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창작] 몬스터팀-3화
연검정 2017-11-11 0
나는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거대한 방에 앉아 있다.
내 위치를 중심으로 양 옆은 흑백의 색으로 물들어있고 주변에는 나와 앉아있는 의자를 제외하면 아무것도 없는 방이다.
방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칠흑같이 어둡기만 하다.
이곳은 나의 꿈속이다.
그렇게 확정 지을 수 있는 이유는 이 공간에 온 것이 한 두번이 아니며 곧 나타날 인물을 생각하자니 그렇다.
"안녕?"
누군가가 뒤에서 허그를 하며 인사를 했다. 그 목소리와 맞 닫은 얼굴의 부드러운 감촉 덕에 약간 몽롱했던 정신을 차렸다.
"안녕,플로렌스"
의자에서 일어나며 뒤로 돌아 그녀를 확인한다. 내 아내 플로렌스다. 영롱한 보라색 눈동자와 짙은 아이라인,허리까지 오는 긴 하얀 머리와 맞춰 쓴 얇은 베일, 가까이에선 보면 몸이 비추어 보일 듯한 하얀 드레스를 입고 있다.
꿈속이지만 아내를 볼때마다 반갑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하다. 그것도 그럴것이...
"평소라면 당신이 먼저 해줬을 텐데~"
"당신이 해 주는 것도 난 좋은데"
플로렌스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녀도 익숙하다는듯 웃으며 양손을 내밀어 주었다.
서로의 손을 맞잡으며 이 드넓은 흑백의 공간에서 나와 플로렌스는 춤을 춘다. 춤은 잘 못추지만 꿈이라서 잘 추게 된것인지 매번 할때마다 나도 신기하다.
"오늘은 어떤 일이 있었어?"
"그 여자의 아들 소식을 들었어"
플로렌스는 약간 놀라워한다. 내가 언급한게 누구인지 눈치챈 것이겠지...하기야 몇년 동안 신경쓰지 않던 사항이였으니 내가 이제와서 다시 시작한다고 생각하고 있을것이다.
"다시 복수하려고?"
내 아내 플로렌스는 차원종이다.과거 차원전쟁이 한창일때 우연히 그녀와 만나 서로가 사랑에 빠졌었다. 그 결과 딸까지 생겼건만 당시 정신계 최강의 군단장 2명이 반란을 일으킨 여파로 힘이 약해져있던 상태에서 그 여자...알파퀸,서지수에게 살해당했다.
그때 만 해도 정말 복수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온갖 공작을 통해 그녀를 함정에 빠트리고 잠깐이지만 인간측 세력을 배신하고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차원종측의 총사령관까지 이용했다. 그 수 많은 처절한 기회들 속에 마침내 죽일 기회가 찾아왔었다.
하지만 죽이지 못했다. 아니 죽일 수가 없었다.
이제는 복수를 한들 나에게 돌아오는 이득이 없다. 지금의 삶에 만족하고 이제는 딸을 위해서 살아가고있다. 그러니 플로렌스에게 말해야겠다. 나는 이제 복수 따위 하지 않는다고
"나는..."
입을 연 순간 눈이 무거워진다.의식이 희려진다.몸을 가누기 힘들어진다. 안돼, 꿈에서 깰 징조다. 확실히 말해 주기 전에는 아직은 깰 수 없다.
몽롱해지는 의식속에 플로렌스가 내 양 볼을 잡으며 자기 얼굴쪽으로 끌어당기며 속삭였다.
"힘내요"
아...깨어났다. 눈 앞에 내 방 천장이 보이니 당연한것인가 이미 몇 백번이고 아내의 꿈을 꿨지만 일어난 직후에는 참 기분이 이상한것 같다.
"'힘내요' 인가"
역시 내가 아직 복수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일까...다음번에 만날때는 제일 먼저 전해주겠다고 다짐했다.
얼른 정신차리고 팀원들을 데리러 갈 준비를 해야겠다. 시간은 충분하니 여유롭게 준비해도 되겠지라고 생각하며 요원복을 챙겨 입으려는 찰나 거실에서 들리는 TV소리가 신경이 쓰였다. 딸은 현재 입원중이라 이 집에 있는 것은 나뿐이다. 하물며 어제 난 TV도 ** 않고 잠들었다.
아파트 11층이라 베란다는 잠그지 않지만 문은 언제나 관건하며 심지어 집에 모종의 처리를 해놓은 상태라 특정방법이 아니면 이 집에 평범하게 들어올 수 없다.
설마 강도일리는 없겠지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은 잠시 접어두고 언제든지 사슬을 날릴 수 있게 준비태세를 취하며 조심스럽게 문 앞에 섰다.
불법 침입자이긴 해도 죽이기는 싫으니 재빨리 구속해버려야 겠다. 라고 생각하며 방의 문이 아닌 거실방향의 벽에 포탈을 열어 거실로 도약했다. 누군진 모르겠지만 얌전히 잡혀줘야 겠어!
"아 '황제'여 일어난 것이냐?"
그다지 만나고 싶지 않은 차원종 한명이 있었다.
"니가 여기 왜 있는건데..."
"뭘 새삼스럽게 잠깐 놀러온 것이니라"
제법 귀여운 얼굴에 수녀복을 연상시키는 옷, 빛나는 은빛 단발머리 그리고 푸른 눈동자를 가진 이 인간형 차원종의 이름은 '망국의 왕녀' 옛날 차원 전쟁시기 차원종측의 사령관중 한명이다. 예전 차원전쟁시기 아내덕분에 알게 된것을 계기로 지금까지도 자주 연락을 하고 있다.
가장 최근 연락이 하와이에 놀러가고 싶으니 포탈을 열어달라는것 이였긴 했지만...그리고 방금 놀러온거라 했는데 집주인이 자고있는 집에 침입한걸 놀러온거라곤 하진 않지? 그나저나 이 녀석 어떻게 들어온거지 분명히 집 주변에...
"그 결계는 그냥 뚫고 들어왔느니라"
라며 씨익웃으며 나를 쳐다본다. 그래 그래 당연한거겠지 왕녀 등급의 괴물이 들어오는 걸 막을 만큼 강력하게는 못 만드니까
이제 베란다 창문도 잘 잠궈 자야겠다.
"정확히는 이 아이들이 대신 뚫어주었느니라"
왕녀의 양 옆으로 왕녀의 얼굴만한 인형같은 것이 두개 둥둥 떠다니고 있는것을 보고 납득했다. 하나는 광이나는 뿔이달린 붉은투구에 전신 갑옷,다른 하나 또한 광이나는 전신갑옷이지만 파란색이란 것과 투구의 외형이 조금 다르다.
이렇게 귀엽게 보여도 최소한 S등급의 차원종이다.왕녀는 이들을 '수호기사'라고 부르고 있다.왕녀가 약한것도 아니며 기사들도 혼자서도 강한데 무려 두 녀석이나 버티고 있으니 만약 내가 왕녀와 싸우는 일이 있다면 제피리아라도 옆에 있지 않는 한
이 셋에게 이길 가능성이 없을것이다.
"그래서 진짜로 뭐 하러 온거야 나 조금있으면 출근해야해"
TV위의 시계를 가리키며 말하자 왕녀가 진심으로 아쉽다는 듯이 쳐다본다. 정말이지 겉모습만 보면 누구나가 반할듯 해 보이는 미소녀인데...
"시간이 없다니 유감이로구나 그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마 혹시 남매가 널 찾아온적 있었느냐"
표정하나 안 바뀐 상태의 목소리에서 살기가 느껴진다. 남매라는 단어와 왕녀의 적대감을 생각해 보자면 바로 연상되는 차원종이 애쉬와 더스트 뿐이겠군
전쟁 때 부터 별난 짓을 많이 했건만 또 무슨짓을 한건가...실제로 전쟁이 끝난 후 로는 만나러 간 적도 찾아온 적도 없기에 사실대로 말하기로 했다.
"아니 전쟁 이후로는 한번도 본적없어"
"그러하느냐 고맙구나 혹시나 그 녀석을 보거나 만나면 나에게 바로 연락해 주겠느냐?"
왕녀의 말에 의하면 몇 주전 애쉬와 더스트가 찾아와 자신들의 계획에 동참할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구체적인 계획은 말 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준비는 모두 끝내 두었기에 편한 마음으로 들어오라 했다고 한다. 왕녀에게 제안을 해 온 것을 보니 어지간히 큰 규모의 계획인듯하다.
이것만 들어본다면 별 문제 없어보이지만 굳이 나에게 까지 찾아와서 행방을 묻는것을 보니 다른 무언가가 있는듯 해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묻지않기로 했다. 관여 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지만
"그 녀석 제안은 모두 철저히 자신에게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밖에 없으니 말이지"
"그래서 나도 거절했느니라 다만 나를 찾아왔으니 너에게도 왔을 거라 생각해서 여기까지 온것이니라"
생각해줘서 고맙네요 저는 당신이 꺼리지만요 분명 나는 우호 관계일텐데 전쟁 이후로는 어째서인지 얼굴보기가 더 꺼려진다.
왕녀는 정말 그것 뿐이였다는 태도로 내 대답을 듣자 자리에서 일어나며 현관문으로 향한다. 그보다 왜 그렇게 자연스럽게 나가는건데
"아 그러고보니 군단측에서 자그마한 소식이 하나 있다"
차원종측에 군단이 많을텐데 어느 군단이란거죠?! 그래도 대부분의 정보는 이름없는 군단에서 나올테니 그쪽이려나
"뭔데"
"용의 군단이 출전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귀를 의심했다. 한 군단에서 출전 준비라니 이 말은 우리 세계를 향해 전쟁준비를 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결국 이런 날이 다시 오고야 말았구나 상부에 말해봤자 우스운 소리로 밖에 듣지 않을것이다. 설령 믿어준다해도 정보의 출처를 물어보면 나도 매우 곤란해 질것이다. 우선 우리 팀원들에게 만이라도 알려주는게 좋을까...
"아직 만나보진 않았지만 새로운 용이 생각보다 호전적인것 같구나 예전에 같이 일하던 선대 용이 훨씬 좋았단 말이지"
"그런데 용의 군단 하나? 다른 군단들은?"
"황제여 너는 잘 모르겠지만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간부들은 지금의 용을 상당히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 이유야 생각해보면 잘 알겠지 간부들 중 한명이 말해주길 '우리는 저 놈들이 뭘 하든 신경쓰지 않겠습니다'라고 하더구나 어지간히 버림받은 모양이야 어쩌면 출전의 이유가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 일지도 모르겠구나"
다행히다. 군단 하나 정도라면 어찌저찌 막을 수 있다. 그쪽의 전력과 특성은 내가 잘 알고 있으니 은근슬쩍 정보를 주어 충분히 대항도 가능할 것이다.
"그럼 이제 정말 가보마 다음에 또 놀러올테니 베란다 문을 잠그는 짓은 하지 말아주길 바란다."
그렇게 왕녀는 투명해지는 두 수호기사를 데리고 현관문을 나가버렸다. 하아 아침부터 저런 무시무시한 차원종을 만나다니 오늘은 운이 없으려나...이제 출근 준비를 위해 요원복을 챙기러 가려는 찰나 왕녀가 TV를 보며 어질러놓은 흔적들 부터 치우기로 했다. 미안하다. 오늘은 지각확정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