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는 위상력과 함께 50화

검은코트의사내 2017-11-08 0

으음, 장군님에게 미스미드 왕국으로 갔던 대사에게 물어보라고 말했고, 그 다음에는 뭐할까? 아 그래. 뉴스에서도 많이 봤었다. 사건 수사할 때는 지문 채취가 필수라고 말이다. 여기는 이세계이기 때문에 지문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 증명이 안 되려나? 공주님에게 혹시 지문이 뭔지 아냐고 물어보니까 모른다고 대답해주셨다. 역시나, 이런 걸로 알 수가 없겠... 아니지. 적어도 누가 저지른 건지는 나만이 알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디텍티브 : 지문]

 

폐하의 잔에 묻은 지문을 보았다. 나는 장갑을 끼고 잔을 잡았기에 지문이 묻지 않는다. 역시나 페하의 잔을 드는 손잡이와 독을 묻히는 윗부분에 지문이 가득했다. 으음, 여기 이세계는 지문에 대한 개념이 없다면 지문으로 범인을 증명하는 건 불가능하다. 현대과학으로 증명할 수는 있어도 그들이 이해하지 못하니 말이다. 거기다가 내가 모험자고 하니 왕궁사람들이 나를 믿을 리가 없겠지. 나는 공주님에게 말했다.


"저기, 공주님. 죄송하지만 여기 만찬을 마련하는 데 참여했던 메이드 분들을 모이게 할 수 있을까요?"

"그 분들 중에 범인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잠깐, 확인 좀 하려고요."


공주님은 뭘 확인하려는 지는 모를 것이다. 지문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인데 일일이 지문이 어떤건지 설명할 자신이 없다. 그냥 손가락에 묻은 모양같은 거라고 말하면 이상하려나? 이럴 때 정미가 전문인데 말이다. 나는 과학공부를 소홀히 했기에 현대과학용어로 설명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럴 때 정미가 있었으면 좋았는데 아쉽다. 그 녀석은 그래도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시험볼 때 과학 공부하는 거 도와줘서 낙제점은 맞지 않게 되긴 했지만 말이다. 자기도 공부하느라 바쁠 텐데 자발적으로 도와주겠다고 말했던 게 생각난다. 처음에 만났을 때는 퉁명스럽게 대하고 나를 차갑게 대했었는데 말이다. 지금도 그런 면이 있긴 하다. 이런 것도 모르냐면서 과학 공부를 가르친 것을 떠올리면 무섭다. 나를 갈구는 수준은 슬비랑 비슷한 정도, 잔소리 여왕이 두명이나 늘어서 시달렸던 적이 있었다. 아니, 그렇게 답답하면 자기 혼자 공부하면 되지 왜 그 때는 나를 가르치려고 했었을까? 하긴, 낙제점 맞으면 방학 때 보충수업받아야했으니 내 입장에서는 곤란했었지.


하지만 우정미가 나쁜 애가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다. 아무래도 감정을 조절을 잘 못해서 그런 거 같다. 솔직하지 못하는 자존심이 센 녀석이다. 레비아를 대할 때도 그렇고, 절친한 유리에게도 나랑 같이 거친 말투로 대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우리를 응원하고 도와주기도 했었다. 방식이 좀 이해가 안 되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무리해서인지 내 앞에서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던 모습을 몇 번 본 거 같았었다. 자기 일도 바쁘면서 남의 일까지 신경쓰니까 건강이 안 좋아지는 게 당연하지. 한번쯤 정미더러 좀 쉬는 게 어떻겠냐고 말하니까 나를 무섭게 노려보면서 불만있는 거냐고 말하기까지해서 당황해한 적도 있었다. 지금 내 옆에 공주님 말고 정미가 있었으면 더 말이 통하고 사건 해결이 더 쉬울텐데 왠지 아쉬웠다.


"새야 씨, 무슨 생각을 하세요?"

"아... 아니에요. 아무튼 메이드님 분들을 보고 싶은데요."

"음... 그렇게 해요."


귀족들 중에 범인이 있다고 가정하면 그들이 직접 독을 탈 리가 없다. 실행범에게 뇌물을 주고 시키게 하는 게 보통이니까 말이다. 왜냐하면 돈만 밝히고 성인업소에나 들락거리는 돼지들인데 그런 거 제대로 할 리가 없다. 잔치를 준비하는 데 메이드들 중 한명이 국왕의 잔에 독을 묻힌 거라고 나는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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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님의 명으로 잔치를 준비했던 메이드들이 전부 모였다. 스무 명은 되어보이는데 우리 앞에 1열 횡대로 서있다. 나는 메이드들에게 간단한 지시를 했다. 이건 어린아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각자 테이블에 엄지손가락을 찍어주세요."


메이드들은 무슨 말인지 어리둥절했지만 공주님이 그렇게 하라고 명령하자 메이드들은 일제히 엄지 손가락을 테이블 위에 찍었다. 좋아... 이걸로 지문 채취하는 거다.


"잠시만 뒤로 몇 걸음 물러나시고 그 자리 그대로 서 계십시요."


나는 국왕폐하의 잔을 들고 테이블 정 가운데로 가서 마법을 발휘한다.


[디텍티브 : 지문]


왕의 잔과 테이블 위에 선명하게 찍힌 지문자국이 일렬로 보인다. 그리고 나는 추가적으로 무속성마법을 하나 더 발휘한다.


[체크 : 지문일치]


이 마법은 두 가지 이상인 대상을 비교하여 맞는지 틀리는지 확인하는 마법이다. 이걸로 진품인지 가짜인지도 판단할 수 있고, 또 다른 종족이 인간으로 변장했는지 안했는지도 알 수 있는 것이었다. 그들은 내가 뭘 하는 건지 모를 것이다. 지문이라는 거 자체를 모르니까 당연하다. 사람마다 지문은 다르게 되어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치되는 건 왕의 잔에 묻은 지문과 테이블 위에 찍힌 지문 하나만 일치할 수밖에 없었다.


"음?"


감지되었다. 일치된 곳, 내가 걸어왔던 방향에서 13번째, 그곳으로 다가갔고, 그 위치에 서 있는 메이드를 보았다. 검은 단발머리의 메이드가 내 시선을 느끼자 조금 당황했는지 시선을 피하려는 눈치를 보았다. 나는 그 메이드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실례지만 이름이 어떻게 되시나요?"

"그... 레이네라고 합니다."

"멋진 이름이군요. 여기 계신 메이드님들 중에서 가장 아름다워서 여쭤봤습니다."


해맑게 웃으면서 말하자 그 메이드는 고개를 숙이면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응? 잠깐만 이 익숙한 시선은 뭐지? 뒤통수가 따갑다. 아 맞다. 여기 공주님이 계셨지. 날 감시하러 왔는데 왕궁에서 일하는 사람을 상대로 작업을 거는 바람둥이로 보는 거 같다. 이런, 공주님이 날 무섭게 쳐다본다. 나는 헛기침을 하면서 말했다.


"모두 돌아가시면 됩니다. 이제 되었으니까요."


내 말에 메이드들은 전부 돌아간다. 그들이 각자 할일을 위해 바쁘게 뛰어갔고, 공주님은 인상을 쓰면서 내게 말한다.


"새야씨."

"네... 넵!!"


본능적으로 차렷 자세를 취했다. 이런 **, 내가 어쩌다가 이런 나이 어린 분 앞에서 이런 수모를 겪어야되는 거지. 여기가 이세계가 아니었으면 당당하게 나섰는데 말이다. 으음, 지금도 그럴 수 있지만 왠지 모르게 그럴 수가 없었다. 상대는 여자였으니까. ** 망할 아버지같으니라고. 여자에게 너무 거칠게 대하지 말라고 말씀하셔야지고 그게 몸에 베었네. 베었어.


"메이드에게 작업거실 시간에 사건조사하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공주님. 지금 바로 레이네라는 메이드를 다시 불러주시겠습니까?"

"네? 그건 왜죠? 설마 작업을 거시려는..."

"그게 아닙니다. 조용한 곳에서 사건에 대해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나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공주님은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알겠다고 대답하셨다. 아니, 그런 얼굴로 ** 말라고. 내가 너무 부담스러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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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네씨를 따로 불렀다. 아무도 없는 장소에 조용히 부른 이유가 있다. 공주님은 나가계시라고 말씀하고 싶지만 그러지 않을 거 같았고 말이다. 공주님께서 레이네씨를 보시고는 이렇게 말했다.


"두려워하고 계시는 군요."


이분은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보는 눈이 있으니 레이네씨의 심정을 잘 알고 있다.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레이네씨. 솔직하게 말씀해주세요. 왜 폐하의 잔에 독을 묻힌 거죠?"

"그... 그런 적은 없습니다!"

"거짓말하셔도 다 알 수 있습니다. 제 마법 중에는 과거의 영상을 보여주는 게 있습니다. 당신이 한 짓이라는 거 다 알고 있죠. 제가 왜 테이블에 손가락을 찍으라고 한 지 아십니까? 그 손가락에 찍히는 것만으로 그 사람이 과거에 뭐했는지 알 수 있게 하는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저는 무속성 마법을 쓸 수 있는 사람이에요."

"이분은 제 아버지인 폐하에게 중독된 독을 없애주시기도 했고, 숙부님의 부인의 눈도 고치신 분이세요. 그 밖에도 독이 어디에 묻었는지도 마법으로 찾아내신 분이시거든요."


공주님이 내 편을 들어주니 메이드는 내가 했던 말이 사실이라고 느꼈는지 이마에 땀을 흘리는 게 보였다. 거기다가 와인에 독이 들었을 거라고 대부분이 알고 있는데 폐하의 잔에 들어있다는 걸 내가 알아냈으니 메이드가 믿는 것도 당연했다.


"이제 자백해주십시요. 레이네씨, 당신에게 독을 준비하라고 시키신 분이 누굽니까?"

"네?"

"당신이 원해서 한 게 아니라는 거 알고 있습니다. 말해주십시요. 누가 시키신 일입니까?"

"사실은... 저도 모릅니다. 검은 복면을 쓴 사람이... 지시한 겁니다. 제 부모님을 인질로 잡고 있다면서 시키는 데로 안하면 죽이는 건 식은 죽 먹기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성공만 한다면... 돈을 주겠다면서..."


울먹거리면서 말하는 레이네씨였다. 하긴 귀족들이 직접 나서서 말할 리는 없겠지. 연결된 끈이 거슬리니까 말이다. 아마 심복을 시켜서 저지른 일일 것이다. 귀족들이 할 줄아는 게 그거밖에 없지. 돈주고 고용하고 시키는 거 밖에 말이다. 일단 배후는 찾기는 그른 거 같다. 귀족들이라면 충분히 메이드의 뒷조사는 했을 테고 가족들도 알고 있겠지. 그 협박에 넘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레이네씨. 당신에게 이런 짓을 한 진범을 찾아드릴 것을 약속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이 일은, 아직 아무한테도 얘기안했습니다. 당분간은 저와 공주님과 만났다는 얘기는 하지 말아주십시요. 공주님, 그래도 괜찮으시겠지요?"

"네. 상관없어요. 아바마마를 죽이게 한 진범을 찾을 때까지는 보류해두기로 하겠어요."

"공주님. 죽을 죄를 지었사옵니다."

"그 일은, 진범을 잡은 다음에 해주세요. 그만 일로 돌아가세요."

"네. 공주님."


정리해본다. 메이드가 실행범이고 시킨 주모자가 귀족일 것이다. 돈을 주겠다고 말한 거 자체가 귀족이라는 걸 증명하는 것이다. 좋아. 파티에 참가했던 귀족들을 일일이 찾아가는 수밖에 없겠다. 아참, 그전에... 해야할 일이 있다.


"공주님. 국왕폐하를 진찰했던 의원님을 만날 수 있을까요? 그분에게도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이거 마치, 내가 공주님을 부려먹는 기분이다. 모험가가 공주님을 이렇게 부려먹는다는 소문이 퍼지면 난 바로 참수형에 처하는 거 아니야? 아니, 따라오지 말라고 말할 수도 없고 곤란할 지경이었다.


To Be Continued......

2024-10-24 23:17:42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