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는 위상력과 함께 46화
검은코트의사내 2017-11-06 0
공작에게서 억지로 국왕폐하를 만나게 할 생각은 없다. 이 나라에도 절차가 있을 테니까 말이다. 모험가가 국왕을 만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왕국에 공헌을 많이 한 명성이 높아야만 겨우 만날 수 있을 정도일 것이다. 모험가는 어느 왕국에도 속하지 않으려는 떠돌이이기 때문에 왕국사람들은 모험가나 용병들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필요하다면 억지로라도 만나야될 거 같기도 했다.
"그럼 혹시 고대 아이템에 대해서도 알고 계신가요?"
"으음, 원정대의 목적이 바로 고대 아이템이었네. 벨파스트 왕국은 주변국과 우호적인 관계라고 해도 힘을 키워두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네. 레굴루스 제국에서는 고대아이템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알고 있는 한, 우리도 고대아이템을 찾아야만 하는 상황이었지."
"하지만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이걸 봐주십시요."
나는 '안티스피릿 수정' 을 꺼냈다. 이것도 고대아이템이라고 설명하자 공작님은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놀라는 표정으로 어디서 구했냐면서 흥분한다. 원정대 사람이 발견한 건데 왕국에게 역시 보고를 안했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그 사람은 이미, 왕국에 대한 충성심을 버렸다고 볼 수밖에 없다. 에르제와 린제에게는 좀 슬픈 일이었다. 나는 파프닐에게 들었던 정보를 그대로 공작에게 전달했다. 굳이 숨길 필요도 없는 일이었기에 그냥 다 털어놨다. 어차피 누군가는 알아야될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사태가 심각해진 걸 알면 국왕폐하도 이번 원정대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두 사람의 아버지를 찾는데 관심을 가질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럴수가... 타이몬 실래스카가... 신이시여..."
공작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서 말했다. 무슨 일 때문에 그러는 거지? 혹시 공작과 가까운 사이였나? 으음, 확실히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공작과 가까운 사이였다면 저렇게 표정을 지을만도 하겠지. 아니 잠깐, 귀족과 탐험가가 친해진다는 소리는 못들었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탐험가는 그냥 직업상 하는 일을 하는 거 뿐이다. 귀족들도 그걸 알기에 탐험가와 굳이 친해질 이유는 없었다. 왕국에서 지원해준 대로 행하면 그만인데 만날 이유가 있을까? 고대아이템을 찾는 일에 귀족들과 친분을 쌓을 이유가 없을 텐데 말이다.
"우리 벨파스트 왕국을 위해 헌신적으로 나선 탐험가였네. 물론 다른 자들도 마찬가지지. 나는 그 사람들에게 고맙게 생각하고 있었네. 고대아이템을 찾는 건 어려운 일이라는 건 잘 알고 있지. 제국의 첩보부대에게 습격을 받을 위험을 무릅쓰고 말이야. 이건 말하면 안 되는 일이지만 특별히 자네에게만 말하겠네. 벨파스트 원정대는 '시트레산 유적지' 에서 발굴하고 있었네. 하지만 거기를 호위하고 있는 기사단까지 한꺼번에 행방불명된 사건이 벌어졌지. 형님께서는 그들을 찾기 위해 수색대를 파견했지만 현재까지도 발견하지 못하고 있네."
시트레산 유적지라... 거기서 고대아이템을 찾다가 사라졌다는 건가? 게임에서처럼 시공속으로 빨려들어갔다고 말하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겠지. 으음, 흔적도 없는 걸로 봐서 정말로 시공속으로 사라진 게 아닌가 생각이 드는데 말이다. 공작은 이 말을 아무에게도 하지 말라고 말했다. 저는 입이 무거운 사람입니다. 안심하셔도 되요.
"일단, 형님을 만나보겠는가?"
"네. 부탁드립니다."
공작님의 형님이 바로 국왕이었다. 전에 스우와 엘렌을 도와준 계기로 공작과 이렇게까지 가까울 수가 있었다. 과연, 이렇게 친밀도를 높이면 다가갈 수 있는 영역에 도달하는 건 게임과 비슷했다. 공작님이 국왕폐하를 만나는 데 도움을 주겠다고 했으니 말이다. 아니 잠깐, 이미 공작에게서 중요한 정보를 들었는데 굳이 폐하를 만날 필요가 있을까? 내가 국왕을 만나려는 이유는 벨파스트 원정대에 관한 정보를 듣기 위해서였는데 말이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얼굴이라도 한번 확인하러 간다고 생각하면 될 거 같았다.
"아 참, 그 전에... 선물이 있습니다."
"응?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신경이 쓰였군."
내가 가져온 보따리를 아까부터 신경을 쓴 모양이다. 보따리 안에 든 것을 꺼낸다. 롤 케익이다. 내가 엄마 간식으로 자주 만들어줬던 건데 이런데에서 쓸 줄은 몰랐다. 거기다가 공작님 저택에 방문한 건데 빈손으로 오기가 좀 그래서 큰 선물을 준비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 공작님과 가족분들에 대해서 자세히 모르기 때문에 어느 선물을 할 지는 잘 몰랐다. 그래서 여기 이세계사람들이 안먹어 본 맛있는 음식을 준비한 것이다.
"으음. 이건 처음보는 군. 이게 대체 뭔가?"
"롤 케익이라고 합니다. 드시면 맛이 있습니다. 엘렌님과 스우도 불러서 드시라고 하시는 게 어떠신지요?"
"그럼 모처럼 한번 들어보겠네."
공작님이 우선 한입 드시기로 했다. 맛이 있으면 부르고 맛이 없으면 버릴 생각으로 그러는 건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입에 맞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세계 사람들의 입맛에는 안 맞으려나 걱정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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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파스트 왕국, 그곳에는 미스미드 왕국의 대사를 위한 환영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이번에 동맹을 위해 벨파스트 왕국에서 대사를 보내 동맹의사를 밝히자 미스미드 왕국에서도 대사를 파견하여 만나서 자세한 얘기를 하자고 했다. 하지만 두 국왕이 만나는 건 쉽지 않는 일이었다. 가는 길에 도적이나 강한 몬스터들을 만날 가능성이 있는 데다가 미스미드 왕국영토 내에는 드래곤 서식지가 있다고 하여 폭주한 드래곤을 만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도 만나러 가기가 쉽지 않는 상황이었다. 벨파스트 왕국 국왕 '트리스트윈 에르네스 벨파스트' 는 이 문제에 대해서 심히 고민할 문제라고 판단했다.
"레온 장군. 자네의 생각은 어떤가? 미스미드 왕국까지 짐을 경호해줄 수 있겠는가?"
국왕이 최고로 신뢰하고 있는 호위장군인 '레온 블리츠' 에게 묻자 그는 고개를 숙이면서 솔직하게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폐하. 강한 몬스터와 도적들을 상대로 지킬 수는 있지만 드래곤을 만난다면 솔직히 장담할 수가 없습니다. 허나... 호위장군의 이름을 걸고 폐하만은 반드시 지켜드리겠습니다."
"으음... 정말 답답한 노릇이로군. 제국이 언제 쳐들어올 지도 모르는 판국에 이런 문제로 골치아파야하다니 말일세."
"폐하,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모험가들에게 의뢰를 하시는 것이..."
"그게 무슨 말이오? 장군. 그 말은 삼가주시기를 바라는 바요. 장군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는 것은 모험가들이 의뢰를 받고 짐을 죽이려고 한다면 장군이 나를 지켜줄 자신이 없다는 것이오?"
"아니... 폐하... 그런 뜻이 아니오라... 죽을 죄를 지었사옵니다!"
국왕의 말에 장군은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다. 젊었을 때는 이름난 기사였지만 지금은 중년이 들면서 호위장군을 맡고 있는 레온 장군이었다. 국왕은 세월이 흘렀어도 그를 신뢰하고 있었다. 왕자시절 때부터 만난 기사, 제국과의 전쟁에서도 함께 싸우기도 했던 전우이기도 했다. 제국을 상대로 연합군으로 겨우 몰아내는 데 성공했지만 피해가 벨파스트 연합쪽이 더 컸었다. 제국은 또 언제 다시 쳐들어올 지 모르기 때문에 외교에 그렇게 신경을 쓰고 있는 국왕이었다. 리플렛 마을이나 다른 마을의 사정을 보고받긴 했지만 그에게 있어서 1순위는 레굴루스 제국의 침공에 관심이 있었다.
첩보원들을 보내 여러번 확인한다. 당장이라도 전쟁준비를 하는 것처럼 군사물자를 평소보다 많이 생산하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었다. 그렇기에 국왕은 미스미드 왕국과 동맹이라도 맺어서 제국의 침공에 대항하려고 한 것이다. 그들이 비록 수인족이긴 하나 인간에게 피해를 입힌 사례는 거의 없었고, 이번에 다녀온 대사도 극진한 대접을 받고는 수인족들이라 해도 다른 왕국의 사신에 대한 예우가 뛰어나다고 극찬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파견온 미스미드 대사도 국왕 앞에서 예를 갖추는 모습도 보여주었기에 수인족이라해도 인간과 비슷한 성향이 있어서 동맹하는 데 더욱 문제없다고 국왕은 판단했지만 수인차별주의자 귀족들이 그 때마다 거세게 반발해왔었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폐하. 파티가 준비되었습니다."
"그래. 장군. 이 일은 나중에 논의하기로 하세."
"예. 폐하."
시녀 한명이 와서 말하자 국왕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장군에게 말하고 앞장섰다. 레온 장군은 그의 뒤를 묵묵히 따라갔고, 그가 했던 말들을 다시 한번 떠올린다. 모험가에게 의뢰를 하자는 것은 즉, 호위장군으로써 모험가보다 뒤진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거나 다름없기에 그 말은 자신이 경솔한 것임을 깨달았고, 다시는 그런 말을 하면 안 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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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미스미드 왕국 대사를 위한 성대한 잔치네. 먼길을 오시느라 정말로 수고가 많았소. 대사."
"아닙니다. 폐하. 대사 '오리가 스트란드' 이런 과분한 대접을 받아서 뭐라고 감사해야될 지 모르겠사옵니다. 폐하. 이번에 미스미드 왕국에서 와인을 준비했사옵니다. 저희 국왕폐하께서 두 나라와의 동맹제안에 감사하다는 뜻에서 보내셨사옵니다."
대사가 와인을 꺼내자 레온 장군이 받아서 국왕에게 우선 보여주었다. 그는 여기 참여한 사람들 전원에게 나눠주라고 했고, 레온장군이 한분씩 잔을 채워주었다. 이곳에 참여한 사람들은 당연히 귀족과 왕족 뿐이었다. 거기다가 대부분 수인차별주의자 귀족들이었기에 대사를 안 좋은 시선으로 보는 경우가 많았다. 대사도 이미 왕국에 들어서면서 느꼈기 때문에 크게 놀라는 기색은 없었는지 잔을 받아들이면서 조용히 있었다.
"미스미드 왕국과 동맹을 위하여 건배하노라!!"
"건배!!"
국왕의 말에 참석자 전원이 한 목소리로 외쳤고, 동시에 와인을 들이키기 시작했다. 잔을 동시에 비운 참석자들, 하지만 잠시 후, 국왕이 갑자기 통증을 호소하더니 잔을 떨어뜨린 뒤에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크윽... 컥..."
"폐하!!"
"무슨 일이옵니까? 폐하!!"
"의원을 불러라!!!"
파티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왕비와 공주, 그리고 레온 장군이 국왕을 부축이면서 어딘가로 급히 데려가기 시작했고, 다른 귀족들도 전원 놀란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국왕이 나가자 표정이 180도로 변했다.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지만... 잘 된 거 같군요."
"후후후후."
수인 차별주의자 귀족들이 하나같이 좋은 표정을 짓고 있자 그걸 본 오리가 스트란드는 그들의 눈치를 보면서 불안해하고 있었다. 그 불안은 현실이 되었는지 한 귀족이 나서서 그녀를 가리키며 말했다.
"미스미드 대사를 체포해라! 저 여자가 준 와인에 독이 들었다!!"
"아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와인에 독은 들어있지도 않았습니다."
"**라!! 수인족!! 뭣들하는 거야!? 당장 체포하라니까!!"
경비병들이 오리가를 붙들었다. 귀족들도 손가락질을 하면서 저 대사가 한 짓이라고 큰 소리를 치고 있었다. 환영파티가 한 순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해버리는 상황이었고, 수인차별주의자들은 사악한 미소를 짓고 있는 분위기였기에 동맹은 깨진거구나 하고 그녀는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