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는 위상력과 함께 54화

검은코트의사내 2017-11-10 0

레이폰드 후작님이 연행되자 다른 귀족 두 사람은 우리 눈치를 보고 있었다. 독살사건은 이걸로 종결되었다. 그들도 이제 돌아가도 되냐면서 폐하에게 여쭙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허락했다. 귀족 두 사람도 돌아가자, 이제 레이네 씨는 무릎을 꿇으면서 처벌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비를 부탁드리고 싶지만 아쉽게도 이 나라의 법에는 내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


"고개를 들라. 그대의 말은 진실인가?"

"네. 폐하. 죽을 죄를 지었사옵니다. 아무리 협박을 당했다지만 폐하를 시해하는 커다란 죄를 지었습니다. 어떠한 처벌을 받아도 불만이 없사옵니다. 폐하."

"그렇군. 하긴 그대도 어쩔 수 없었겠지. 가족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으니까. 짐도 마찬가지다. 만약 공주나 왕비가 같은 상황에 처했어도 나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처형은 면해주겠다. 하지만 왕궁 메이드 직책은 박탈하고 고향으로 돌아갈 것을 명한다."

"네. 폐하."


불만없이 받아들이는 메이드였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레이폰드 후작이 잡혔다지만 그를 추종하는 사람이 레이네씨에게 보복할 가능성이 높았다. 아마 고향까지 찾아가서 보복을 할 지도 모르지. 그래도 목숨을 건진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본다. 이 나라 임금은 자비를 베풀 줄 아시는 구나. 하지만 모험가인 나에게는 경계를 하겠지. 임금님도 공주와 왕비를 끔찍하게 아끼는 모양이다. 오르트린네 공작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가족이라... 그러고 보니 엄마는 잘 계시겠지? 한동안 생각이 안나다가 이제야 갑자기 생각이 난다. 엄마는 혼자서 외롭게 집에서 생활하고 계시겠지? 나와 아빠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유리도 레이네씨 입장이라도 어쩔 수 없이 귀족 말에 따랐을 것이다. 하지만 슬비는 아니다. 그녀는 가족도 없었으니 말이다. 아니, 동료를 인질로 삼으면 되려나? 그 외에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


그러고 보니, 제이 아저씨는 가족이 있었을까? 들어본 적이 없었네. 가족 이야기를 잘 안하신 분인데다가 게임에 관심이 많아서 잘 안물어보고 있었다. 으음, 나 참, 이럴 줄 알았으면 커뮤니티를 더 가질 걸 그랬나? 이제 다시는 그 세계로 못가니까 말이지.


"레이네씨."

"고맙습니다. 새야씨."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는 그녀였다. 폐하가 그런 결정을 내리는 것도 이해는 된다. 다른 귀족들도 가족을 인질로 삼아 똑같은 짓을 시킬 수도 있으니 말이다. 레이네씨를 위한 처벌이나 다름없었다. 이 정도면 된 거겠지. 이만 나도 돌아가도 될 거 같았지만 폐하가 나를 불렀다.


"이새야 공. 그대에게 뭐라고 감사해야될 지 모르겠네. 짐의 목숨을 구해준 데다가 짐을 노리는 범인까지 찾아주다니 말일세."

"아닙니다. 범인을 잡아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건, 바로 여기계신 공주님이십니다. 공주님의 마안으로 용의자를 좁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니까요."


확실히 그렇다. 상대가 거짓말을 할 수도 있기에 레이네씨를 아는 사람인지 구별할 수 없다. 하지만 공주님의 마안으로 마음을 꿰뚫어봐서 그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지 판단할 수 있었기 때문에 용의자를 좁히는 데 큰 도움이 되었었다. 그리고 범인도 확정짓기도 했고 말이다.


"그건 아닙니다. 이새야씨는 귀족을 상대로 당당히 맞서서 저택의 조사까지 이끌어냈습니다. 그런 대단한 말솜씨는 저라도 쉽게 할 수 없는 일이에요."


으음, 사실 그 부분은 내가 게임에서 얻은 패턴을 그대로 따라한 건데 말이다. 이세계 사람들이 알 리가 없지. 공주님은 나를 존경하는 눈빛으로 보고 있다. 으윽, 왠지 시선이 부담스러운데? 하지만 정말로 이걸로 끝난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귀족이라는 것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는 타입이었으니까 말이다.


"저기, 실례합니다.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만 폐하를 구해내는 데 마법을 사용하셨다고 하셨죠?"

"네. [리커버리]를 사용했습니다. 실례지만 누구시죠?"

"저는 샤를로트, 왕국 궁정마법사입니다. 폐하가 쓰러지신 뒤에 저는 폐하를 구해낼 방법을 찾기 위해서 마법서적을 뒤지고 있었어요. 하지만 폐하를 구해낼 수 있는 마법은 무속성 마법뿐이라 절망했었는데 정말 감사드립니다."


속성마법 중에는 독을 없애는 마법은 없는 듯 했다. 으음, 그렇단 말이지. 이것도 좋은 공부가 되었다. 그나저나 이분, 마법사인데도 좀 아름답다. 하피씨가 떠오른다고 할까? 외모도 어른들 중에서 예쁘다고 볼 정도로 아름다웠고, 초록색 긴 생머리에 몸매도 성인몸매고... 어라? 나도 모르게 또 시선이 갔다. 설마 또 공주님이 째려**는 않겠지? 이럴 때마다 공주님이 무섭게 노려보던데 말이다.


"[리커버리]... 정말 흥미롭네요. 그 밖에 다른 마법을 쓸 수 있으십니까?"

"네. 전 속성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저기...'

"신기하네요. 나중에 한번 보여주실 수 있으세요?"


저기요. 가까운데요? 왜 갑자기 내게 관심을 가지면서 달라붙으려고 하세요? 곤란해하는 나에게 폐하가 저지하자 나는 그제서야 빠져나올 수 있게 되었다. 휴우... 정말 다행이네.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잖아. 그 때의 악몽이 떠오른다. 유니온 임시본부 때 유니온이 우리 엄마의 클론을 만들어낸 것을 알고 분노에 휩싸였는데 하피씨가 갑자기 나를 안아주면서 가슴에 파묻히기도 했었다. 으윽, 그 때만 생각하니까 얼굴이 금방이라도 타오를 거 같았다. 생각하기 싫었는데 이거야 원, 아무튼 그걸 안당하기 위해서라도 강제로라도 진정된 기분이었었다. 한동안 떠오르지도 않던 생각을 하게 하다니... 이 여자는 하피만큼이나 무서운 사람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최대한 거리 유지하면서 경계해야될 거 같았다.


"새야 공, 갑자기 얼굴이 붉어졌네만..."

"네!? 아... 아닙니다. 아무것도... 하하하하... 아, 폐하. 저는 이만 돌아가봐도 되겠습니까?"

"아니지. 짐의 생명의 은인에게 빈손으로 보내는 건 도리가 아닐세. 원하는 것을 말하게. 짐의 목숨을 구해준 그대에게 원하는 거 한가지를 들어주겠네."


원하는 거 한가지? 왕의 자리에 앉고 싶다고 하면 왕의 자리에서 물러나시려나? 그건 아니겠지. 뭐, 왕이 될 생각도 없었으니 말이다. 딱히 원하는 건 없다. 나는 무릎을 꿇으면서 말했다.


"제가 폐하의 목숨을 구한 것은 무언가를 받고자 한 게 아닙니다. 그저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제 스스로 그렇게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보상도 바라지 않습니다. 오히려 보상을 받아야 될 사람은 공주님이라고 판단합니다. 공주님이야말로 폐하를 시해하려는 자를 찾아내는 데 역할을 크게 하셨으니까요."

"저... 저는..."

"새야 공. 이건 두번 다시 올 수 없는 기회일지도 모르네. 어느 귀족지위를 받을 수 있는데 그걸 거부하겠다는 건가?"

"공작님. 저는 모험가입니다. 귀족이 될 생각은 없습니다. 당분간은 모험가로 지내고 싶습니다. 폐하. 방금 말씀드린 데로 저는 상이 필요없습니다."

"으음..."


국왕이 고민하는 게 보였다. 다른 사람들도 입이 조금 벌어지면서 놀라는 눈치였다. 하긴 그렇겠지. 임금의 목숨을 구했는데 상을 거부하는 사람은 처음본 모양이다. 나는 정말로 받고자 하는 생각은 없었다. 이미 지금 있는 돈만으로도 넘치고도 남고, 잘먹고 잘 사는 편인데 더 필요한 건 정말로 없었다. 필요한 게 있다고 해도 스스로 일해서 버는 돈으로 사는 게 맞다고 아버지가 그러셨다. 그러고 보니 아버지도 그렇게 과학연구에 기여해놓고 공을 다른사람에게 돌렸다고 엄마가 말씀하신 게 생각났다. 그랬었지. 그러니까 아버지는 세상에 잘 안알려졌고 그저 단순한 엑스트라로 남았으니 말이다.


"으음. 자네는 다시 모험가로 돌아가는 건가?"

"네. 그렇습니다. 저는 이만 돌아가보겠습니다. 폐하."

"으음, 리플렛 마을에 머문다고 했었나?"

"네."

"알겠네. 일단 오늘은 피곤할 테니 쉬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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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아암... 정말로 피곤하다. 리플렛 마을 여관으로 돌아온 나는 곧바로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잠을 청하려고 하는데 밖이 시끄러워지면서 누군가가 들어오는 게 들렸다. 에르제 일행인가? 그러고보니 며칠간 마주하지도 못했지. 사건 조사하느라 말이다. 일단 다음에 내가 할 일은 레이네 씨가 고향으로 출발하는 날에 내가 호위를 좀 해줘야 될 거 같다. 보복의 위험이 있으니 말이다. 왕궁 메이드들과 작별할 시간도 필요할테고 하니 한 이틀 후에 출발하려나? 이럴 줄 알았으면 물어볼 건데 나참... 그래도 오늘 내에는 출발하지는 않겠지. 내일 다시 한번 가서 물어봐야되겠다. 그리고, 또 한가지... 귀족들의 앞으로의 대한 움직임이다. 그들이 이대로 그냥 물러날 리가 없다. 직접적으로 참여하지는 않았겠지만 레이폰드 후작의 계획을 많은 귀족들이 들었을 거라고 생각이 든다. 그들이 혼자서 개별적으로 활동하는 단순한 녀석들로는 안 보였으니 말이다. 목적이 같은 자들끼리 모여서 회의 같은 걸 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 미스미드 왕국 대사님의 누명은 풀렸고, 외교도 잘 풀어가니 동맹은 시간문제다. 그렇기에 귀족들은 이 시간에도 다른 꿍꿍이를 부릴 게 뻔했다.


일단 내일은 레이네 씨가 출발하는 날짜를 아는 것과 술집에 가서 귀족들에 대한 소식을 또 전해듣는 게 좋을 거 같았다. 왕궁으로는 이제 찾아가고 싶지는 않는다. 공주님이 나를 무섭게 볼 거 같았으니 말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다시 잠에 드려는 데 에르제 일행이 문을 세게 열고 들어왔다.


"이새야! 우리 왔어."

"으악! 갑자기 문을 세게 열면 어떻게 해? 놀랬잖아."

"우리 마침내 해냈어!! 그 슬라임과 킹 스네이크를 해치웠다고!!"

"오, 드디어 해냈구나! 너희라면 잘 할 줄 알았어."

"그... 그렇지? 새야 네가... 가르쳐 준 덕분..."

"새야씨, 하지만 다시는 그런 몬스터들을 사냥하고 싶지 않아요."

"린제는 말이지 겁이 많아서 어찌나 질색하던지 히히."

"언니!!! 그건 말하지 마!"


자매들끼리 싸우고 있다. 어이, 싸우려면 밖에 나가서 싸우지는... 나는 피곤해죽겠는데 남의 방에 쳐들어와서 왠 난리야?


"새야 공! 오늘 밤에도 소인에게 수련을 시켜주시오. 이번 일로 아직 수련부족이라는 것을 실감했소이다."

"오늘은 좀 쉬자. 자유훈련."


나는 이불을 덮으면서 말했다. 그러자 여자애들이 자꾸 내 이름을 부른다. 으아, 미치겠네. 화를 낼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될 지 모르겠다.


To Be Continued......

2024-10-24 23:17:43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