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는 위상력과 함께 29화

검은코트의사내 2017-10-26 0

국왕은 지금 외교문제와 귀족들과의 갈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에는 강행하겠다는 뜻은 변함이 없을 듯 했다. 인종차별주의자라니... 수인족이 인간에게 피해를 끼친 적이 있는 건가? 그런 경우는 들어**도 않았다. 그렇다면 왜 귀족들은 수인족을 거부하는 걸까? 그게 문제였다. 나는 그 이유를 공작에게 물어봤지만 인간과 다르고 혐오스럽다는 이유라고 했다. 정말로 단순한 녀석들 같으니라고.


"수인족나라의 사람 중에는 좋은 친구도 있었다. 기사단장들에게 각각 마법 아이템을 선물해주었지. 적의 스파이를 탐지하기 위한 귀중한 반지였지."


아, 리온 기사단장이 가지고 있던 그 아이템 말인가? 아니 잠깐, 마법사와 연금술사가 합작해서 만든거라고 하지 않았던가? 얘기가 틀리는 일이었다.


"아버지. 그 얘기는..."

"알고 있다. 스우. 이 자에게는 말해도 될 거 같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욕심이 없고 수인족에 대해서 그다지 적개심을 보이고 있지 않은 거 같으니까."

"확실히 수인족에 대해서는 오늘 처음 들었고, 그다지 차별할 생각도 없습니다."

"나도 여러사람들을 상대하면서 사람의 기분을 어느 정도 파악하는 게 가능하다네. 뭐, 마음을 읽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감으로 파악한다할까? 하하하하!"


감이라니... 그냥 뭐 심리적으로 상대방의 감정변화를 보고 판단했다고 하시지요? 이름만 들어도 놀라는 반응을 하면 뭔가 알고 있다는 걸 알아챈다는 듯이 말입니다. 수인족이 우리 인간에게 피해를 준 적이 없다면 나도 굳이 그들을 적으로 돌릴 생각은 없다. 어차피 나와는 상관이 없는 종족들이었으니 말이다.


"미스미드 왕국에는 굉장한 마법을 지닌 요정이 있다고 들었네. 그분이 우리 벨파스트에 오신 적 있으신데 제자를 만드신 후에 마법 아이템을 선물로 주고 고국으로 가셨다네. 다만... 수인왕국에서 줬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귀족들이 난리를 칠 게 뻔하니까 형님께서는 연금술사와 마법사의 합작이라고 거짓발표를 하신 것이네."


귀족들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 그런 걸까? 하긴, 지금 외교문제로 민감한데 그런 일로 귀족들이 강하게 반발하면 해결책이고 뭐고 제대로 이루어질 리가 없겠지. 오히려 내부 분열로 혼란만 가속화할 뿐이었다. 기사단 중에도 수인 차별주의자들이 있었기에 더더욱 알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마법 아이템은 영구지속이 아니라고 들었네. 그 자의 말로는 물질에 마법의 효과를 부여하는 거 뿐이라면서 말이지."


[인첸트]다. 반지에 마법효과를 부여한 거였구나. 그렇다면 그 사람은 무속성 마법을 두 개이상 가지고 있다는 셈이 된다. 거짓말 탐지하는 건 내가 마법서에서 찾은 적 있었는데 그것도 무속성 마법이었기 때문이다. 나 외에 무속성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자가 미스미드 왕국에 있다? 뭐,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다. 지금은 당장 닥치는 외교문제, 미스미드와 동맹,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아니, 그건 내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 이 나라의 외교는 국왕과 귀족이 정하는 것이니 말이다. 나는 그저 모험가로써 할 일을 하면 된다. 거기다가, 이 나라를 구할 생각도 없으니까 말이다.


모험가는 벨파스트 왕국에 영구적으로 속하는 건 아니다. 그냥 의뢰가 주어지면 행할 뿐이다. 전쟁이 나면 다른 왕국으로 떠나면 그만이다. 어차피 여기 왕국 백성도 아니고 그냥 떠돌이 신세인데 있을 필요가 있을까? 거기다가, 귀족들이 그 모양 그꼴인 채로 나라를 운영한다면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누구나 들 것이다.


"스우, 엘렌과 이야기는 해봤니?"

"응. 다만 걱정할까봐 습격당했다는 얘기는 안했다."

"엘렌?"

"아, 내 아내라네. 미안하군. 스우의 은인인데 이렇게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게 해서... 그게 사실은 아내는 눈이 안 보인다네."


눈이 안보인다? 맹인인 모양이다. 어둠만 보이는 그런 눈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얼마나 괴로울까? 정상인인 나는 생각만 해도 너무 소름이 끼칠 거 같았다. 당장에 앞이 안보이고 그게 지속이 된다고 생각하면 누구라도 그냥 죽고 싶을 것이다. 한쪽 눈을 잃고 살아가는 경우가 더 나았을 거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분위기가 조금 무거워졌다. 엘렌이라는 부인은 5년 째 그 상태라고 했다. 귀족이라해도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은 있구나. 주의깊게 관찰해보았다. 내가 알고 있는 귀족은 돈의 욕심에 사로잡혀 부인도 몇 번 바꾼다고 했는데 이분은 그러지 않으신 모양이다. 5년 째인데도 남편으로써 뭔가를 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는 모양이다.


"많은 의원들을 찾아봤네. 하지만 대부분 고칠 수 없다고 했지. 마법으로 인한 치료도 불가능하고 말일세. 어째서인지 모르지만 엘렌은 어느 마법사에게 저주마법을 받아 저렇게 되었다고 하지. 범인은 잡았지만 그 자리에서 자결하는 바람에 배후를 찾아내지 못했네. 나를 노리는 마법으로 엘렌은 나를 대신해서 저주에 걸린 거야. 아마 범인들의 목적은 나였겠지. 짐작은 간다만 증거를 찾지 못했네."

"공작님을 노리는 적이요?"

"미스미드 왕국 동맹을 반대하는 귀족들의 짓이겠지. 나도 형님의 의견에는 찬성했다. 수인족 차별이라는 그런 말같지도 않는 짓을 할 생각은 없었으니 말이다. 적어도 우리에게 피해를 준 적이 없는 그 수인족들을 우리가 적대해야될 이유는 없지 않는가?"


내 생각과 똑같았다. 공작님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신 건가? 아니, 이건 컨셉일지도 모른다. 국회의원들도 이런식으로 컨셉을 잡다가 나중에 본성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이미 배신을 당하거나 이용을 당해버린 내 입장에서는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 점은 공작이랑 나와 같아서 조금은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의문을 가졌다. 일단 한 가지 질문으로 생각해보았다.


"공작전하는 왕국에 전쟁이 일어나면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나도 맞서 싸울 것이다!! 형님의 나라, 그리고 내 나라이기도 하다. 우리를 먹여살려주는 백성들이 있는 나라다. 당연히 맞서 싸우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너무 자신만만하게 말씀하신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이다. 그래도 아직 의심을 걷을 생각은 없었다. 이것도 그냥 모험가에게 잘 보이기 위한 컨셉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번에 스우가 여행간 것도 엘렌의 눈을 치료할 마법을 해석하기 위해서였지. 하지만 그 마법에 대해서 알아내는 것만으로 절대 엘렌의 눈을 치료할 수가 없었지."

"우리 할아버지는 예전에 누군가의 눈을 고쳐주셨다는 얘기를 들어서다. 그래서 반대를 무릅쓰고 나가서 할머니 댁에 다녀오는 길이다."


위험한 줄 알면서도 갔다왔다는 얘기구나. 아니 자각을 했으면 더더욱 보내지 말았어야지. 우리가 아니었으면 어쩔 뻔했냐고요? 다음에도 그런식으로 나간다면 그 때는 목숨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참았다. 무엇보다 어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그러는 거니까 말이다.


"스우, 무속성 마법은 개인 마법이다. 마법이름과 효과를 자세히 안다고 해서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사람을 보내 계속 알아내고 있으니 조만간 찾을 수 있을 게다."


무속성 마법? 그걸 고치는 마법이 무속성 마법이었구나. 스우의 할아버지는 훌륭하신 분인 거 같네. 확실히 그렇게 사용할 수 있는 분이 대륙 어딘가에는 있겠지. 내가 할 수 있는 건 곧 찾을 거라고 위로하는 정도 뿐일까? 그렇게 말하려고 했더니 갑자기 여자애들이 벌떡 일어나면서 나를 지목한 채로 비명을 질렀다.


"뭐야? 다들 왜 그래? 왜 나를 가리키고?"

"새...새새새새새... 새야에요!!"

"새야공이요!!!"

"새야씨에요!!!"


큰 소리로 말하니 공작님과 스우도 놀란 표정이었다. 그리고 나를 쳐다본다. 갑자기 왜 그러는 건데? 내가 뭘 어쩄다고? 내가 그런 마법을 썼던 할아버지일 리가 없잖아. 엥? 잠깐... 무속성 마법? 그렇다면 설마?


"무슨 말인가? 새야 공. 자네가 그 마법을 쓸 수 있다는 건가?"

"정말인가? 새야? 어머님을 구해줄 수 있다는 건가?"


이것보세요. 갑자기 흥분하지 마시고요. 전 한번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만? 일단 다들 진정 좀 하시라고 말한 뒤에 차를 한모금 마시고 한숨을 내뱉은 뒤에 입을 열었다.


"솔직히 들어본 적도 없는 마법입니다. 스우시 님. 그 마법의 효과와 마법명을 알려주시겠습니까?"

"응.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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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되는 걸까? 하지만 뭐, 어둠 속에 사는 인간을 이대로 두는 것도 성격에 맞지 않으니 가능할 떄 해주는 게 낫다. 스우가 알려준 무속성 마법, 그걸 바로 쓰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어머, 손님이 오셨니?"


푸른 드레스를 입고 계시는 금발머리 여성이었다. 아름다운 성인의 모습이 드러난다. 역시 귀족 아가씨라서 이렇게 아름다운 걸까? 나도 모르게 넋이 나갔다. 그리고 양쪽 눈을 감고 있으니 그 눈동자만 보인다면 완벽할 텐데 말이다. 긴장이 된다. 이 마법이 성공하기를 모든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었다.


"엘렌, 이분은 새야 공이라고 하는데 당신 눈을 고쳐주시겠다면서 이렇게 모셔왔네."

"눈을?"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제발 잘 되어**다. 엘렌 부인은 기대하는 표정이었다. 그녀의 눈 앞에 손바닥을 들이댄 채 주문을 외운다.


[리커버리]


게임에서도 많이 들어본 상태이상을 해제시켜주는 마법명이다. 설마 이게 무속성 마법으로 분류가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어느 쪽이든 상관없겠지, 나에게는 말이다. 보통 게임에서는 힐러라는 직업이 있는데 힐 마법은 물론이고 리커버리까지 쓸 수 있었던 존재다. 그런데 이런 게 개인마법이면 뱀에게 물렸을 때나 마비가 되었을 때 같은 상태이상이 오면 즉시 바로 못 고친다는 얘기 아닌가? 이거야 원, 아무리 생각해도 한심하게 느껴진다.


잠시 후에 엘렌 부인이 눈을 떴다. 그러자 두 사람을 보면서 눈물을 흘린다.


"보여요... 보이고 있어요... 여보, 스우시."
"엘렌!!"

"어머님!"


어둠에서 이제 빛을 찾은 사람, 그리고 그 모습을 기뻐하며 서로 끌어안고 있는 가족, 이 광경을 보며 나도 마음이 조금은 편해진 기분이다. 이게 남을 도움으로써 얻는 기쁨인 건가? 에르제와 린제, 야에도 울고 있었다. 감동이라면서 말이다. 어라, 내가 꼭 차가운 사람인 거 같네. 억지 눈물이라도 보여야 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To Be Continued......

2024-10-24 23:17:34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