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는 위상력과 함께 51화

검은코트의사내 2017-11-08 0

나는 레온 장군에게 미리 알린 뒤에 국왕폐하의 잔을 들고 의료소로 향해 독감정을 맡겼다. 의원들도 독에 관한 지식은 많으니까 시간이 지나면 무슨 독에 당했는지 금방 알아낼 것이다. 유미나 공주는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기만 했다. 으윽, 부담스러워... 밖으로 외출할 때 드레스 차림이 아닌 간단한 사복차림으로 나섰다. 에르제와 린제와 비슷한 옷 스타일이었는데 얼굴을 보고 알아보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지만 의외로 모르고 지나가는 사람이 더 많았다.


"어디로 가는 거에요?"

"귀족들을 만나러 가야겠죠."


파티에 참석했던 사람은 약 20명, 귀족은 총 12명정도였고, 그 중에 수인 차별주의자 귀족이 8명 정도였다. 만약에 진범이라면 파티에 참석을 할까? 하지 않을까? 아마 참석을 할 것이다. 수인족과의 동맹을 저지하기 위한 목적이 틀림없었다. 국왕에게 독살을 할 동기는 그거 외에는 다른 건 존재하지 않는다. 미스미드 왕국의 대사가 왔던 파티를 노렸다는 점, 그리고 대사에게 죄를 뒤집어씌운 점을 근거로 두고 나는 확신했다. 수인족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기 위해서는 오리가 씨가 준 와인을 마시고 쓰러졌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알릴 필요가 있었으니 말이다. 참석을 유도하기 위해서 자신도 파티에 참석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녀가 범인이라고 선동을 하기 위해서는 선동하는 사람이 직접 참여해서 직접 선동을 해야 되는 게 보통이다. 그러니 아마 진범도 파티에 분명히 참석했을 거라고 확신이 들었다. 유미나 공주에게 받은 참석자 명단, 그리고 수인족에게 뒤집어 씌우려는 걸로 보아 수인차별주의자 귀족 8명이 용의자다. 오늘 내로 다 들릴 수 있을 지는 모르지만 한번 가보는 게 낫겠지.


일단 나는 라크레트 백작의 저택을 먼저 방문하여 사건 조사를 하기로 했다. 오르트린네 공작님께서 주신 공작문서가 있으니 수사하는 데 지장이 없다고 하지만 귀족들을 조사하는 데는 쉽지 않을 거라고 했다. 공작님은 그냥 만나서 이야기하라고만 하라고 했지만 나는 저택 안까지 조사를 할 생각이었다. 그래야 단서를 찾고 진범을 가려낼 수 있으니 말이다. 공주님은 내가 어디를 가든 상관없다고 말씀하셨고, 마차를 타고 라크레트 백작의 저택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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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마마 아니십니까? 저택에 방문해주신 걸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전에 공작님과 왕궁에서 마주친 이후로 처음이었다. 백작은 심술궂는 미소로 우리를 맞이해주었고, 응접실에서 차를 대접해주었다. 그리고 나를 보더니 배지를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건 심판의 배지 아닌가? 보통 모험가는 아닌 거 같군. 자네 이름이 뭐라고 했지?"

"이새야라고 합니다. 백작님."

"그래. 여기에 찾아온 이유는 뭔가?"

"국왕폐하의 독살사건을 수사하고 있습니다."

"그건 수인족이 한 짓 아니야? 수사는 무슨 얼어죽을 수사? 모험가들은 정말 머리가 나쁘군. 이미 그 대사가 범인이라고 밝혀졌는데?"
"호오... 왜 범인이라고 생각하시는 거죠?"

"뻔한 거 아니야!? 대사가 따라주는 와인을 마시고 폐하가 쓰러지셨다. 이건 누가봐도 대사가 한 짓이잖아!!"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온다. 어떻게 이세계나 현실세계나 무식한 사람들이 귀족이나 국회의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국회의원이긴 한데 그냥 돈이나 빽으로 된 사람도 있고, 제대로 정치질하는 의원도 있었다. 이세계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뭐, 질질 끌어봐야 소용없으니 백작에게 한마디해주는 게 나을 거 같았다.


"자, 그럼 여쭙겠습니다. 대사가 따라주는 와인에 모두 잔을 받은 건 맞습니까?"

"그래 맞다."

"그리고 건배를 하시고 나서 국왕폐하만 쓰러지셨다고요?"

"그래. 그러니까 수인족이 한 짓이라는 거야."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똑같은 와인을 잔에 다 받았는데 왜 국왕폐하만 쓰러지신 거죠? 와인에 독이 들어있었다면 폐하가 아니라 모두 다 독으로 중독되어야 정상아닙니까?"

"뭐!? 그... 그건... 대사가 폐하에게 따를 때 독까지 섞어서 넣었겠지. 폐하의 잔에 따를 때 독가루를 몰래 넣은거야!"


정말로 어이가 없는 귀족일세. 내 이럴 줄 알고 당시 상황에 대한 설명을 공주님에게 들었지. 현장에 누가 참석했고, 어떤 사람들이 대부분 참여했는지를 말이다. 백작의 얼굴표정이 조금 당황하는 게 보인다. 거짓말하는 게 다 티난다는 거겠지. 좋아. 어디 상대방의 기분을 흔드는 심문을 제대로 한번 해볼까?


"와인을 따라준 건 레온 장군님이라고 하셨습니다. 대사는 자리에 앉아계셨다고 하는데요? 대사님은 와인을 장군에게 건네주셨는데 독을 넣을 틈이 있었다고 보십니까?"

"뭐... 뭣!? 아... 그랬었군. 레온 장군이 따라준 거였지 참... 으흠... 하지만 대사는 다른 방법으로 독을 넣은 거야!"

"어떤 방법이죠?"

"그... 그래. 마법으로..."

"현장에는 궁정마법사도 참여하셨다고 들었는데요? 마법으로 독을 넣었다면 궁정마법사님이 그걸 모를 리가 없습니다."

"너... 너 뭐야!?"


이 왕국에 궁정마법사가 있다고 하지만 그분은 파티에서 국왕이 쓰러지는 것을 목격한 후에 그걸 해결하기 위해 독을 없애는 마법을 찾아내려고 마법서를 **봐서 찾아보고 있었다고 공주님께서 말씀하셨었다. 하긴, 그러는 편이 나았겠지. 하지만 무속성마법이라 궁정마법사라도 적성이 없는 한 쓰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지금도 마법서를 찾느라 뒤지고 있을 거라고 공주님이 마차에서 말씀하셨었다.


"이... 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

"즉, 오리가 씨가 범인이 아니라는 겁니다. 오리가 씨가 범인이라면 파티에서 건배한 사람들 전부 다 쓰러져야 정상입니다!!"

"으윽... 이... 모험자주제에 감히 이 라크레트 백작에게 설교를 해!!?"

"그럼 증거를 제시해주십시요!! 오리가 씨가 범인이라는 제대로 된 증거를 말입니다!!"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내게 윽박지르자 나도 일어나서 백작을 노려보면서 똑같이 윽박질렀다. 그러자 라크레트 백작님은 두 주먹을 쥐면서 이만 갈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공주님은 나를 보면서 조금 놀란 듯 했다. 그렇겠지. 모험가따위가 귀족과 지금 당장이라도 싸울 듯한 기세로 노려보고 있으니 말이다. 보통의 모험가들은 이런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모몬트나 파프닐같은 악당같은 녀석들처럼 수준이 되어야되겠지.


"하실 말씀이 없으십니까? 그럼 사건 수사에 협조를 해주시겠죠?"

"협조? 흥. 난 네놈따위에게 할 말이 없다. 재수없는 녀석같으니라고."


그렇게 나올 줄 알았다. 나는 공작문서를 꺼내보이자 백작님은 놀란 눈을 하고 있었다. 오르트린네 공작님의 명령서다. 사건 수사에 대한 협조는 할 것으로 되어있고, 국왕의 도장까지 찍혀있었다. 이제 더 이상 협조안할려고 할 수는 없겠지.


"쳇. 하는 수 없군. 좋다. 말해봐라. 대신 짧게해주길 바란다."


자, 어떤 질문을 해볼까? 알리바이를 묻는 건 무의미하겠지. 어차피 돈 주고 다른 사람 시킨 건데 말이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하는 게 낫겠지. 여기 공주님도 계신다는 게 여기서 도움이 될 줄은 몰랐다. 나는 공주님에게 쪽지를 적어서 살짝 건네주었다. 내 질문에 상대방이 거짓말을 하는지 간파해달라는 것이다. 말로는 거짓말을 가능해도 몸은 거짓말을 하기 힘들다. 그러듯이 속마음도 거짓말을 못하기 때문에 공주님이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혹시 레이네씨라는 왕궁의 메이드 아십니까?"

"물론이지. 그건 왜 묻지?"

"아, 그게 너무 아름다워서요. 백작님이라면 혹시 레이네씨에 대해서 뭔가 알고 계신가 했거든요. 정말 탐이 나는 여자잖아요."


일부러 여자밝히는 남자로 연기하면서 말하자 백작님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피식 하고 웃으면서 백작은 레이네 씨에 대해서 아는대로 말했다. 몸매가 예술이라던지 가족들이 어쩐다 할지 자기 저택 메이드로 고용하고 싶을 정도라는 쓸데없는 대답을 했다. 그리고 다음 질문을 생각해본다.


"미스미드왕국과의 동맹을 왜 그렇게 반대하시는 거죠?"

"뻔한 거 아니야? 몬스터나 다름없는 자들과 동맹이라니, 그들은 역겨운 놈들이라고. 아무리 사람처럼 보인다해도 야생의 본능은 남아있는 법이지. 그 본능이 인간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이야!"

"그러셨군요.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하도록 하죠. 아 참, 백작님. 가능하면 여기 저택을 조사하고 싶은데요."

"뭐야!? 그건 안 돼!! 내 집에 감히 모험자따위가 어슬렁거린다고!? 그건 절대 안 되지!!"


이거야 원, 또 튕기기냐? 그러고보니 공작님의 문서도 이야기까지만 허용한다고 했었지. 귀족들이 억지를 부릴 게 뻔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왜 귀족들의 저택을 조사하지 못한다는 거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분명히 무슨 법이 있다는 건데 말이다. 혹시 귀족들에게 혜택이 어떤 게 있는지 물어보자 백작은 피식 웃으면서 답해주었다.


"귀족들에게는 개인마다 치귀법권이라고 존재한다. 즉, 귀족들이 현재 체재하고 있는 귀족의 권력작용,특히 재판권에 복종하지 않을 수 있는 자격 또는 권리라고 하지. 그래. 여기 저택 내에서는 치귀법권이 적용된다. 그러니, 나는 그 권리를 사용하여 저택 수사를 거부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거부하기 위해서는 그럴만한 사유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당신이 용의자가 아니라는 조건이죠."

"공주마마. 설마 제가 범인이라고 의심하시는 겁니까?"


백작이 이제는 공주를 노려본다. 어린 나이인데도 백작이 노려보는 데 당당하다니... 무슨 공주님이 이렇게 용감하지? 으음, 아무튼 여기 저택을 수사해야될 거 같은데 30년 전 게임에서 써먹었던 그 방법을 써야될 거 같았다. 실제로 하는 건 처음이지만 아니지... 그냥 심문을 하는 거니까 두번째로 한다고 해야겠지? 좋아. 2라운드 시작이다.


To Be Continued......

2024-10-24 23:17:42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