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는 위상력과 함께 32화

검은코트의사내 2017-10-28 0

마차를 타고 또 5일 정도 걸리는 거리로 가고 있다. 린제가 이번에는 마부석에 앉았고, 그 틈에 나는 마법서를 펼치면서 쓸만한 마법이 있는지 확인해보았다. 아 맞다. 주변사람에게 물어볼 필요없이 [서치]로 검색해 알아냈으면 길 안 잃어버렸는데 그 생각을 못했다. 하도 쓰지 않았다 보니 금방 잊어버린다. 내가 지금까지 터득한 무속성 마법을 다시 복습해본다.


감각 확장마법인 [롱 센스], 린제가 사용한 불의 속성 마법 [파이어 스톰], 파워와 스피드를 동시에 올려주는 [부스트], 파워를 대폭 강화시켜주는 [파워라이즈], 작은 물건을 끌어올 수 있는 [어포트], 물질에 마법효과를 부여할 수 있는 [인첸트], 그리고 찾고자 하는 대상을 검색할 수 있는 [서치],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물체를 탐지하고 그것을 투시로 볼 수 있는 [디텍티브], 특정한 재료를 가지고 만들고자 하는 물체를 이미지화하는 마법인 [모델링], 마지막으로 성가신 사람을 상대할 때 쓸 수 있는 마찰을 없애는 마법인 [슬립] 등을 익혔다.


너무 한꺼번에 익히는 것도 내 머릿속에 집어넣기에 한계가 있는 거 같다. 어느 것을 쓰던지 간에 달라지겠지만 말이지. 어라? 페이지를 넘기다가 낯이 익은 단어를 발견했다. [게이트]? 가고자 하는 장소를 이미지화하여 그 장소를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는 문을 형성하는 마법이라고 되어있다. 마력의 크기에 따라 구멍이 커질 수도 있다? 그러고 보니 우리의 클로저 인생도 모두 그 차원문이 열림으로써 시작이 되었다. 차원문 안에서 차원종이 뛰쳐나와 신서울을 습격하니 클로저들이 나서서 그들을 소탕하기도 했었지. 그 시절이 생각나니 게이트라는 글자가 눈에 띄기도 했다. 잠깐만... 만약 그렇다면...


"왜 그러는 거야? 새야야."

"새야공. 아까부터 책이랑 눈싸움을 하시는 구려."

"저기, 린제. 잠깐 마차를 좀 세워** 않을래?"

"네?"


나는 마차에서 내려서 전방에 다가가 심호흡을 단단히 했다. 내가 뭘 하려고 그러는 건지 여자애들이 시선집중을 한다. 어이, 그런 눈으로 보면 내가 부담스러워지거든? 에이, 정신을 가다듬고 우리가 가고자 하는 리플렛 마을 이미지를 떠올렸다. 으음, 사람들이 많은 거리로 이동하면 혼란이 일어나겠지? 마을 밖에 있는 비포장 도로를 이미지화 한다. 그리고 나서 나는 주문을 외웠다.


[게이트]


거짓말같이 차원문이 형성되고 있었다. 혹시나 여기서 차원종이 튀어나오지는 않겠지? 생각했지만 아무것도 튀어나오지 않았다. 마력을 더 주입하자 문의 크기가 더 커져갔고, 나는 거기에 손을 대보거나 얼굴을 집어넣기도 했다. 여기는 분명히 내가 이미지화했던 리플렛 마을 밖 비포장도로였다.


"이거 신기한데?"
"새...새야야!! 그게 대체 뭐야!?"

"설마... 무속성마법?"

"새야공! 머리가 없어졌구려!"


이런, 이런, 문 밖으로도 소리는 들려오는 구나. 나는 일행에게 마차를 타고 여기 문 안으로 들어오라면서 그대로 안 쪽으로 들어갔다. 내가 문 안으로 사라지니 그들이 비명을 지르는 듯 했다. 확실히 문 안으로 들어서니 곧바로 리플렛 마을 비포장도로로 나오게 되었다. 오오, 바로 앞이 리플렛 마을이구나. 진작에 이렇게 했으면 5일 정도 마차타고 안 갔는데 말이다. 돌아가서 마법서 공부를 더 많이 해야겠네.


"어서 빨리 와."


일행이 있는 곳으로 얼굴만 비추고 말한 뒤에 다시 집어넣었다. 그리고 잠시 후에 마차도 모습을 드러냈고, 코 앞에 보이는 리플렛 마을의 모습에 그들은 전부 놀라워했다.


"이... 이건 대체..."

"에르제 공, 저기가 어디이옵니까?"

"리플렛 마을... 새야씨. 어떻게 한 거에요?"

"무속성 마법 게이트를 쓴 거야. 가고자 하는 곳을 이미지화해서 그곳으로 순간이동시켜주는 거지. 설마 성공할 거라고는 생각 못했지만."


무속성 마법은 개인 마법이라 아무나 쉽게 사용하지 못한다. 하지만 신에게 마력의 재능을 부여받은 내 입장에서는 이 정도는 우스울 정도다. 완전히 치터가 된 기분이다. 이러면 왕도까지도 순식간에 가겠는걸? 필요한 걸 살 수 있을 때 사도 괜찮겠다. 여행하면서 모험자들이 가장 많이 힘들어하는 건 의뢰 장소로 가는 거리다. 목적지까지 가다가 중간에 몬스터를 만나거나 도적을 만날 수도 있고, 날씨 악화로 다시 되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모험가들의 레벨이 쉽게 오르지 않는 이유가 그 이유에서였다. 최고 레벨 모험가들이 많이 없는 이유도 거기에 포함되어 있었다. 뭐,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되든 내 알바 아니다. 어차피 신경쓸 틈도 없지. 내 동료들은 모두 여자애들이니까 시선만 따가울 뿐이지. 에휴, 뭐라고 설명해도 말을 들어먹지 않는 사람들이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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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날이 저물지 않았기에 자낙 씨의 옷가게에 갈까 했지만 여자애들을 먼저 여관으로 돌려보내고 나 혼자 다녀오기로 했다. 어차피 공동의뢰로 길드에 접수가 되어있으니까 자낙씨에게서 확인증을 받고 다음날 같이 가면 되겠지. 일단 확인증만 받는 거다. 그들은 같이 가도 된다고 했지만 피곤할 텐데 우선 휴식이 우선이라면서 내가 사양을 했다. 남자인 내가 체력이 아직 남아있으니 말이다. 딱봐도 그들은 지쳐있는 게 티가 났었으니 말이다. 공작가 가문의 딸을 호위하고 아내 눈 고치고, 편지를 전달하고 돌아오는 길에 마을 하나씩 들릴 계획이었지만 [게이트] 하나로 모처럼 세운 계획은 없어지게 된 셈이다.


나는 걸어서 자낙씨의 옷가게를 찾아갔고, 그분은 나를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오오,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네. 적어도 5일 후에 올 줄 알았네만."

"여기 답장을 우선 받으시고요. 남은 교통비도 드리겠습니다."

"일단 이쪽으로 와서 얘기 좀 하세."


손님용 테이블에 안내한 자낙 씨, 그리고 차를 한잔 대접받은 후에 그분은 편지를 읽으면서 흐뭇하게 웃었다. 상대가 귀족 자작이라는 것만 알 뿐이지 편지 내용이나 그 자작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나는 자낙 씨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그 친구분이라는 사람은 어떤 귀족인가요?"

"으음. 아주 좋은 녀석이지. 실은 그 친구가 귀족이 된 이후에는 이렇게 편지만 주고받는 사이라서 자세하게 잘 모르네. 귀족 자작으로써 잘 지내고 있고, 왕도가 요즘 시끄럽다고 하더군."

"미스미드 왕국과 동맹하려는 국왕폐하의 뜻 때문에 말인가요?"

"응? 자네가 그걸 어떻게 아는가? 그 친구가 아무에게나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 텐데..."

"가다가 공작님의 따님을 호위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공작? 설마 오르트린네 공작님 말하는 건가!?"


자낙씨는 내가 공작을 만났다고 하니 매우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기야 당연하겠지. 공작을 아무나 쉽게 만나는 사람도 아니다. 영향력이 강한 귀족이 아니라면 말이다. 나는 덤으로 공작 메달까지 보여주자 그분은 비명을 지르면서 엉덩방아를 찧었다. 이거 너무 심했나? 저러다가 심장마비 걸리겠네. 아무튼 내 의문의 답은 찾지 못할 거 같았다. 자작과 편지를 주고받는 것으로는 그가 어떤 인물인지는 알 수 없다. 주변의 수소문을 확인해야겠네. 그렇지... 왕도에 있는 술집에 찾아가면 정보를 들을 지도 모른다. 술 취하는 사람들만 모이는 곳이라고 그러지만 가끔 모험가들이 술을 마시면서 모험담에 대해서 이야기하니 주워듣는 정보로도 쓸만했다. 특히 술에 취한 사람은 자기가 숨기려고 하는 비밀까지 털어놓는 법이다. 좋아. 다음에 왕도로 [게이트]로 이동해서 귀족들에 대한 정보를 얻는 거다. 의뢰는 아니지만 만일에 대비해 필요한 정보수집이니까 말이다. 벨파스트 왕국이 흔들리게 되면 제국의 침공이 시작될 수도 있고, 그 결과 우리는 전쟁에 휘말릴 위험이 있으니 사전 대비는 필수였다. 벨파스트 왕국 외에 다른 왕국은 가본 적이 없기에 거기에 대한 이미지를 할 수가 없는 데다가 다른 왕국으로 가는 길 조차 모른다. 그러니까 지금은 정보수집이 우선이다.


"저기, 자낙씨. 일단 확인서를 써주세요. 그리고, 남은 교통비도 돌려드리겠습니다. 제가 여기까지 빨리 올 수 있었던 것은 무속성 마법을 사용해서에요."

"그런가? 그런데 자네는 정직하군. 그냥 모른척 할 수도 있었는데 말이야."

"자낙씨도 장사를 하시는 분이니까 아실 거 아니에요? 신뢰가 중요하다는 걸 말이죠."

"허허허허허. 재미있군. 자네가 점점 더 맘에 들기 시작했어. 허허허허허."


웃으면서 확인서를 써주시는 자낙씨였다. 뭐, 이런식으로 친밀도를 높이면 또 의뢰를 요청하게 될 테고 우리는 의뢰 실행하고 보수를 받는 거겠지. 원래 모험가라는 건 의뢰인과의 신뢰가 우선이다. 그래야 의뢰인이 특정대상에게 의뢰를 지목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전에 기사단장님이 그러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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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하는 기분이다. 사전 정보수집을 위해 술집으로 가서 아무나 말을 걸어본다? 오호, 이거 좋다. 마침 나에게는 공작에게 받은 돈이 있으니까 이걸 이용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오늘은 나도 좀 휴식을 취해야겠다. 오랜만에 여관에서 미카누나의 밥을 먹어야되겠으니 말이다. 자낙씨의 옷가게에서 나왔을 때는 이미 날이 어두워진지 오래였다. 너무 오래 얘기했나? 하긴 중간에 옷자랑 얘기도 들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분도 진짜 포기를 안한다. 그 특수요원복 팔지 않겠냐고 또 물어본다. 이제 좀 포기하지?


날이 어두워도 지리를 기억하고 있으니 여관까지 찾아가는 건 어렵지도 않았다. 여관 안에 들어서자마자 맛있는 음식 냄새가 풍겨오고 있었다. 나는 배고픈 강아지처럼 달려가서 식사를 하려고 했지만 이미 식탁에 놓인 그릇들은 전부 빈접시로 되어버린 지 오래였다.


"뜨억!!"

"어? 새야야. 왜 이렇게 늦었어? 우리가 저녁 다 먹어버렸는데? 큭큭."

"여기 음식, 정말 맛있소이다!!"

"오랜만에 먹어서 너무 좋았어요."


설마 내 몫은 없는 건 아니겠지? 나는 설마하면서 미카누나에게 물어보았다.


"미안해. 네 몫은 없어."

"그럴수가!!!"
"농담이야. 네 것도 만들어줄게."


에이, 놀랬잖아. 은근히 심술궂은 미카 누나, 안 그래도 배고픈데 그런 걸로 장난치지 말지, 그나저나 이렇게 빈 접시가 가득한 식탁은 처음이다. 아무래도 야에가 다 먹었겠지. 이런 식충이 사무라이 같으니라고. 저러고도 살이 안 찌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To Be Continued......

2024-10-24 23:17:36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