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는 위상력과 함께 37화

검은코트의사내 2017-10-31 0

"만약 이게 진검이었으면 바로 네 목이 날아갔다. 왜 내가 칼집으로 승부했는지 이제 알겠지?"

 

야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일단 야에의 전투력을 파악하려고 일부러 대련한번 해봤다. 서유리가 쓰는 검술과 비슷하다. 하지만 그녀보다는 스피드가 좀 떨어지는 편이다. 그녀라면 아마 나 정도는 우습게 베어넘길 수도 있겠지. 일단 트레이너 씨에게 가르침을 받은 대로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분이 가르치신 것 중에 하나는 바로 무기를 손에서 절대 떼어놓지 않는 훈련이다.

 

"야에, 그 검으로 방어에 전념해라."

"에? 무슨 말씀을... 아앗!"

 

칼집으로 강하게 내리쳤다. 야에의 양 손이 흔들리는 게 보인다. 한번 더 내리치자 야에는 검을 놓쳐버렸다. 그리고 다시한번 야에의 목에 칼집을 겨눈다.

 

"어떠한 강한공격을 받아도 무기를 놓쳐서는 안 돼. 검은 사무라이의 제 2의 생명줄이라는 건 배워서 알텐데?"

"그... 그렇소이다. 새야 공. 잠시 놀랐을 뿐이오."

"어떠한 상대라도 절대 방심하면 안 된다고. 겉모습에 비해 강한 힘을 숨기는 강자를 만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돼. 한번 더 간다."

 

검을 주운 것을 확인한 나는 칼집으로 계속 강한 일격을 날린다. 야에는 검을 놓치고 또 놓침을 반복한다. 감당할 수 없는 거겠지. 나도 처음에는 트레이너 씨와 대련하면서 건 블레이드를 여러번 놓쳤던 기억이 있다. 그 때마다 트레이너 씨는 내게 호통을 치면서 무기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며 그걸 놓치면 다음에 노려지는 건 목숨이라고 여러번 반복해서 말씀하신 게 기억난다.

 

"절대로 놓치면 안 돼. 무기를 놓치면 다음에 노려지는 건 네 목숨이야!"

"새야 공. 저는..."

"사무라이가 설마 그 정도 일격으로 포기하려는 거야? 그래야지고 대륙 제일의 검객이 되겠어!?"

"그... 소인은 아직 포기한다고 말하지 않았소이다!!"

 

두 손에 상처가 있는 게 보인다. 양 손이 떨리고 있지만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다. 그래. 나도 저랬다. 트레이너 씨 앞에서 말이다. 그럼에도 계속 공격을 하여 내 방어를 유도했었다. 나도 그렇게 가르칠 생각이다. 어떠한 강한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방어력을 성장시키는 훈련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방어력이 높다는 건, 공격을 자신의 손으로 막아낸다는 것을 의미하니 말이다. 비록 물리 방어만 성장시키지만 지금은 이걸로 충분하다. 마법 방어를 키우는 방법은 없다. 트레이너 씨는 적이 마법공격으로 오면 무조건 피하는 게 낫다고 했다. 그 마법공격에 어떠한 상태이상 공격이 포함되어 있을 지 모르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야에. 그럼 간다!"

 

카앙!

 

야에는 아직 멀었다. 확실히, 나도 처음부터 해낸 건 아니었지. 수천번 넘게 반복해서 겨우 버텨냈었으니 말이다. 야에는 검을 놓치고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원래대로라면 이쯤에서 끝내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다. 내게는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전쟁, 거기에 대비해야 된다.

 

[빛이여 와라, 완치되는 손길, 하이 힐]

 

치료마법을 걸었다. 야에에게서 난 상처가 말끔히 사라졌다. 그녀는 눈을 뜨고 일어나면서 양 손과 몸상태를 보고 놀라고 있었다.

 

"자, 이제 계속할까? 앞으로 한 시간만 더하고 끝내도록 하자."

"아... 알겠소이다. 스승."

"스승이라고 하지 말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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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중에 땀을 좀 흘렸다. 야에가 먼저 씻게 양보한 다음에 나는 게임기를 즐기고 있었다. 이미 계획은 다 짰으니 이제 남은 시간 여유라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미스터리 스릴러, 이것도 굉장히 맘에 들기도 했다. 선택지로 인해 정해지는 운명, 그리고 인간의 삶에 대한 내용이 주로 담겨져 있는 게임, 이럴 줄 알았으면 많이 다운받아놓는 건데 아쉽게 되었다. 지금은 총검사 캐릭터로 플레이 하는 게임을 하는 중이다. 서유리와는 전투스타일과 같은 편, 내가 이 캐릭을 고른 이유는 검, 마법사, 도적, 궁수 등 많은 게임에서 나오는 클래스를 지겹게 해봤기에 총검사라는 설정이 나오는 건 처음으로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캐릭터를 육성하는 것, 하지만 하면 할 수록 서유리가 생각이 났다. 어렸을 때 처음으로 친구가 되어줬던 녀석이지. 지금쯤 잘 지내고 있겠지? 슬비도 미스틸 테인도, 제이 아저씨도, 유정누나도 정미도 모두 다 말이다.

 

내일은 술집에 가서 정보를 파악하는 것도 물론이고 말이다. 아, 물론 오르트린네 공작님을 찾아가서 알아보는 것도 좋을 듯 했다. 왕국 상황이 어떤지 말이다. 찾아갈 명분이 필요한데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다. 공작님 저택은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은 아닌 거 같았으니 말이다. 공작 메달만 있어도 되려나? 일단 내일 한번 게이트로 찾아가야겠다고 다짐했다.

 

"새야야. 안에 있어? 들어간다."

 

에르제 목소리다. 나는 게임기 전원을 끄고 들어오라고 말하자, 에르제가 왜인지 얼굴이 붉어지면서 들어왔다.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까 말을 하지 않는다.

 

"저기, 에르제? 무슨 일 있어?"

"그... 그게... 내... 내일, 나도 야에처럼 특훈을 시켜줘!"

 

에? 특훈? 나는 격투가는 아니라서 가르칠 수 없다고 답하자 연습상대라도 되어주라고 내게 말했다. 연습상대라면 얼마든지 될 수 있지만 실력 차이가 나는데 괜찮으려나? 전에 공작가문 따님을 호위할 때 내 전력을 제대로 보여준 적이 있었기에 그들도 내 실력을 알고 있다. 아무래도 야에처럼 에르제도 강해지고 싶었던 모양이다.

 

"미안하지만 내일 할일이 있어. 연습상대라면 야에랑 해도 되잖아."

"네... 네가 아니면 안 돼!"

"에? 어째서?"

"야에에게도 부탁해봤는데 너에게 배우는 게 실력향상에 더 빠를 거라고 하면서..."

"으음. 그럼 밤에 하는 게 어때? 야에가 수련하는 뒷마당에서 만나서 같이하면 되겠지?"

"응. 그래! 그렇게 하기로 한 거다!! 잊어버리지 마. 그럼 이만."

 

검지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재빨리 뛰쳐나간다. 뭐가 그리 급하다고 뛰쳐나가지? 보니까 얼굴도 좀 빨간 거 같고... 감기인가? 정보수집은 낮까지 하면 되겠지. 그리고 왕도의 퀘스트를 나 홀로 할 생각이었으니 말이다.

 

"새야야. 손님 오셨어."

 

그렇게 생각하던 참에 손님이 왔다고 미카 누나가 말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문을 열고 손님이 누군지 나가보자 길드에서 일하는 누나였다.

 

"길드에서 카운터직원을 맡고 있는 시르카라고 합니다. 길드 총수님의 전언을 전달해드리고자 합니다."

"총수님의 전언이라고요?"

"네. 내일 아침에 길드로 찾아와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그런가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총수님의 전언이라... 방문을 닫고 침대에 앉아서 내일 일정을 다시 고민했다. 오르트린네 공작님 댁에 찾아가려고 했는데 총수님이 부르신다라... 혹시 의뢰를 맡으라고 하는 건가? 일단 얘기를 들어보고 판단해야될 거 같았다. 아 맞다. 길드 총수님에게도 왕국 사정에 대해서 자세히 아실지도 모르겠다. 굳이 오르트린네 공작님 댁에 갈 필요는 없을 거 같았다. 이 참에 외교상황을 알아보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에르제의 약속시간까지는 늦지 않으려나? 일단 내일 일 생각하면서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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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와 주었나? 정말 오랜만이군."

 

나는 아침 일찍 길드에 찾아와 총수님을 만났다. 총수님도 평소에 일찍 일어나시는 모양이다. 얼굴도 깔끔할 정도로 개인 정비를 다 끝낸 모양이다. 손님용 테이블에 마주앉은 우리는 차를 한모금 마셨고, 길드총수님의 이야기를 먼저 듣게 되었다.

 

"실은 자네에게 부탁이 있어서 이렇게 불렀네. 이번에 모험가들 중에 상위레벨의 모험가들이 있는데... 한 모험가의 제보에 의하면 의뢰를 가로채 공적을 빼앗는다고 하네. 쉽게 말하자면 몬스터 토벌했다는 증거로 잔해를 수집하는데 그걸 가로챈다고 생각하면 되네."


공적을 가로치는 거라 나는 총수님에게 자세한 설명을 부탁했다.


"내가 개인적으로 의심가는 모험가 집단은 '골드사자' 라네. 그곳에 속한 모험가들의 레벨이 급속도로 높아진 게 의심이 되었지. 하지만 그들이 공적을 가로챘다는 증거는 없어. 몬스터의 잔해는 얼마든지 사냥해서 구할 수 있는 것이니 말일세. 그들이 가진 무기나 방어구도 고급품이었고, 실력을 테스트하려고 했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피하더군."

"그럼 그 녀석들이 범인확정 아닙니까?"

"습격했다는 증거가 없어. 그걸 증명해야되는데 말이지."


총수님은 골드사자라는 모험가 집단을 의심하고 있다. 그곳에 속한 모험가들을 잡아들이고 싶은데 증명할 수 없어서 곤란해하고 있다. 하긴 뭐, 물증이 있어야 기소가 가능하는 건 내가 살았는 현실세계와 똑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To Be Continued......

2024-10-24 23:17:37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