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는 위상력과 함께 31화

검은코트의사내 2017-10-27 5

으으, 이게 대체 무슨 꼴이야? 아무 생각없이 내가 이렇게 경솔한 행동을 하다니 나도 아직 멀었나 보다. 이런 왕도에서 어떻게 방어구점을 찾지? 그러고보니 다양한 장소를 구경하는 것도 괜찮아보였다. 수인족들도 있긴 하네. 다만 귀족들은 싫어한다고 했지만 말이다. 뭐, 일단은 방어구점을 찾는 게 낫겠는데 지나가는 사람 한명을 잡아서 물어보았다.

 

"저기, 실례합니다. 여기 방어구점이 있나요?"

 

그러자 그 사람은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알려주었다. 쭉 가서 오른쪽 가다가 특정한 장소에서 왼쪽이라고 알려줬다. 이제 글을 읽을 수 있으니 찾아가는 건 어렵지 않을 거 같았다. 그러고 보니 리플렛 마을에서는 마을 지리도 모르고 글도 몰라서 상당히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 때는 정말 엄청 고생을 했지. 에르제와 린제를 안 만났다면 아마 노숙을 했을 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이번에는 그러라는 법은 없다.

 

그러고 보니 야에가 내 제자가 되겠다고 말할 줄은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래도 그렇지, 최대레벨 검술을 가진 사람이라면 대륙에 있을 터인데 말이다. '전설의 마스터급' 이라는 게임을 해본 기억이 난다. 온라인 게임이었는데 검을 가진 전사들이 검술 최강자리를 놓고 벌이는 배틀형식이었다. 검술 레벨은 당시에 이랬었다.

 

레벨 1은 수준급, 레벨2는 워리어급, 레벨3는 소드마스터 급, 레벨4는 레이더급, 레벨5가 마스터급이었다. 순위 1위인 마스터급은 보상이 엄청났었던 걸로 기억한다. 마스터급에 들어오는 자는 1명, 레이더 급이 3명정도로 알고 있다. 으음, 그만한 고급아이템과 캐쉬 지급까지 풍부하니 사람들이 경쟁력이 늘어났던 걸로 기억하는데... 나도 그 경쟁자들 중 한명이었다. 1주일마다 순위가 바뀌었는데 나는 그 중에서 3번정도 마스터급에 도달했던 게 기억난다. 비록 게임이지만 만약 여기 이세계에도 그런 게임같은 설정이 있다면 아마 목숨을 걸어야될 것이다.

 

뭐, 나도 아무리 게임을 많이 하는 사람이었지만 현실과 게임 정도는 구분할 줄 안다. 다만 그걸 구분하지 못하는 나같은 또래들이 세상에 존재한다. 청소년 비행범죄, 그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위상력 능력자라도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는 건 아니다. 우리같은 십대들은 미성년자라고 무시하긴 하지만 사실은 무서운 존재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야에와 에르제, 린제도 나와 같은 십대다. 야에와 에르제는 나이가 나랑 비슷하다고 했다. 그리고 린제도 마찬가지다. 가만, 린제는 그러고보니 왜 계속 존댓말쓰지? 쌍둥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럼 나이도 똑같을 텐데 이상하다. 진작 의문을 가져야하는데 이런 걸 깨닫지 못한 나도 참 이해가 안 된다.


대륙에는 아마 마스터급같은 전설의 검사가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분명히 있겠지. 도서관에서 그 기록을 찾아보면 될 일이다. 나는 누군가를 잘 가르치거나 하는 타입이 아니니까 그 사람에게 떠넘길 생각이다. 나보다도 검술에 대해서 누구보다 더 잘알고 실전도 나보다 더 강할테니 말이다. 야에가 바라는 건 그것이다. 아직 나와 같은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대륙의 넓음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는 거 같다. 뭐, 적어도 그 사람을 만날 때까지는 내가 곁에서 대충 가르치면 될 거 같았다.


트레이너씨가 가르친 전투공략, 그건 게임에서는 차원과 다른 것이다. 나는 현실 속에서 가르침을 받았다. 그리고 그분은 과거에 우리 엄마와 제이 아저씨를 가르친 교관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지금은 우리 엄마가 더 강하긴 하지만 말이다. 스승보다 제자가 더 강하다는 청출어람이라는 사자성어는 이럴 때 쓰는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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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사람이 알려준 방향으로 방어구점에 마침내 도착했다. 안에 전시된 방어구, 전부다 흔해빠진 보통방어구 투성이었다. 가죽방패, 가죽옷, 그리고 철갑옷 등등... 게임에서는 저레벨의 유저가 착용하는 방어구 투성이었다. 그리고 갈수록 고급스럽게 빛나는 방어구를 착용하기도 했지. 이런 건 눈으로만 봐도 성능이 안 좋다는 걸 알 수 있다. 일단 가볍고 방어력이 좋은 것, 그게 없나? 나도 언제 위험에 닥칠지는 모르니까 만에 하나 내 몸을 보호할 방어구는 필요하다고 느꼈으니 말이다.


"혹시, 여기 고급 방어구를 팔지 않나요?"

"그곳이라면 저 방에 있는데 손님같은 사람이 들어갈 곳이 아닙니다."


가게 주인 아저씨가 그렇게 말했다. 아무나 못들어간단 말이지? 그러자 나는 공작 메달을 꺼내보였고, 주인은 화들짝 놀라면서 공작가문과 관련된 사람이냐면서 물었고, 재빨리 나를 그 방으로 안내해주었다. 왠 호들갑이야? 그냥 침착하게 하면 되지, 혹시 내가 거지인줄 알고 대했다가 뒤늦게 알게 된 사실 때문에 부끄러운 건가? 그런 거 같았다.


아무튼 고급 방어구가 있는 곳으로 들어가보았다. 하나같이 비싸보이는 화려한 갑옷들 투성이다. 오호, 감촉을 느껴보기도 하면서 단단하다고 생각이 저절로 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내가 입기에는 너무 더워보이는 것들이다. 으음, 나에게 맞는 방어구는 없는 걸까? 나는 위상능력자다. 물리적 공격에는 어느 정도 내성이 있다. 총알을 정통으로 맞아도 그냥 아프기만 하고 끝날 뿐이다. 칼로 찔려도 상처도 거의 나지도 않는다. 다만 철갑탄이라면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으니 주의하는 게 좋았다. 능력자의 육체에 너무 의지해서는 안 된다고 트레이너씨가 말한 게 다시한번 떠올랐다.


"으음?"


딱 눈에 띄는 옷이 있었다. 검은색 코트, 내 정식요원복을 떠올리게 만드는 복장이었다. 나도 여기 세계로 올 때 하얗게 물들인 특수요원복 그대로였지. 지금도 여관에 보관하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걸 한번 입어볼까? 정식요원 시절이 떠오르는 코트였으니 말이다. 나는 가게 주인에게 이 코트를 설명해보라고 말하자 주인은 조금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마법공격으로부터 막아주는 강력한 마법방어복입니다. 다만 문제가 있는데 속성마법에 적성이 없는 사람이 착용하게 되면 효력이 발동되지 않고, 오히려 그 속성에 따른 데미지를 배로 준다고 합니다."


오호, 그러니까 마법 방어력이 강한데 불 속성에 적성이 없는 사람이 착용하면 불 속성 마법공격을 막아내기는 커녕 오히려 데미지를 입혀서 숯덩이로 만들어버린다 이거지? 잠깐, 그렇다면 이건 적성이 얼마나 맞느냐에 따라서 위력도 달라진다는 얘기였구나. 내가 모든 속성에 적성이 있는 것만해도 다행이었다. 딱 날 위한 것이네. 설마 이건 신의 의도는 아니겠지?


"이거 하나 주세요. 얼마에요?"

"손님, 괜찮으십니까? 그 방어복은 부작용이 커서 대부분 사용안하는 건데..."

"괜찮습니다. 이걸 주세요."


아니, 대부분 사용안하는 거라면 왜 진열해놓는 건데? 한푼이라도 더 벌려고 그런 건가? 아니면 그냥 폼으로? 나는 애써 괜찮다고 말하자 가게 주인은 금화 8개라고 답했고, 백금화 한개를 꺼내놓자 주인이 또 놀라는 표정을 짓는다. 아니, 백금화 처음보나? 이 가게 왜 이래? 여기는 귀족들도 다니는 곳일 텐데 백금화정도는 구경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 일단 금화 2개를 받고 나는 코트를 입고 나왔다. 검은색 티셔츠에 검은색 코트라... 어두운 느낌이지만 이미 어둠은 익숙해져 있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어둠을 경험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어둠의 세계를 이겨내고 여기까지 살아왔다.


요원복으로도 검은색, 그리고 팀의 마스코트도 검은양, 게임기 색도 검은색, 검은색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색이었다. 물론 하얀색도 좋아한다. 검은색은 어둠을 뜻할 수도 있지만 하얀색은 빛을 뜻하니까 말이다. 특수요원 복을 입음으로써 나는 눈에 달린 콘텍트 렌즈를 빼내기도 했다. 그 때는 과거를 잊고 싸울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시 떠오르려고 하고 있었다. 두려움, 그건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아무리 이겨낸다고 해도 기억에 남아오는 한 이러한 현상은 반복된다. 그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나는 연약한 종족인 인간이기 때문이다.


"흐음, 이제 돌아가야지."


라고 말했지만 길을 몰라서 또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어디, 그러니까 편지를 전해준 그 저택을 알려달라했더니 친절하게 잘 가르쳐주신 고마운 분이었다. 그러고보니 그 편지를 전해주게 된 사람도 자작의 계급을 가진 귀족이었다. 그 사람이 어떤 귀족인지는 모르지만 수인족에 반대하는 사람들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뭐, 그런 건 상관없겠지. 일단 자낙씨에게 가서 그 사람에게 물어보는 게 더 나을 듯 했다.


분명히 우리가 그 자작 저택 앞에서 헤어졌었으니 재빨리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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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야 공. 너무 늦었소."

"뭐하다 늦은 거야!?"


여자애들은 벌써 무기와 필요한 도구를 구입하고 모여있었다. 내가 좀 늦었긴 하다. 스마트 폰을 꺼내보니 시간이 세시간이나 지나있었다. 딱히 몇 시에 만나자고는 하지 않았기에 그들이 말하는 기준이 뭔지는 나도 잘 모른다.


"그게 무엇이오?"

"아, 스마트폰이야. 내 전용 마법장비같은 거니까 그다지 캐묻지 않았으면 좋겠어. 하하하..."


자세히 설명하면 이해할 수 없을 게 뻔했다. 이세계 사람들은 우리 세계 물건을 전혀 모르고 있으니 말이다. 전에도 볶음밥이나 떡볶이도 모르고 있는 게 티가 났는데 스마트폰을 알 리가 없다. 에르제와 린제에게는 이미 보여줬고, 야에는 처음봐서 신기해하는 표정이었다.


"그런데 새야야. 그 코트는 뭐야?"

"아, 이건 마법 방어력이 우수한 방어복인데 속성에 적성이 없는 마법에 맞을 경우 데미지가 배가 되는 거야."

"딱 너를 위한 방어복이네. 얼마나 해?"

"금화 8개."

"화... 확실히 그렇게 굉장하다면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금화 8개면 큰돈이다. 여자애들이 놀랄 만도 했겠지. 내 유니온 월급으로는 아마 우습게 살 정도로 작은 가격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긴 이세계다. 원래세계의 돈으로 안 되고 카드도 안 된다. 카드에 거액이 들어있는데 이제 쓸 수 없다는 게 아쉽기도 했다. 뭐, 지금은 여기 이세계에서 돈을 벌고 살고 있으니 오히려 잘 되었다고 생각이 들곤 했다. 그리고 이 백금화도 공작님 말씀대로 필요해지긴 했던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다들 어떤 걸 샀어?"

"으음, 소인은 검 한자루를 구입했소. 그리고 먹을 것도 많이 말이오."


빵과 고기가 마차 안에 사람만한 크기의 자루로 쌓여있었다. 아니, 가면서 저걸 다 먹을 생각이냐? 그리고 명검을 하나 구입했다고 한다. 그건 잘했지만 먹을 것은 좀... 아무튼 에르제는 건틀렛을 새로 구입했다고 하고, 린제는 마력을 증가시키는 고급 목걸이를 샀다고 했다. 으음, 게임에서 설정과 똑같네. 여기가 이세계인지 게임 속 세상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착각은 하지 않는 게 좋다. 게임이라고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목숨을 소홀히 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들은 게임이라는 걸 모를테지만 말이다.


To Be Continued......

2024-10-24 23:17:35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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