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는 위상력과 함께 26화
검은코트의사내 2017-10-25 0
세하가 보았던 숲속에서는 호위기사 20명이 도적들과 대치하고 있었다. 기사들과 도적단의 시신이 보였지만 수적으로는 기사단이 불리한 상황이었다. 도적단은 검과 활로 무장한 상황이었고 기사들은 오로지 검이었다.
"**, 이 도적놈들."
호위기사 한명이 검을 들고 중얼거린다. 도적들은 자신이 유리한 상황이라고 인식했기에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그리고 지휘관으로 보이는 도적이 궁수들에게 명령을 내리자 기사들에게 화살비가 쏟아졌고, 호위 기사 20명 중 절반 이상이 당한 상황이었다. 그들이 지키려는 마차는 어차피 도망갈 곳이 없었다. 그리고 굳이 정면으로 싸워서 희생자를 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도적들이었다.
"이 비겁한 자식들!! 치사하게 활을 쏘지말고 정정당당하게 검으로 승부하자!!"
"검으로 승부? 푸하하하하하!! 우리같은 도적에게 기사도 정신을 바라는 것이냐? 저 마차를 향해 쏴라!"
도적들이 마차를 겨냥하여 쏜다. 호위기사들은 꼬치가 되면서까지 막으려고 했지만 그들 사이를 지나서 유리창을 깨고 마차 안으로 들어간 화살도 있었다.
"**!! 이 비겁한 도적들..."
호위기사 3명이 살아남았다. 도적 지휘관은 그제서야 활을 거두고 검을 든 전사들을 전진시켰다. 호위기사들은 검을 들어 3명이서라도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했다.
"그만 포기하시지. 너희는 이미 죽은 목숨..."
[빛이여 와라, 위험에서 지켜주는 보호막, 베리어]
"뭐야?"
갑자기 마차와 호위기사를 중심으로 연두색의 보호막이 형성되었다. 여유롭게 접근하던 도적들은 갑자기 생성된 보호막으로 인해 놀란 표정을 지었고, 갑자기 난입하는 네 사람을 보았다. 그 중 한 명이 보호막 안으로 들어가 완드를 들고 마력으로 보호막 유지에 힘쓰고 있었고, 3명이 도적 전사들에게 덤벼들었다.
"너희는 뭐냐!? 없애버려!!"
도적 전사들이 세 사람을 포위한 채로 덤벼들었지만 나가떨어지는 건 도적전사들 뿐이었다. 세하는 도적들을 한명씩 검으로 베면서 야에의 전투력을 확인해보았다. 과연 사무라이 답게 검술도 유단자 이상이다. 빠르고 민첩한 검술, 에르제도 잘싸우고 있는 상황이었으니 이제 신경쓸 거 없다고 생각하면서 도적전사들을 쓰러뜨리고 있었다.
10명 넘게 쓰러지자 도적 전사들은 그들을 포위한 채로 뒤로 슬금슬금 물러났다. 상대가 보통이 아니라는 걸 이제서야 깨달았기에 함부로 달려들다간 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도적 지휘관은 뭐 저런 놈들이 다있냐면서 중얼거리다가 씨익 한번 웃었다.
"그래봐야 소용없는 일이다. 궁수부대. 쏴라!!"
도적 전사들이 양 옆으로 비키자 궁수부대는 일제히 활시위를 당기고 있는 상태였다. 린제가 위험하다고 말했고, 에르제와 야에도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들이 아무리 빨라도 화살비를 전부 피해내는 건 무리라고 판단한 것이다. 세하는 두 사람을 보호막 안으로 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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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막은 시전자가 허락하지 않는 상대의 공격을 막아주거나 접근조차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 에르제와 린제, 야에는 들어갈 수 있는 것만 해도 다행이었다. 내가 안으로 밀어넣자 무슨 짓이냐고 두 사람이 항변했지만 신경쓰지 않고 검 한자루를 들었다. 이런 상황은 전에도 겪었다. 눈을 감고 트레이너 씨에게 훈련받았던 일을 떠올린다.
<빠른공격을 피해내는 대처방법을 알려주도록 하지. 아마 너희가 공부할 때 쓰는 요령과 비슷할 지도 모른다.>
<그게 대체 뭡니까?>
<흔히 사람들이 많이 착각하는 게 있다. 움직임이 빠른 상대를 잡기 위해서는 눈으로 쫓아야된다고 말이지. 하지만 그건 틀린 답이다. 움직임이 빠른 상대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모든 감각을 동원해야하는 것이다. 피부로 바람의 흔들림을 보아라. 빠르게 움직일 수록 바람의 저항이 거세는 법이니 너에게 불어오는 바람을 느껴라. 그리고 청각으로 느껴라. 지면이 약간 흔들리는 소리를, 지상에서 활동하는 적인 이상 두 발로 지면을 닿으면서 움직이는 법이니까. 미세하지만 지면은 흔들리게 되어있다. 그리고 살기를 느껴라. 방어복에 의지하지 않고 오로지 피부로만 느끼면 적의 살의를 감지할 수가 있다. 물론 이 부분은 나도 마스터하지 못한 거지만 말이지.>
트레이너 씨에게 특훈을 받으면서 더 강해졌었다. 지금은 아자젤을 쓰러뜨릴 정도로 강해졌고 그분을 뛰어넘었다지만 여기 이세계에는 내가 배운 전투력에 너무 의지해서는 안 된다. 그분이 했던 말들 중에는 위상능력자가 물리적인 공격에 어느 정도 내성이 있다고 해도 거기에 너무 의지하지 말라는 중요한 말씀도 있었다. 그래. 화살이나 검은 어쩌면 내 몸에 상처입히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그건 추후에 확인하고 지금은 의지하지 않는 게 좋은 방법이다. 그 화살에는 독이 묻어있을 지도 모르니 말이다.
날 강해지게 한 스승, 그분의 가르침을 지금 여기서 시전할 차례다. 하지만 나는 아직 이세계에 있는 강자들과 제대로 된 승부를 한 경험이 부족하다. 그러니, 처음부터 방심하지 않고, 전력으로 나서는 수밖에 없다. 죽어간 호위기사를 대신해서 구해낼 것이다. 상대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구해야 될 상대라고 생각한 이상, 구해낼 것이다.
"멍청한 놈! 혼자서 우리를 막아보겠다는 거냐? 하긴, 화살비로 희생되는 다수보다는 혼자가 낫겠지. 용감하구나. 하하하하. 쏴라!!"
"새야야!"
"새야공!"
"새야씨!"
화살비가 나를 겨냥한 채 날아온다. 이 때를 대비해서 배워둔 무속성 마법 두개를 발동한다.
[롱 센스], [부스트]
롱 센스는 감각 확장 마법이다. 피부로 화살이 빠르게 날아올 때 발생하는 바람의 저항을 느낀다. 미세한 거라 보통 사람은 잘 못느끼지만 감각을 확장했기에 지금은 충분히 느껴진다. 그리고 부스트로 날아오는 화살들을 빠르게 피해낸다. 어디로 날아올지 알고 움직이기에 빠른 움직임으로 피해내고 있었다. 그리고 못피할 장소라면 검으로 적당이 화살을 쳐내면서 떨어뜨리고 말이다. 내 움직임을 본 도적들이나 호위기사, 그리고 내 일행들도 모두 똑같이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지막 화살은 그냥 검으로 쳐냈다. 그것을 본 도적들은 입이 딱 벌린 채로 나를 괴물로 보듯이 두려워하고 있었다.
"너... 너는 정체가 뭐냐!?"
"모험가라고 해두죠. 계속 하실 건가요?"
내 말에 도적전사들은 물론 궁수들까지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려고 하고 있었다. 살의를 가진 녀석들은 없다. 전부 전의를 상실한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그렇게 움직였는데도 내가 힘든 기색도 보이지 않으니 당연했다.
"에잇!! 당황하지 마라!! 놈은 한명이야!! 어쩌다가 운이 좋았을 뿐이야!! 공격해!! 공격하란 말이야!!"
표적 발견, 당황하면서 몸짓으로 지휘하려는 도적대장을 보았다. 나는 재빨리 움직여서 그 도적대장의 복부에 주먹을 꽂아 기절시켰고, 검으로 그의 목을 들이대면서 무기를 버리라고 외치자 그들은 순순히 내 말에 따랐다.
"자, 허튼 수작이라도 부리면 두목의 목이 날아갈 것이니 내 말대로 하시죠. 무기 버리고, 저기 앞까지 일렬로 서세요. 에르제, 야에. 나 좀 도와줘."
에르제와 야에에게 도적 대장을 넘겨주었고, 야에에게 단검을 빌렸다. 장검이 두자루지만 단검을 호신용으로 가지고 다닌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었다. 무기를 버리고 일렬로 선 도적들, 내가 단검으로 일렬로 선 도적들의 팔을 조금씩 찌르는 것을 계속 반복했다. 이게 무슨 짓이냐고 따지는 도적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곧 몸이 움직이지 못한 채 그대로 뻣뻣하게 굳어있었다.
"당장에 당신들을 묶을 장비가 없으니까 이걸로 대신한거야."
무속성 마법[인첸트]를 야에의 단검에 적용시킨 채로 찔렀었다. 물질에 마법의 효과를 부여하는 무속성 마법, 단, 발동할 때 다른 무속성 마법을 사용해야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인첸트를 사용하는 인간은 본 적이 없다고 알려졌다. 적을 마비시키는 [페럴라이즈]를 같이 사용해서 [인첸트 : 페럴라이즈]로 영창하여 찌른 상대를 전원 마비시키게 만들었다. 물론 지속되는 게 아니라 일시적이라서 그런 거지만 다시 사용하면 그만이니까 신경쓸 게 없으려나?
"아가씨, 끝났습니다."
"끄... 끝난 것이냐? 뭐가 어떻게 된 것이냐?"
마차 안에서 문이 열린 채로 모습을 드러낸 두 사람이 있었다. 한 사람은 나이가 든 검은색 양복을 입었다. 딱 보니 집사라는 걸 누구나 알 수 있는 복장이다.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화려한 복장을 하고 있는 모자를 쓴 금발머리 소녀였다. 말투를 보아하니 귀족은 맞는 모양이지만 뭐랄까... 그냥 평범하게 귀여운 어린 여자애였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