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는 위상력과 함께 25화

검은코트의사내 2017-10-24 0

우리는 야에라는 사무라이 소녀와 같이 식당으로 왔다. 안으로 들어서려고 하는데 야에는 자신은 배가 안고프다고 했지만 배에서 꼬르륵 소리나는 게 다 들렸다. 왜 그러는지 이유를 물어봤더니 돈이 없다는 이유로 얻어먹기 싫다고 그런 것이라고 답했다. 남의 돈을 써서라도 먹지는 않으려고 하는 건가? 그래도 배가 고파서 금방이라도 쓰러질 거 같은데 이대로 내버려둘 수는 없을 거 같았다.


"오늘은 내가 살게.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그... 그래도 됩니까? 소인은 많이 먹는 편인데 괜찮소이까?"

"걱정하지 마."

"그래. 이대로 굶게 놔둘 수는 없지."


에르제와 린제도 승낙하자 야에는 어렵게 우리와 합석했고, 저녁식사 메인 메뉴를 주문했다. 잠시 후에 우리 세 사람은 입이 좀 벌어진 채로 어안이 벙벙했다. 야에가 음식이 나오자마자 빠른 속도로 먹어치우고 있는 것이다. 혹시 사흘 전부터 굶었거나 그런 설정 아니겠지? 얼떨결에 음식에 손을 안대면서 먹는 모습을 본다. 진짜 잘먹네. 무슨 차원종도 아니고 뭐 저리 많이 먹어? 먹성이 뛰어난 차원종이라면 내가 이해하지만 야에는 인간이다. 혹시 사무라이는 전부 밥을 저렇게 많이 먹었나? 유리도 검도를 하지만 저정도로 많이 먹지는 않았는데 말이다. 진검 수련으로 에너지 소모한 다음에 체내에 에너지를 보충하는 건가?


순식간에 빈접시가 10개 이상 생겨났다. 나는 어안이 벙벙해져서 주문도 어렵게 말했고, 이거 식비가 괜찮은 지 모르겠다. 대식가라도 이 정도 수준은 아니다. 야에가 만약에 동료가 되어버린다면 식비 문제가 보통이 아닐 거 같았다. 더 어려운 의뢰를 실행해서 돈을 버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전에 봤던 메가 슬라임, 그걸로 해야될 거 같기도 하다. 여자애들은 싫어한다고 했으니 나 혼자서 실행하는 게 좋겠다.


"후아... 잘 먹었소이다."

"어, 그래... 잘 먹었다니 다행이다."


우리는 억지 웃음을 지으면서 추가로 주문한 음식을 이제서야 맛보고 있었다. 야에는 혹시 아직도 배가 안부른 거냐면서 물었지만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식사를 즐겼고, 나는 문득 떠오른 게 있었다. 이센은 내가 한번 가보고자 하던 곳이었는데 대륙 동쪽이라고 했었지? 여기서 먼 곳인 모양이다. 여기 벨파스트 주변 왕국에도 이센은 없었으니 말이다.


"저기, 야에. 이센은 어때?"

"옛날과 다를바 없소이다. 무사정신으로 매일같이 수련에 임하고 있소. 소인은 코코노에 무사가문의 사람이라오. 아버지의 허락을 받아 여기 대륙을 여행하면서 강해지는 수련을 하고 있었소. 하지만 돈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으음, 하긴 일본 사무라이들이 모여있는 지역과 여기 벨파스트 지역은 다른 점이 있긴 하다. 야에가 보기에도 신기한 게 있을 것이고 그리고 여행하면서 강해진다? 혹시 우물안 개구리처럼 안 살려고 이센지역 밖으로 나와서 강자를 찾아서 한 수 배우려고 한 건가? 그녀의 아버지는 생각이 깊은 사람인 모양이다. 야에는 제일가는 검객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었고, 그녀의 아버지는 자신보다 더 뛰어난 스승이 대륙 어딘가에 있다면서 그분을 찾아가서 수련을 받으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세상은 넓다. 이런 표현을 하시는 분이라니, 겸손하신 야에의 아버지시다. 야에의 아버지의 스승이라고 불리는 그 사람을 찾아 대륙을 여행하다가 여기 벨파스트에 들어오게 된 거라고 했다.


이센은 사무라이들이 모이는 나라다. 왕국처럼 세력이 크지는 않았지만 섬나라이기 때문에 적이 함부로 못온다고 했었다. 그들은 해전이 뛰어나기 때문에 제 아무리 강한 왕국이라도 해전은 쉽지 않다고 야에가 설명했다. 오호라, 해전도 뛰어나다? 이거 꼭 임진왜란을 떠올리게 만드는 얘기네. 분명히 그 때도 해전에 능통한 일본 수군이 이순신 장군과 맞섰다는 역사가 기록되어있었지. 그 결과 이순신 장군에게 전부 참패당했었지만 말이다.


"그럼 야에는 그 스승을 찾으러 온 거구나."

"그렇소이다. 새야 공은 모험가십니까?"
"응. 길드에서 의뢰를 받고 실행하고 있지. 지금 할 수 있는 게 이거 밖에 없어서... 여기 에르제와 린제와 같이 활동하고 있어. 이 두 사람은 아버지를 찾기 위해서 모험가가 되었고 말이야."

"그렇구려. 소인은 그대들에게 커다란 은혜를 받았소이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만한 거 있으면 해보겠소이다."

"일단, 우리는 왕도로 갈 생각인데 너는 어떻게 할거야?"

"저도 이번에 왕도로 가볼까 하옵니다. 거기에 가서 검술을 지도하는 사람을 찾아보겠소이다."


목적이 정해졌다. 임시적이긴 하지만 야에도 합류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래도 될까? 식비가 장난 아니게 드는데 말이다. 에르제와 린제는 상관없다고 말하지만 나는 불안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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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 돌아와서 깨끗하게 몸을 씻고, 잠에 들려고 했다. 에르제와 린제는 벌써 잠들었고, 나도 침대에 누워서 잠들려고 했는데 기합소리가 들렸다. 분명히 이건 야에의 목소리인데... 창문을 닫고 자면 상관없겠지만 호기심에 밖으로 나가보았다. 숙소 뒤편에서 홀로 검을 휘두르면서 기합을 지르고 있었다. 잠자는 사람 깨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지만 다행히 창문을 다 닫고 자서 깨어나지는 않는 모양이다.


검도하는 모습을 보니 유리가 떠오른다. 그녀도 클로저가 되기 전에는 검도를 열심히 했지. 동생들이나 부모에게 보답하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해왔다고 했다. 그리고 결승전까지 가서 우승을 차지했지만 위상력을 사용했다는 판정으로 우승을 박탈당했었던 녀석이다. 자신도 모르게 위상력이 발현되어 사용한 것, 그녀는 클로저가 된 것에 애써 좋다고 말했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일부러 안 좋은 모습 안 보이려고 한다는 걸 말이다. 검도 지도하는 선생이 유리가 지금까지 이룬 우승 트로피와 사진을 전부 치우는 것을 목격했다. 위상력을 가짐으로써 그녀는 자유를 빼앗긴 것이다. 힘을 가진 사람은 반드시 잃는 게 있다. 그건 바로 자유, 사람들은 그 힘을 두려워했고, 가까이 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보통사람들처럼 대해주지 않고 우리가 하는 일이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대해주었었다.


그래서 나는 위상력이라는 게 싫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싫은 편은 아니다. 미카 누나가 해줬던 말 때문이다. 그 힘으로 에르제와 린제를 지켜달라는 말, 그 말을 들으니까 뭐랄까... 조금은 개운함을 느꼈던 기분이었다. 야에는 서유리의 모습과 닮아있었다. 땀을 흘리고 노력해서 뭔가를 이루려고 하는 목표, 그녀도 사실 세계 제일의 검도선수가 되는 것이었다. 비록 위상력 때문에 목표는 이루지 못했지만 말이다. 적어도 야에만큼은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냐!?"

"아, 나야. 새야."

"아, 새야 공이오? 무슨 일로 오셨소이까?"

"이런 밤중에 네가 검도연습하는 것을 봐서 말이야. 하루에 한번씩 꼭 하는 거야?"

"그렇소이다. 사무라이가 된 자는 검도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는 법이오."


땀을 흘리는 거 봐라. 몇 시간 전부터 했구만. 이런 점은 유리와 똑같다. 유리도 연습을 많이 해서 옷이 꼭 물벼락 맞은 것처럼 젖어있었던 것이다. 어, 잠깐... 이거 전에도 겪은 적 있었던 거 같은데... 그 때 유리가 검도할 때 입은 옷이 야에와 비슷한 무녀같은 옷이였는데 땀이 그렇게 흘려서 속이 조금 비췄던 기억이 났었는데... 야에의 속도 비추고 있었다.


"으윽, 난 이만 가볼게."

"어? 왜 그러시오? 새야 공."

"아무것도 아니야. 이만!!"


전에 유리에게 **라고 얻어맞은 기억이 났다. 그걸 왠지 반복하고 싶지가 않아서 재빨리 숙소로 도망치듯이 들어간다. 야에도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 구나. 에르제와 린제도 열심히 하는 거 같고, 나는 마법이나 더 익혀야될 거 같았지만 그냥 잠이나 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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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마을에 들렸다가 가는 것을 계속 반복한 뒤에 이제 왕도로 가는 데 들리는 마지막 마을에서 출발하여 왕도로 향하고 있었다. 야에도 말을 다룰 줄 알아서 세명이서 교대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이런, 왠지 나 혼자만 편한거 같네. 말 다루는 법을 배워야지 이거야 원, 어디 이번에는 어떤 마법을 익혀볼까 생각하면서 마법서를 훑어보았다.


"으음? 이건 뭐지? 모델링?"


[모델링], 설명서에 따르면 특정한 재료를 가지고 만들고자 하는 물체를 이미지화하여 만들어내는 무속성마법이라고 했다. 가만 있어보자, 그러고 보니 이 마법서를 만든 사람은 대체 누굴까? 무속성 마법은 개인마법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어떻게 무속성 마법이나 속성마법이 두꺼운 책에 많이 기록될 수 있는 거지? 그만큼 전 대륙을 일주해서 무속성 마법을 쓰는 사람과 한번씩 만나서 알게 된 지식으로 쓴 건가? 그런 건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 모델링은 재료를 가지고 이미지를 형상화한다고 하니, 으음, 무기를 만들 때 써도 될 거 같았다. 다만 합성서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무기를 만들거나 도구를 만드려면 재료가 필요하다. 그 재료가 뭔지만 알아내면 그 재료만 가지고 곧바로 이미지화해서 만들어내는 게 가능하기에 대장장이 손을 거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아주 편리한 마법이다.


"오호... 나중에 테스트 해봐야겠군."

"뭔가 재미있는 걸 발견한 거야?"

"어, 나중에 한번 시험해 보려고. 어디, 이것도 써볼까?"


이번에는 [롱 센스]를 사용해본다. 감각 확장마법, 내 몸에 있는 감각을 확장시키는 것이다. 냄새를 맡는 거나 들리는 거리, 그리고 보이는 최대거리도 증가하기 때문에 망원경 없이 멀리 내다볼 수 있어서 편리할 거 같기도 했다.


"음? 이게 무슨 냄새야? 피냄새!?"


피냄새라는 말에 세 사람의 표정이 동시에 굳었다. 나는 마부석에 앉은 야에게게 다가가서 말했다.


"빨리 저기로 가줘. 누군가가 도적들에게 습격당하고 있어."

"알겠소. 이럇!"


야에가 말에 채찍질을 하자 마차가 방향을 틀더니 비포장도로에서 벗어나는 길로 향했다. 내 눈에 보이는 건 우리가 탄 것에 비하면 화려한 마차였다. 귀족이 습격당하고 있다는 얘기인데 위험에 처한 사람을 두고 볼 수는 없으니 일단 한번 가보기로 했다.


To Be Continued......

2024-10-24 23:17:33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