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는 위상력과 함께 36화

검은코트의사내 2017-10-31 0

의뢰를 마치고 우리는 다시 여관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편하게 방에서 휴식을 취하는 중에 미카 누나가 찾아왔다. 오랜만에 게임기를 꺼내서 해보려고 했는데 참 아쉽게 되었다.


"무슨 일이세요?"

"혹시 요리를 좀 도와줄 수 있나 해서 말이야. 미안하지만 내가 손을 좀 다쳤거든."


한 손에 붕대를 하고 있는 게 보였다. 딱 봐도 일하다가 다쳤겠지. 식사대접뿐만 아니라 접시치우고,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이러한 과정에서 다친 것일 수도 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오늘 저녁식사준비는 내가 하겠다고 말했다. 미카 누나는 나중에 보수를 주겠다고 했지만 정중하게 사양한다. 나는 보수를 바라고 한 게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곤란한 사람을 도와주는 건 당연한 일, 나는 지금 당연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오랜만에 실력 발휘를 좀 해야되겠다. 싸우기만 하는 것보다는 가끔은 맛있는 요리를 일행들에게 대접해주는 것도 좋으니까 말이다.


보통은 타락해야할 내가 이렇게까지 온 건 아버지 덕분이니까.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다는 생각이 이렇게 기쁠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었다. 미카 누나를 따라 부엌으로 간 다음에 재료를 살펴본다. 소고기에 돼지고기, 닭고기, 양파, 마늘, 피망 등. 여러가지 재료가 있다. 나는 미카 누나에게 오늘은 이만 쉬시라고 말했다. 정말로 괜찮냐고 묻지만 웃는 얼굴로 괜찮다면서 고기를 손질한다. 집에서 했던 요리, 요즘 들어 밖에 나가서 돈을 벌어오시는 엄마에게 대접하는 건 내 몫이였다. 이 재료들로는 햄버그 스테이크를 만들 수 있는 수준이다. 여관이 손님들 식사도 대접하는 곳이니 요리재료가 풍부하는 게 당연하다. 일단 햄버그 스테이크를 만들기로 하고 소스도 준비하기로 결정했다.


엄마가 내 요리를 맛보고 기뻐했던 게 생각이 난다. 그리고 지나치게 과한 칭찬을 아끼면서 닭살스러운 대사까지 하는 아들바보 엄마였지. 하지만 그런 엄마가 싫지는 않았었다. 지금쯤 엄마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아버지를 잃고 나까지 죽은 걸 알고 얼마나 정신충격이 심하실지 상상이 된다.


나는 엄마를 미워한 적은 없다. 내가 미워하는 건 아버지와 내 운명을 멋대로 결정지으려는 사람들, 그리고 날 괴물취급하고 피해다니는 어린시절의 소년들, 지금은 미워하더라도 딱히 복수할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래, 지금은 내 동료들이 있다. 아직까지 정체를 숨기고 있어서 잘 지내는 거 같지만 위상력은 최대한 그들 앞에서 드러내면 안 될 거 같았다. 그들과 같이 이야기하고 지내는 건 혼자 지내는 것보다 즐겁긴 하다. 다만, 몬스터 토벌은 좀 자제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다.


"좋아. 다 되었다."


평소대로 요리방법을 발휘하여 만들어냈다. 일단 미카 누나 몫까지 합해서 5인분 정도 준비했다. 으음, 더 만들어야겠지? 야에의 식욕을 생각하면 말이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햄버그 스테이크를 더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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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야 공이 오늘 저녁식사 준비를 하는 것이오?"

"응. 새야도 식당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고 하니까 잘 만들거야. 전에도 볶음밥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줘서 미카 언니가 좋아했거든."

"네. 맞아요. 그 때 정말 맛있게 먹었었어요."

"이번에 어떤 요리를 내올지 기대하는데? 사귀는 여자는 득이 좀 되겠는 걸. 후훗."


내가 요리를 내오고 있을 때 미카 누나가 에르제와 린제를 쳐다보면서 심술궂은 표정으로 말하자 두 사람은 그녀의 시선을 피하면서 얼굴을 붉혔다. 야에는 혹시 설마냐고 물었지만 두 사람은 동시에 필사적으로 부정했었다. 무슨 얘기를 하길래 저러는 건지 모르겠지만 식탁 위에 준비한 요리를 내려놓는다.


"저녁 나왔습니다."


커다란 접시에 담긴 햄버그 스테이크와 쌀밥을 내온다. 이 요리를 처음본 여자들의 반응은 하나같이 감탄사를 날렸다. 냄새도 그렇고 쌀밥과 붙어있는 햄버그 스테이크 위에 뿌려진 소스까지 보면서 저절로 침이 넘어가게 만드는 요리라고 판단한 것이다.


"당장이라도 먹고 싶어. 그런데 이 큰걸 어떻게 먹어?"

"여기, 나이프를 이용해서 이렇게 잘게 썬 다음에 포크로 찍어먹는 거야."


한 사람당 포크, 나이프, 그리고 수저를 내려놓았었다. 내가 시범을 보이자 그들도 나이프로 스테이크를 썰고 있다. 야에는 검술 때문인지 능숙하게 잘 다루는 듯 했지만 에르제와 야에, 미카누나는 힘들어하고 있었다. 천천히 해도 된다면서 내가 말했고, 그들이 마침내 작은 조각을 포크로 집은 뒤에 동시에 입에 넣었다.


"어때?"

"우와!! 엄청 맛있어. 생전 처음보는 맛이야!!"

"너무 맛있어요! 볶음밥 보다 더 맛있어요."

"이런 맛은 처음이구려. 소인은 이거에 지배당한 거 같소이다!!"

"이야. 정말 맛있네. 어떻게 만든 거야? 새야야? 가르쳐줘. 닭고기와 소고기, 그리고 돼지고기 맛까지 한꺼번에 느껴지다니."


역시 미카누나는 요리를 많이 해봤으니 저런 말을 하는 거 같았다. 직접 음식을 요리해보고 맛보고를 반복했을 것이다. 손님들의 입맛을 위해서라면 당연히 할 일이었으니까 말이다. 세 사람은 완전히 빠졌는지 밥과 같이 먹으면서 말 없이 식사를 하고 있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야에가 벌써 한 그릇 더 달라고 말하자 나는 곧바로 한 그릇을 대접했다. 그리고 나도 일단 한 입을 먹어본다. 역시나 맛이 좋다. 내가 만든 거지만 쌀밥과 함께먹으니 간만에 현실을 떠올리는 식사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음식을 먹고 흐뭇해하는 그들을 보면서 나도 뿌듯해진다.


즐거운 식사가 끝나고 야에의 음식값을 추가로 내려고 했지만 미카 누나는 오늘은 안 받겠다면서 돌려주었다. 뭐, 햄버그 스테이크 요리 레시피를 알려주기도 했으니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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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햄버그 스테이크로 포만감이 가득하다. 간만에 게임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문 두드리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서 게임기를 일시정지 시켰다. 아나, 이제 뭐라할 사람도 없는데 본능적으로 이래버린다. 내가 게임만 하면 엄마와 슬비는 잔소리만 해댔으니 몸이 완전히 기억해버리는 모양이다.


"새야 공, 소인 야에라 하옵니다. 들어가도 되오리까?"


그 말투는 여전히 적응이 안 되지만 으음, 새벽 일 때문인가? 일단 들어오라고 한 뒤에 무슨 말을 해야될 지 고민했다. 야에의 허리 춤에는 진검 두 자루가 달려있었다. 설마 그 일로 날 죽이려고 하는 건 아니겠지?


"저기, 야에. 그 일은 사과했잖아. 분명히 오해라고."

"무슨 말이외이까? 그 일은 이미 끝나지 않았소이까? 소... 소인... 그렇게 계속 말하면 부끄럽사옵니다."


이런, 내가 괜한말로 야에를 곤란하게 만들어버렸다. 그럼 대체 뭐하러 온 거냐고 묻자 진검을 꺼내면서 말했다.


"소인을 가르쳐주시오. 말하지 않았소? 소인, 새야 공의 제자가 되겠다고 말이오."


아, 잊어버리고 있었다. 안 받아주려고 했는데 차마 그 말을 못 꺼냈었다. 나한테는 검술을 가르치는 능력같은 게 있을 리가 없다. 그런 건 서유리가 전문인데 말이다. 내가 가르쳐줄 수 있는 건 트레이너씨에게 배운 전투감각밖에 없었다. 배운 것을 누군가에게 가르칠 수 있다니 말이다. 야에는 서유리의 꿈과 비슷했다. 세계 제일의 검객이 되겠다고 했었으니 말이다. 그녀가 클로저라는 운명 때문에 이루지 못한 점을 떠올리며 나는 야에의 소원을 들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밖으로 나가자."

"네. 스승님."

"스승이라고 하지 마."


나는 검 한자루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지금은 밤 중이고, 두 사람이 대련하기에는 좋으니 말이다. 거기다가 이제 막 먹은 것도 소화가 되었으니 괜찮았다. 야에의 눈은 진지했다. 정말로 내가 대륙에서 제일가는 강자인 걸로 착각하는 거 아닌가? 하긴 뭐, 파티 맴버들을 강화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다. 에르제와 린제도 강해진다면 내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강한 동료가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일단 야에를 가르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다.


"새야 공, 왜 칼집만 드는 거 외에까?"

"아, 이거? 상처가 나면 안 되니까. 야에, 나는 이센출신이 아니라서 검술에 대한 건 가르쳐줄 수 없어. 하지만, 전투감각을 키워주는 건 가능하지. 야에 너는 어렸을 때부터 기초훈련을 받았을 테니까 내가 가르쳐 줄 수 있는 건 실전훈련밖에 없어. 자, 덤벼봐."

"으음... 그럼 가겠소이다!"


야에가 진검 하나를 들고 달려든다. 일본도, 정말로 이센은 일본시대가 아닐까? 야에의 검을 가볍게 피해낸다. 검술하는 건 유리가 하는 거랑 비슷해보였다. 심심풀이로 연습상대가 되어줬던 때가 떠오른다. 누구에게도 배우지 않는 검술이지만 유리랑 연습하면서 천천히 익혀나간 게 전부였다. 나에게는 위상력 잠재력만 가득한 것이지 실제로 전투경험이 없었기에 서유리보다 전투능력이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나한테는 게임이라는 경험이 있기에 그 게임 캐릭터에서 나오는 전투패턴과 스킬동작을 응용하면서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었다. 지금은 유리랑 대결하면 누가 이길지는 모르지만 시험해볼 생각도 없다. 누가 제일 강한지 그런게 알게 뭐냐? 그냥 사이좋게 지내고 내 일상이 평화로워지기만 하면 그걸로 되는 것이다.


아차, 딴생각하다가 당할 뻔 했다. 야에의 검을 검집으로 다 막아낸 다음에 다리를 걸어서 넘어뜨렸다.


"불필요한 움직임이 많아서 헛점 투성이야."


어느 사무라이라도 빈틈이 있는 법이다. 연습을 했다고 해도 실전 경험이 부족하면 자신의 부족한 점을 깨닫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으니까 말이다. 실제로 강자들과 겨뤄보고 고전을 한 이유를 떠올리고 앞으로 고쳐나가는 게 일이었다. 야에의 스승은 이런 걸 안 가르칠 리가 없었을 텐데 말이다. 아, 내가 할 말은 아닌 거 같다. 난 원래 빠른 움직임 상대를 잘 볼 수 있는 고 스펙의 전투프로나 다름없었으니 말이다.


"연속 검술을 할 때 동작이 하나라도 흐트러지면 빈틈을 보여서 오히려 역공을 당하는 법이야. 야에. 계속해볼래?"

"그럴 생각이었소. 하앗!"


이번에는 점프해서 내려친다. 힘으로 밀어버리려는 건가? 나는 칼집을 들어 가볍게 야에의 검을 막아냈고, 오히려 힘으로 밀쳐서 뒤로 튕겨냈다.


"아직이오. 헉?"


다시 일어나서 자세를 잡으려고 하지만 칼집으로 그녀의 목을 겨눈 나였다.


To Be Continued......

2024-10-24 23:17:37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