주머니로 들어간 psp를 집어넣으며 아직은 뜨거운 커피를 바라본다.

슬비는 게임을 쓸모없는 시간낭비처럼 애기하지만 게임은 지친일상에 활력을 넣어줄 수 있는 윤활제이고 목표의식을 갖게하는 좋은 공부이기도 하다. 무언가를 얻기위해서는 노력을 해야하며 사회의 단편적인 모습을 축소시킨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무튼 의외로 휴대폰과 게임을 봉인당한이후 할 일이 없어 천장에 눈을 돌리고 새겨진 무늬 개수를 세고있자 그런 모습을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던 리더님이 한숨을 쉬더니 서랍에서 무언가를 꺼내온다.

 


 


“그러면 나랑 같이 게임해”

 


“에?”

 


 

게임을 안해서 이제 헛것이 들리나 싶어 귀를 파고있자 슬비는 책상위에 제이 아저씨가 두고간듯한 바둑판과 바둑알을 올려놓고서 말한다.

 


 


“팀원의 게임중독을 치료해주는것도.. 리더의 일이니까”

 


“아..응”

 


“오목 둘줄 알지?”

 


“너무 고전 게임인데..”

 


“....둘줄 알지?”

 


“네...”

 


 

그냥 개인의 감상을 말했을뿐인데 슬비는 바둑알로 흑백의 비트를 만들어 레일건을 쏠기세라 정중히 답변한다. 점점 검은양 팀에서 나의 취급이 더욱 바닥을 치는 기분이 들지만 아직 테인이라던가 제이 아저씨에게는 사람취급을 받고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유리는 예외로 어떤의미로는 슬비보다 더 귀찮은 존재로 변모하곤한다. 세하야 뭐해? 세하야 놀자? 세하야 심심해  세하야 라는 글자 뒷말을 바꾼채로 수십가지 언어공격을 하는 그녀는 가끔씩 스크린 스내쳐를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5판 3선승제 지는사람은 딱밤 어때?”

 


“이길 자신있나보네?”

 


“아무래도 상대가 이세하니까”

 


“헤에?”

 

  


굉장히 얕보인 모양인지 얄밉게 미소 지으며 말하는 완벽주의 리더님은 자신감넘치게 흑돌을 정중앙에 두시며 손짓으로 재촉한다. 이래뵈도 석봉이를 제외하고는 게임에서 누군가에게 밀린적 없다고 자부하는 몸이라 슬비에게 인생의 쓴맛을 가르쳐 줘야겠다고 생각하며 바둑알을 집는다. 그러고보니 오목을 하는건 오랜만인데... 몸이 기억하고있으려나..

 


 


 


 


 


 


 


 


 


 


     


“이러면 끝났지?”

 


“....자..잠시만..”

 

 


약 30분만의 장고? 끝에 마지막 바둑돌을 사선에 두시는 리더님에게 체크메이드를 선언하니 리더님은 패배를 시인할수없다는 듯이 에메랄드 눈동자를 이리저리 돌리며 활로를 모색한다.

이슬비에게는 미안한 소식이지만 내가 했던 게임중에 미니게임 타입이나 이벤트로 자주 오목을 하는 경우가 있었고 게임기를 압수당하거나 게임기를 꺼낼 수 없는 상황에는 주로 아날로그식의 오목을 친구와 한적이 있어 오목을 잘한다고는 못하지만 못한다고도 할 수 없는 실력이다. 거기다 눈앞의 이슬비는 자신의 수가 표정에서 너무너무 자연스럽게 들어나서 2연승후 한번 일부러 져주지 햇살을 품은듯한 밝은 미소로 이쪽을 놀려댔다. 물론 다음판은 칼같이 이겨버렸지만

 


“자 그럼 약속대로...”

 


“으...”

 

 


1승 3패로 패배하신 리더님에게 벌칙을 수행하기위해 일어나 가까이 다가가자 눈을 감은채 양손으로 앞머리를 들고있고 부들부들 떨고있는 슬비가 눈앞에 보인다.

뭐야 이 귀여운 생물은.. 귀여운척하지말라고....

무심코 멍하니 바라보다가 슬비가 한쪽 눈을 슬며시 뜬채 ‘안해..?“ 하는 말에 이건 이슬비다 이건 이슬비야 하고 마음의 번뇌를 없앤후 벌칙을 수행한다.

 

 


“꺅..”

 

  


여자애 치곤 좀 강하게 친 기분이지만 슬비니까 괜찮을 것이다. 오히려 유리였다면 “남자라면 이정도는 기본이지!!” 하며 위상력을 담아서 벌칙을 줬을꺼고 슬비 역시 내가 졌다면 무슨 짓을 당했을지 모른다.

 


“....으...”

 


그러니까 이렇게 촉촉이 젖은 눈으로 노려보는건 반칙이라고 생각한다.

이슬비는 생각외로 승부욕이 강한 아이라서 오목에서 완패한 지금 다시 승부를 걸면 적당히 티안나게 져줄 생각이였지만 슬슬 지루해지도 하고 테인이와 유리가 올시간이라 게임은 여기서 끝낼생각이다.


 

“그럼 다음게임”

 

  


뭐.. 리더님은 전혀 그런생각이 없는 듯 하지만..

 


 

“이제 슬슬 유리네가 올꺼니까 그만하는게 어때?”

 


유리라는 말에 눈썹이 움찔 움직인 슬비는 그래도 일리가 있는 말에 단념한 듯 바둑판과 바둑알을 들어 원래자리에 가져다 두었다. 그러고보니 슬비는 유리를 대하는게 조금 서툰감이 있는데 유리야 언제나 선수필승의 패기넘치는 강아지라고 생각하면 슬비는 그런 유리를 경계하며 도망치는 고양이라고 생각한다. 어떤의미로 애증의 관계인 둘은 이상하게 내가 끼여있다면 서로 시너지가 폭팔하며 날 못살게 굴곤한다. 뭐.. 그게 슬비 나름대로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해야겠지..

 


 


“그럼 마지막으로 눈싸움”

 


“응? 끝난거 아냐?”

 


유리와 테인이가 오면 다시 시끌벅적해질게 분명하기에 잠시 느긋하게 생각이나 하고있을까 싶었건만 자신의 패배를 받아드리지못하는 어른스럽지못한 슬비는 의자를 끌고와 눈앞에 앉으며 자신의 할말만을 한다.

 


 


“지면 소원들어주기 준비~ 시작!” 

 


“잠시만 준비도 안하고 반칙...”

 

 


자기 마음대로 게임을시작하는 그녀에게 반박을 해**만 지긋히 눈을 마주치며 게임을 시작한 슬비에게 들릴 리가 없으므로 그냥 마지막게임이라고 생각하며 눈싸움을 시작한다. 그러고보니 지면 소원들어주기니 만약에 이긴다면 게임할 때 말리지않는걸 소원으로 빌어야 하나.

 


 


“눈을 공격하면 되는거지?”

 


“넌 눈싸움의 기초도 모르는거냐.. 잠시만 의자는 왜 들어올리는건데 염동력으로 공격하는건 반칙이야”

 

 


‘쳇 이거라면 이길수있는데’ 하며 진심으로 아쉬운 표정을 짓는 이슬비에게 일단 안전성 확보를 위해 룰을 상기시켜준다.

 

  


“잠시만.. 신체적으로 공격금지 눈돌리거나 감으면 지는걸로”

 


“그래?”

 

  


일단 눈을 감거나 시선을 돌리면 지는게임이니 평범하게 룰을 설명하자 가만히 설명을 듣더니 소악마같은 악날한 미소를 지으며 헛기침을 한다. 응?

 

  


“별☆빛에 잠겨..”

 


“그거 반칙이잖아!!”

 


“신체적인 공격은 아닌데 이세하?”

 


 

분명 신체적이진 않고 정신적이지만 이쪽 한정으로 그건 신체적인 유효공격이다 주로 손발이라던가 심장이라던가... 식은땀을 흘리며 당황하고있는 이 모습이 즐거운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웃고있는 슬비는 아직까지 게임이라는 자각이 있는지 시선을 피하지않고 이쪽을 바라본다. 그래 신체적인 접촉만 아니면 된다 이거지??

 

 


“이세하?”

 


“미리 말해두겠지만 신체적인 공격은 아니다?”

 


 

아마 평생 흑역사로 남을 대사 때문에 머리가 회전을 멈춘건지 평소라면 죽어도 못할짓을 해버린 기분이 든다. 방금전까지만 해도 슬비와 눈싸움하기위해 가깝게 앉아있었지만 정신차리고보니 자리에서 일어나 앉아있는 슬비의 눈앞까지 다가섰다.

 


 


“..너...”

 


“네가 먼저 시작한 일이야..”

 

  


슬비도 여자인지 이런공격이 유효하여 벚꽃빛 머리색 만큼이나 얼굴이 붉게 물들어 맑은 푸른시선이 이러지도 저러지도못한채 지고싶지는 않은 듯 마주보고 있다. 그런데 이거 의외로 부끄러운데...

 

  


“별..빛에”

 


“야야...”

 


 

물론.. 이거보단 덜하지만.. 가끔 차원종과 싸울 때 분위기를 타버려서 한 말들이 이렇게 내 발을 잡게될줄은 몰랐다. 과거로 돌아가는 타임머신이 생기면 그때의 분위기탄 이세하에게 위상력을 가득담은 주먹을 선물해야지.. 아무튼 슬비의 공격 덕분에 정신을 차린 이쪽에 반해 아직까지 얼굴에 봄빛을 물들이는 슬비는 버티기 힘든 듯 보였고 승기를 잡은탓인지 아니면 슬비의 괴롭힘에 마음을 놓은탓인지 평소라면 잘 안하는 말을 그녀에게 꺼낸다.

 


 


“도대체 날 어떻게 생각하는거야..”

 


“중2병에 게임페인”

 


“....”

 


 

너무 즉답에 상처받아버렸다.. 일단 대놓고 티내지는 않았지만 반박의 의미로 슬비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갔고 슬비는 도망치듯 앉아있는 의자에 등을 밀착시킨다.

 


 

“항상 임무에 나가면 귀찮은티 팍팍내고 몰래몰래 게임하다가 걸리고..”

 


“....”

 


“그런주제에 막상 할때는 멋있게 할수있으면서 안하고...”

 


“.....”

 


“이세하 주제에... 상냥하고... ”

 


“.....”

 


“이세하.. 주제에..

 


 

갑자기 눈싸움 때문에 시선을 피하지않고 귀까지 붉어진채로 말하는 그녀 때문에 이쪽의 얼굴역시 열기가 느껴질정도로 붉어진다. 뭐지.. 이거 신종괴롭힘이야? 이렇게 해놓고 유정이누나와 제이 아저씨가 옷장에서 나오면서 “몰래카메라입니다~” 하는건가? 잠시 현실도피를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 하자 몸을 뒤로빼고 움추려있던 슬비가 갑자기 앞쪽으로 몸을 당긴다.

 

 


“그러는 너는...”

 


“으..응?”

 


“너는 어떻게 생각하냐고...”

 


“...”

 


 

이슬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니.. 그러고보니 슬비는 나에게 어떤 의미일지 진지하게 생각한적이없다. 그냥 학교 친구? 검은양팀의 동료이자 리더?

 


 

“나한테...”

 


 

사실 슬비에 대해 깊히 생각하고 싶지 않은걸지도 모른다.

어릴 때 차원종에게 부모님을 잃은 그녀를 누군가는 동정하고 항상 차갑게 거리를 두며 완벽을 추구하는 그녀를 누군가는 시기한다. 그녀의 옆에 있으면서 그런모습을 많이 봐왔지만 그런것에 대해 이슬비는 신경쓰지 않으려 하고 나 역시 없는일로 치부해버린다. 그것이 서로의 프라이버시라고 생각하고 그게 좋은거라고 생각했다.

 


“이슬비는...”

 

  


처음 이슬비를 만났을때의 느꼈던 것은 단순히 경계일 뿐이지만 어느샌가 그녀는 나와 같이 행동하게 되었고 과거에 느꼈던 차가운 벽도 이제는 어린 고슴도치의 가시만큼이나 가까워졌다.

그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잘모르겠지만 한가지는 확실하다.

나는 어릴적 차원종에 부모님을 잃은 슬비를 동정하지않는다.

또 나는 항상 노력하며 완벽해 지려하는 그녀를 질투하지않는다.

그저 같이 임무를 수행하고 생활하며 평범하게 싸우고 화해하고 이렇게 같이 노는 그녀를 평범하게 좋아하는 것 뿐이다.

좋아한다면 서로 프라이버시라고 생각하며 애써 상처를 무시하고 피하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다가가는 것이다.

 

 


“.....”

 

  


새삼스럽게 떠오른 생각 때문에 잠시 망설였지만 아직까지 시선을 피하지않으며 대답을 기다리는 그녀를 더 이상 기다리게 할 수 없어 말하려하자 불안정하게 의자에 몸을 기대고있던 슬비가 붕 뜨듯이 뒤로 넘어진다.

 

  


“아?”

 


“우왓...”

 


 

이대로 넘어졌다간 의자에 몸을 다칠 우려가 있어서 반사적으로 슬비를 끌어당겨 넘어졌는데..

 


 


“....”

 


“....”

 


 


다치지않게 등을 감싼채로 넘어진탓에 이슬비와 닿을 듯이 얼굴이 가깝게 되어버렸다. 거기다 남들이 보면 내가 슬비를 넘어트린것같이 되버려 아무말없이 얼어있자 슬비는 이쪽을 올려다보더니 싱긋 미소를 짓는다.

 

  


“방금 눈감은 것 같은데..”

 


“이 상황에서도 눈싸움이냐.. 그보다 안감았어 오히려 네가 감은것같은데?”

 


 

물론 둘다 거짓말이다.  두사람 다 넘어지는 와중에 눈을 안감을 리가 없고 오래동안 안감았다가 감은탓에 촉촉해진 눈동자가 지긋이 응시하고있기 때문이다. 슬비의 실없는 농담탓에 어색했던 공기가 잠시 풀어지는듯했으나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기 시작하자 거짓말처럼 공기가 다시 어색해지기 시작한다.

 


 


“...그.. 처음 이니까..”

 


 


......에?

 


코가 닿을 듯이 가까운 거리에서 안겨있는 슬비가 망설이듯 말을 꺼낸다. 눈싸움이 처음이라는거겠죠? 그런거겠죠?

어떻게든 상황을 도피하기위해서 생각의 도화선을 끄려 하지만 품안에 누워있던 슬비는 어느새 가슴에 양 손을 꼭 움켜쥐고는 서서히 눈을 감기 시작한다.

 


“....”

 


실눈을 뜬채 이쪽을 바라보는 그녀에게 다짐했던것처럼 다가가려하자 슬비는 약속이라도 한것처럼 고개를 살짝 돌린다. 봄이 오기전 꽃샘추위덕에 날씨는 매우 쌀쌀했지만 그런걸 의식할수없을정도로 몸은 따뜻하게 열기가 났었고 심장이 뛰는 소리 때문에 눈앞의 슬비가 새근새근 내는 숨소리조차 들리지않는다. 거의 눈을 감은 슬비에게 다가가며 피어나는 봄꽃 향기로 들어가자 바닥에서 타닥타닥 울리는 발자국 소리와 함께 자주들었던 목소리가 방안에 울려퍼진다.

 


 


“다녀왔어요~~”

 

 

 


“어!!!! 테인이 왔어?”

 


 


에어리어 라는 글자가 머릿속에 떠오를정도로 재빨리 일어나서 의자에 앉자 과자를 품안에 가득안은 테인이가 몸을 돌려 어깨로 문을 닫으며 들어온다.

 

  


“유리 누나가 세하 형한테 문자가 없어서 종류별로 다사온데요!”

 


“아니.. 이렇게까지 많이 살 필요는 없는데..”

 


“누나가 이 중에 니 취향이 하나쯤은 있겠지라면서 챙겨오고 계세요”

 


“취향이고 자시고 그냥 과자면 딱히 불만안하는데.. 그보다 이정도면 꽤나 비싸지않아?”

 


“네! 그래서 제이 아저씨 카드로 산다고 하셨어요.”

 


 


멋모르고 약초캐다가 문자로 고지서 폭탄을 맞았을 제이 아저씨에게 잠시 명복을 빌며 넘어진 이슬비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잔뜩화가난 표정의 리더님은 자리에서 일어나 치마를 털고선 테인이게는 안들릴 작은 목소리지만 무거운 목소리로 말한다.

 


 

“먼저 고개 돌렸네 이.세.하?”

 

  


확실히 먼저 고개 돌리긴했지만 그전에 네가 눈을 감은게 먼저고 걸고 넘어질껀 많고 많지만 이쪽의 이견을 받아들일 생각없는 리더님은 평소와 같이 묵묵한 표정으로 나에게서 멀리 떨어진 의자에 앉아 휴대폰을 꺼낸다.

테인이가 들고있던 과자를 모두 정리할 무렵 유리는 타이밍 좋게 비닐봉투 두 개에 가득찬 과자를 들고오며 “따란! 내가 돌아왔다!!” 존재감을 내비친다. 어떻게 방금전까지의 역경의폭풍이 지나가듯 하여 주머니속에 psp를 꺼내들어 인생의 오아시스에 전원을 켜자 휴대폰에 긴급한 문자가 왔을때의 진동이 울린다.

 


 

발신 : 검은양 리더님

[이번주 일요일날 시간 비워.]

 


 

뭔가싶어 휴대폰에서 발신자로 시선을 욺기자 자신의 휴대폰에 시선을 고정시킨채로 평소처럼 있는 이슬비는 귀를 붉게 물들인채 평소와 같이 무표정을 일관한다.

 


아마도 폭풍은 사라지지않고 일요일날까지로 연기된 것같다.

 

 

 


 


물론 잠시뒤 고지서 때문에 달려온 제이아저씨와 보고를 마치신 유정누나가 돌아와 가볍게 티타임겸 자유시간을 가졌을 때 테인이의 순진 무구한 표정으로 “근데 왜 세하 형은 슬비누나를 타고 있었어요?”라고 묻지만 않았어도 폭풍이 앞당겨지지는 않았겠지만말이다....

 


     

2024-10-24 22:23:12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