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는 위상력과 함께 27화

검은코트의사내 2017-10-25 1

도적들은 전부 마비증상이라 당장 우리를 어떻게 하지 못할 것이다. 일단 영구지속은 아니니 호위기사 한명이 왕도에 지원을 요청하러 간 상황이고 그 때까지 지속 효과를 유지하게 해야되는 상황이었다. 귀족을 노리는 도적들이라... 혹시 돈이 목적이었나? 나는 포승줄로 묶인 도적대장을 깨워 추궁을 하기 시작했다.


"왜 저분들을 공격했습니까?"

"흥, 그런 거 내가 말할까 보냐?"

"그러십니까? 그렇다면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좀 웃긴 방법이긴 하지만 대장의 양쪽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서 간지럽히기 시작했고, 그 자는 웃으면서 괴로워하고 있었다.


"푸하하하하하!! 그만!! 그만해. 간지러워!!"

"그럼 말하시죠. 왜 그러셨는지?"

"돈 때문이다. 그걸로 되었냐?"


으음, 확실히 도적들이면 귀족을 잡아서 돈을 벌 목적으로 한 거라고 생각했겠지. 분명히 저 귀여운 아가씨는 귀족의 따님으로 보였고 말이다. 추궁은 일단 이정도로 해두면 될 거 같았다. 에르제와 야에, 린제가 그녀에게 무릎을 낮추고 인사를 올리는 걸 보니 역시나 귀족사람이 틀림없었다.


"그대가 우리를 구해준 사람인가? 정말로 고맙다. 너희 모두 내 생명의 은인이다."


나이도 어린 게 반말을 하니, 귀족만 아니면 화를 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긴 이세계니 내가 너그럽게 이해를 하지 뭐. 나는 그녀 앞으로 가서 그들이 행동한 것처럼 따라했다. 여기는 이세계니 이세계의 법을 따라야겠지.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듯이 말이다.


"고개를 들라. 그대같은 은인에게 오히려 숙여야하는 건 나이니라."

"소개가 늦었습니다. 저는 집사인 레임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쪽에 계신 분은 공작가문의 외동따님이신 스우시 에르네아 오르트린네 님이십니다."

"스우시 에르네아 오르트린네다. 그대의 이름은 무엇인가?"


오호,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아는 모양이다. 다른 사람의 이름을 묻기 전에 자신의 이름부터 밝히는 것,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지만 상대방에게 먼저 이름을 묻고 자신의 이름을 밝혀도 된다고 생각하기도 하다. 글쎄, 어느 쪽이든 뭐 서로 상대방의 신원만 알면 되지 않을까?


"이새야라고 합니다. 직업은 모험가입니다."

"이새야? 새야~ 새야~ 부르기 좋은 이름이로구나."

"저, 스우시님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스우라고 불러라. 경어도 쓰지 말고, 귀족에 대한 예의를 갖추지 않아도 된다. 모두들 일어나라. 아까도 말했지만 그대들은 내 생명의 은인이로다."


나이도 어린 게 어른인 척 하기는, 이걸 보고 애 늙은이라고 하나? 아니, 잠깐만... 생명의 은인이라고 해서 그렇게 대해도 되는 건가? 이 아이는 사람을 너무 잘 믿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사실은 의도적으로 접근하려고 한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아무래도 내가 겪은 경험은 없으니 저렇게 나오는 게 당연한 듯 했다.


나이도 어리니 세상물정에 대해서 모를 수도 있겠지. 적어도 공작님이라면 아실 것이다. 잠깐 공작가문? 귀족들 중에서 가장 높은 가문으로 알고 있는데 그럼 나는 이런 거물인사를 만난거야? 이러면 도적들이 노릴 만도 하다. 공작이라면 그만큼 그들이 탐내는 제물이 많을 테니 그녀를 유괴해서 돈이라도 벌려고 그랬던 거 같다. 아까 마차 안까지 화살이 들어간 거 같았는데 집사인 사람이 그녀를 보호했던 모양이다.


"그나저나 정말 대단하다. 혼자서 이들을 전부 쓰러뜨린 것이냐?"

"아, 뭐... 그런거죠."

"경어를 쓰지 마라."

"아, 네! 그... 그럼... 스우는 어디로 가는 길이야?"

"할머니 댁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거기서 볼일을 보고 왕도로 돌아오는 중이였다."


그 때 습격을 당했다는 것이군. 도적들이야 먹고 살 방법은 누군가에게서 돈을 빼앗는 거 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돈으로 식량을 사서 먹여살리고 다시 도적질하고 이런식으로 반복하는 게 도적들의 일상이니 말이다. 도적이 되는 이유는 단순하다. 일자리가 없으니까. 더 많은 제물을 얻기 위해서, 부자로 살기 위해서 그러는 것이다. 귀족이 아닌 한은 그들이 아무리 잘 벌어도 귀족만큼이나 재산을 가지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귀족을 납치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저, 부탁이 있습니다. 현재 이 인원으로는 스우시님을 호위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여러분들이 도와드릴 수 있으십니까?"


레임집사님의 말에 잠시 고민을 했다. 잠깐만, 왕도로 되돌아가는 중이였다고 했지? 그렇다면 우리랑 방향이 같아서 굳이 반대할 필요가 없을 거 같았다. 에르제와 린제, 야에에게도 물어보자 모두 괜찮다고 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할 게요. 하지만 우선, 여기 이 사람들을 처리해야되겠는데요?"


왕도에서 기사들이 오기 전까지 페럴라이즈를 계속 걸어놓고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사람이 없다. 도적들이 또 날뛰어서 여행자들이나 다른 귀족을 납치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 빌어먹을 놈, 언젠가는 반드시 죽여버리겠다."


이런, 나 벌써 찍힌 건가? 보복을 하겠다고 예고를 하니 말이다. 하지만 귀족을 노린 죄는 엄하게 다루기로 안다. 특히 공작을 노렸으니 말이다. 귀족들도 왕권에 관련되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이들을 처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자기들의 힘으로 악용하는 귀족들은 싫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은 스우를 믿을 수가 없을 거 같기도 하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귀족 아가씨라기보다는 그냥 밖에서 뛰어노는 어린 아이들이나 다름없어보였는데 말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우리를 대한다. 공작님, 교육 좀 시켜야겠어요. 평민이면 몰라도 공작가문이면 왕국에서 주목받는 지위니까 행동하나하나가 조심해야되니 말이죠. 아무나 믿다가 공작 가문 다 말아먹을 수 있으니 말이다. 조금은 경계라도 좀 하지.


아마 나타가 이 자리에 있다면 '이 꼬맹이야. 조금은 경계라도 해라!' 라고 말했을 것이다. 순간 그 투덜거리던 녀석이 떠오른다. 이렇게 말해볼까 했지만 성격을 보니 금방이라도 울 거 같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그러면 어린애를 울린 죄로 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비방을 받겠지.


호위기사들이 죽은 동료의 시신을 묻는 것을 보았다. 나는 도와주겠다면서 시신을 천천히 옮긴다. 그들은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만 이들이 없었다면 스우님은 무사하지 못했을 거라며 이건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고 내가 반박했다.


"하지만 이건..."

"이분들이 안 계셨으면 저희가 오기도 전에 스우시 님이 당했을 지도 몰라요. 당연히 해야할 일인걸요. 죄송합니다. 제가 좀 더 빨리 발견하고 왔었다면 희생자를 내지 않고 끝낼 수 있었는데..."


사람이 죽은 건 슬픈 일이다. 확실히 내가 좀 더 빨리 왔다면 전부 다 살았는지도 모른다. 사이킥 무브라도 써서 달려왔어야 했는데 그 생각을 못해버린 내 자신이 한심스럽게 느껴졌다. 이만한 힘을 가졌는데도 구하지 못한 사람이 있다는 것, 그 당시에 제이 아저씨는 인간은 신이 아니라면서 모든 사람을 구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씀하신 게 생각이 났다. 비록 악당이었지만 김기태 요원을 구해내지 못했고, 칼바크 턱스와 데이비드를 구해내지도 못하고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다. 그렇게 강한 위상력을 가졌었는데도 말이다.


"이제 그만 됐어. 그래도 자네 덕분에 우리만이라도 살았다. 동료들도 사명을 다한 점에 대해서 기뻐하면서 마음 편히 갔을 거야."


호위 기사는 묵묵히 동료의 시신을 묻으면서 말했다. 어차피 호위하는 임무를 맡은 이상 정해진 운명이었다고 했다. 원래 이게 호위 기사의 의무고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면서 굳이 나에게 자신의 탓을 하지 말라고 말했다. 에르제와 야에, 린제도 내가 있는 곳으로 와서 호위기사들의 시신을 묻는 것을 도와주었고, 왕도에서 지원군이 오자, 우리는 도적단들을 그들에게 넘기고 무거운 마음으로 출발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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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차 두대가 나란히 왕도에 진입했다. 지금까지 들린 마을보다 규모가 큰 도시였다. 당연하지. 왕국의 수도이자 왕궁이 있는 곳이니 말이다. 목적지까지 멀면 마차를 타고 다니기도 하니 같은 도시 내에서도 차를 타고 다녀야되는 상황이나 다름이 없다. 왕도에 오기 전까지 내 정체가 대체 뭐냐고 물어보는 세 사람의 추궁을 들어야만 했다. 화살비를 그런 식으로 피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면서 말이다. 마치 신기루처럼 움직이며 화살이 마치 몸을 통과한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이건 뭐, 다 신의 마력의 재능 덕분이다. [롱 센스] 라는 무속성 마법과 부스트를 이용한 거 뿐이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신체능력은 갖추고 있기에 에르제가 쓰는 부스트와 비교하면 내 쪽이 더 뛰어날 수밖에 없었다.


습격한 도적단들은 기사들에게 전부 연행되었고, 공작을 노린 죗값은 엄청 크게 받을 것이다. 우리는 마침내 스우의 저택으로 도착을 하면서 표정이 하나같이 환하게 변했다. 아름다운 저택, 그야말로 귀족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거대한 규모였다.


To Be Continued......

2024-10-24 23:17:34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